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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31. 00:41

늦은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휴가를 떠나기 전 사무실을 비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들었다. 휴가기간동안 일과 관련된 무언가라도 해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단절과 쉼이 내 활동에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상수 근방에 있는 빵집들을 순례했다. 순서대로 October, kyo베이커리, 브레드공오, 베이커리 봉교를 방문하였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아니라 자신만의 레시피로 빵을 만들어내는 고집이 느껴지는 빵집들이었다. October는 들어서면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클래식 음악뒤로 사람들이 빵을 만든다. 유럽 어느 소도시의 빵집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kyo베이커리에는 고양이 소품들이 많다. 젊은 느낌의 이곳은 홍대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자존심은 확실히 느껴지는 곳이다. 개점6주년 한정판 에코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kyo베이커리의 쌀식빵은 쫄깃하고 훌륭하다. 브레드공오는 작은 빵집이다. 골목사이에 있어 눈에 잘 띄지않지만 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오랜시간 그곳을 치켜온 것 같다. 브레드공오에서 스콘 하나를 구입했다. 바삭한 버전의 스콘으로 보여 냉큼 집어왔다. 여행길에 그 스콘을 먹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베이커리 봉교는 우연히 산책하다 발견한 빵집이다. 이 빵집 또한 골목 깊숙히 있어 아는 사람만 드나들것 같다. 여기는 빵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쇼케이스안에 빵을 보관하고 원하는 빵을 선택하면 파티셰님께서 직접 집어 종이봉투에 담아준다.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는 중에 시식빵을 건내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생크림스콘을 구입했는데, 보통 알고 있는 스콘과 달리 아주 부드러운 스콘을 만들어 판다. 베이커리 봉교에 대한 내멋대로 상상을 해보았는데, kyo베이커리의 파티셰가 독립하여 만든 빵집이 베이커리 봉교가 아닐까라고 상상했다. 원래는 베이커리 봉이라고 이름을 지으려다고 스승님에 대한 오마쥬로 '교'를 붙여 베이커리 봉교가 된 것이 아닐까라고. ㅋ 오늘 방문한 빵집들은 담백한 빵들을 주로 맹글어 파는 곳들이었는데, 자고로 빵은 밀가루 맛을 오롯이 내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진정한 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빵을 맹글어내는 상수 근방 빵집 순례는 즐거운 여정이었다. 평일 낮 시간에 홍대근방을 거닐며, 낮술 한잔을 하니 늦여름 바람이 더없이 시원했다. ㅎ


+ 빵집순례를 하다가 브레드공오에서 미니오븐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사이즈며, 디자인이며 완전히 마음에 들었다. 이 미니오븐에 대한 물욕이 오늘부터 무럭무럭 자라날 것 같다. 레꼴뜨의 솔로오븐 갖고싶다. 



(20130830)



나는 사무실에 머무를 수 있는 총량시간이 정해져있는 것같다. 영상작업과 프로젝트때문에 밤을 지새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소모임을 해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술을 먹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는 저녁 7시가 넘으면 사무실에 머물기가 힘들어진다. 원래 야근을 하려고 했다. 저녁밥을 사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가 사무실에 있기가 싫어져 가방을 싸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서 밥을 해먹겠다는 일념으로. 짐을 챙기고 읽어야할 자료들을 가방에 싸들고 오니 8시. 그때부터 밥을 했다. 냉장고에 있는 분홍 소세지에 계란 옷을 입히고, 할매가 기른 가지를 굽고, 임여사표 메추리알 간장조림과 김치를 반찬으로 준비하고, 디저트로 먹겠다며 참외도 깍았다. 도마에 가지와 소세지를 자르면서 차분히 마음을 담아서 요리해야지, 배고픈 마음에 이 과정을 허겁지겁 헤치우듯이 하지말아야지 되뇌이었다. 정성이 들어가야 맛이 나고,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지 내가 건강해질 것 같아서 과정을 충분히 만끽하려고 했다. 그리고 반찬 하나하나를 각각의 그릇에 가지런히 담아서 상위에 내어놓고 선풍기를 틀고 하나씩 오물오물 씹어 먹었다. '아, 맛있다.' 특별한 찬이 없어도 역시 사먹는 것보다 집에서 해먹는 밥이 좋다. 


+ 천천히 밥을 먹는 편인데 요즘엔 쫓기듯 단숨에 먹는다. 다시 천천히 천천히 식재료의 맛을 음미하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다. 

(20130828)



우울한 기운을 해소하지 못하고 품고 있으면 마음의 병이 생긴다. 한동안 모든 것이 재미없었다. 억울하기만했고, 모든 상황을 뾰족하게만 받아들였다. 이제는 더이상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도 했고, 당장 그만두어야겠다는 마음도 먹었다. 그런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품고 있다가 며칠 전 서럽게 엉엉 울면서 말하지못했던 고인 마음을 풀어 놓았다. 나의 우울한 마음을 털어놓자 애인님은 우울감에 대해 말하였다. "자책하지않는 사람은 우울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우울감의 원인은 분명히 있지만 그 원인을 선명하게 본다는 것은 쉽지 않아요. 우울의 감정이 뿜어져 나오는 길은 안개로 뒤덮인 길과 같거든요. 하지만 그 안개 속에서 다른 빛을 보면 되요. 다른 빛을 보면 그 안개는 걷히니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른 빛을 봐야겠다는 의지가 솟아났다. 그러고 나니 우울의 안개가 걷혔다. 말하고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내 안의 에너지가 분명히 바뀌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 함께 활동하는 동무가 물었다. "어떻게하면 활동은 계속 지속할 수 있는거지?" 그래서 나는 답했다. "말을 해야해. 혼자 모든 힘든 감정을 끌어안고 있으면 안되. 그러면 우울해져. 말을 해야해. 말해야지만 고인 물이 흘러. 물이 흐르면 신선한 공기가 다시 채워지고 힘이 나는 거야." 활동을(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말을 해야한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를 활동 6년만에 깨달았다. 3년 단위로 찾아오는 위기의 시간을 나는 이렇게 통과하고 있다. 말의 힘을 깨달으며. 말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 그리고 궁극의 결론은 나의 애인님은 위대하시다. ㅎ 

(20130827)




재능학습지 노동자들이 2076일이라는 시간을 쌓고 투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종탑위에서 오수영, 여민희 동지가 내려왔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면서 마음을 쓸어내렸다. 모든 것을 떠나서 '아 내려왔구나. 그녀들이 땅을 밟았구나.'라는 안도감이 우선이었다. 노사간의 합의에 대해 격하게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약각의 씁쓸함이 그녀들의 얼굴에 남아있지만 그녀들의 시간에 무조건 마음의 박수를 보내고싶다.


+ 민우회 성명 : 재능학습지 노동자의 긴 싸움의 마침표에 박수를 전하며,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을 즉각 진행하라!

(20130826)    



물이 보고싶어 어디로 물을 보러가면 좋을까 검색을 하니 집근처에 계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은평구는 북한산 나와바리에 있는 동네이다. 그래서 계곡이 있는 것이었다. 집에서 버스로 10여분정도 거리에 진관사라는 절이 있고, 그 절 곁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일본영화에 나오는 초등학생들처럼 쓰레빠에 동네복장으로, 갈아입을 옷과 수건만 챙겨서 쭐래쭐래 계곡에 다녀왔다. 계곡으로 향하는 길 시장구경하느라, 사람구경하느라, 옷가게 구경하느라, 밥먹느라, 빵구경하느라 과연 계곡으로 향할 수 있을까 몇번 의심했지만 계곡물에 온몸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고 왔다. 몸안의 갈증이 단번에 채워지는듯했고, 자연 안에 있으니 두통이 깔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함께 있으면 아이가 되는 우리가 좋았다.

(20130826)




올해도 민우회 후원행사 덕분에 잘 치뤘습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 

(20130825)


2013. 7. 29. 23:48

사무실 작은 사거리에는 구멍가게가 있다. 구멍가게 주인 할머니는 사거리 한켠에 할머니만의 화단을 가꾸고 있다. 봄, 여름. 그곳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이 자란다기보다는 먹진못하지만 보기에 좋은 꽃들이 자란다. 그 공간은 할머니의 취미 생활이 발현되는 공간이다. 할머니는 그 공간을 애지중지한다. 하루는 그곳을 지나다 어린 고양이 두 마리가 숨어지내는 것을 발견하였다. 3-4개월 정도 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는 꽤나 사교성이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사람을 경계했다. 마침 가방안에 고양이 캔이 있어 캔으로 사교성 깊은 녀석을 꼬셔 점심시간 내내 노닐었다. 그날 사교성 깊은 고양이는 동네 꼬마 아이가 집으로 데려갔다. 두 마리 모두 동네 꼬마 아이가 엎어간 줄 알았는데 사람을 경계하는 녀석은 쉬이 잡히지 않기에 그곳에 남겨졌다. 퇴근길 가방에 고양이 캔을 상비하고 있는 애인님과 사거리 할머니 화단으로 갔다. '냐옹'하고 소리를 내자 아기 고양이가 '냥'하고 응답한다. 아직 사람이 두렵지만 녀석은 배가 고팠고 우리가 혹여나 먹을 것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듯했다. 가방에서 캔을 꺼내 녀석 가까이 가져다주자 아주 조심스럽게 먹을 것 곁으로 다가왔다. 거리를 두고 먹을 것을 먹이고, 먹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며 녀석의 공기 속에 스미어 가기를 기다렸다. 녀석도 알아차린 걸까? 우리가 녀석을 헤치지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거리를 두고 한참을 우리를 지켜보더니 나중에는 같이 장난도 치고 무릎 위에 앉아 갸르릉 거리기도 하였다. 신기하다. 그런 녀석에게 우리는 이름을 지어주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애인님은 나즈막히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의 깊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에 무턱대고 녀석에게 다가간 것은 아닐까 나 역시 걱정에 휩싸였다.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사료를 사들고 들어오는데 녀석이 이제는 그저 예쁘기만 한 존재, 인형같은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다. 아, 너와 나는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 너와 나의 밍키.


+ 밍키를 돌보겠다고 결심한 다음, 첫주말을 보내고 사무실에 출근하니 밍키를 주말동안 누군가가 데려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인연은 아주 짧게 스쳐지나갔다. 

(20130729)

2013. 7. 23. 01:17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월요일은 엄마에게 전화하기로 마음 먹은 날인데 전화를 못했다. 11시를 훌쩍 넘긴 시계를 보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시간이 늦었다는 핑계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괜시리 눈물이 핑돌것같아서 전화를 하지 않았다. 



일단 서걱거리는 마음을 이 사진을 보면서 달래본다. 말속에 갇히지않기를, 생각이 우리를 잡아먹지 않기를.

(20130722)




<엽서와 산책> 두번째 모임은 북한산 둘레길 소나무숲길 구간을 걸었다. 습기가 가득한 숲길은 산모기로 힘들었지만 우리는 걷는 동안 비를 기다렸고, 길의 막바지에 후다닥 쏟아지는 비에 기뻐했다. 동행한 이들은 제각각 자두, 토마토, 참외, 복숭아 제철 과일을 챙겨왔다. 제철 과일을 먹으며 마주보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발을 찍었다. 당시의 풍경과 기운이 생각난다. 8월 <엽서와 산책>의 행선지는 어디로 하면 좋을까? 괜시리 또 기대된다. 그 길과 길위의 사람들이.


엽서를 붙이기 위해 D여자대학교에 잠시 들어갔다. 우리는 "우체국이 어디있냐고?" 경비원에게 물었다. 그 학교는 사설경비업체 모자씨에게 경비업무를 맡기고 있었다. 모자씨 직원들은 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였다. 우리에게 "이 학교 학생이 아니냐?"라고 물었고 외부인은 6시 이후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잠깐 편지만 붙이고 나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학교에 출입해서 학교 공터에 자리잡고 술을 마시며 노닥거렸다. 10시가 넘은 시각 모자씨의 제복 입은 또다른 젊은 남자가 저벅저벅 다가와 또 물었다. "이 학교 학생이냐고?" 그때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두고왔다고 하자, 모자씨의 제복 입은 젊은 남자는 학내 음주는 불가능하다며 우리의 음주를 단속했다. 제복입은 젊은 남자가 돌아다니면서 재학 여부를 묻고, 술 마시는 것으로 무어라 그러니 기분이 별로였다. 이것 참, 고등학교도 아니고. 정숙한 여자고등학교에 와 있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201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