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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3. 01:42



두장의 사진을 블로그에 게시하고 싶었다. 주말 산책을 하며 주워온 가을 낙엽과, 어린 시절 그림한장. 가을이 떠나고 곁에 겨울이 왔다. 고등학교 때 아크릴물감으로 캔버스에 처음으로 그려본 풍경화, 그림 그리는 것이 무턱대고 좋았던 시간이 있었다.   

(20131112)


관계가 가까워진다는 것, 편안해진다는 것, 자연스러워진다는 것, 함께 있는 동안 어린 시절의 나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현재의 관계를 맺으며 나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가 가까워지고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워진다고 하여, 당연함이 일상화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관계가 깊어지는만큼 사려깊게 들여다보고, 존중하고, 집중해야할 것이다. 순간의 나의 행동을 포착하여 내게 가르침을 전한다. 그리고 나는 그 가르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참 다행이다.  

(20131112)


주로 본가에 가거나, 본가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집안청소에 매진하곤했다.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을 보냈다. 혼자서 느긋히 시간을 보냈다. 오래된 담요를 방바닥에 깔았다. 두시간 정도 보일러를 돌렸다. 열기가 돌았다. 일요일의 햇볕이 방안으로 스미었다. 겨울바람 끝에 목련나무가 흔들린다. 흔들리는 목련나무 그림자가 창에 비친다. 종일 나의 체온이 이 집에 머물렀다. 귀한 시간이었다.

(20131110)


집에 온기를 채운다는 것은 의미있는 행위이다. 낡은 연립주택이기에 집안 공기가 서늘하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요리를 했다. 본가에서 가져온 감자를 된짱찌개에 넣고 끓이고, 감자조림을 만들어 바지런히 먹었지만 혼자 소화하기엔 많았다. 베란다 상자 안 감자들이 싹을 틔우며 살아있다는 표식을 내니 무서워졌다. 괴물같았다. 더 무서운 괴물이 되기 전에 감자를 먹어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자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요리법을 고민하다가 감자샐러드를 만들기로 했다. 싹을 똑똑 걷어내고, 싹이 돋았던 자리를 칼로 도려내고, 흙을 깨끗이 닦아내고, 냄비에 감자를 넣고 한참을 쪘다. 부엌에 불을 지피고, 집안에 사람이 움직이니 온기가 찬다. 감자익는 냄새가 아늑하다. 집안 공기가 덮혀지니 사람사는 집같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집안에 온기를 채울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한다. 삶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것은 참으로 기쁜 삶이라는 것을 몸소 깨닫는 밤이다.

(2013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