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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29. 23:48

사무실 작은 사거리에는 구멍가게가 있다. 구멍가게 주인 할머니는 사거리 한켠에 할머니만의 화단을 가꾸고 있다. 봄, 여름. 그곳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이 자란다기보다는 먹진못하지만 보기에 좋은 꽃들이 자란다. 그 공간은 할머니의 취미 생활이 발현되는 공간이다. 할머니는 그 공간을 애지중지한다. 하루는 그곳을 지나다 어린 고양이 두 마리가 숨어지내는 것을 발견하였다. 3-4개월 정도 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는 꽤나 사교성이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사람을 경계했다. 마침 가방안에 고양이 캔이 있어 캔으로 사교성 깊은 녀석을 꼬셔 점심시간 내내 노닐었다. 그날 사교성 깊은 고양이는 동네 꼬마 아이가 집으로 데려갔다. 두 마리 모두 동네 꼬마 아이가 엎어간 줄 알았는데 사람을 경계하는 녀석은 쉬이 잡히지 않기에 그곳에 남겨졌다. 퇴근길 가방에 고양이 캔을 상비하고 있는 애인님과 사거리 할머니 화단으로 갔다. '냐옹'하고 소리를 내자 아기 고양이가 '냥'하고 응답한다. 아직 사람이 두렵지만 녀석은 배가 고팠고 우리가 혹여나 먹을 것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듯했다. 가방에서 캔을 꺼내 녀석 가까이 가져다주자 아주 조심스럽게 먹을 것 곁으로 다가왔다. 거리를 두고 먹을 것을 먹이고, 먹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며 녀석의 공기 속에 스미어 가기를 기다렸다. 녀석도 알아차린 걸까? 우리가 녀석을 헤치지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거리를 두고 한참을 우리를 지켜보더니 나중에는 같이 장난도 치고 무릎 위에 앉아 갸르릉 거리기도 하였다. 신기하다. 그런 녀석에게 우리는 이름을 지어주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애인님은 나즈막히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의 깊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에 무턱대고 녀석에게 다가간 것은 아닐까 나 역시 걱정에 휩싸였다.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사료를 사들고 들어오는데 녀석이 이제는 그저 예쁘기만 한 존재, 인형같은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다. 아, 너와 나는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 너와 나의 밍키.


+ 밍키를 돌보겠다고 결심한 다음, 첫주말을 보내고 사무실에 출근하니 밍키를 주말동안 누군가가 데려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인연은 아주 짧게 스쳐지나갔다. 

(2013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