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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7. 01:05


1. 

지난 주말에 <우리 선희>를 봤다. 영화와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이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겠다싶었다. 씨네21 921호 표지 타이틀은 '아름다워라 <우리 선희>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때문이었을까? 나는 '아름다워라.'라는 수식어가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2.

<우리 선희>를 보면서 공간이 보였다. 제일 먼저 들어온 공간이 재학(정재영)의 방이 었고, 그리고 예지원의 '아리랑'이었다. 그의 영화에서는 남자들의 공간은 자주 등장한다. 홍상수 감독의 지인들이 실제로 거주하거나 작업하는 공간이 영화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 공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곳에 거주하는 이가 어떤 사람인지 느낌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여자들의 공간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홍상수 영화 속 여자들의 공간을 더듬어 봤다. 떠오르는 곳은 <하하하>의 성옥(문소리)의 집과 <북촌방향> 경진(김보경)의 집뿐이다. 성옥의 집은 주로 외관만 나온다. 경진의 집은 경진의 흔적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계속 생각하다보니 <옥희의 영화> 옥희(정유미) 방도 있군.) 그외 여자들의 공간은 <북촌방향>의 예전(김보경)이 운영하는 술집 '소설'이나 <우리 선희>의 예지원이 운영하는 주점 '아리랑'과 같은 곳이다. 홍상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공간에 대해 고민해보면 재미있을 것같다. 남성의 공간과는 어떻게 다른지. 단선적으로 말하면 홍상수 감독이 그리는 여성의 공간을 보고 있노라면 홍상수 감독은 여자를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3.

<우리 선희>에서 최교수, 재학, 문수가 창경궁 호수 앞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그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가을 창경궁 호수가 실제가 아니라 회화같았다. 그 장면의 세 인물은 그림(사진)을 배경으로 서있는 것 같았다. 마치 그림과 인물을 합성한 것처럼. 배경을 정면으로 잡고, 그 안에 인물을 담으니 배경과 인물이 같은 시공간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두 요소가 영화 안에서 결합된 것처럼 보였다. 이 장면에 대해 나만의 해석을 해보고 싶어졌다. 여튼 <우리 선희>에 대해 생각만 동동 떠다니는 밤, 그의 영화를 다시 보고 글을 써봐야 겠다.

(20130926)

 

 

협동하여 무언가를 해야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모든 것이 나와 같지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상대가 나와 같은 경험을 했고, 내가 생각하는대로 상대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착각이다. 기준이 내가 되어서 안되는 것이다. 활동을 하면서 나는 '부담 가지지 말고 가볍게 하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부담가지지 말고 가볍게'라는 것은 나의 기준이다. 이것이 상대방에게는 '부담스럽고 무거운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고려하지 않았다. '올해 나는 과연 좋은 동료였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걱정되고 두렵다. 나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과연 나도 성장하고 있는걸까? 

(20130924)



5시 30분 일을 마치고 도시락을 들고 성미산에 갔다. 몇가지 일상적 찬(김치, 멸치, 김자반)을 벤치에 펼쳐놓고 저녁을 먹었다. 밥알을 씹어 삼키는 동안 가을 해가 어스름의 이불을 덮었다.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은 추분이라고 한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부터는 밤이 길어진다고 한다. 날이 선선해져 운동을 하기로 했다. 걸을 작정으로 운동화를 신고 출근했다. 사무실에서 집까지 걸었다. 가을 단풍이 노랗게 들면 다시 걷자고 여름날 약속했던 아파트 은행나무 길을 지났다. 그리고 불광천을 곁에 두고 걸었다. 불광천 오리에게 작은 시비도 걸고, 운동기구에 몸을 맡겨 스트레칭도 하고, 에어로빅을 하는 무리에 들어가 트로트 음악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추고, 음악분수에 감탄했다. 마지막으로 동네 작은 놀이터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즐거웠다. '즐겁다'라는 말은 오늘 같은 밤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단어이다.

(20130923)



2013. 9. 12. 23:24

추석상여금을 받고 추석빔을 장만하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를 방문했다. 티셔츠 한장과 가을니트 한벌과 셔츠 한장을 샀다. 세벌의 옷을 집에 와서 하나씩 입어보았다. 세벌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세벌의 옷 모두가 하나같이 딱 내 스타일의 옷들이었다. 거울을 보면서 개성이 차고 넘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나만의 스타일이 있는 사람인 것같아 만족스러웠다. (^-^;) 일종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

(20130914)



+ 문화극장의 전경이다. (사진출처 : http://icmuse.blog.me)


원주에 다녀왔다. 원주여성민우회 사무실에서 원주역까지 걸었다. 원주 구시가지를 걸으며 옛날 극장건물을 만났다. 문화극장이었다고 한다. 건물을 보는 순간 한때 영화를 상영하고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과거의 시간이 오버랩되었다. 길을 함께 걷던 원주선생님은 원주엔 오래된 극장이 꽤 많았다고 한다. 시공관, 아카데미극장, 문화극장을 차례대로 읊었고, 그 극장들은 대부분 1960년대에 만들어졌고 2000년대 초반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작은 소도시에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극장이 여러개 있다는 것이 원주라는 도시를 달리보이게 했다. 원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세 극장 모두 더이상 운영을 하지않는다는 사실에 무언가를 잃어버린듯한 허탈감 또한 동시에 느껴졌다. 시공관, 아카데미극장, 문화극장은 없고 이제 알록달록한 카페트가 깔린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다고 한다. 거대 자본은 참 많은 것들을 무너트린다. 그 극장을 오고갔던 사람들의 고운 시간을 한순간에 요상스러운 카페트로 아무렇지 않게 덮어버리니 말이다.

(201309013)




오랜만에 일찍 귀가를 하였다. 핸드폰 사진을 정리하면서 올해 바다를 세번이나 다녀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다 사진을 보니 속 안의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서해바다는 물장구치며 놀기에 좋았다. 하지만 동해바다를 직접 뵈니 동해바다야말로 진정한 바다라고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20130912)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마사지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편안한 의복으로 갈아입고 조명이 적절히 어두운 방에 누워있으면 마사지사가 들어와 아로마 오일을 발라주며 마사지를 시작한다. 발바닥에서부터 다리, 다리에서 고관절, 팔, 어깨, 등, 머리, 말그대로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마사지를 받았다. 손이 잘 닿지않는 부분,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골고루 만져주니 기분이 좋았다. 한시간가량 마사지를 받으니 목욕탕에 다녀온 것처럼 온몸이 개운했다. '마사지, 참 좋은 것이구나.'라고 몸소 깨달았다. 

(20130911)


일기를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 하루동안 나는 무엇을 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더듬어 본다. '활동을 나는 잘 하고 있는가?' 끊임없이 되묻게된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지에게 "활동가는 이러이러해야 해."라고 말할 때 나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되묻게 되는 것이다. 어떤 때는 입밖으로 나와버린 말이 타인에게 감흥을 전하는 말인지 의심하게 되고, 또 어떤 때는 뱉은 말의 무기력함에 내 스스로 힘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며칠 전 아산 영인산에서의 말은 진심이었다. 진심에 기반한 날선 말이었다. 진심을 알아주기 바랬고, 날선 그 말에 상처가 나지않기를 바랐다. 혹여 베여 상처가 나더라도 그 상처만을 보지않기를 바랬다. 오늘 메일 한통이 왔다. 고맙다는 말이 담긴 편지였다. 말을 곡해하지 않고 들어준 그녀가 고마웠다. 우리는 한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다.

(20130909)


2013. 9. 8. 19:44

주말 본가에 와 있다. 본가에 머물면서 일종의 편안함을 느낀다. 편안함은 이 집의 탄탄한 내구성이 주는 안락함으로부터 온다. 목련집이 마음에 들지만 머물면서 오래된 연립주택의 단점들을 확인하게 된다. 지난 여름 내내 목련집은 가마솥처럼 들끓었다. 더위에 지쳐 자고 일어나도 항상 피곤했다. 여름날 집에 머물다간 친구에게 미안했다. 사람들이 말하기에 심하게 더운 집이 겨울엔 또 심하게 춥다고 한다. 벌써부터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본가는 집역할을 제대로하는 집이기에 안정감을 전달한다. 어디에 산다는 것은 삶의 질을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목련집에서 2년 후 나는 또 어디에서 살게될까? 목련집보다 나은 집에서 살 수 있을까? 도시빈민으로서,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위해서 많은 수를 생각해봐야겠다.

(20130908)

 

 


가을밤이 깊어 갑니다. 창밖으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제 창문을 닫고 잠을 청합니다. 오늘밤 목련잎이 으스스 흔들립니다. 가을밤 문득 저 멀리 홍성에 있는 벗이 보고싶습니다. 벗님의 전번으로 문자를 넣어볼까, 벗님의 온라인 집터에 '보고싶다.'라고 댓글을 달아볼까 망설이다가 괜시리 쑥스러워집니다. 하지만 그리운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 내 온라인 집터에 보고싶은 마음의 흔적을 남깁니다. 보고싶은 벗님, 가을을 어찌맞이하셨나요? 이 밤 평온히 주무소서!

(201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