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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3. 23:12

철도민영화 반대! 민주노총·철도노조 폭력 탄압을 규탄한다!

‘안녕’하기 위한 ‘안녕’치 못한 우리의 연대는 더욱더 단단해질 것이다!

 

12월 22일 일요일 오전 검은 제복을 입은 이들이 민주노총 건물에 빽빽하게 들어선 풍경을 우리는 보았다. 철도노조 간부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 체포조 600명이 민주노총 건물에 투입되고, 서울 한 복판 민주노총 건물을 47개 중대 총 4,000여명의 경찰이 에워쌌다. 경찰은 문을 부수고, 최루액을 난사하였다. 경찰이 노동조합 사무실을 침탈하고 연행을 강행하는 그 시각,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노조가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파업을 행하고 있다며 ‘철도 경쟁도입이라는 정부정책에 반대하며 독점에 의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파업은 어떠한 명분과 실리도 없는 불법파업’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에 묻고 싶다. 노동자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가? 노동자가 ‘근로조건’ 외에 다른 무언가를 말하면 그것은 불법인가? 수서 KTX 주식회사 설립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철도공사는 자회사 설립일 뿐 이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철도공사는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조합원 8,500명을 직위해제하고, 200명을 고소하고, 30여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급기야 오늘 노동조합 간부를 체포하겠다면서 수천 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1995년 설립 이후 18년 동안 민주노총은 수많은 노동·공안 사건의 한복판에 있었지만,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 공권력이 투입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 경찰은 “민주노총이 명동성당과 같은 성역이 아니지 않냐? 철도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므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무력 진압을 펼쳤다. 이렇게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근로조건’ 외에도 나의 삶을 어떻게 구성하며 살지 고민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함께 말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안녕’한 우리의 내일을 위해 서로의 ‘안녕’을 묻고 답하고, ‘안녕’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파업을 결의하고,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촛불을 밝힌 우리들은 당연한 삶의 ‘정치’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당연한 삶의 ‘정치’에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무력으로 노조건물을 침탈하고 연행하는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이러한 행위를 일삼는 것인가? 정당하지 않은 이들이 정당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가장 먼저 손에 드는 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난 시간을 겪으면서 보았다. 2008년의 광화문을, 2009년의 용산을, 2013년의 밀양을 우리는 기억한다. 기억하는 우리는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는 우리는 말한다. 철도민영화를 반대한다! 민주노총·철도노조 폭력 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철도노조 지도부를 연행하고 탄압한다고 하여 이 싸움이 단순히 끝나지 않을 것을! ‘안녕’하기 위한 ‘안녕’치 못한 우리의 연대는 더욱더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는 철도 민영화를 끝까지 함께 막을 것이다!

 

2013년 12월 22일

한국여성민우회




<로렌스 애니웨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변호인> <페어웰, 마이퀸> <영 앤 뷰티풀> <글로리아> 그리고 1월의 기다리는 영화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0131221)


영화 보고싶다. 극장에 안(못)간지 참 오래되었다. 극장에 앉아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의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다. 영화를 본 이후 생각하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싶다. 극장에 가고 싶다. 연말 쉬는 날에 극장에 틈틈이 찾아가야겠다. 이번 주말에는 보고싶은 영화들 목록 뽑아봐야지.

(20131219)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괜시리 마음이 안정된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빴다. 바쁜 마음에 쫓겨 동료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그 다음부터 기분이 별로였다. 동료에게 미안했고, 빨리 사과를 하지 않으면 종일 괴로울 것 같았다. 타이밍이 맞지않아 바로 사과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이 들 때 마다 핸드폰을 열어 이 사진을 보았다. 퇴근 직전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였다. 고맙게도 동료는 사과를 받아주었다. 하아-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다. 나의 과오로 인한 불안을 사진 한장이 작게나마 달래주었다. 한동안 이 사진이 핸드폰 바탕화면에, 컴퓨터 바탕화면에 부적처럼 머물것 같다.

(20131217)

2013. 12. 15. 01:16

오랜만에 성당에 다녀왔다. 성당에 앉아있으니 명상을 할 수 있는 틈이 주어졌다. 성체를 받고서 자리에 앉아 기도를 했다. 조용히 앉아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성당에 오니 생겼다. 기도를 하면서 자주 성당을 찾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미사 시간을 빌어서라도 내게 집중할 수 있기를. 성당이라는 공간은 영적으로 뭉클함을 불러일으키는 신기함이 있다. 기도를 하면서 눈물이 찔끔 흘렀다.

(20131215)



연말이 되면 신기하게 고기가 엄청 많이 땡긴다.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 후 틈틈이 고기를 먹고있지만 좋은 고기를 먹은 적은 별로 없다. 지난 가을 본가에 갔을 때 아부지가 사준 수원갈비 빼고는. 아, 질이 좋은 고기를 맘껏 먹고 싶은 겨울밤이다. 오랜만에 녹두장군의 식도락 블로그에 갔더니 성산동왕갈비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고기가 참 맛있어 보였다. 성북동에 있는 누룽지 닭백숙도 생각나는 밤이다. 연희동 오향만두 집도 가보고 싶다. 아, 몸보신이 필요한 연말이 왔다.

(20131214)



직접 말하지 않고 상대에게 부러 무거운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은 아주 못된짓이다. 오늘 나는 이런 일을 벌이고 말았다. "이소희 아주 못되먹었다." 반성해!

(20131211)

 


대선 후보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철도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녀의 공약은 말그대로 말뿐인 '빈' 약속이었습니다. 수서발 KTX를 민영화하겠다고 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기존의 철도 운영자를 철도공사에서 독립된 민간 운영자로 변경하겠다고 합니다.

비효율적인 현 시스템을 민간자본에 맡겨 효율을 높이겠다고 합니다. 민간자본에 운영을 맡긴다면 과연 효율성이 담보되는 것일까요?

수서발 KTX가 무엇이기에 철도노동자들은 파업을 강행하며 반대하는 것일까요? 네트워크로 연결된 철도는 적자 노선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흑자 노선의 수익을 교차적으로 보조하고 있습니다. 수서발 KTX가 민영화된다면 이러한 상생의 조건들은 불가해집니다. 수서발 KTX 민영화는 앞으로 모든 철도가 도미노처럼 민영화가 되는 것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오늘 10일 철도공사는 기습적으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여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을 결정했습니다. 이사회 구성원의 구성요건과 의결 내용 모두 법을 벗어난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철도공사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에 참여한 철도노동자 4,356명을 직위해제하였습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의 권리마저 '불법화'하며, 현정부의 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모습입니다. 

철도민영화는 단순히 '철도' 민영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철도 민영화를 시작으로 의료/가스/전기/연금의 민영화 역시 시작될 것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철도파업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철도민영화를 반대합니다! 

 철도노조 파업 지지를 위한 시민실천을 우리 함께 만들어 갑시다!

1) 철도 파업의 정당성을 알려 주세요.
-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철도 민영화의 문제점과 파업의 정당성을 알려 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범대위 블로그 http://www.nosalektx.com/ 를 참고하세요)
- 블로그, 카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에 파업지지 메시지를 올려 주세요.
(철도노조 트위터 @krwu7788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rwu7788
- 철도 파업을 둘러싼 각종 인터넷 기사에 진실을 알리는 댓글을 남겨 주세요.
- 철도노조 홈페이지 http://krwu.nodong.net/ 열린광장에 파업지지글을 남겨 주세요.


2) “힘내라! 철도 파업” 목소리를 모아 주세요.
- 주변 사람들도 Daum 아고라 청원 ‘철도 파업 응원’에 참가하도록 해주세요.
- 파업이 시작되면 전국 각지에서 열릴 예정인 집회, 촛불문화제에 참가하여 철도파업을 함께 지키고 응원해 주세요.
- “철도파업 지지합니다”, “철도민영화 중단해 주세요”라는 문구로 인증샷 사진 또는 동영상 찍어서 받는 사람을 #5055로 해서 문자보내기


□ 인증샷 활용
① 메시지란 앞에 '#철도민영화반대'라고 적고 그 뒤에 간단하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② 촬영한 인증샷이나 동영상을 첨부한다.
③ 수신번호에 #5505를 적는다. 전송
- 주변 사람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모아 철도노동자들에게 보내 주세요.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21 나길7 철도회관 5층 전국철도노동조합, 140-780)

3) “철도파업 지지 국민광고” 후원금을 모금합니다.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작은 목소리를 하나 하나 모아서 신문, 방송에 철도파업 지지광고를 게시하고자 합니다. 광고는 후원자들의 명의를 넣어서 철도파업을 지지/연대하는 내용으로 합니다.
(후원계좌 : 하나은행 780-910008-00704 전국철도노동조합)





민우회에서 올 해 두번째 책을 출간했다. 후마니타스 출판사와 함께 책작업을 했고 제목은 <뚱뚱해서 죄송합니까?>이다. 이 책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내 안의 경험에서 쓰여진 글은 타인의 마음을 충분히 더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고, 그러면서 내안에서만 갇혀있었을 이야기를 끄집어 내어 생생하게 기록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작업인것이가를 알게되었다. 책을 만들어온 과정을 곁에서 고스란히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이 나온 날 활동가들이 모두 책을 펼치고 기뻐라했다. :)


+ [한겨레] '외모지상주의' 반대한다면, 남의 살을 품평하지말자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14505.html

(20131209)



지난 주말에 여성주의 의료생협 살림 송년회에 다녀왔다. 은평지역주민이 참석하는 송년회는 각잡힌 민우회 송년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아이들이 여기저기에서 뛰어다니고, 참석하는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서로에게 말을 건넸다. 말그대로 동네잔치같은 분위기였다. 그런 동네잔치같은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요즘에는 세련되고 완벽한 것에 대한 신물을 느끼는 것 같다. 세련되고 완벽해질수록 여유와 공백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을 하든지간에 결과물에 대한 완성도보다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과정을 만들어가는지를 중요하게 깨달아야한다는 것을 살림 송년회에서 확인했다. 이날 한켠에서는 송년회를 하고, 다른 한켠에서 2014년 살림 제1기 대의원 선거 개표를 진행하고 있었다. 은평갈현지역 대의원으로 출마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차근히 배워가야하는 위치이지만 조합원들의 투표로 선출된지라 작은 책임감이 들었고 지역활동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은평에 이사오길 참 잘했다. 

(20131207)


살림 송년회는 <참 잘했어요> 칭찬콘셉트로 진행되었다. 조합원 모두에게, 살림 활동가에게 한 해 참 잘했다고 사회자들은 틈틈이 칭찬했다. 그중 송년회 한켠에 참 잘했어요 상자를 마련해두고 올해 내가 잘한 일을 메모장에 적어 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칭찬상자에서 뽑은 메모를 사회자가 뽑고 읽은 후 조합원들이 기증한 물품을 선물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칭찬의 내용은 주로 '1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한 것', '살림 근처로 이사온 것' '소모임 활동을 열심히 한 것' 등으로 주로 척도가 가능한 칭찬들이었는데 이러한 칭찬들 중 유독 귀에 확 꽂히는 칭찬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자라온 것"이라는 내용의 칭찬이었다. '우와, 뭔가 척도가 불가능해. 이것은 스스로만이 알 수 있어. 철학적인 사유다.'라며 혼자 흠짓 놀라하고 있었다. 누구일까 궁금해지던 찰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조용히 일어나 말없이 선물을 받아갔다. 띠용! 아, 지금까지 자라온 것이 참 잘한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칭찬한 그 아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20121207)

2013. 11. 19. 00:40

우리 집은 정말 춥다. 연식이 오래된 집이기에 낡은 창문에서는 찬바람이 훅하고 들어온다. 겨울이 오자 봄날의 낭만이 사라진지 오래다. 낭만이 충만한 집이지만 그만큼 추위도 그득한 집이다. 저녁 시간에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 이후 사무실 동무들과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술집에 앉아 술 한 잔을 들이킬 때 마다 냉골이 되어 있을 집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면 안락하고, 노곤하고, 따스하며, 이완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겨울, 목련집은 그렇지않다. 집에서도 추위때문에 계속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주말에는 집에 머물면서 밥을 짓고, 움직이면서 사람의 온기를 그나마 채울 수 있지만 종일 집을 비우는 평일밤, 집으로 돌아오면 서럽다. 그래서 오늘은 술을 마시다 말고 집에 가겠다며 벌떡 일어났다. 잠시나마 집안에 내 온기를 채우겠다며! 보일러를 켰다. 가스렌지에 찻물을 올렸다. 이 글을 쓰고 차 한 잔을 마시며, 루시드폴의 새로운 노래 앨범 <꽃은 말이 없다>를 조용히 들을 것이다. 아, 그런데 점점 더 찐해질 겨울이 정말 무섭다. 이사가고 싶다. ㅠ 서러운 밤이지만 그래도 기쁜 소식 하나를 들었다. 황정은의 장편소설이 나왔다고 한다. 기다려진다. 내일은 서점에 가서 그녀의 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집으로 데려와야겠다. 얼마전 김애란의 단편 <침묵의 미래>를 읽으며 채워지지 않았던 문학에 대한 갈증을 황정은의 소설을 통해 채울 수 있기를 빌어본다. 요즘에는 책을 읽지 않고 책장 곁만 서성거리게 된다. 올 겨울 황정은의 <百의 그림자>를 반드시 손으로 읽을 것을 다짐해본다. 냄비에서 물이 요란하게 끓는다. 물이 끓는데 마음이 차분해진다. 낮에 내렸던 함박눈이 생각난다. 눈을 보며 우와우와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는 초등학생 두 소녀가 떠오른다. 그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을 함께 바라보고 있던 너와 나도. :)

(20131118)



토요일 내내 집에 머물렀다. 싹을 틔우려고 하는 고구마를 삶고, 지인에게서 받은 향긋한 모과 하나를 정갈하게 잘라 모과차를 만들었다. 밥을 지어 먹었고 태양이 게을러진 시간에 골목산책을 하였다. 쌀쌀한 오후였지만 느릿하게 혼자 걷는 시간이 좋았다. 시장에서 월요일 도시락 반찬 거리로 브로커리와 계란을 샀다.

(20131116) 



2013. 11. 13. 01:42



두장의 사진을 블로그에 게시하고 싶었다. 주말 산책을 하며 주워온 가을 낙엽과, 어린 시절 그림한장. 가을이 떠나고 곁에 겨울이 왔다. 고등학교 때 아크릴물감으로 캔버스에 처음으로 그려본 풍경화, 그림 그리는 것이 무턱대고 좋았던 시간이 있었다.   

(20131112)


관계가 가까워진다는 것, 편안해진다는 것, 자연스러워진다는 것, 함께 있는 동안 어린 시절의 나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현재의 관계를 맺으며 나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가 가까워지고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워진다고 하여, 당연함이 일상화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관계가 깊어지는만큼 사려깊게 들여다보고, 존중하고, 집중해야할 것이다. 순간의 나의 행동을 포착하여 내게 가르침을 전한다. 그리고 나는 그 가르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참 다행이다.  

(20131112)


주로 본가에 가거나, 본가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집안청소에 매진하곤했다.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을 보냈다. 혼자서 느긋히 시간을 보냈다. 오래된 담요를 방바닥에 깔았다. 두시간 정도 보일러를 돌렸다. 열기가 돌았다. 일요일의 햇볕이 방안으로 스미었다. 겨울바람 끝에 목련나무가 흔들린다. 흔들리는 목련나무 그림자가 창에 비친다. 종일 나의 체온이 이 집에 머물렀다. 귀한 시간이었다.

(20131110)


집에 온기를 채운다는 것은 의미있는 행위이다. 낡은 연립주택이기에 집안 공기가 서늘하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요리를 했다. 본가에서 가져온 감자를 된짱찌개에 넣고 끓이고, 감자조림을 만들어 바지런히 먹었지만 혼자 소화하기엔 많았다. 베란다 상자 안 감자들이 싹을 틔우며 살아있다는 표식을 내니 무서워졌다. 괴물같았다. 더 무서운 괴물이 되기 전에 감자를 먹어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자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요리법을 고민하다가 감자샐러드를 만들기로 했다. 싹을 똑똑 걷어내고, 싹이 돋았던 자리를 칼로 도려내고, 흙을 깨끗이 닦아내고, 냄비에 감자를 넣고 한참을 쪘다. 부엌에 불을 지피고, 집안에 사람이 움직이니 온기가 찬다. 감자익는 냄새가 아늑하다. 집안 공기가 덮혀지니 사람사는 집같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집안에 온기를 채울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한다. 삶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것은 참으로 기쁜 삶이라는 것을 몸소 깨닫는 밤이다.

(20131022)


2013. 10. 11. 00:31

꾸준히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다시 일기 쓰기를 중단하고 10월을 맞았다. 10월도 벌써 열하루날이 지나고 있다. 시간은 빨리 흐른다. 가끔은 시간을 단단히  묶어두고 싶다. 잠시 정지 상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그렇다면 미루었던 것들, 정리해야할 것들을 차근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무의미하다. 

나는 한박자씩 느리다. 그 느림의 속도로 뒤늦게 웹툰 <미생>을 보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오래 일한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이에게는 일종의 자기계발서가 될 것이고, 그 시간을 거쳐온 이에게는 '나는 이랬었지.' 지나온 시간을 더듬게 하는 만화인 것같다. 어찌되었든 그 만화 속 인물들이 지혜를 발휘하는 순간과 메시지들이 예사롭지 않다. 아침마다 조금씩 웹툰으로 읽고 있는데 언젠가 책으로 읽고 싶다. 

가을, 민우회 강좌 <열독>이 시작되었다. 올해 <열독>의 주제는 <나를 매혹시킨 철학자>이다. 역시 가을엔 공부를 해야한다. 오랜만에 혓바닥에 펜을 찍어가며 공부했다. ㅎ

(20131010)





2013. 9. 27. 01:05


1. 

지난 주말에 <우리 선희>를 봤다. 영화와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이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겠다싶었다. 씨네21 921호 표지 타이틀은 '아름다워라 <우리 선희>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때문이었을까? 나는 '아름다워라.'라는 수식어가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2.

<우리 선희>를 보면서 공간이 보였다. 제일 먼저 들어온 공간이 재학(정재영)의 방이 었고, 그리고 예지원의 '아리랑'이었다. 그의 영화에서는 남자들의 공간은 자주 등장한다. 홍상수 감독의 지인들이 실제로 거주하거나 작업하는 공간이 영화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 공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곳에 거주하는 이가 어떤 사람인지 느낌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여자들의 공간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홍상수 영화 속 여자들의 공간을 더듬어 봤다. 떠오르는 곳은 <하하하>의 성옥(문소리)의 집과 <북촌방향> 경진(김보경)의 집뿐이다. 성옥의 집은 주로 외관만 나온다. 경진의 집은 경진의 흔적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계속 생각하다보니 <옥희의 영화> 옥희(정유미) 방도 있군.) 그외 여자들의 공간은 <북촌방향>의 예전(김보경)이 운영하는 술집 '소설'이나 <우리 선희>의 예지원이 운영하는 주점 '아리랑'과 같은 곳이다. 홍상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공간에 대해 고민해보면 재미있을 것같다. 남성의 공간과는 어떻게 다른지. 단선적으로 말하면 홍상수 감독이 그리는 여성의 공간을 보고 있노라면 홍상수 감독은 여자를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3.

<우리 선희>에서 최교수, 재학, 문수가 창경궁 호수 앞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그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가을 창경궁 호수가 실제가 아니라 회화같았다. 그 장면의 세 인물은 그림(사진)을 배경으로 서있는 것 같았다. 마치 그림과 인물을 합성한 것처럼. 배경을 정면으로 잡고, 그 안에 인물을 담으니 배경과 인물이 같은 시공간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두 요소가 영화 안에서 결합된 것처럼 보였다. 이 장면에 대해 나만의 해석을 해보고 싶어졌다. 여튼 <우리 선희>에 대해 생각만 동동 떠다니는 밤, 그의 영화를 다시 보고 글을 써봐야 겠다.

(20130926)

 

 

협동하여 무언가를 해야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모든 것이 나와 같지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상대가 나와 같은 경험을 했고, 내가 생각하는대로 상대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착각이다. 기준이 내가 되어서 안되는 것이다. 활동을 하면서 나는 '부담 가지지 말고 가볍게 하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부담가지지 말고 가볍게'라는 것은 나의 기준이다. 이것이 상대방에게는 '부담스럽고 무거운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고려하지 않았다. '올해 나는 과연 좋은 동료였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걱정되고 두렵다. 나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과연 나도 성장하고 있는걸까? 

(20130924)



5시 30분 일을 마치고 도시락을 들고 성미산에 갔다. 몇가지 일상적 찬(김치, 멸치, 김자반)을 벤치에 펼쳐놓고 저녁을 먹었다. 밥알을 씹어 삼키는 동안 가을 해가 어스름의 이불을 덮었다.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은 추분이라고 한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부터는 밤이 길어진다고 한다. 날이 선선해져 운동을 하기로 했다. 걸을 작정으로 운동화를 신고 출근했다. 사무실에서 집까지 걸었다. 가을 단풍이 노랗게 들면 다시 걷자고 여름날 약속했던 아파트 은행나무 길을 지났다. 그리고 불광천을 곁에 두고 걸었다. 불광천 오리에게 작은 시비도 걸고, 운동기구에 몸을 맡겨 스트레칭도 하고, 에어로빅을 하는 무리에 들어가 트로트 음악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추고, 음악분수에 감탄했다. 마지막으로 동네 작은 놀이터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즐거웠다. '즐겁다'라는 말은 오늘 같은 밤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단어이다.

(20130923)



2013. 9. 12. 23:24

추석상여금을 받고 추석빔을 장만하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를 방문했다. 티셔츠 한장과 가을니트 한벌과 셔츠 한장을 샀다. 세벌의 옷을 집에 와서 하나씩 입어보았다. 세벌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세벌의 옷 모두가 하나같이 딱 내 스타일의 옷들이었다. 거울을 보면서 개성이 차고 넘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나만의 스타일이 있는 사람인 것같아 만족스러웠다. (^-^;) 일종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

(20130914)



+ 문화극장의 전경이다. (사진출처 : http://icmuse.blog.me)


원주에 다녀왔다. 원주여성민우회 사무실에서 원주역까지 걸었다. 원주 구시가지를 걸으며 옛날 극장건물을 만났다. 문화극장이었다고 한다. 건물을 보는 순간 한때 영화를 상영하고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과거의 시간이 오버랩되었다. 길을 함께 걷던 원주선생님은 원주엔 오래된 극장이 꽤 많았다고 한다. 시공관, 아카데미극장, 문화극장을 차례대로 읊었고, 그 극장들은 대부분 1960년대에 만들어졌고 2000년대 초반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작은 소도시에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극장이 여러개 있다는 것이 원주라는 도시를 달리보이게 했다. 원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세 극장 모두 더이상 운영을 하지않는다는 사실에 무언가를 잃어버린듯한 허탈감 또한 동시에 느껴졌다. 시공관, 아카데미극장, 문화극장은 없고 이제 알록달록한 카페트가 깔린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다고 한다. 거대 자본은 참 많은 것들을 무너트린다. 그 극장을 오고갔던 사람들의 고운 시간을 한순간에 요상스러운 카페트로 아무렇지 않게 덮어버리니 말이다.

(201309013)




오랜만에 일찍 귀가를 하였다. 핸드폰 사진을 정리하면서 올해 바다를 세번이나 다녀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다 사진을 보니 속 안의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서해바다는 물장구치며 놀기에 좋았다. 하지만 동해바다를 직접 뵈니 동해바다야말로 진정한 바다라고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20130912)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마사지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편안한 의복으로 갈아입고 조명이 적절히 어두운 방에 누워있으면 마사지사가 들어와 아로마 오일을 발라주며 마사지를 시작한다. 발바닥에서부터 다리, 다리에서 고관절, 팔, 어깨, 등, 머리, 말그대로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마사지를 받았다. 손이 잘 닿지않는 부분,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골고루 만져주니 기분이 좋았다. 한시간가량 마사지를 받으니 목욕탕에 다녀온 것처럼 온몸이 개운했다. '마사지, 참 좋은 것이구나.'라고 몸소 깨달았다. 

(20130911)


일기를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 하루동안 나는 무엇을 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더듬어 본다. '활동을 나는 잘 하고 있는가?' 끊임없이 되묻게된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지에게 "활동가는 이러이러해야 해."라고 말할 때 나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되묻게 되는 것이다. 어떤 때는 입밖으로 나와버린 말이 타인에게 감흥을 전하는 말인지 의심하게 되고, 또 어떤 때는 뱉은 말의 무기력함에 내 스스로 힘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며칠 전 아산 영인산에서의 말은 진심이었다. 진심에 기반한 날선 말이었다. 진심을 알아주기 바랬고, 날선 그 말에 상처가 나지않기를 바랐다. 혹여 베여 상처가 나더라도 그 상처만을 보지않기를 바랬다. 오늘 메일 한통이 왔다. 고맙다는 말이 담긴 편지였다. 말을 곡해하지 않고 들어준 그녀가 고마웠다. 우리는 한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다.

(20130909)


2013. 9. 8. 19:44

주말 본가에 와 있다. 본가에 머물면서 일종의 편안함을 느낀다. 편안함은 이 집의 탄탄한 내구성이 주는 안락함으로부터 온다. 목련집이 마음에 들지만 머물면서 오래된 연립주택의 단점들을 확인하게 된다. 지난 여름 내내 목련집은 가마솥처럼 들끓었다. 더위에 지쳐 자고 일어나도 항상 피곤했다. 여름날 집에 머물다간 친구에게 미안했다. 사람들이 말하기에 심하게 더운 집이 겨울엔 또 심하게 춥다고 한다. 벌써부터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본가는 집역할을 제대로하는 집이기에 안정감을 전달한다. 어디에 산다는 것은 삶의 질을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목련집에서 2년 후 나는 또 어디에서 살게될까? 목련집보다 나은 집에서 살 수 있을까? 도시빈민으로서,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위해서 많은 수를 생각해봐야겠다.

(20130908)

 

 


가을밤이 깊어 갑니다. 창밖으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제 창문을 닫고 잠을 청합니다. 오늘밤 목련잎이 으스스 흔들립니다. 가을밤 문득 저 멀리 홍성에 있는 벗이 보고싶습니다. 벗님의 전번으로 문자를 넣어볼까, 벗님의 온라인 집터에 '보고싶다.'라고 댓글을 달아볼까 망설이다가 괜시리 쑥스러워집니다. 하지만 그리운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 내 온라인 집터에 보고싶은 마음의 흔적을 남깁니다. 보고싶은 벗님, 가을을 어찌맞이하셨나요? 이 밤 평온히 주무소서!

(20130905)

2013. 8. 31. 00:41

늦은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휴가를 떠나기 전 사무실을 비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들었다. 휴가기간동안 일과 관련된 무언가라도 해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단절과 쉼이 내 활동에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상수 근방에 있는 빵집들을 순례했다. 순서대로 October, kyo베이커리, 브레드공오, 베이커리 봉교를 방문하였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아니라 자신만의 레시피로 빵을 만들어내는 고집이 느껴지는 빵집들이었다. October는 들어서면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클래식 음악뒤로 사람들이 빵을 만든다. 유럽 어느 소도시의 빵집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kyo베이커리에는 고양이 소품들이 많다. 젊은 느낌의 이곳은 홍대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자존심은 확실히 느껴지는 곳이다. 개점6주년 한정판 에코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kyo베이커리의 쌀식빵은 쫄깃하고 훌륭하다. 브레드공오는 작은 빵집이다. 골목사이에 있어 눈에 잘 띄지않지만 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오랜시간 그곳을 치켜온 것 같다. 브레드공오에서 스콘 하나를 구입했다. 바삭한 버전의 스콘으로 보여 냉큼 집어왔다. 여행길에 그 스콘을 먹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베이커리 봉교는 우연히 산책하다 발견한 빵집이다. 이 빵집 또한 골목 깊숙히 있어 아는 사람만 드나들것 같다. 여기는 빵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쇼케이스안에 빵을 보관하고 원하는 빵을 선택하면 파티셰님께서 직접 집어 종이봉투에 담아준다.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는 중에 시식빵을 건내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생크림스콘을 구입했는데, 보통 알고 있는 스콘과 달리 아주 부드러운 스콘을 만들어 판다. 베이커리 봉교에 대한 내멋대로 상상을 해보았는데, kyo베이커리의 파티셰가 독립하여 만든 빵집이 베이커리 봉교가 아닐까라고 상상했다. 원래는 베이커리 봉이라고 이름을 지으려다고 스승님에 대한 오마쥬로 '교'를 붙여 베이커리 봉교가 된 것이 아닐까라고. ㅋ 오늘 방문한 빵집들은 담백한 빵들을 주로 맹글어 파는 곳들이었는데, 자고로 빵은 밀가루 맛을 오롯이 내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진정한 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빵을 맹글어내는 상수 근방 빵집 순례는 즐거운 여정이었다. 평일 낮 시간에 홍대근방을 거닐며, 낮술 한잔을 하니 늦여름 바람이 더없이 시원했다. ㅎ


+ 빵집순례를 하다가 브레드공오에서 미니오븐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사이즈며, 디자인이며 완전히 마음에 들었다. 이 미니오븐에 대한 물욕이 오늘부터 무럭무럭 자라날 것 같다. 레꼴뜨의 솔로오븐 갖고싶다. 



(20130830)



나는 사무실에 머무를 수 있는 총량시간이 정해져있는 것같다. 영상작업과 프로젝트때문에 밤을 지새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소모임을 해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술을 먹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는 저녁 7시가 넘으면 사무실에 머물기가 힘들어진다. 원래 야근을 하려고 했다. 저녁밥을 사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가 사무실에 있기가 싫어져 가방을 싸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서 밥을 해먹겠다는 일념으로. 짐을 챙기고 읽어야할 자료들을 가방에 싸들고 오니 8시. 그때부터 밥을 했다. 냉장고에 있는 분홍 소세지에 계란 옷을 입히고, 할매가 기른 가지를 굽고, 임여사표 메추리알 간장조림과 김치를 반찬으로 준비하고, 디저트로 먹겠다며 참외도 깍았다. 도마에 가지와 소세지를 자르면서 차분히 마음을 담아서 요리해야지, 배고픈 마음에 이 과정을 허겁지겁 헤치우듯이 하지말아야지 되뇌이었다. 정성이 들어가야 맛이 나고,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지 내가 건강해질 것 같아서 과정을 충분히 만끽하려고 했다. 그리고 반찬 하나하나를 각각의 그릇에 가지런히 담아서 상위에 내어놓고 선풍기를 틀고 하나씩 오물오물 씹어 먹었다. '아, 맛있다.' 특별한 찬이 없어도 역시 사먹는 것보다 집에서 해먹는 밥이 좋다. 


+ 천천히 밥을 먹는 편인데 요즘엔 쫓기듯 단숨에 먹는다. 다시 천천히 천천히 식재료의 맛을 음미하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다. 

(20130828)



우울한 기운을 해소하지 못하고 품고 있으면 마음의 병이 생긴다. 한동안 모든 것이 재미없었다. 억울하기만했고, 모든 상황을 뾰족하게만 받아들였다. 이제는 더이상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도 했고, 당장 그만두어야겠다는 마음도 먹었다. 그런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품고 있다가 며칠 전 서럽게 엉엉 울면서 말하지못했던 고인 마음을 풀어 놓았다. 나의 우울한 마음을 털어놓자 애인님은 우울감에 대해 말하였다. "자책하지않는 사람은 우울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우울감의 원인은 분명히 있지만 그 원인을 선명하게 본다는 것은 쉽지 않아요. 우울의 감정이 뿜어져 나오는 길은 안개로 뒤덮인 길과 같거든요. 하지만 그 안개 속에서 다른 빛을 보면 되요. 다른 빛을 보면 그 안개는 걷히니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른 빛을 봐야겠다는 의지가 솟아났다. 그러고 나니 우울의 안개가 걷혔다. 말하고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내 안의 에너지가 분명히 바뀌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 함께 활동하는 동무가 물었다. "어떻게하면 활동은 계속 지속할 수 있는거지?" 그래서 나는 답했다. "말을 해야해. 혼자 모든 힘든 감정을 끌어안고 있으면 안되. 그러면 우울해져. 말을 해야해. 말해야지만 고인 물이 흘러. 물이 흐르면 신선한 공기가 다시 채워지고 힘이 나는 거야." 활동을(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말을 해야한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를 활동 6년만에 깨달았다. 3년 단위로 찾아오는 위기의 시간을 나는 이렇게 통과하고 있다. 말의 힘을 깨달으며. 말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 그리고 궁극의 결론은 나의 애인님은 위대하시다. ㅎ 

(20130827)




재능학습지 노동자들이 2076일이라는 시간을 쌓고 투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종탑위에서 오수영, 여민희 동지가 내려왔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면서 마음을 쓸어내렸다. 모든 것을 떠나서 '아 내려왔구나. 그녀들이 땅을 밟았구나.'라는 안도감이 우선이었다. 노사간의 합의에 대해 격하게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약각의 씁쓸함이 그녀들의 얼굴에 남아있지만 그녀들의 시간에 무조건 마음의 박수를 보내고싶다.


+ 민우회 성명 : 재능학습지 노동자의 긴 싸움의 마침표에 박수를 전하며,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을 즉각 진행하라!

(20130826)    



물이 보고싶어 어디로 물을 보러가면 좋을까 검색을 하니 집근처에 계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은평구는 북한산 나와바리에 있는 동네이다. 그래서 계곡이 있는 것이었다. 집에서 버스로 10여분정도 거리에 진관사라는 절이 있고, 그 절 곁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일본영화에 나오는 초등학생들처럼 쓰레빠에 동네복장으로, 갈아입을 옷과 수건만 챙겨서 쭐래쭐래 계곡에 다녀왔다. 계곡으로 향하는 길 시장구경하느라, 사람구경하느라, 옷가게 구경하느라, 밥먹느라, 빵구경하느라 과연 계곡으로 향할 수 있을까 몇번 의심했지만 계곡물에 온몸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고 왔다. 몸안의 갈증이 단번에 채워지는듯했고, 자연 안에 있으니 두통이 깔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함께 있으면 아이가 되는 우리가 좋았다.

(20130826)




올해도 민우회 후원행사 덕분에 잘 치뤘습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 

(20130825)


2013. 7. 29. 23:48

사무실 작은 사거리에는 구멍가게가 있다. 구멍가게 주인 할머니는 사거리 한켠에 할머니만의 화단을 가꾸고 있다. 봄, 여름. 그곳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이 자란다기보다는 먹진못하지만 보기에 좋은 꽃들이 자란다. 그 공간은 할머니의 취미 생활이 발현되는 공간이다. 할머니는 그 공간을 애지중지한다. 하루는 그곳을 지나다 어린 고양이 두 마리가 숨어지내는 것을 발견하였다. 3-4개월 정도 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는 꽤나 사교성이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사람을 경계했다. 마침 가방안에 고양이 캔이 있어 캔으로 사교성 깊은 녀석을 꼬셔 점심시간 내내 노닐었다. 그날 사교성 깊은 고양이는 동네 꼬마 아이가 집으로 데려갔다. 두 마리 모두 동네 꼬마 아이가 엎어간 줄 알았는데 사람을 경계하는 녀석은 쉬이 잡히지 않기에 그곳에 남겨졌다. 퇴근길 가방에 고양이 캔을 상비하고 있는 애인님과 사거리 할머니 화단으로 갔다. '냐옹'하고 소리를 내자 아기 고양이가 '냥'하고 응답한다. 아직 사람이 두렵지만 녀석은 배가 고팠고 우리가 혹여나 먹을 것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듯했다. 가방에서 캔을 꺼내 녀석 가까이 가져다주자 아주 조심스럽게 먹을 것 곁으로 다가왔다. 거리를 두고 먹을 것을 먹이고, 먹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며 녀석의 공기 속에 스미어 가기를 기다렸다. 녀석도 알아차린 걸까? 우리가 녀석을 헤치지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거리를 두고 한참을 우리를 지켜보더니 나중에는 같이 장난도 치고 무릎 위에 앉아 갸르릉 거리기도 하였다. 신기하다. 그런 녀석에게 우리는 이름을 지어주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애인님은 나즈막히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의 깊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에 무턱대고 녀석에게 다가간 것은 아닐까 나 역시 걱정에 휩싸였다.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사료를 사들고 들어오는데 녀석이 이제는 그저 예쁘기만 한 존재, 인형같은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다. 아, 너와 나는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 너와 나의 밍키.


+ 밍키를 돌보겠다고 결심한 다음, 첫주말을 보내고 사무실에 출근하니 밍키를 주말동안 누군가가 데려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인연은 아주 짧게 스쳐지나갔다. 

(2013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