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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9. 00:40

우리 집은 정말 춥다. 연식이 오래된 집이기에 낡은 창문에서는 찬바람이 훅하고 들어온다. 겨울이 오자 봄날의 낭만이 사라진지 오래다. 낭만이 충만한 집이지만 그만큼 추위도 그득한 집이다. 저녁 시간에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 이후 사무실 동무들과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술집에 앉아 술 한 잔을 들이킬 때 마다 냉골이 되어 있을 집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면 안락하고, 노곤하고, 따스하며, 이완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겨울, 목련집은 그렇지않다. 집에서도 추위때문에 계속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주말에는 집에 머물면서 밥을 짓고, 움직이면서 사람의 온기를 그나마 채울 수 있지만 종일 집을 비우는 평일밤, 집으로 돌아오면 서럽다. 그래서 오늘은 술을 마시다 말고 집에 가겠다며 벌떡 일어났다. 잠시나마 집안에 내 온기를 채우겠다며! 보일러를 켰다. 가스렌지에 찻물을 올렸다. 이 글을 쓰고 차 한 잔을 마시며, 루시드폴의 새로운 노래 앨범 <꽃은 말이 없다>를 조용히 들을 것이다. 아, 그런데 점점 더 찐해질 겨울이 정말 무섭다. 이사가고 싶다. ㅠ 서러운 밤이지만 그래도 기쁜 소식 하나를 들었다. 황정은의 장편소설이 나왔다고 한다. 기다려진다. 내일은 서점에 가서 그녀의 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집으로 데려와야겠다. 얼마전 김애란의 단편 <침묵의 미래>를 읽으며 채워지지 않았던 문학에 대한 갈증을 황정은의 소설을 통해 채울 수 있기를 빌어본다. 요즘에는 책을 읽지 않고 책장 곁만 서성거리게 된다. 올 겨울 황정은의 <百의 그림자>를 반드시 손으로 읽을 것을 다짐해본다. 냄비에서 물이 요란하게 끓는다. 물이 끓는데 마음이 차분해진다. 낮에 내렸던 함박눈이 생각난다. 눈을 보며 우와우와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는 초등학생 두 소녀가 떠오른다. 그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을 함께 바라보고 있던 너와 나도. :)

(20131118)



토요일 내내 집에 머물렀다. 싹을 틔우려고 하는 고구마를 삶고, 지인에게서 받은 향긋한 모과 하나를 정갈하게 잘라 모과차를 만들었다. 밥을 지어 먹었고 태양이 게을러진 시간에 골목산책을 하였다. 쌀쌀한 오후였지만 느릿하게 혼자 걷는 시간이 좋았다. 시장에서 월요일 도시락 반찬 거리로 브로커리와 계란을 샀다.

(20131116) 



2013. 11. 13. 01:42



두장의 사진을 블로그에 게시하고 싶었다. 주말 산책을 하며 주워온 가을 낙엽과, 어린 시절 그림한장. 가을이 떠나고 곁에 겨울이 왔다. 고등학교 때 아크릴물감으로 캔버스에 처음으로 그려본 풍경화, 그림 그리는 것이 무턱대고 좋았던 시간이 있었다.   

(20131112)


관계가 가까워진다는 것, 편안해진다는 것, 자연스러워진다는 것, 함께 있는 동안 어린 시절의 나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현재의 관계를 맺으며 나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가 가까워지고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워진다고 하여, 당연함이 일상화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관계가 깊어지는만큼 사려깊게 들여다보고, 존중하고, 집중해야할 것이다. 순간의 나의 행동을 포착하여 내게 가르침을 전한다. 그리고 나는 그 가르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참 다행이다.  

(20131112)


주로 본가에 가거나, 본가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집안청소에 매진하곤했다.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을 보냈다. 혼자서 느긋히 시간을 보냈다. 오래된 담요를 방바닥에 깔았다. 두시간 정도 보일러를 돌렸다. 열기가 돌았다. 일요일의 햇볕이 방안으로 스미었다. 겨울바람 끝에 목련나무가 흔들린다. 흔들리는 목련나무 그림자가 창에 비친다. 종일 나의 체온이 이 집에 머물렀다. 귀한 시간이었다.

(20131110)


집에 온기를 채운다는 것은 의미있는 행위이다. 낡은 연립주택이기에 집안 공기가 서늘하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요리를 했다. 본가에서 가져온 감자를 된짱찌개에 넣고 끓이고, 감자조림을 만들어 바지런히 먹었지만 혼자 소화하기엔 많았다. 베란다 상자 안 감자들이 싹을 틔우며 살아있다는 표식을 내니 무서워졌다. 괴물같았다. 더 무서운 괴물이 되기 전에 감자를 먹어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자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요리법을 고민하다가 감자샐러드를 만들기로 했다. 싹을 똑똑 걷어내고, 싹이 돋았던 자리를 칼로 도려내고, 흙을 깨끗이 닦아내고, 냄비에 감자를 넣고 한참을 쪘다. 부엌에 불을 지피고, 집안에 사람이 움직이니 온기가 찬다. 감자익는 냄새가 아늑하다. 집안 공기가 덮혀지니 사람사는 집같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집안에 온기를 채울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한다. 삶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것은 참으로 기쁜 삶이라는 것을 몸소 깨닫는 밤이다.

(20131022)


2013. 10. 11. 00:31

꾸준히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다시 일기 쓰기를 중단하고 10월을 맞았다. 10월도 벌써 열하루날이 지나고 있다. 시간은 빨리 흐른다. 가끔은 시간을 단단히  묶어두고 싶다. 잠시 정지 상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그렇다면 미루었던 것들, 정리해야할 것들을 차근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무의미하다. 

나는 한박자씩 느리다. 그 느림의 속도로 뒤늦게 웹툰 <미생>을 보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오래 일한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이에게는 일종의 자기계발서가 될 것이고, 그 시간을 거쳐온 이에게는 '나는 이랬었지.' 지나온 시간을 더듬게 하는 만화인 것같다. 어찌되었든 그 만화 속 인물들이 지혜를 발휘하는 순간과 메시지들이 예사롭지 않다. 아침마다 조금씩 웹툰으로 읽고 있는데 언젠가 책으로 읽고 싶다. 

가을, 민우회 강좌 <열독>이 시작되었다. 올해 <열독>의 주제는 <나를 매혹시킨 철학자>이다. 역시 가을엔 공부를 해야한다. 오랜만에 혓바닥에 펜을 찍어가며 공부했다. ㅎ

(201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