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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16. 20:06

시인의 책을 보았습니다. 시인의 책 제목은 <자고 있어, 곁이니까>이었습니다. 시인의 책이 시집이 아닌 것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시인의 책에는 시인의 시심이 가득히 담겨있습니다. 김경주 시인이 기록했습니다. 그와 그의 아내의 숨결로 만들어진 아이에 관한 기록입니다. 자궁 안에 아기가 머물었던 278일의 시간이 책 안에 고스란히 묶여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떠할까 상상했습니다. 아비의 바람이, 아비의 고백이, 아비의 두려움과 다짐이 담긴 책을 먼훗날 아이가 읽는다면 아이는 그 시간이 아름다워 눈물을 흘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기억할 수 없는 본인의 시간을 아비가 대신 기록해 주어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받은 아이라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뱃속에 술과 음식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심장을 가진 아이를 품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 안에 하나의 심장이 아니라 두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어떠할까. 문득 상상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경이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무한히 믿는 존재를 품에 안고, 그 존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내 삶에 있다면 덜 외로울까.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친구의 육아일기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붉은 하늘 위로 어둠이 내려 앉는 시간, 친구는 왈칵 외로워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잠든 꼬맹이의 손을 지그시 잡고 잠을 청했다고 합니다. 곁에 꼬맹이가 있어 다행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를 품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어떤 심정일까요. 사람은 누구나 두개의 심장을 가지는 시간을 거칩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하지만 나는 그때를 경험했지만 기억하지못합니다. 내 안에 두개의 심장이 뛰는 시간을 나는 다시 맞이할 수 있을까요? 확신할 수 없는 생이지만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내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내가 사내 아이였다면 나는 두 번 다시 그 경험을 할 수 없었겠지요. 이것은 막연히 가지는 동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막연히 가지는 동경으로 나도 아름다워지고 싶습니다. 


김경주 시인을 초대하였습니다. 아이를 갖기 시작한 사내의 소심한 시심을 직접 듣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4월 4일 목요일 저녁 작은극장에서 그를 만날 생각하니 조금은 흥분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