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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에 해당되는 글 8건
2013. 1. 3. 00:57

 

새해를 맞이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 이제 하루 지났는데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싶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나누어 쓰고, 야근을 하고, 야근 후 동무들과 맥주 한 잔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틈이 없는 팍팍한 하루를 돌아보며 '이게 맞나?' 질문을 한다. 아닌 것 같은데. 아닌 것 같은데. 맥주 마시고 안주를 쳐묵쳐묵했더니 배만 부르다. 방에 앉아 있어도 춥다. 오늘은 왜이렇게 추운걸까. 내일은 더 춥다던데. 이놈의 나라는 점점 더 추워진다. 정말 이렇게 가다가는 영하 20도, 30도 막 치고 나가겠다. 정말 지구가 걱정된다. 오늘은 두 번의 말 실수를 하고 혼자 자책하고, 서로 성장하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묻고 답변은 미루고, 새해에 계획했던 것 중 두 개는 하루도 안되서 무너지고. 내일 종일 있을 회의는 걱정되고. 에이씨.

 

그래도 민우회 새해 인사 쇼케이스를 보고 괜히 좋아한다. 쇼케이스에 담긴 시(詩) 구절이 좋고, 사진이 좋다. 감각있는 새해 인사 쇼케이스다. 그리고 동무들과 술 한 잔하며 정보 하나를 얻었다. '냉장고 200L 이상은 자동으로 성애를 제거해주는 기능이 있다.' 알찬 생활 정보를 얻은 하루이니 그냥 쳐 자야겠다. 그나저나 소녀시대 새로 나온 곡들과 뮤직비디오와 영상 등을 봐야하는데 영 땡기지 않는다. 왜 그런걸까? ㅠ 과격해지고 싶은 밤이다. 컁!

 


 

비극

최승자

 

죽고 싶음의 절정에서

죽지 못한다, 혹은

죽지 않는다.

드라마가 되지 않고

비극이 되지 않고

클라이막스가 되지 않는다.

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견뎌내야 할 비극이다.

시시하고 미미하고 지지하고 데데한 비극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물을 건너갈 수밖에 없다.

맞은편에서 병신 같은 죽음이 날 기다리고 있다 할지라도.

2012. 11. 10. 23:28

기억의 집

최승자

 

그 많은 좌측과 우측을 돌아

나는 약속의 땅에

다다르지 못했다.

 

도처에서 물과 바람이 새는

허공의 房에 누워, "내게 다오,

그 증오의 손길을, 복수의 꽃잎을"

노래하던 그 여자도 오래 전에

재가 되어 부스러져내렸다.

 

그리하여, 이것은 무엇인가.

내 운명인가, 나의 꿈인가,

운명이란 스스로 꾸는 꿈의 다른 이름인가.

 

기억의 집에는 늘 불안한 바람이 삐걱이고

기억의 집에는 늘 불요불급한

슬픔의 세간살이들이 넘치고,

 

살아 있음의 내 나날 위에 무엇을 쓸 것인가.

무엇을 더 보태고 무엇을 더 빼야 할 것인가.

 

자세히 보면 고요히 흔들리는 벽,

더 자세히 보면 고요히 갈라지는 벽,

그 속에서 소리 없이 살고 있는 이들의 그림자,

혹은 긴 한숨 소리.

 

무엇을 더 보태고 무엇을 더 빼야 할 것인가.

일찍이 나 그들 중의 하나였으며

지금도 하나이지만,

잠시 눈 감으면 다시 닫히는 벽,

다시 갇히는 사람들.

갇히는 것은 나이지만,

벽의 안쪽도 벽, 벽의 바깥도 벽이지만.

 

내가 바라보는 이 세계,

벽이 꾸는 꿈.

 

저무는 어디선가

굶주린 그리운 눈동자들이 피어나고

한평생의 꿈이 먼 별처럼

결빙해가는 창가에서

 

나는 다시 한번

 

아버지의 나라

그 물빛 흔들리는 강가에 다다르고 싶다.

2012. 11. 5. 00:31

삼 십 세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희 손수건을 재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눅누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

2012. 9. 5. 23:54

외롭지 않기 위하여

최승자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습니다

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조금 마십니다

꿈꾸지 않기 위하여

수면제를 삼킵니다.

마지막으로 내 두뇌의

스위치를 끕니다

 

그러면 온밤내 시계 소리 만이

빈 방을 걸어다니죠

그러나 잘 들어 보세요

무심한 부재를 슬퍼하며

내 신발들이 쓰러져 웁니다 

2012. 8. 21. 00:35

올 여름의 인생 공부

최승자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 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X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XX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 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2012. 8. 15. 03:59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최승자
 
 
 겨울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 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오래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2012. 4. 20. 01:15

 

 

최승자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삼십 삼 세 미혼 고독녀의 봄

실업자의 봄

납세 의무자의 봄.

 

봄에는 산천초목이 되살아나고

쓰레기들도 싱싱하게 자라나고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이

내 입안에서 오물이 자꾸 커 간다.

믿을 수 없이, 기적처럼, 벌써

터널만큼 늘어나 내 목구멍 속으로

쉴 새 없이 덤프 트럭이 들어와

플라스틱과 고철과 때와 땀과 똥을

쿵 하고 부러 놓고 가고

 

내 주여 네 때가 가까왔나이다

이 말도 나는 발음하지 못하고

다만 오물로 가득찬 내 아가리만

찢어질 듯 터져 내릴 듯

허공에 동동 떠 있다.

2011. 12. 18. 21:24
부제 :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불안도 계속된다. 그래서 나는 무섭다.

고래씨가 말한 최승자 시인의 시가 일고 싶어져 인터넷에 '최승자'라고 검색을 해봤다. 고래씨가 말한 시 제목을 '여리디 여린'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물 위에 씌어진>에는 그 제목의 시는 없었고 '한없이 여린'이라는 시가 있었다. 아마 이 시가 고래씨가 말한 시 제목인듯하다. 이 시가 너무 궁금하다. 내일 아무래도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서점에 다녀와야 겠다. 요즘에는 주말 중 하루는 아무것도 못하고 잠만 잔다. 잠만자고 일어나면 내 귀한 휴일 중에 반이 훌러덩 날라 간 것 같아 참으로 허무하다. 서울여성노동자조합원대회도 가보고 싶었고, 한미에프티에이 집회도 가야한다고 생각을 했고, 서울시청을 점거하며 온전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동무들이 있는 곳에도 다녀와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뿐 행동이 없는 한심한 놈이다. 그리고 오늘은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며 끊임없이 말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며 질질 끌끌 느림뱅이처럼 매달려 있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트레스만 받고 있다.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내게 물어본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될 것 같은데 이렇게 살고 있다. 마음도 없고 논리도 없고 생각도 없고 그냥 껍데기가 생을 유지하기 위해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산소를 들이마시고 몸밖으로 이물질들을 배출하는 삶만을 연명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옴팡지게(?) 술을 마시고 알콜이 몸이 안좋을때보다 조금 잘 받는 것 같다며 술이 예전보다 받는 이유가 고기를 안먹어서 일까 생각을 하다 그제밤은 3,000cc 조금 안되는 술을 퍼먹고 쬐금 힘든데 어지러운데 어,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는 것인가 잠시 걱정을 했다. 스트레스와 압박 등으로 병에 걸려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면 어떻게하지 조금 무서웠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계속 살면 안되는데 생각하며 또 무서웠다. 그리고 영화 한편을 봤다.


멋있는 이완맥그리거와 <몽상가들>의 에바그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퍼펙트센스>를 봤다. 나오는 주인공들이 좋아서 영화를 택했고 90분 조금 넘는 영화상영시간이 마음에 들어 이 영화를 보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질병의 확산. 사람들은 조금씩 감각을 잃어 간다. 제일먼저 후각을 잃고 그다음으로 미각을 잃는다. 후각을 잃기전 인간은 한없는 슬픔에 잠기고 미각을 잃기전 인간은 극한의 두려움을 느끼고 차례로 청각을 잃고 시각을 잃는다. 감각을 잃기 전 인간은 순서대로 슬픔과 두려움, 허기, 분노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후각을 잃는 다는 것, 상대의 냄새를 맡을 수 없고, 냄새를 통해 떠오르는 추억을 더이상 떠올릴 수 없다. 미각을 잃은 후 그 어떤 산해진미가 눈앞에 있어도 아무 맛도 느낄 수 없기에 그저 지방과 밀가루를 섭취하며 생을 유지한다. 청각을 잃은 후에 누군가가 곁에 다가와도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없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 말을 전해도 그 마음을 전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시각의 상실. 인간의 이러한 감각이 끊임없이 상실되어도 상실 후에도 사람들은 온전한 나머지 감각들에 의존하며 또 나름의 삶의 방안에 적응하고 계속해서 말한다. "Life goes on." "삶은 계속 된다."  라이프 고즈 온, 라이프 고즈 온 희망적 메시지이지만 라이프 고즈 온 이라는 그 말에만 매달려 생을 유지하기엔 산다는 것이 너무너무 무서울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 그 말이 내게 그 어떤 위로도 주지 못할 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요즘엔 사는 게 무섭다. 하루하루 아침을 맞이하고 눈을 뜨고 잠자기 전 눈을 감는 것이 무섭다. 내 생의 불안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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