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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에 해당되는 글 41건
2014. 12. 18. 22:07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금새 청개구리 심보가 올라온다. 글을 쓰기가 싫어졌다.

(20141218)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개인 블로그에만 게시하는 웹자보. 나는 개인적으로 이 홍보물이 마음에 든다.

(20141212)

 

2013. 12. 23. 23:12

철도민영화 반대! 민주노총·철도노조 폭력 탄압을 규탄한다!

‘안녕’하기 위한 ‘안녕’치 못한 우리의 연대는 더욱더 단단해질 것이다!

 

12월 22일 일요일 오전 검은 제복을 입은 이들이 민주노총 건물에 빽빽하게 들어선 풍경을 우리는 보았다. 철도노조 간부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 체포조 600명이 민주노총 건물에 투입되고, 서울 한 복판 민주노총 건물을 47개 중대 총 4,000여명의 경찰이 에워쌌다. 경찰은 문을 부수고, 최루액을 난사하였다. 경찰이 노동조합 사무실을 침탈하고 연행을 강행하는 그 시각,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노조가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파업을 행하고 있다며 ‘철도 경쟁도입이라는 정부정책에 반대하며 독점에 의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파업은 어떠한 명분과 실리도 없는 불법파업’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에 묻고 싶다. 노동자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가? 노동자가 ‘근로조건’ 외에 다른 무언가를 말하면 그것은 불법인가? 수서 KTX 주식회사 설립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철도공사는 자회사 설립일 뿐 이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철도공사는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조합원 8,500명을 직위해제하고, 200명을 고소하고, 30여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급기야 오늘 노동조합 간부를 체포하겠다면서 수천 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1995년 설립 이후 18년 동안 민주노총은 수많은 노동·공안 사건의 한복판에 있었지만,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 공권력이 투입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 경찰은 “민주노총이 명동성당과 같은 성역이 아니지 않냐? 철도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므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무력 진압을 펼쳤다. 이렇게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근로조건’ 외에도 나의 삶을 어떻게 구성하며 살지 고민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함께 말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안녕’한 우리의 내일을 위해 서로의 ‘안녕’을 묻고 답하고, ‘안녕’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파업을 결의하고,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촛불을 밝힌 우리들은 당연한 삶의 ‘정치’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당연한 삶의 ‘정치’에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무력으로 노조건물을 침탈하고 연행하는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이러한 행위를 일삼는 것인가? 정당하지 않은 이들이 정당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가장 먼저 손에 드는 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난 시간을 겪으면서 보았다. 2008년의 광화문을, 2009년의 용산을, 2013년의 밀양을 우리는 기억한다. 기억하는 우리는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는 우리는 말한다. 철도민영화를 반대한다! 민주노총·철도노조 폭력 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철도노조 지도부를 연행하고 탄압한다고 하여 이 싸움이 단순히 끝나지 않을 것을! ‘안녕’하기 위한 ‘안녕’치 못한 우리의 연대는 더욱더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는 철도 민영화를 끝까지 함께 막을 것이다!

 

2013년 12월 22일

한국여성민우회




<로렌스 애니웨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변호인> <페어웰, 마이퀸> <영 앤 뷰티풀> <글로리아> 그리고 1월의 기다리는 영화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0131221)


영화 보고싶다. 극장에 안(못)간지 참 오래되었다. 극장에 앉아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의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다. 영화를 본 이후 생각하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싶다. 극장에 가고 싶다. 연말 쉬는 날에 극장에 틈틈이 찾아가야겠다. 이번 주말에는 보고싶은 영화들 목록 뽑아봐야지.

(20131219)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괜시리 마음이 안정된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빴다. 바쁜 마음에 쫓겨 동료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그 다음부터 기분이 별로였다. 동료에게 미안했고, 빨리 사과를 하지 않으면 종일 괴로울 것 같았다. 타이밍이 맞지않아 바로 사과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이 들 때 마다 핸드폰을 열어 이 사진을 보았다. 퇴근 직전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였다. 고맙게도 동료는 사과를 받아주었다. 하아-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다. 나의 과오로 인한 불안을 사진 한장이 작게나마 달래주었다. 한동안 이 사진이 핸드폰 바탕화면에, 컴퓨터 바탕화면에 부적처럼 머물것 같다.

(20131217)

2013. 12. 15. 01:16

오랜만에 성당에 다녀왔다. 성당에 앉아있으니 명상을 할 수 있는 틈이 주어졌다. 성체를 받고서 자리에 앉아 기도를 했다. 조용히 앉아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성당에 오니 생겼다. 기도를 하면서 자주 성당을 찾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미사 시간을 빌어서라도 내게 집중할 수 있기를. 성당이라는 공간은 영적으로 뭉클함을 불러일으키는 신기함이 있다. 기도를 하면서 눈물이 찔끔 흘렀다.

(20131215)



연말이 되면 신기하게 고기가 엄청 많이 땡긴다.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 후 틈틈이 고기를 먹고있지만 좋은 고기를 먹은 적은 별로 없다. 지난 가을 본가에 갔을 때 아부지가 사준 수원갈비 빼고는. 아, 질이 좋은 고기를 맘껏 먹고 싶은 겨울밤이다. 오랜만에 녹두장군의 식도락 블로그에 갔더니 성산동왕갈비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고기가 참 맛있어 보였다. 성북동에 있는 누룽지 닭백숙도 생각나는 밤이다. 연희동 오향만두 집도 가보고 싶다. 아, 몸보신이 필요한 연말이 왔다.

(20131214)



직접 말하지 않고 상대에게 부러 무거운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은 아주 못된짓이다. 오늘 나는 이런 일을 벌이고 말았다. "이소희 아주 못되먹었다." 반성해!

(20131211)

 


대선 후보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철도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녀의 공약은 말그대로 말뿐인 '빈' 약속이었습니다. 수서발 KTX를 민영화하겠다고 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기존의 철도 운영자를 철도공사에서 독립된 민간 운영자로 변경하겠다고 합니다.

비효율적인 현 시스템을 민간자본에 맡겨 효율을 높이겠다고 합니다. 민간자본에 운영을 맡긴다면 과연 효율성이 담보되는 것일까요?

수서발 KTX가 무엇이기에 철도노동자들은 파업을 강행하며 반대하는 것일까요? 네트워크로 연결된 철도는 적자 노선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흑자 노선의 수익을 교차적으로 보조하고 있습니다. 수서발 KTX가 민영화된다면 이러한 상생의 조건들은 불가해집니다. 수서발 KTX 민영화는 앞으로 모든 철도가 도미노처럼 민영화가 되는 것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오늘 10일 철도공사는 기습적으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여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을 결정했습니다. 이사회 구성원의 구성요건과 의결 내용 모두 법을 벗어난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철도공사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에 참여한 철도노동자 4,356명을 직위해제하였습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의 권리마저 '불법화'하며, 현정부의 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모습입니다. 

철도민영화는 단순히 '철도' 민영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철도 민영화를 시작으로 의료/가스/전기/연금의 민영화 역시 시작될 것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철도파업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철도민영화를 반대합니다! 

 철도노조 파업 지지를 위한 시민실천을 우리 함께 만들어 갑시다!

1) 철도 파업의 정당성을 알려 주세요.
-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철도 민영화의 문제점과 파업의 정당성을 알려 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범대위 블로그 http://www.nosalektx.com/ 를 참고하세요)
- 블로그, 카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에 파업지지 메시지를 올려 주세요.
(철도노조 트위터 @krwu7788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rwu7788
- 철도 파업을 둘러싼 각종 인터넷 기사에 진실을 알리는 댓글을 남겨 주세요.
- 철도노조 홈페이지 http://krwu.nodong.net/ 열린광장에 파업지지글을 남겨 주세요.


2) “힘내라! 철도 파업” 목소리를 모아 주세요.
- 주변 사람들도 Daum 아고라 청원 ‘철도 파업 응원’에 참가하도록 해주세요.
- 파업이 시작되면 전국 각지에서 열릴 예정인 집회, 촛불문화제에 참가하여 철도파업을 함께 지키고 응원해 주세요.
- “철도파업 지지합니다”, “철도민영화 중단해 주세요”라는 문구로 인증샷 사진 또는 동영상 찍어서 받는 사람을 #5055로 해서 문자보내기


□ 인증샷 활용
① 메시지란 앞에 '#철도민영화반대'라고 적고 그 뒤에 간단하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② 촬영한 인증샷이나 동영상을 첨부한다.
③ 수신번호에 #5505를 적는다. 전송
- 주변 사람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모아 철도노동자들에게 보내 주세요.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21 나길7 철도회관 5층 전국철도노동조합, 140-780)

3) “철도파업 지지 국민광고” 후원금을 모금합니다.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작은 목소리를 하나 하나 모아서 신문, 방송에 철도파업 지지광고를 게시하고자 합니다. 광고는 후원자들의 명의를 넣어서 철도파업을 지지/연대하는 내용으로 합니다.
(후원계좌 : 하나은행 780-910008-00704 전국철도노동조합)





민우회에서 올 해 두번째 책을 출간했다. 후마니타스 출판사와 함께 책작업을 했고 제목은 <뚱뚱해서 죄송합니까?>이다. 이 책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내 안의 경험에서 쓰여진 글은 타인의 마음을 충분히 더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고, 그러면서 내안에서만 갇혀있었을 이야기를 끄집어 내어 생생하게 기록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작업인것이가를 알게되었다. 책을 만들어온 과정을 곁에서 고스란히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이 나온 날 활동가들이 모두 책을 펼치고 기뻐라했다. :)


+ [한겨레] '외모지상주의' 반대한다면, 남의 살을 품평하지말자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14505.html

(20131209)



지난 주말에 여성주의 의료생협 살림 송년회에 다녀왔다. 은평지역주민이 참석하는 송년회는 각잡힌 민우회 송년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아이들이 여기저기에서 뛰어다니고, 참석하는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서로에게 말을 건넸다. 말그대로 동네잔치같은 분위기였다. 그런 동네잔치같은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요즘에는 세련되고 완벽한 것에 대한 신물을 느끼는 것 같다. 세련되고 완벽해질수록 여유와 공백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을 하든지간에 결과물에 대한 완성도보다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과정을 만들어가는지를 중요하게 깨달아야한다는 것을 살림 송년회에서 확인했다. 이날 한켠에서는 송년회를 하고, 다른 한켠에서 2014년 살림 제1기 대의원 선거 개표를 진행하고 있었다. 은평갈현지역 대의원으로 출마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차근히 배워가야하는 위치이지만 조합원들의 투표로 선출된지라 작은 책임감이 들었고 지역활동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은평에 이사오길 참 잘했다. 

(20131207)


살림 송년회는 <참 잘했어요> 칭찬콘셉트로 진행되었다. 조합원 모두에게, 살림 활동가에게 한 해 참 잘했다고 사회자들은 틈틈이 칭찬했다. 그중 송년회 한켠에 참 잘했어요 상자를 마련해두고 올해 내가 잘한 일을 메모장에 적어 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칭찬상자에서 뽑은 메모를 사회자가 뽑고 읽은 후 조합원들이 기증한 물품을 선물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칭찬의 내용은 주로 '1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한 것', '살림 근처로 이사온 것' '소모임 활동을 열심히 한 것' 등으로 주로 척도가 가능한 칭찬들이었는데 이러한 칭찬들 중 유독 귀에 확 꽂히는 칭찬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자라온 것"이라는 내용의 칭찬이었다. '우와, 뭔가 척도가 불가능해. 이것은 스스로만이 알 수 있어. 철학적인 사유다.'라며 혼자 흠짓 놀라하고 있었다. 누구일까 궁금해지던 찰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조용히 일어나 말없이 선물을 받아갔다. 띠용! 아, 지금까지 자라온 것이 참 잘한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칭찬한 그 아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20121207)

2013. 10. 11. 00:31

꾸준히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다시 일기 쓰기를 중단하고 10월을 맞았다. 10월도 벌써 열하루날이 지나고 있다. 시간은 빨리 흐른다. 가끔은 시간을 단단히  묶어두고 싶다. 잠시 정지 상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그렇다면 미루었던 것들, 정리해야할 것들을 차근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무의미하다. 

나는 한박자씩 느리다. 그 느림의 속도로 뒤늦게 웹툰 <미생>을 보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오래 일한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이에게는 일종의 자기계발서가 될 것이고, 그 시간을 거쳐온 이에게는 '나는 이랬었지.' 지나온 시간을 더듬게 하는 만화인 것같다. 어찌되었든 그 만화 속 인물들이 지혜를 발휘하는 순간과 메시지들이 예사롭지 않다. 아침마다 조금씩 웹툰으로 읽고 있는데 언젠가 책으로 읽고 싶다. 

가을, 민우회 강좌 <열독>이 시작되었다. 올해 <열독>의 주제는 <나를 매혹시킨 철학자>이다. 역시 가을엔 공부를 해야한다. 오랜만에 혓바닥에 펜을 찍어가며 공부했다. ㅎ

(20131010)





2013. 7. 23. 01:17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월요일은 엄마에게 전화하기로 마음 먹은 날인데 전화를 못했다. 11시를 훌쩍 넘긴 시계를 보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시간이 늦었다는 핑계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괜시리 눈물이 핑돌것같아서 전화를 하지 않았다. 



일단 서걱거리는 마음을 이 사진을 보면서 달래본다. 말속에 갇히지않기를, 생각이 우리를 잡아먹지 않기를.

(20130722)




<엽서와 산책> 두번째 모임은 북한산 둘레길 소나무숲길 구간을 걸었다. 습기가 가득한 숲길은 산모기로 힘들었지만 우리는 걷는 동안 비를 기다렸고, 길의 막바지에 후다닥 쏟아지는 비에 기뻐했다. 동행한 이들은 제각각 자두, 토마토, 참외, 복숭아 제철 과일을 챙겨왔다. 제철 과일을 먹으며 마주보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발을 찍었다. 당시의 풍경과 기운이 생각난다. 8월 <엽서와 산책>의 행선지는 어디로 하면 좋을까? 괜시리 또 기대된다. 그 길과 길위의 사람들이.


엽서를 붙이기 위해 D여자대학교에 잠시 들어갔다. 우리는 "우체국이 어디있냐고?" 경비원에게 물었다. 그 학교는 사설경비업체 모자씨에게 경비업무를 맡기고 있었다. 모자씨 직원들은 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였다. 우리에게 "이 학교 학생이 아니냐?"라고 물었고 외부인은 6시 이후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잠깐 편지만 붙이고 나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학교에 출입해서 학교 공터에 자리잡고 술을 마시며 노닥거렸다. 10시가 넘은 시각 모자씨의 제복 입은 또다른 젊은 남자가 저벅저벅 다가와 또 물었다. "이 학교 학생이냐고?" 그때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두고왔다고 하자, 모자씨의 제복 입은 젊은 남자는 학내 음주는 불가능하다며 우리의 음주를 단속했다. 제복입은 젊은 남자가 돌아다니면서 재학 여부를 묻고, 술 마시는 것으로 무어라 그러니 기분이 별로였다. 이것 참, 고등학교도 아니고. 정숙한 여자고등학교에 와 있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20130720)

2013. 7. 5. 00:28

민우회에서는 매월 '다다익선'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강좌를 연다. 7월 강좌는 <데일리 드로잉>이였다.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인 마법사님은 2010년부터 3년동안 꾸준히 드로잉을 하였다고 한다. 이제는 취중드로잉도 가능하다는 마법사. 마법사는 잘하는 것보다 '매일, 그냥'하는 것이 데일리 드로잉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리고 '선을 긋는 것을 두려워말자. 그것은 잘못 그린 것이 아니라 그날의 나를 담은 선이다.'라며 자유롭게 그리고, 지우개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일기처럼 강박을 가지고 그리면 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며, 지하철에서 버스안에서 딱 10분만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그녀의 강좌를 듣고 드로잉에 대한 갈망이 다시 일렁였다. 습관, 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언젠가 또 중단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데일리드로잉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바다에 가고 싶다. 왜 바다에 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지금 나는 자연이 필요하기때문이다. 다시 왜 자연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면 나는 쉼이 필요하기때문이다. 얼마 전 애인님은 계속 물을 보고싶어했다. 그래서 바다에 가자고 했다. 아쉬운대로 서해바다로. 을왕리로. 신촌기차역에서 을왕리로 바로 가는 직행 버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없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한강을 다녀왔다. 노을 지는 한강을 바라보며 애인님은 물이 보고 싶었던 이유를 말해주었다. 우리는 같은 이유로 물을 보고 싶어한다. 큰물이 보고 싶은 아이들이 어여 큰물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동해 바다에 가고 싶다. 그래서 오늘은 물가에서 흙놀이 하는 사람들을 그렸다.

(20130704)

2013. 4. 10. 00:48

 

 

반짝반짝 새로운 회원 소모임들로 와글와글한 봄날, 우리 산책할래요?
소모임은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 도보모임을 꾸려보려고 해요. 민우회 회원님들 함께 걷고 싶어요. :)

 



민우회 회원 도보 모임 '엽서와 산책'

 

어느날 문득 여행은 가고 싶은데 주머니는 가볍고, 함께 갈 이는 없고,
멀리 가기엔 부담스럽고 그럴때는 어떻게 하나요?
콧구녕에 킁킁 바람 쐬워주고 싶을 때, 산책갈래요?

 

민우회 회원 도보모임 '엽서와 산책'이 봄과 함께 시작합니다!

 

'엽서와 산책'은 한달에 한 번 서울시내 걷기 좋은 곳을 찾아 산책합니다.

'엽서와 산책'은 멤바가 정해진 소모임은 아니에요. 
민우회 회원이면 누구나 신청가능!
민우회 회원은비회원 동반 1인까지 초대할 수 있어요.

 

'엽서와 산책'은 산책로가 결정되면 산책경로와 모이는 날짜가 회원커뮤니티 모람세상과 민우회 블로그에 공지되어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을 통해 참가신청 해주신 10분을 순서대로 도보모임 '엽서와 산책'에 초대합니다.

 

'엽서와 산책'은 오전 11시에 모여요.

'엽서와 산책'은 도시락을 먹어요.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아침밥 단디 먹고 오기)

'엽서와 산책'은 작은 찻집에서 차 한잔 마시고 오후 5시즈음에 헤어져요.

'엽서와 산책'은 침묵이 익숙한 모임이고 싶어요. 조용히 산책하며 은은히 당신에게 스며들고 싶어요.

'엽서와 산책'은 1회용품을 멀리해요. 귀찮더라도 텀블러와 젓가락을 챙겨요.

 

*4월 첫모임은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배경지인 사직동에요.

*4월 첫모임 산책경로와 산책일은 14일 밤에 모람세상과 민우트러블에 공지됩니다.

*준비물 엽서1장, 도시락(내 먹을 것), 텀블러와 젓가락, 차(Tea)값, 맘(Heart)

*모임지기 바람(여성노동팀) 02.737.5763 / joje@womenlink.or.kr

 

소모임을 무얼할지 고민이 된다면 봄날 무작정 걷고 싶다면
'엽서와 산책'에 일단 마음 가벼이 놀러오세요. :) 히히-

 

+ 이래저래 고래씨의 영향으로 상상하게 된 모임, 재미있을 것 같다. 사람이 적게 모여도(사실 소규모가 더 좋음.ㅋ) 한달에 한번씩 꼬옥-걸어야지! 일단 산책할 핑계가 생겨서 좋다. 얏호! 

2013. 3. 23. 21:38

<함께가는 여성> 213호가 나왔어요. 계간지로 바뀌고 2013년 봄, 세상에 인사하는 <함께가는 여성>에 오랜만에 글을 썼어요. :D




노년들의 영화에서, 든든하게 나이 들 수 있는 길을 찾다!

이소희(바람) /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노년에 관한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아무르>, <내일을 위한 길>이다. <아무르>는 프랑스 영화다. 음악교사였던 노년의 부부 안느와 조르주는 음악회를 다니며 평화롭게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안느의 병은 그들의 일상을 뒤흔든다. <내일을 위한 길>은 1937년 미국 영화다. 은퇴 후 다정하게 지내오던 노년의 부부 바크와 루시는 부채로 인해 그들의 집이 저당 잡히자 어쩔 수 없이 자녀들의 집에서 흩어져 지내게 된다. 자식들은 부모의 존재가 불편하다. 


<아무르>를 보며 엄마의 나이 듦이 오버랩 되다

영화의 잔상이 쉬이 떨쳐지지 않았다. 영화 속 인물들이 내 곁에 계속 머물렀다. 왜일까? 내가 나이 든다는 것, 가족이 나이를 먹고 늙는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에 영화 속 그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아무르>를 보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가 아팠다. 평생 사용한 근육을 단 한 번도 제대로 풀어주지 못한 채 계속 사용하다보니 결국 탈이 났다. 엄마는 오른손이 고장나버려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혼자서 옷을 입고 벗을 수 없었고, 왼손으로 어설프게 밥을 뜨고 힘들게 찬을 집었다. 엄마대신 가사 일을 하고, 엄마의 거동을 도우면서 속상했다. 그리고 짜증이 치고 올라오기도 했다. 이 짜증은 무엇일까?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동안 지켜왔던 습관을 유지하고 싶기에 억지로 손을 움직여 본다. 몸은 마음과 달리 움직인다. 내 곁에 있는 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를 대한다면, 그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성질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치고 올라오는 짜증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대한 감정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일까? 


<내일을 위한 길>에서 ‘타인의 친절’이 의미하는 것

영화 <내일을 위한 길>은 가족 안에서 느끼는 노년의 쓸쓸함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다. 나이든 부부는 빠르게 움직이는 자식들의 시간을 따라갈 수 없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지만 그들의 시계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있어도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부부의 느려진 사고와 나약해진 몸은 자식들에겐 불편하고 귀찮은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자식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지만 그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시간의 강이 흐른다. 이러한 시간의 강을 ‘세대차이’, ‘갭’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세대차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느 정도 힘이 있을 때 웃으며 할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존재가 투명해지는 것 같다. <내일을 위한 길>의 노부부는 자식들의 공간에서 화분처럼 지낸다. 가족 안에서 쓸쓸한 노부부에게 친절을 베푸는 이들은 ‘타인’이다. 뉴욕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여행을 보내던 바크와 루시에게 자동차 판매자는 자동차를 ‘파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도시 드라이브를 시켜주고, 빠른 음악을 지휘하던 연회장의 지휘자는 그들을 위해 느린 템포의 음악을 연주한다. 


‘타인의 친절’을 통해 <내일을 위한 길>의 레오 맥캐리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이 든다. 늙는다.’ 회피할 수도, 정지할 수도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는 노인이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고민했을 것이다. 젊은 자식들은 제 살기에 바쁘다. 노인에게 가족은 쓸쓸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범주에 국한되지 않은 관계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싶은 듯하다. <내일을 위한 길>은 ‘노인을 공경하라!’라는 텍스트로 시작된다. 교과서적이고 고리타분한 말이지만 영화를 보고 극장에 나올 때 이 말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 중에 누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각주:1], ‘두 존재의 공존이 가능한, 즉 사회적 관계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라고 물었을 때 영화 시작의 텍스트가 의미로 다가왔다. 그 텍스트는 관계의 윤리성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든든하게 나이 들기 위하여

<아무르>를 보면서 나의 노후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 교직생활을 했기 에 노후의 삶이 보장되었던 안느와 조르주와 달리 나의 노후는 연금도 녹록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사(私)보험을 들 형편도 안 되는데 나의 노후는 어떻게 될까 불안했다. 지인은 본인이 나이 들면 폐지 줍는 할머니로 살아갈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집이 저당 잡혀 갈 곳이 없는 <내일을 위한 길>의 바크와 루시가 ‘젊을 때 저축하라.’는 거리의 간판을 보며 씁쓸하게 지나치는 모습이 나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것이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 나는 늙어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사회경제적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무르>를 보며 느낀 불안감을 <내일을 위한 길>을 보며 다독이려고 했다. 


“가족 안에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어. 사회적 관계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해!” 나도 언젠가 나이가 들 것이고 흐릿해질 것이다. 나이가 들고 흐려진다고 하여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존재에 대한 인식과 관계의 연대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싶다. 노인의 경험이 세대의 강 때문에 단절되지 않도록 징검다리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특히 할머니의 경험이 전수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일본의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아흔이 넘어 쓰기 시작한 시를 모아 아흔 여덟 살에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을 세상에 내 놓았다. 할머니는 지금 이곳에 없지만 할머니의 삶은 할머니의 시집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할머니 시(詩) 교실을 열고, 할머니들의 시(詩)를 모아 시집 한권을 내놓으면 어떨까?’ 든든한 나의 노후를 위해서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할머니의 커뮤니티는 곳곳에 많이 존재해야 한다.


貯金 (저금)

私ね 人から 나 말야, 사람들이

やさしさを貰ったら 친절하게 대해주면

心に貯金をしておくの 마음속에 저금해 두고 있어


さびしくなった時は 외롭다고 느낄 때

それを引き出して 그걸 꺼내

元気になる 힘을 내는 거야


あなたも 今から 당신도 지금부터

積んでおきなさい 저금해봐

年金より 연금보다

いいわよ 나을 테니까


- 시바타 도요 시집 <약해지지 마>

  1. 나이 권력으로 젊은 사람을 뭉개는 늙은 가부장을 많이 보았기에, 늙음과 젊음의 힘의 관계를 일반화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늙음과 젊음에 있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존재가 소수자인가?’라고 질문을 하고 싶었다. [본문으로]
2013. 3. 16. 20:06

시인의 책을 보았습니다. 시인의 책 제목은 <자고 있어, 곁이니까>이었습니다. 시인의 책이 시집이 아닌 것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시인의 책에는 시인의 시심이 가득히 담겨있습니다. 김경주 시인이 기록했습니다. 그와 그의 아내의 숨결로 만들어진 아이에 관한 기록입니다. 자궁 안에 아기가 머물었던 278일의 시간이 책 안에 고스란히 묶여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떠할까 상상했습니다. 아비의 바람이, 아비의 고백이, 아비의 두려움과 다짐이 담긴 책을 먼훗날 아이가 읽는다면 아이는 그 시간이 아름다워 눈물을 흘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기억할 수 없는 본인의 시간을 아비가 대신 기록해 주어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받은 아이라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뱃속에 술과 음식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심장을 가진 아이를 품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 안에 하나의 심장이 아니라 두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어떠할까. 문득 상상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경이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무한히 믿는 존재를 품에 안고, 그 존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내 삶에 있다면 덜 외로울까.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친구의 육아일기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붉은 하늘 위로 어둠이 내려 앉는 시간, 친구는 왈칵 외로워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잠든 꼬맹이의 손을 지그시 잡고 잠을 청했다고 합니다. 곁에 꼬맹이가 있어 다행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를 품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어떤 심정일까요. 사람은 누구나 두개의 심장을 가지는 시간을 거칩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하지만 나는 그때를 경험했지만 기억하지못합니다. 내 안에 두개의 심장이 뛰는 시간을 나는 다시 맞이할 수 있을까요? 확신할 수 없는 생이지만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내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내가 사내 아이였다면 나는 두 번 다시 그 경험을 할 수 없었겠지요. 이것은 막연히 가지는 동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막연히 가지는 동경으로 나도 아름다워지고 싶습니다. 


김경주 시인을 초대하였습니다. 아이를 갖기 시작한 사내의 소심한 시심을 직접 듣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4월 4일 목요일 저녁 작은극장에서 그를 만날 생각하니 조금은 흥분되기도 합니다.



2013. 3. 5. 01:31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접하면 나도 반짝이는 것 같아 즐겁다. 민우회에서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여성주의 영감을 얻게 된 당신의 책 38페이지를 함께 읽는 액션 위크를 기획했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책장의 책들을 펼쳐본다. 여성주의 영감을 얻게 된 나의 책 38페이지엔 어떤 글이 쓰여 있을까? 페미니즘 서적을 펼쳤다가, 독립에 관한 에세이를 펼쳤다가, 만화책을 펼쳤다가, 진은영 시인의 시집 <훔쳐가는 노래>를 펼쳤다. 그녀의  시집 38페이지에는 좋아하는 시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가 있다. 천천히 시를 읽으며 생각했다. 生은 어쩌면 神이 전하는 유일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진은영 


그것을 생각하는 것은 무익했다

그래서 너는 생각했다 무엇에도 무익하다는 말이

과일 속에 박힌 뼈처럼, 혹은 흰 별처럼

빛났기 때문에


그것은 달콤한 회오리를 몰고 온 복숭아 같구나

그것은 분홍으로 순간을 정지시키는 홍수처럼

단맛의 맹수처럼 이빨처럼

여자뿐 아니라 남자의 가슴에도 달린 것처럼

기묘하고 집요하고 당황스럽고 참 이상하구나

인유가 심한 시 같구나


그렇지만 너는 많이 달렸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농부가 가지에서 모두 떼어버리는 과일들처럼......


여기까지 시작되다가

이 시는 멈춰버렸구나


투명한 삼각자 모서리처럼 눈매가 날카로운

관료에게 제출해야 할 숫자의 논문을 쓰고

"아무도 스무살이 이토록 무의미하다는 걸 내게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라고 써보낸 어린 친구에게 짧은 편지를 쓰고

나보다 잘 쓰면서

우연히 나를 만나면 선배님 시를 정말 좋아했어요,라고 대접해주는 예절 바른 작가들에게,

빈말이지만, 빈말로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는 것은 성경에도 나와 있는 일이니까,

빈말이 아니더라도 '좋아해요'와 '좋아했어요'의 시제가 의미하는 바를 엄밀히 구분할 줄 아는

나는 고학력의 소유자니까,

여전히 고마워하면서, 여전히 서로 고마워들 하면서, 그동안 쓴 시들이 소풍날 깡통넥타와 같다는거

어릴 적 소뭉 가서 먹다 잊은 복숭아 깡통넥타를

나는 아매 열매 맺지 못할 복숭아나무 가지 사이에 끼워 놓았나보다, 바람이 불고 깡통 구멍이 녹슬어가고 파리인지 벌인지 모를 것이 한밤에도 붕붕거리고,

그것은 너와 나의 어린 시절이 작고 부드러운 입술을 대어보았던 곳, 그 진실한 가짜 맛

그러다가 나는 문득 시작해놓은 시가 있으며


어떤 이야기가,

어떤 인생이,

어떤 시작이

아름답게 시작되는 것은 무엇일까

쓰러진 흰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생각해보기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