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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해당되는 글 3건
2011. 11. 8. 10:43
아침에 일어나 일기를 쓰다보니 속에서 화가 일어나고, 분하고, 억울하고, 두려웠다. 원망스럽기도 하고 미움도 쌓이고 에너지의 전환이 절박하게 필요했다. 창문을 열어도 창밖으로 바람 하나 비집고 들어오지 않았다. 차가운 물을 두잔 들이키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펼쳤다.

단순하게 사는 법
                                                             
이해인  

단순하게 살고 싶은 욕심으로
단순하게 사는 법을 연구하며
책도 읽고 토론도 많이 하지만
삶이 조금도 단순해지지 못함은 어쩐 일일까요
'버리겠다' '버려야지'
내내 궁리만 하지 말고
자꾸 결심만 키우며 안된다고 안달하지 말고
눈꽃처럼 순결하고 서늘한 결단을 내려야겠지요
오늘만이 나의 전생애라고
근심 불안 슬픔마저 숨기고
사랑하는 일에만 마음을 쓰겠다고
자연스럽게 기도해 보세요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삶이 저절로 단순해질 것입니다
아름다움의 시작은 단순함임을
예수님께 다시 배우는
오늘의 기쁨이여

2010. 11. 14. 23:05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아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소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 2009년 5월 요망단 페달의 소개로 길상사에 다녀왔었다. 그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이야기를 알게되었다. 여인 나타샤, 김영한은 1916년 서울 관철동에서 태어나 금광을 한다는 친척에게 속아 모든 재산을 잃게 되자, 1932년 김수정의 도움으로 조선 권번에 들어가 기생이 되었다. 그곳에서 금하 하규일 선생의 지도를 받아 여창 가곡, 궁중무 등을 익히고, 1935년 해관 신윤국 선생의 후원으로 일본에서 공부를 하였다. 일본에서 체류하던 중 스승 해관 신윤국 선생이 투옥되자 면회차 귀국하여 함흥에 일시 머물렀고 그곳에서 김영한은 당시 함흥 영생고보 영어교사였던 백기행을 만난다. '만난다.'라는 그 순간, 두사람은 별개였던 서로의 생이 얽히고 얽혀, 시간이 흘러도 서로의 생에 각인되는 존재임을 느꼈을 것이다. 집안의 거센 반대를 못이겨 백기행은 김영한에게 만주로 떠나자 하지만 김영한은 홀로 서울로 돌아온다. 같은 해 조선일보 기자로 서울로 뒤따라온 백기행은 김영한과 재회하고 두사람은 청진동에서 생의 에너지를 다시 한 번 뿜어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생의 에너지가 응축되고 별개였던 생이 얽히고 얽히는 시간은 짧았지만 찬란했다. 그때 백석은 스물여섯, 김영한은 스물둘이었다. 유아기 경험이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최초의 경험이라면, 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일생을 뒤흔드는 경험을 하게된다. 그 순간이 바로 이십대, 미친 사랑의 시간. 미친 사랑의 기억을 안고 있는 여인 김영한의 길상사. 2010년 11월 B군과 길상사에 다녀왔다. 가을의 끝자락 여인 김영한의 감정이 오롯이 내게 밀려왔고, 가슴 뜨거운 한 여인이 생각이 났다.
2009. 11. 20. 19:39
충만한 만남이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충만한 만남에 대한 정의는
제각각이지만 오랜만에 나는 충만한 만남을 경험했다.
김미혜 선생님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민우회 활동의 일년을 회원분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더 나은 활동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먼저 선생님께 SOS를 요청드렸더니
선생님이 집으로 놀러오시란다. 점심시간 때 오면 따끈히 밥도 지어주신다고 한다.

:)

참 오랜만이었다. 선배언니의 집들이 초대말고 누군가의 집에 초대를 받은 것이.
괜시리 마음도 설레였다. 
화려한 밥상은 아니지만 계란찜에 산나물무침, 갈치조림, 녹두전-소박한 밥상이
더욱 풍요롭다. 이야기 나누느라 밥도 국도 나중에 다 식어 "차가운 밥 맥여 보낸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지만 맛나고 즐거웠던 점심시간-

이야기하나하나 대화 하나하나 순간, 내가 취해야할것들이 참 많다.
사무실 가서 사무실 사람들이랑 나눠먹으라며 귤도 싸주시고
팀 사람들에게 전해주라고 싸주신 선생님의 퀼트주머니,
꼭 면월경대 하고 다니라며 손수 만들어 주신 면월경대까지-
선생님,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읽어보라던 시,

오늘 나는 충만한 만남을 가졌다.





멀리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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