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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에 해당되는 글 7건
2013. 6. 4. 00:31



집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연결을 했다. 라디오말고 세상과 접할 수 있는 경로를 하나 더 만들었다. 피곤하고 귀찮은 마음에 얼른 씻고 잠을 청할까싶었지만 안부를 전하고 싶었다. 지인이 주거주지를 서울에서 충청도 홍성으로 옮겼다. 오늘은 지인이 그곳에서 첫 출근을 한 날이다. 출근은 어떠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반겼는지, 새로운 공간에서 잠은 잘 잤는지 궁금함이 들었다. 가까운 이가 공간적으로 멀어진다는 것은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영역권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느낄 때가 있다. 항상 같은 영역권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거주지를 옮기니 마음이 서늘했다. 공간의 거리감은 있지만 지인과 안부를 자주 물으며 마음과 마음사이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컴퓨터 전원을 켰다. 블로그를 통해 가까워졌듯이 다시 이 공간을 통해 안부를 서로 물으며 관계의 탄탄함을 유지하고 싶다. 출근 잘 하셨지요? :)


목련집으로 거주지를 옮긴지 2주가 되었다. 독립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를 둘러싼 조건들이 한순간에 많이 바뀌었다. 바뀐 공간에 적응을 하며, 애도의 시간을 가지며, 관계의 기쁨도 느끼며 정신없는 요즘을 보내고 있다. '독립'과 관련해서 내가 느끼고 깨닫는 것들을 잘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귀한 관계일수록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생활인으로 삶을 꾸려가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투여된다는 것을 체감하며 원가족이라는 범주 안에서 상당한 돌봄을 제공받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확인하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독립을 맞은 나는 앞으로 원가족과는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가야하는 것일까 과제를 하나 얻었다. 많은 과제들이 눈앞에 하나씩 하나씩 쌓인다. 가난하지만 알뜰하게 지출하며 저축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터득해야할지와 배근육과 허리근육은 어떻게 하면 만들어지는지와 밥을 잘 챙겨먹으면서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과 활동과 내가 분리되지 않고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탐색하는 것과 애인님에게 기쁨을 전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 등 기쁘게 맞이해야할 과제들이 오밀조밀 모여 앉아 반짝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차근차근' 그렇게 과제들을 행하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3년 새해 계획 리스트를 보았다. 8개의 리스트 중에서 '독립'이라는 것을 행한 나와 마주하고 있는 이 밤, 내가 참 대견스럽다. 요즘은 체력적으로 많이 피곤하지만 충만한 상태이다. 빨리 잠을 청해야겠다. 


독립준비자를 위한 바람의 경험기 제1탄 부모님에게 이렇게 독립을 말했어요!


부모님의 스타일을 파악하세요. 대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그런데 서른을 넘긴, 결혼을 하지 않은, 수입이 적은, 거주지와 직장이 동일한 지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여자 사람의 경우 집에서 나오겠다는 말이 절대 쉽게 떨어지지않아요. 말을 꺼낸다고 하더라도 대화는 아마 99.9%는 불가능하다고 믿어요. 그러했을 때 중요한 포인트는 초지일관 흔들리지 않고, '나는 집을 나갈 것이다.'라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해요. 그 어떤 회유와 협박 달램이 들어온다고 손치더라도 말하는 것이지요. '나는 집을 나갈 것이다.'라고요. 그리고 저는 허락을 구하고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집을 알아보고 계약을 하고 독립을 말하였어요. 내게 핑계를 주지 않기 위하여. 계약을 하면 부모님도 어찌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나 또한 정말 계약한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고요. 계약은 내가 약해지지 않는 힘이 되었어요. 그런데 계약은 부모님에겐 어찌못할무엇이 아니더라고요. 계약을 했다고 해도 그 계약을 물리라고 말을 하였으니까요. 그랬을 때 다시 한 번 흔들리지 않고 말하는 것이지요. "나 계약했어. 나 나갈거야."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예상했기에 부모님에게 '나 집 나갈거야.'라는 말 외에 수면 밑에 있는 의미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편지를 써서 전했어요. 두분중 한분은 절대 읽지않겠다며 편지를 읽지않았지만, 또다른 한분은 편지를 읽고도 나가지말라는 본인의 고집은 꺽지않았지만(의미 전달 효과성은 뭐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일종의 자기만족과) 내 의지를 확고히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았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20130603)

2013. 5. 6. 21:47
안녕하세요. 바람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 공간에 들어와서 글을 남기게 됩니다. 아마도 저의 블로그의 시간은 2013년 4월 21일 밤에 멈춰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한동안 저의 블로그를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였고요. 남겨주신 안부에 바로 답장을 전하지도 못한 저의 불찰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를 바래봅니다.


4월은 제게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 계절이었습니다. 기쁨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고,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던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4월이 지났지만 여전히도 해결해야 할 숙제는 존재하지만 더디게 하나씩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저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이사를 해야했지만 아직 이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5월 중순에는 이사를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필요한 물품 목록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세탁기와 냉장고입니다. 독립 가구에 필요한 세탁기와 냉장고의 가격을 알아보았습니다. 새것을 구입하기 이전에 누군가가 잘 사용하다가 이제는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필요없는 그 두녀석이 있으시다면 너무나도 엎어오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필요한 목록을 무순위로 나열해보면,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침대 :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데려갈 것 (많이 낡은 것이지만 메트리스만 가져갈 생각임. 아 그런데 밑에 수납공간이 있는 침대다. 수납공간이 필요할텐데 고민해보도록 하자. 하지만 할아버지 나무 책상을 침대 옆에 두려고 한다면 메트리스만 있는 것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잊지 말자.)


노트북 : 이것도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데려갈 것


노트북 스피커 : 지인께서 좋은 컴퓨터 스피커를 친히 기증해주시겠다고 함 :)


소형라디오 : 세상이랑 소통해야하니까. 외로움을 떨치기 위한 친구가 필요할 것 같다.


헹거 : 집에 있는 헹거를 빼올 수 있도록 함. 임여사님이 안주겠다고 하면 어쩌지? 빨리 옷정리도 해야 함.


나무좌탁

책상

책상의자

책장

: 위의 리스트는 집을 구성함에 있어 일종의 로망의 소품들이다. 이것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마음에 드는 것으로 득템할 수 있도록 쇼핑리스트에 일단을 올려두어야 겠다. 하지만 나의 로망에 부합하는 물건을 누군가께서 더이상 쓰지않으시겠다면 엄청 받고 싶다. +ㅗ+


스탠드 : 거실용 스탠드는 고장난 것 전파상에 반드시 수리 맡길 것, 방에 둘 스탠드는 이소정에게 애교부려서 하나 맹글어 달라고 꼬셔 볼 것.


장농 : 왠지 나무좌탁과 책상과 책상의자 책장과 같은 구성의 느낌의 물품이면 좋겠다. 장농 없이 생활할 수 있을까? 헹거가 있다면 대체할 수 있을듯도 하나 계절마다 이불을 바꾼다면 그 이불을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불은  압축팩같은 곳에 넣어두고 베란다에 보관할까? 왠지 습해서 여름동안 공팡이가 생길 것같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봐야겠다.


주방용품 : 냄비 큰 것, 작은 것, 후라이팬, 칼, 도마, 국자 등과 같은 요리도구, 숟가락 젓가락, 밥그릇, 접시, 컵, 주전자 등. 이것도 취향을 고려하여 장만하고 싶은 것들. 그런데 취향도 취향이지만 예산이 안맞으면 임여사님의 그릇들을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지 방법을 고려해보도록 할 것. 디테일하게 필요한 것들 생각해보기. 살면서 하나씩 구입하도록 하기.


침구 : 겨울용 침구는 임여사님께서 해주신 극세사 빨간 꽃무늬 침구를 가져가도록 하겠음. 겨울 이불 세탁해야 함. 아직 겨울용 이불을 사용하고 있음. 여름용 침구를 장만하도록 함.


전기장판 : 전기장판을 극도로 싫어함. 만약 집이 춥다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 됨. 이것은 그때가서 판단하도록 함.


선풍기 : 유난히 더워하는 나로서 여름 필수 아이템


청소기 : 청소기와 관련해서 사람들의 의견이 나뉜다. 얼마전 점심시간에 청소기파와 빗자루파로 나뉘어서 점심토론을 진행했다. 청소기파인 나우는 빗자루질을 하면 먼지가 너무 날리고, 머리카락 등은 소형청소기로 쏙쏙 빨아들이면 그렇게 편할 수 없다고 함. 빗자루파인 박봉은 머리카락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은 찍찍이로 제거하고 빗자루질을 하면 된다고 함. 나의 청소 스타일을 보았을 때 나는 청소기가 필요한 사람이다. 소형 청소기를 알아보자.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확인해보자.


밥솥 :집에 제일 먼저 들여놓아야 하는 것이 밥솥이어야한다며, 그래야 굶어죽지 않는다며  또다른 지인이 하사함. 쿠쿠전자밥솥으로. ㅎ 


가스레인지 : 전세입자가 두고 감. 깨끗이 닦아놓고 가심. 


커피포트 : 이것도 제3의 지인께서 선물하겠다고 약속하심.


대략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공개하는 이유에는 혹시 안쓰거나 이참에 기존에 쓰던 것을 바꾸려고 생각하는 물건들이 있다면(주황색으로 쓰여진 물품들이 필요한 것들이어요! ㅎ) 제게 연락을 주시면 좋겠다는 사심을 담은 의도가 분명히 있습니다. ㅋ 그리고 살다보니 이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는 독립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 이렇게 기록합니다. 우선은 1차로 생각나는 것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조언을 얻어서 리스트를 확정해야겠습니다. 


뜸했던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글로 시작해서 목적성이 다분히 내포한 글로 마무리 짓습니다. 여긴 내 블로그니까용. ㅎ 뭔가 심히 까불고 싶은 밤입니다. 곧 두려움의 시간이 다가오니 그 두려움을 잊고 싶어서 그러는 것같습니다. 오늘밤을 무사히 넘기고 독립의 길로 향할 수 있도록 기원부탁드립니다. 


독립만세! 독립만세! 독립만세!


2013년 5월 6일

바람드림.




2013. 3. 31. 01:50

바느질을 해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피아노 곡을 들어도 심란하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오늘도 집을 보고 왔다. 연신내에 있는 집 하나와 구산에 있는 집 두채를 보았다. 연신내에 있는 집이 어제 응암에서 본 집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연신내에 있는 집 월세 역시 내 기준보다 높았다. 아무래도 월세를 기준보다 상향조정을 해야할 것같다. 햇볕이 잘들고 창문을 열면 목련나무가 보이는 연신내 목련 집은 내가 머뭇거리는 동안 누군가의 마음에도 쏙 들 것이다. 그래서 어제보다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 나니 어떻게 임여사님과 이부장님에게 이야기를 전해야할지 심장이 쪼그라들 것 같았다. 


연신내 목련 집은 낮에 친구와 함께 보았고, 구산동 두채의 집은 저녁에 동생과 함께 보았다. 집 근처 찻집에서 동생에게 물었다. "집 보고 나니까 어땠어?" 과거에도, 그리고 어제 몇몇집을 본 나와 달리 동생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언니 집이 낡건 작은건 문제가 아니야. 싱크대를 새로하고, 신발장을 바꾸고, 벽지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 않아. 그건 그 집에 사는 사람 스타일대로 가꾸고 채워나가는 것이니까. 그런데 언니 오늘 본 집은 걱정이 되어. 대문 안과 밖에 뾰족한 무언가로 찍혀 있는 것 봤어? 어떤 사연으로 대문 모양은 그렇게 된걸까? 왜 큰방에는 방범창이 있는데 작은 방에는 없는 걸까? 집주인 아줌마는 그곳이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어서 걱정안해도 된다고 하지만 아까 일층에서 올려다보니까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어. 집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싱크대, 신발장, 벽지보다 마음놓고 지낼 수 있을지를 먼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계속 싱크대, 신발장, 벽지만을 말하는 오늘의 집주인과 부동산 관계인은 별로야."라고 동생은 똘똘하게 말한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것을 동생은 보고 체크하고 있었다. 함께 동행해준 친구도 창과 문을 꼼꼼히 체크했었다. 마음이 급해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동행인들은 보고 있었다. 고마웠다. 친구와 함께 낮에 본 연신내 목련 집은 안전에 있어서는 일정 마음이 놓였다. 지금 연신내 목련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게 집을 잘 관리하며 쓰고 있었다. 집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도, 귀여운 옥상도 좋았다. 동네분위기도 괜찮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상의 집이라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니 난 이미 혼자서 진도를 마구 빼고 있었다. 하지만 동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일의 순서를 생각해야겠다 싶었다. 홀로 있던 집에서 다른 집으로 옮기는 상황이 아니니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우선 임여사님과 이부장님에게 어떻게 이 상황을 전달해야할지. 올해 1월 딱 한 번 독립소동을 벌이고 그 이후에 난 쭉 침묵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쑥 이야기를 해야하니 나도 난감하다. 그저 순수한 독립의지만 믿고 무조건 밀어붙여야할지. 동생과 함께 임여사님과 이부장님의 반응을 예측했다. 동생은 우리가 '남'이 아니기에 서로에게 끼칠 파장을 염려했고, 그 파장이 솔직히 두렵다고 했다. 언니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지만 관계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나의 독립에 대해 소극적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 심정이 무엇인지 알겠다. 임여사님의 캐릭터와 이부장님의 캐릭터 그리고 나의 캐릭터가 부딪혔을 때의 불꽃과 그 상황에서 자칭 약자라고 칭하는 두 동생에게 튈 불똥까지. 여동생은 그래도 이렇게 소통하고 있지만 아무런 배경지식 없는 남동생은 격렬한 불꽃을 보며 당황할 것이다. 고려해야할 점들이 너무 많아 어떤 매듭부터 먼저 풀어야할지 멘붕이다. 마음에 드는 집을 놓치지 않고 싶고, 집이랑 소통은 해야 겠고, 소통을 하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하는지,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 등등등. 미치겠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나는 생각해야 한다. 단계를 그려가야 한다. 독립하겠다는 용기에 대한 뽐뿌질은 쉬지 말아야 한다. 목련이 있는 집과의 인연에 대해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목련이 있는 집과 인연이 안되면 벚꽃이 있는 집과 인연이 될 수도 있다. 일단 목련 나무에 눈멀어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해서는 안된다. '관계'를 먼저 보고 어떻게 소통할지를 생각하자. 동생은 일단 언니의 생각을 말하고, 그리고 엄마 아빠의 생각을 들어보라고 한다. 서로가 생각할 여지를 우선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말에 동의한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면서 임여사님과 이부장님에게 저녁 약속을 제안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나는 시기, 즉 마지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4월을 절대 넘기지는 말자. 떨린다. 너무 많이. 


+ 블로그에서 '독립'이라고 검색해보니 2012년 5월부터 포스팅된 글들이 쭉 나온다. 1년이 다되어 간다. 참으로 지난하다. 하지만 믿어본다. 난 반드시 pre'독립'시기를 잘 거쳐 당당히 '독립'할 것이다. 암, 그렇고 말고.    


(20130330)    



이 봄날 방을 구하러 다니거나 이력서를 고쳐쓸 때, 나 혼자구나 생각되거나 뜻밖의 일들이 당신의 마음을 휘저어놓았을 때, 무엇보다 나는 왜 이럴까 싶은 자책이나 겨우 여기까지? 인가 싶은 체념이 당신의 한순간에 밀려들 때, 이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당신을 반짝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신경숙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가의 말에서


응암역 근처에 집을 보고 왔다. 은평지역은 풍경이 정겹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4곳의 집을 보았다. 4곳의 집 중 한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반지하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물냄새가 훅하고 나거나, 벽에 곰팡이가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지상의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옥탑의 집은 없었다. 4곳의 집 중 한곳이 마음이 들었다. 반지하방이었지만 공간이 상당히 넓었고 남향의 집이라 볕이 잘들었고 공기가 건조했다. 주인할머니가 건물에 살고 계셨고, 건물은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창문을 열면 동네 풍경이 보였다. 낭만이 있는 집이었다. 만약 내가 그곳에 산다면 창문에 풍경을 걸어두고 싶었다. 낡은 집이었지만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가격이 내 기준보다 높았다. 주인할머니에게 혼자 사는 가난한 아가씨라고 어필해보았지만 할머니는 할머니가 생각하는 기준을 고수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방이 계속 생각났다. 하지만 부동산 실장님은 집구할 때 최대한 발품을 많이 파는 것이라며 일단은 다른 집을 더 알아보라고 했다. 할머니 집은 당장 나갈 것 같지는 않으니 조급한 마음은 살짝 내려놓으라고 한다. 그래, 조급한 마음은 살짝 내려놓고 내일도 바지런히 움직여보자. 어찌되었든 첫테이프를 끊었다! 첫테이프를 끊을 수 있게 정보를 물어다준 가을에게, 동행해준 먼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액숀 시작. ㅎ 

(20130329)

 


오늘은 투쟁 1,925일차가 되는 날입니다. 종탑 위에 오른지도 이번주 수요일이 되면 50일이 됩니다. 동지들이 그곳에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곳엔 바뀐 것 몇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바뀐 것은 주황색이던 작은 집이 겨자색큰집으로 바뀐 것 입니다. 지난 주말 농성장을 방문한 동지들이 이전의 집보다 큰 집으로 바꾸어주었습니다. 두번째로 바뀐 것은 종탑 위에 올라올 때 가지고 온 치약 한통을 다 쓰고 새로운 치약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바뀐 것은 종탑 위에 오르기 전 머리카락을 자르고 올라왔던 여민희 동지의 앞머리가 자라 눈을 찌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모든 것이 변하고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1,900여일이 넘는 시간 동안 배우지말아야할 것들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자본의 폭력성을 배웠고 그 폭력의 논리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탑 위라 그런지 급한 마음은 다독여지고, 내 안의 폭력성을 자제하며 나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의 싸움이 단순히 문구상의 '승리'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활하고 투쟁해야할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이 긴 시간은 더 많은 마음을 모으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독이고 다독여도 때로는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종탑 아래 조합원들의 지친 마음이 이곳에서도 느껴집니다. 종탑 농성 50일을 앞둔 지금, 다시 처음의 마음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천천히 그리고 넉넉하게 싸워가려고 합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니 촛불을 들고 있는 동지들의 모습이 참 이쁩니다. 오늘 날도 추운데 찾아와주신 동지들 고맙습니다. 오늘 밤엔 집에 돌아가셔서 몸 따뜻하게 녹이고 잘 보살피기를 바랍니다.


+ 2013년 3월 25일 월요일, 재능문제 해결을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종탑 위 오수영 동지의 발언 中

그녀는 바람을 피할 수 없는 그곳에서 아래의 우리를 걱정합니다.



2013. 2. 24. 13:57


조조영화를 보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았다. 조울증으로 분노 조절이 어려운 팻은 법원의 명령으로 8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아내 니키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받았다. 떠나간 니키가 돌아올 것을 기대하며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그는 부단히도 애를 쓴다. 애 쓰는 팻의 곁에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티파니가 있다. 팻은 니키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티파니의 제안을 수락한다. 함께 댄스 대회에 나가는 것을 전제로 티파니는 팻의 편지를 니키에게 전해주기로 약속한다. 영화를 보면서 "티파니는 왜 팻을 도와주는 것일까?" 의아했다. 그런데 전혀 멋있지 않는 두 사람의 댄스 장면을 보면서 알겠더라. 어떤 이유가 있기때문에 티파니가 팻을 도운 것이 아니라 그를 사랑하고 있기때문에 도왔다는 것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불안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불안과 분노는 누군가만이 특별히 전유하는 감정이 아니다. 팻과 티파니 외에도 영화 속에는 그 불안과 분노를 품고 있는 이들이 나온다. 그것은 모두가 사유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영화는 꾸준히 말한다. 불안과 분노를 육두문자를 빌어 거침없이 발설하는 팻과 티파니가 매력적이었다. 영어를 잘 들을 수 있다면 시원하게 그 육두문자의 세례를 받을 수 있었을텐데. 언어의 장벽이 안타까웠다. 일상에서 감정과 분노의 조절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 감정과 분노를 잘 발설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잘 화내고 분노할 수 있을까? 그것이 과제이다. 달라서 재미있는 로맨틱코미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었다.


+ 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엄청나게 매력적인 배우이다. 삐적마르지 않은 그녀의 몸은 멋있다. 

+ 매니큐어 색깔도 이쁘더라. 시커먼 매니큐어를 사려고 했는데 회색 매니큐어로 낙찰! ㅋ 나도 슴옥희 도전해보련다. ㅎ

+ 김혜리 칼럼 : 제니퍼 로렌스, 생존자의 섹시함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6&cid=928052&iid=21490449&oid=428&aid=0000000005&ptype=021

(20130224)


집을 구할 때 '나만의' 기준을 두고 방을 보라는 지인들의 조언을 들었다. 그런 조언을 염두하고 '나만의' 기준을 정리해보았다. 반지하보다는 옥탑을. 옥탑은 누구나가 쉽게 옥탑을 드나들 수 있는 구조보다는 옥탑의 출입을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곳으로. 그리고 조리하는 공간과 방이 분리될 수 있는 공간을. 마지막으로 창문과 대문의 방범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찾는것이 나의 바람이다. 이런 기준이 충족되는 집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조바심 가지지말고, 집중해서, 긍정의 마음으로 발품을 열심히 팔도록 하자. 

(20130224)


오랜만에 동생과 오랜 수다를 나누었다. 수다의 주제는 임여사님과 이부장님의 뒷담화와 두분에 대한 걱정과 서로의 요즘과 나의 독립 등이었다.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각자의 고민에 대한 서로의 지혜를 나누면서 문득 여자 동생이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내 동생은 지혜로운 아이다.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보지 못한 것들, 내가 봐야할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동생은 나의 독립을 적극 지지하며, 독립하면 최대한 임여사님과 이부장님에게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했다. 나의 경제 수준에서, 나의 철학과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최선을 다해 '잘' 살면 나의 삶에 대해 두분도 뿌듯해할 것이라며 나에게 힘을 전해주었다. 동생은 가난하더라도 삶을 '잘' 가꾸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내 몸을 잘 챙기면서, 구질구질하지 않게, 나만의 삶의 방식을 건강하게 만들어 가라고 했다. 동생의 말은 생각하면할수록 감동적이다. ㅎ 

   (20130223)    



노트북으로만 듣던 음악을 공연장에서 들으니 사람들이 공연장을 가는 이유를, 음악가들이 카페보다는 공연장에서 연주하고 노래하고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운드가 좋았다. 베이스 소리가 '간지'나는 소리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함께 동행한 이가 "가스펠 분위기가 난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동의되었다. '그릇'이 가지는 특유의 건강함이 있다. 그 건강함이 가스펠의 무언가와 닮았다. 여하튼 밴드 '그릇'의 공연을 잘 다녀온 것인지, 아닌지 딜레마에 빠졌다. '가스펠'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쉬이 떨쳐지지 않는다. ; 밴드 '그릇'의 장점과 단점을 확인하는 공연이었다. 그래도 음악이 좋아서 밴드를 하고, 좋아서 하는 음악을 좋아해 주어 고맙다는 그들의 마음을 믿고 다음 음반을 기대해본다. 일단 공연 후기를 짧게 정리하면 공연보다는 음반이 좋다. 


+ 그리하여도 공연이 있을 때 가끔 공연장 가어야지. 밴드'그릇'만의 특유의 귀여움이 있다. ㅋ

+ 공연장에서 나눠주었던 홍차가 정말 맛있었다. 그 홍차의 이름을 알고 싶다. 텀블러에 배인 홍차향에 킁킁 황홀해했다.

+ 사진출처 : http://cafe.naver.com/bandbowl 

(20130222)


어제는 아팠다. 

출근을 못했다.

노인이 나오는 영화에 관한 글을 썼다.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은 피곤했다.

뒷목이 뻐근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정책과제를 보았다.

뒷골이 땡겨왔다.

앞날이 깝깝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공연을 다녀왔다.

기타를 배우고싶다.

홍차를 마셨다.

홍차는 맛있다.

두눈이 빨갛다.

나는 피로하다.

피로물질아 내게서 멀어져라.

맥주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불면의 밤은 매일 찾아온다.

잠을 푹 자고 싶다.

결국 주말이 왔다.

그리고 주말은 가겠지.

3월이 온다.

(20130222)



누구나가 다 볼 수 있는 오픈 된 공간에 일기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잠시 생각했다. 내가 낱낱이 드러나는 것 같은 불편함이 있지만 나의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30대를 맞이하고 있는 여성들의 오늘 이야기, 누군가와는 분명 공감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를 최대한 기록한다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다. 민우회 활동가들과 맥주 한 잔을 마셨다. 맥주를 마시며 주고 받은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그 중 하나가 '엄마 어디가?'라는 이야기였다. 요즘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에 아이디어를 얻어 따뜻한 봄날 활동가들이 엄마와 함께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부모에게 있어 민우회 활동가는 외계인같은 존재다. 돈도 많이 못 벌고, 사회적 지위도 없고, 결혼도 안하는 하자투성이(?)의 딸을 둔 엄마들이 모여 '내 딸이 외계인이 아니구나. 내 딸과 같은 딸들이 가까이에 있구나'라고 엄마가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엄마 어디가'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엄마 어디가? 봄 산행 편' 기획팀은 폴, 꼬깜, 바람, 멍군이다. 분명 어색하겠지만 딸과 엄마가 서로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엄마 어디가? 봄 산행 편'이 무리없이 잘 진행되면 '엄마 어디가? 1박 2일 가을 여행 편'도 기획해볼 참이다. 그때는 참석의 범주도 엄마와 딸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매, 여자친구로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1차 기획은 활동가와 활동가를 자식으로 둔 엄마들의 임파워링 목적으로 실행해볼 참이다. ㅎ 걱정되지만 두근거린다. "꼭 실행해야지. 옥히? 폴, 꼬깜, 멍군" :)

(20130220)  


무엇이든 밀리면 하기 싫어지고, 하기 싫어지면 '원래' 하고자했던 것을 '결국'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동안 쓰지 못한 일기를 써야지 압박만 느끼다가 오늘의 일기부터 쓰기로 한다. 그렇게 '일단' 시작한 일 중의 하나가 가계부 쓰기. 가계부에 수입을 기록하지못했지만, 그간의 지출을 기록하지못했지만 어제의 지출 기록부터 시작으로 가계부 작성 모드에 들어갔다.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독립을 위해선 계획적 소비의 연습이 필요하다. 

요즘 내가 집을 나가겠다고 종종 말하니 임여사께서 내 눈치를 살핀다. 임여사님은 살살, 살갑게대하면 내가 그 달콤함에 현혹되어 '집나가기'를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손님이 오면 항상 내 방은 손님방이 되었다. 나는 방을 내어주고 거실에서 잤다. 임여사님은 나의 의사를 묻지 않고, 동생 방은 내어줄 생각도 하지 않고 항상 내 방을 내어 주었다. 사촌동생이 대학 입학때문에 올라왔다. 출근 전 임여사님은 "**이가 오는데 네 방에 재워도 되나?"라고 물었다. 건조하게 답했다. "엄마 집인데 엄마 마음대로 해." 과거엔 항상 내 방만 내어주는 것이 불만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무덤덤했다. 임여사님의 집에서 나와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독립의지'는 임여사님의 집에서 내 방을 사수하고 싶다는 욕망을 자연스레 흐릿하게 만들었다. 퇴근 후 돌아와 보니 임여사님은 동생 방을 사촌 동생에게 내어 주었다. 임여사님과 함께 살며, 내 방이 아닌 동생 방을 내어 준 것은 최초의 일이다. 이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독립'을 앞두고 임여사님과 나의 미묘한 신경전이 이런 식으로 발현되고 있다. 다음주 중에 휴가를 내어 임여사님과 바깥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 볼 참이다. 동생의 조언을 새겨 들어, 차분하고 진지하게 나의 의지를 임여사님에게 전달해봐야 겠다. 싸우지말아야할텐데. 서로의 언성이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깥에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20130219)

2013. 2. 2. 22:40
* <작은책> 2013년 2월호 활동가 일기 꼭지에 원고를 하나 썼다. 이제 정말 동네방네 다 소문을 내서 이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한다. 나는 이제 더이상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없다. 

3월엔 나도 싱그럽게 독립할거야


이소희․바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민우회 활동가로 살아온 시간이 7년째 되어 가고 노동팀 활동가로 활동한 지도 4년째 되어 간다. 시간은 흘렀고 지금 나는 이곳에 있다. 매일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또 잘 흘러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내 안에 ‘독립’의 씨앗을 심어 준 민우회에, 내가 만난 ‘여성주의’에 새삼스레 고맙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따뜻한 밥과 국이 있다. 마실 물이 딱 한 컵 남아있어도 다시 주전자에는 뜨끈한 보리차가 어느새 끓여져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고 나설 옷이 옷장에 잘 개여 있고, 특별한 가사노동을 하지 않아도 생활이 깔끔하게 유지된다. 치약이 떨어져도, 화장실 휴지를 다 써도, 화장실에는 새 치약과 휴지가 나도 모르게 놓여 있다. 100만원이라는 빠듯한 월급을 받고 있지만 저축도 하고,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잠시 갈등하지만 먹고 싶은 것을 사먹고, 가끔 영화를 보러 극장에도 간다. 자잘한 소비를 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들이 채워지고, 하고 싶은 것들을 소소하게 누리며 산다. 이러한 평안과 안녕이 가능한 이유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가사노동에, 아버지의 경제력에 기생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안과 안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독립하고 싶어!”라는 말을 주문처럼 하고 다녔다. 방 한 칸 구할 수 있을 정도의 보증금이 모이니 작년에는 “내년에는 독립할거야!”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어떤 이는 최대한 빌붙을 수 있을 때까지 빌붙는 것이 득이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잘 생각했다며 나의 말에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이처럼 ‘독립’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하루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데 나는 왜 굳이 독립하려는 걸까? 부모님 집에서 거주하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안락함을 왜 포기하려고 하는가? 


얼마 전 주거공간을 직거래하는 사이트를 둘러보았다. 은평구에 있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0만원 하는 집들을 주로 보았다. 지상의 집들은 5평에서 6평 정도의 사이즈였고, 부엌시설은 열악했고, 취향을 알 수 없는 벽지에, 30분 이상 있으면 답답증을 유발하는 원룸이 대부분이었다. 부엌과 방이 분리된 공간이 있는 곳은 지하(반지하) 또는 공중(옥탑)의 집들뿐이었다. 


‘아, 내가 주거할 수 있는 공간의 현실은 이러하구나. 집 나가면 앞으로 치약이며, 휴지며, 샴푸며, 먹을거리며 모두 내 가계부에서 지출되겠구나. 매달 월세가 일정하게 30만원씩 나가고, 전기세․수도세․가스비 등 기본적인 세금 등이 꼬박꼬박 10만원씩 지출되겠지? 그리고 별도의 생활비를 치러야 한다. 저축은 가능할까? 계속해서 지하 또는 공중의 집에서 살아야겠지?’ 순간 갑갑함과 구질구질함이 서럽게 밀려왔다. 그래도 마음 한편엔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꾸역꾸역 비집고 올라왔다. 서른이 넘으니 부모와 자식은 분리되어야한다는 생각이 점점 더 명확해진다. 책상과 책장, 침대와 옷장이 있는 부모님 집의 내 방은 편안하지만 불안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울고 싶어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남몰래 울어야 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나를 끝없이 아래로 끌어당겨도 함께 살고 있는 이들과의 예의를 위해 웃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부모님 또한 결혼하지 않는 딸이 걱정되고, 답답해 화병에 이를 지경에 까지 왔다. 서로의 정서적 평화를 위해서 이제는 분리가 필요한 것이다. 엄마에게 독립 이야기를 꺼냈더니 엄마는 엄청난 분노를 표했다.


“나이 서른 넘어 집 나가서 우짤라카노? 집에 조용히 있다가 시집이나 가라! 이 집에서 나갈끼면 결혼해서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뭐가 부족해서 나갈라카노! 나갈끼면 니 몸뚱이만 갖고 나가라! 아무것도 갖고 나가지 마라!” 엄마는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얼굴이 붉어졌고 겨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틈틈이 욕설을 뱉으며 강하게 나의 독립을 반대했다. 엄마는 집이 서울에 있는데, 그렇다고 직장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닌데, 남자도 아닌 여자애가, 나이도 적지 않은 딸이 집을 나간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괘심하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집을 나가버리면 평생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살게 될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분노와 불안으로 뒤범벅이 된 엄마에게 이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속으로 읊조린다. ‘엄마, 나도 불안해. 그런데 결혼한다고 해서 모든 불안감이 사라지진 않을 거야. 너무 걱정 마. 어떻게든 살아질 거야.’  


집을 나가려고 하니 모든 것이 장벽이다. 나의 경제적 여건도, 성별도, 나이도, 지위도, 부모와의 갈등 등 쉬운 것이 하나 없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면 할수록 나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열망은 더욱 강해진다. 나의 취향과 냄새가 깃든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다. 내 생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또 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부모에게 빚지며 살아온 삶, 이제 '자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터득하고 싶다. 쌀 한 가마니에 얼마하고, 애호박 한 개, 대파 한 단은 얼마인지 생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들의 가격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거래들은 어떻게 성립되는지 알고 싶다. 빚지지 않고 유지되는 삶은 없다고 어느 소설가가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빚을 지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누군가에게 빚지며 이뤄진 생의 섭리를 늘 각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월급 100만원으로 '물리적인' 의미에서 빚지지 않고 내 생계를 꾸려보고 싶다. 그것이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일종의 실험을 감행하고 싶다. 그리고 홀로인 존재로서 겪게 되는 고독과 맛봐야하는 쓸쓸함의 시간을 온 몸으로 통과하고 싶다. 이러한 것들을 언제까지 비껴나갈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제, 정면으로 뚫고 가야하는 때가 온 것이다. 어떻게든 '홀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터득하고 싶고, 끊임없이 겪게 되는 고독과 외로움에도 익숙해지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의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방탕하지 않는 범주 안에서 마구 자유롭고 싶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산나물 반찬 하나, 구운 김, 간장 한 종지, 뭉텅뭉텅 두부가 그득한 된장찌개, 김치 한 보시기 내어 놓고 소중한 사람들과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러한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올해 다분히 애써야겠다. 말뿐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을 행해야겠다. 그리고 나에게 당부를 한다. ‘소희야, 가슴 속에 낭만을 품 때, 환상에 빠지진 말자. 현실은 환상과 대비되는 무엇이기에 그 현실을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여할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자.’ 봄이 시작되는 3월, ‘독립’이라는 새로운 시작이 쭈글스럽고 소박하게, 한편으론 싱그럽게 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2012. 12. 9. 21:22

고래씨에 관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떠오른 이가 에드워드 호퍼였다. 왜 에드워드 호퍼가 떠올랐던 것일까? 고래씨와 나는 블로그를 통해 가까워졌다. 처음 드라마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접하고, 블로그에 그의 그림에 대한 짧은 글을 적었다. 그때 고래씨는 “에드워드 호퍼의 팬”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여인들을 보면 고래씨가 생각난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고, 고독을 직면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여인들과 고래씨는 닮았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아는 이는 매력적이다. 그래서 인터뷰어가 되어 ‘외로움’을 아는 고래씨가 나의 첫 번째 인터뷰이가 되어주기를 부탁했다.


 

고래, 불가침의 청정구역을 만들다!
고래씨는 기타를 친다. 고래씨는 항상 책을 읽는다. 고래씨는 여행을 즐긴다. 고래씨는 자전거를 탄다. 한 때 고래씨의 작은 방에는 세 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고래씨는 서예를 배웠고, 전각을 한다. 고래씨는 사진을 찍는다. 요즘 고래씨는 MP3로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독일어를 배운다. 고래씨는 취미가 많다. 고래씨의 별명은 ‘취미고래’다. 

 

 

@ 고래씨 블로그

 얼마전 고래씨의 새친구가 된 녀석

 요즘 고래씨는 음악 듣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홍대 공연장에서)

 

"취미가 백만 가지에요.(웃음) 내 삶을 설명하는 핵심 유지하는 키워드이기도 한데 취미생활을 하는 순간은 자본주의적 삶과 가장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것 같아요. 거기에서 에너지를 받아 낮 동안의 자본주의 삶을 견디는 것 같아요. 취미는 단지 취미가 아니라 내 삶의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원천이죠."

 

다양한 취미생활을 섭렵하다보면 그 취미가 정말 좋아 ‘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이 들 법도하다. 다양한 취미 중 '업'으로 삼고 싶은 무언가가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취미가 먹고 사는 일로 전환하면, 모든 것이 자본주의로 구성된 삶 속에서 나만의 ‘청정구역’을 잃게 되는 것이기에 그런 생각이 들 때 마다 ‘아싸리 분리하며 살자!’라고 단단히 마음 고쳐먹는다고 한다. 이처럼 고래씨에게 취미는 단순히 흉내 내고 훑고 지나가는 무언가가 아니라 나를 살게 하는 원천이다. 고래씨는 '청정구역'을 지키기 위해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확보하고, 어떤 것도 범접하지 못하게 마음의 애를 쓴다.

 

취미 이야기를 하다 고래씨에게 “요즘엔 무슨 책 읽어요?”라고 물었다. 고래씨는 퇴계 이황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고 답하였다. 고래씨의 독서 스펙트럼이 넓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퇴계 이황이라니 살짝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고래씨는 이황의 글이나 사상을 보면 경건하고 맑은 느낌이 들어 중세수도사를 만나는 것 같다고 하였다. 고래씨는 이황이 죽기 전에 머리맡에 있는 난을 가리키며 “저 난에 물을 주어라.”라는 마지막 유언을 접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찡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황의 사상엔 종교적인 것이 있어요. 종교는 초월적 가치를 향해 우리를 정화시켜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살아가는데 있어 초월적인 삶을 전제하는 삶과 그렇지 않는 삶은 달라요. 초월적인 삶을 전제하는 삶이 우리 삶을 성찰하게 만들어요. 그것을 전제하지 않으면 매몰되어 살게 될 것 같아요. 산 너머의 초월적 가치를 전제하고 그 가치에 비추어서 삶을 성찰해나가고 싶어요. 한국철학서를 읽다가 퇴계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어요. 내 삶을 해명하는 도구로 철학이 좋은 도구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키워드를 제공해줘요. 철학책을 읽다보면 나의 삶을 비춰가며 읽어요. 나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나의 어떤 감정과 순간에 대해 해석할 수 있는 단서를 주는 거죠. 그때 즐겁고 좋아요."

 

고래, 도시망명자를 선언하다!
고래씨는 대학을 마치자마자 서울로 올라왔다. 경상북도 안동이 고향인 고래씨는 도시에 오면 여자가 담배 피는 것에 대해 엄청난 죄악인 마냥 바라보는 시선이 그곳보다는 드물 것이라는 기대로 도시, 서울을 택했다. 겨울날 서울로 망명한 고래씨는 직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마땅히 의지할 이도 없어 당시 추운 만주 벌판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다고 하였다. 고래씨는 외대 앞에서 하숙하는 친구 방에서 같이 머물기도 하고, 친척 집에서도 살기도 하고 다양한 방과 룸메이트, 하우스메이트를 거치면서 지금은 소박한 풍경이 가득한 동네에서 ‘혼자’ 살고 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도시망명생활을 시작한 고래씨에게 망명자로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물었다. 고래씨는 누군가와 함께 살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것으로 불편함을 느낄 때 이것을 공식화하고 풀어야하는 것을 잘 못해서 속으로 끙끙 앓는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고래씨는 혼자 사는 사람의 외로움에 대해 말했다.

 

"누구나에게 똑같이 30만큼의 어려움이 닥치면 가족이랑 같이 있을 때 느끼는 어려움의 체감은 25정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혼자 살면 그 30을 다 느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가 내 곁에 배경처럼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 때도 있어요.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느낄 때 그 외로움과 쓸쓸함의 비를 다 맞아야 하는 거에요. 그럴 땐 시간에 기댈 수밖에 없더라고요. 애쓰지 않아요. 극복해야지 애쓰는 것은 의미가 없더라고요. 이 시간도 다 지나가겠거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견디는 수밖에 없는 거지요.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로움의 감정에 대해 더 깊이 밑으로 내려갔다온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다보니 이런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타인이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 감정이 뭔지 알 것 같고 공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 고래씨 블로그

여름날 가평 계곡에 발 담그고 신선놀음을 하며 고래씨가 찍은 사진

가을 산, 고래씨는 자연 안에 있으면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고래씨는 외로운 날에는 자연을 찾는다고 한다. 정말 우울했던 어느 날 고래씨는 소백산 한 자락 어딘가에 앉아 펑펑 울고 나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 걸까? 고래씨는 산을 종종 찾는다. 그리고 유독 소백산을 좋아한다. 고래씨가 외로움에 대해 말하자 고래씨에게 두려움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외로움과 두려움은 다른듯하지만 닮은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나는 겁대가리가 없어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알 것 같은데 독립심이 강하고 앞 뒤 안 가리고 일을 저지른 편이라 두려움은 적은 것 같아요. 그런데 사회경제적 두려움은 있어요.” 고래씨는 나이 마흔이 되고 나니까 직장생활을 무탈하게 잘 할 수 있을까? 문득 사장이 그만 두라고 하면 어떡하지? 그런 두려움이 찾아온다고 하였다. 하지만 고래씨는 특유의 낙관으로 살다보면 또 어떻게 되겠지, 살아갈 방법이 생기겠지, 스스로를 믿으며 그때 되면 또 연대할 친구들도 생길 것이라며 허허 웃는다.

 

고래, 비혼의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태도를 논하다.
독립을 준비하고 있는 내게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이 궁금할 때가 많다. 32년 동안 원가족과 살아왔기에 원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원가족을 떠났을 때 느껴지는 막연한 무서움이 있는 것이다. 혼자서 잘 살 수 있을까? 그 무서움 때문에 잠시 결혼을 상상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비혼으로 살기 위해서 당장이라도 ‘비혼공동체’라고 명명되는 커뮤니티를 찾아가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관계에 대한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고래씨는 삶의 방향을 선택했다. 고래씨는 비혼을 택했다. 고래씨는 여유로웠고, 당당했다. 고래씨와 비혼의 삶을 살기 위한 태도 몇 가지를 함께 논했다. 

 

"아플 때 서로 소문내자가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태도에요. 그 말의 의미는 연대이죠. 혼자 살던 누구와 동거하던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연대! 연대를 위한 동지를 만들어야 해요. 돌아보면 우리 곁에 동지는 많을 거예요.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는 사람들, 공감대를 가지는 사람들을 나이 들수록 더 많이 만나는 것 같아요. 여성단체 커뮤니티를 만나면서 관계의 바운더리가 더 확장되고,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옛날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눈에 안보였거든요. 숨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멀리 있지 않았더라고요. 바로 곁에 있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에 여성주의 매체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여자동지들이 그 안에는 많았는데 실제로는 곁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성단체 활동을 하면서 내 곁에 있었구나. 느끼면서 동지들은 충분히 규합하고도 남을 것 같았어요. 오히려 우리가 셀렉트 해야 하지 않을까요?(호탕하게 웃음)"

 

비혼의 삶을 위해서 ‘연대’가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고래씨는 ‘연애’에 관한 태도도 넌지시 말했다. 연애를 하되 그 연애 안에서 주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으면 삶이 한층 더 풍부해지겠지만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삶이 즐겁고 충만해야지 더 나은 관계가 가능할 것이라며 연애에 의연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올해 고래씨는 큰 사건을 하나 겪었다. 큰 사건을 겪고 나니까 집 살 생각, 차 살 생각을 딱 접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결정하니 다른 것으로 삶을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차 산 다음에, 집 평수를 조금씩 더 늘린 다음에, 이런 식으로 행복을 유예하기보다는 지금 즐기고 싶어요. 삶을 유지하기 위한 대비는 최소한으로 하고, 현재의 삶을 저당 잡히지 않고 살고 싶어요. 집포기 자동차포기하다보니까 즐겁게 놀 수 있는 거리가 많아요. 포기하니까 보이더라고요.”

 

 

@ 고래씨 블로그

도시망명자 고래씨의 공간, 고래씨의 공간은 고래씨를 닮았다. 정갈하고 여유롭다.

 

도시망명자 고래씨는 요즘 일주일에 두 번씩 독일어 공부를 한다. 언젠가 아니 정확히 5년 뒤에 고래씨는 망명지를 서울에서 독일로 이동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홀로 독일 땅을 밟은, 지독한 외로움이 고스란히 베여 있는 전혜린의 수필 <회색의 포도와 레몬빛 가스등>이 떠올랐다.  고래씨도 그녀처럼 다시 한 번 지독한 외로움의 시간을 통과하겠구나. 외로움을 안다는 것은 ‘내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끊임없이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고래씨가 그랬다. ‘내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들여다보면 ‘타인은 또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가 보인다고. 외로움이 내 스스로와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였다고 인터뷰 말미에 고래씨는 말하였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 또한 기꺼이 외로움의 비를 홀딱 맞을 용기를 얻는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서 진행한 앙코르<인터뷰>전문실습강좌를 들었습니다. 인터뷰어가 되어 인터뷰이를 선정하고 사람을 만났습니다. 첫 번째 저의 인터뷰이는 고래씨가 흔쾌히 수락해주었습니다. 알고지낸 이라 인터뷰가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그래도 고래씨와 함께 한 1시간 30분 가량의 시간은 두 개의 세계가 만나 끊임없이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오묘한 순간이었습니다. 긴장이 존재하고, 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집중하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삼십대의 시간을 통과한, 통과하고 있는 도시 망명자들을 또 만나러 가고자 합니다. '인터뷰공간_약속다방'의 연재가 드문드문 비정기적으로 진행될 것 같지만 그래도 많은 지지와 관심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연재를 시작하며 2012년 12월 9일 바람 드림.

 

2012. 10. 26. 00:11

 

 

나는 왜 독립을 하려고 하는가? 부모님의 집에서 거주하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안락함을 나는 왜 포기하려고 하는가? 큰 어려움없이 내가 무난히 살아올 수 있도록 기여한 부모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들어 유독 이제는 서로 분리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명확해진다. 언제까지 부모님에게 기대어 살 수 없는 것이다. 내 생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또 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싶다. 부모에게 빚지며 살아온 삶, 이제 '자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터득하고 싶다. 쌀 한 가마니에 얼마하고, 애호박 한 개, 대파 한 단은 얼마하는지 생을 유지하기 위한 생필품의 가격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거래들은 어떻게 성립되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홀로인 존재로서 겪게 되는 고독과 맛봐야하는 쓸쓸함을 온 몸으로 통과하고 싶다. 이러한 것들은 언제까지나 비껴나갈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제, 정면으로 뚫고 가야하는 때가 온 것이다. 독립을 준비하면서 "가슴 속에 '낭만'을 품 때, '환상'에 빠지지는 말자." 속으로 읊어본다. 현실은 환상과 대비되는 무엇, 환상이 아닌 현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고민하고 준비해야한다. 빚지지 않고 유지되는 삶은 없다고 소설가 황정은은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빚을 지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누군가에게 빚지며 이뤄진 생의 섭리를 늘 각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월급 100만원으로 '물리적인' 의미에서 빚지지 않고 내 생계를 꾸려보고 싶다. 그것이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일종의 실험을 감행하고 싶다. 어떻게든 '홀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터득하고 싶고, 끊임없이 겪게되는 고독과 외로움에도 익숙해지고 싶다. 이것이 내가 독립을 하려는 이유이다. 그리고 방탕하지않는(?) 범주 안에서 마구 자유롭고 싶다.

(20121023)

 

+ 연필로 그림을 그리니까 사각사각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연필로 그리니까 '잘못그리면 슥슥 지우고 다시 그리지 뭐.' 편한 생각이 든다. 그랬더니 그림이 어느새 완성되었다. 오랜만에 그림그렸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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