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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28. 20:19

망원유수지 근방 <육장>이라는 육개장만 딱 파는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주 깔끔했다. 보통 고깃국물을 먹으면 속이 텁텁하고 불편한데 전혀 그렇지않다. 맛있는 빨간국물에 대한 갈증을 이 집에서 풀어주었다. 그리고 이 집의 별미는 밥이다. 밥맛이 구수하고, 꽉 찼다. 그리고 쌀의 익기도 많이 꼬들하지도, 질지도 않은 촉촉하니 단단하니 참 마음에 들었다. 정말 맛있는 한끼였다.

그리고 육개장을 파는 집의 공간이 재미있었다. 신경 쓰지 않은듯 하지만 신경 쓴 공간. 공간 하나하나, 물건 하나하나 주인장들의 손길이 깃든 공간. 육개장 집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음식과 공간의 부조화가 전혀 어색하지않고 재미있다.

+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양파의 양이 많다는 것. 국물요리에 양파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2017. 3. 28. 01:10

<컨택트>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영화를 봤다. 순차적으로 단어를 나열하여 소통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단번에 통합적으로 문자화하는 외계의 존재들이 등장하는 영화였다.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순차적으로 시간을 인지하는 지구인들과 달리 외계의 존재들에게 시간은 통합되어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 외계의 존재들은 소통의 방식을 단번에 통합적으로 하기때문에 시간을 순차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방식으로 인지하고 그렇기때문에 현재에 미래의 순간이 오버랩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영화는 루이스가 초능력을 소유한 존재이기때문에 미래의 시간을 인지하는 것이아니라 외계의 존재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익혔기때문에 시간을 인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인지한다." 이런 메시지가 나는 항상 흥미롭다. <컨택트>는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는 서사에서 한층 더 나아가, 소통의 접근 방식(다른 사고방식)이 시간을 체득하는 방식을 변형시킨다고 한다. 그 지점이 좋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개인적으로 <옥희의 영화>를 시작으로 그 이후의 홍상수 영화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홍상수 영화의 포인트들이 잘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홍상수 영화의 포인트는 '무언가에 매진하고 싶은 자의 에튀튜드에 대해 곱씹게하는 부분'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것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속 영희, 김민희의 연기는 멋졌다.

 

<히든피겨스>

순간 울컥하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그녀들은 '각별하게' '스마트하고' '잘나고' '훌륭함'으로 뚫고 지나간거잖아.'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그리고 '각별하게' '스마트하고' '잘나고' '훌륭한' 그녀들은 '거뜬히' 사랑도 챙겨갔단다라는 이야기는 진부했다. 

  

 

2017. 3. 20. 23:46

페이스북에서 본 은유님의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비밀글만 쓰면 글은 늘지 않는다." 이 문구가 오고가는 지하철 안에서 계속 생각났다.

 

글을 쓰지 않은 시간이 꽤 되었다. 글을 써도 일기장의 글이 전부였다. 일기장의 글은 퇴고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깊이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 사무실에서도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글을 쓰지 않으니 하루가 그냥 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몇년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다시 블로그에 글을 써보려고 한다.

 

지난주 화요일에 집근처에 있는 목공방에 가서 나무 숟가락을 깎았다.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칼날에 다칠 것같은 염려가 컸다. 그리고 내가 깎은 나무숟가락이 다른 사람이 깎은 나무숟가락보다 못났다는 비교하는 마음이 내내 들었다. 뭉툭하고, 투박한 나무 숟가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영도 그렇다. 최근에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작년에 수영을 4개월 정도 배웠지만 나는 여전히도 호흡이 어렵고, 호흡이 엉켜버려서 1/3도 못가서 헤엄을 중단해버린다. 그렇게 멈춘 순간, 다른 사람들의 헤엄을 지켜보게 된다. 저들은 어쩜 저리도 편안하게 헤엄치는 걸까. 그 생각에 딱 중단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비교하는 마음과 동시에 의식하는 마음이 작동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이러한 생각때문에 나는 집중하지 못한다. 하지만 행위가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나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었을까. 나는 느린 사람이다. 행위가 익숙해지기까지 나는 남들보다 갑절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나를 알고 있다면 성실하고 묵묵하게 그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렇지못하다. 성실하게 그 시간에 임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 두가지 태도를 훈련해나가야 겠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