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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95건
2012. 12. 5. 16:58

전업주부 25년차 유인숙씨

행복마트의 행복하지 않은 직원 조유미씨

정치에 할 말 있다는 18살 김은미씨

여자친구의 임신 소식을 들은 26살 김창석씨

그리고, 우리 모두

 

18대 대선에 할 말 있습니다!




18대 대선에 제안하는 성평등복지국가 기본방향과 정책과제를

우리들의 일상다반사로 엮었습니다

<18대 대선, 우리가 원하는 건? 성평등복지국가!>를 소개합니다.




2012. 12. 5. 13:31

눈이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오는 날 만큼 눈 오는 날도 정말 좋다. 오전부터 눈이 펑펑 내리니까 눈밭을 뛰댕기는 강아지처럼 설렌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ㅎ 점심시간 막간을 이용해  달다방 주인장 나디아와 함께 눈사람을 만들었다. 나디아와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고 있으니 나디아와 안면이 있는 동네꼬마가 나디아에게 말을 건낸다. "이모도 장난꾸러기네요." ㅋ 겨울날 눈은 아이도 어른도 장난꾸러기로 만든다. 히히-






2012. 12. 5. 00:45

 

대선 후보 토론회를 보았다. 이정희 후보가 기조연설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용산, 제주 강정, 강원도 골프장의 사람들을 말했다. 그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말했다. 그 순간은 중요했다. 하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토론회를 본 혹자들은 이정희, 박근혜 양자토론 덕분에 심장이 쫄깃해지는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어느 종편방송에서는 오늘 토론회에서 득을 본 사람은 누구인지 5명의 패널에게 질문을 했다. 박근혜 후보라고 생각하면 오른손을 들고, 문재인 후보라고 생각하면 왼손을 들고, 이정희 후보 라고 생각하면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5명 중 4명이 벌떡 일어났다. 질문을 던진 진행자는 벌떡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다른 이들이 한 사람만 택하라고 했으면서 왜 본인은 두 사람을 택했냐고 따져물었다. 그랬더니 진행자는 "제 마음이죠!"라고 답한다. 허허-아주 안일한 예능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 대선 후보 토론회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같았다. 본인 입으로 박근혜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후보로 자처했다는 이정희 후보는 사력을 다해 박근혜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대선 후보라기보다는 '공격인터뷰'라는 장르의 인터뷰어같았다. 공격적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쏘아붙이는 모습이 실질적으로 재미있기도했지만 무언가 허탈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의 토론주제에 벗어난 질문에 굳이 답하지 않아도 되었을 이정희 후보는 "당신을 떨어트리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뻔히 다 알고 있지만 본인 입으로 스스로 그렇게 말하다니, '아이구야.' 싶었다. 내일 김소연, 김순자 후보토론회가 있긴 하지만 오늘 토론회 자리에서 이정희 후보는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이였다. 하지만 이정희 후보의 모습은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무서울 정도의 투철함의 근거가 '오로지 박근혜 당신을 떨어트리기 위해서야!' 그 부끄러운 당당함이 씁쓸했다.  

토론회를 보며 사람들은 대통령 후보 중 나의 삶, 우리의 삶을 진정으로 고민하는 이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절대 그러하지못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구체적인 정책과 공약으로 각 후보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미래를 구상하고 토론할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토론문화에 익숙지 않은 한국사회의 토양이 오늘 그대로 드러났다. 토론회 형식자체도 토론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었고, 사회자는 시간을 알리는 알람시계 역할만했다. 오히려 이정희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진행자같이 느껴졌으니. 나머지 토론회도 잘 챙겨봐야겠다.

 

▶ 박종선, 김소연, 김순자 후보 토론회 12월 5일(수) 밤 11시

▶ 초청대상 후보자 토론회 2차 (경제, 복지, 노동, 환경 분야) 12월 10일(월) 저녁 8시

▶ 초청대상 후보자 토론회 3차 (사회, 교육, 과학, 문화, 여성 분야) 12월 16일(일) 저녁 8시 

2012. 12. 2. 23:21

 

 

 

+ 녹남봉에서 올려다 본 나무, 수월봉에서 바라본 차귀도, 엉앙길.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서 화질이 좋지 않다.

 

둘째날 긴 걸음을 마치고 슈퍼에서 제주막걸리를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겨울날 게스트하우스에는 나와 제주도에서 장기채류하고 있는 한 여인, 그렇게 딱 두 명이 있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씼고, 그녀와 막걸리 한잔을 나눠 마셨다. 그렇게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제주에서 그림을 그리는 제주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었고, 지금 그 연애가 삐걱거리고 있음을 토로했다. 그녀는 연애하는 이가 역방향으로 12코스를 걷는다고 말했고, 역으로 그가 걸으니 우리가 정방향으로 길을 걸으면 길 위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테니 내일 정방향으로 걷자며 술김에 서로 약속을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씼고, 길을 나섰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어둠과 달빛이 주인인 시간에 길을 걷기 시작했다. 새벽에 올레길을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산방산 뒤로 해가 조금씩 떠오르고 빛이 세상을 점점 밝히는 광경을 보았다. 나를 기준으로 오른쪽엔 해가 있었고, 왼쪽엔 달이 있었다. 동그란, 빛의 색깔이 다른 해와 달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풍경은 오묘했다. 새벽 올레 길 위에서 들이마시는 공기는 세상의 첫 공기를 마시는 것같은 신선한 청량감이 들었다.

 

길동무가 있으니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길동무가 현재 연애의 삐걱거림에 심히 매몰되어 있어 올레길 대화 주제는 주로 '그'가 되었다. 그녀는 우연히 그를 만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전전긍긍했고,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왜 보이지 않는지 오매불망했다. 나는 그 전전긍긍과 오매불망에 적극 맞장구를 쳤다. 솔직히 그 시간이 피곤했다. 지난밤 나는 왜 함께 가겠다고 했는지 후회도 되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인데 후회한들 무엇하리오. '혼자하는 여행길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지. 뭐.' 체념하며 걸었다. 혼자 길을 걷는 것과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걷는 것은 정말 다르다. 그리고 또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에 따라 여행은 달라진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 앞으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맺음에 대해 여행이 끝난 후 생각을 했다. 이번 한 번 만나고 앞으로 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사람을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일까? 이번 여행길에서 나는 한 번 보고 마는 이 순간이 전부이니 조심하며 좋게좋게 지내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래서 나를 드러내지 않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최대한 맞장구를 쳤다. -_-; 그런데 지나고 나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역으로 생각하면 한 번 보고 앞으로 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사람에게 굳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싶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 마음가는대로 했어야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괜시리 타인을 탓하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오후 1시가 되니 도착점에 다다를 수 있었다. 비행기 시간은 저녁 8시 30분, 그때까지 혼자 있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그를 만났고 나는 그녀가 그와 함께 지지고 볶든 두 사람이 알아서 문제를 풀어가기를 바랬다. 그 관계에서 나는 빠지고 싶었다. 헌데 그녀는 그를 보내고(그랑 잘 안풀렸기에) 비행기 뜨기 전까지 같이 있어주겠다고 했다. "아니다. 피곤할텐데 들어가서 쉬는 건 어떻겠냐? 나도 혼자 책도 보고, 2박3일 여행글도 쓰고 그러겠다. 내가 심심할까봐 일부러 같이 있어주지 않아도 된다."라고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그녀는 본인이 혼자 숙소에 들어가는 것도 우울하고, 나도 심심할테니 함께 있어주겠다고 하였다. 나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결국  저녁 7시 30분까지 그녀와 함께 있었다. 처음 보는 내게 술술 본인의 고민을 꺼내는 그녀가 신기하기도 했다. 헌데 고민의 태반은 '그'였다. '그' 이야기를 주야장천 들으며 살아온 시간이 나보다 11년이 긴 그녀에게, 처음 본 그녀에게, 나는 충고도 직언도 하기에 어정쩡했다. 나이의 문제도 있긴했지만 결론적으로 그녀와 나는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저 허.허.허  헛웃음만이 나오는 시간이었다.

 

예상치못한 인연으로 여튼 여행길마지막 날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낯선이와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다. 일단 최고로 우선시되어야하는 것은 '나'인 것이다. 특히 낯선이와는 '나'를 기준으로 관계를 생각해야하고, 낯선이에게 굳이 좋은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녀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둘다 "또보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인연을 예상하고 추측할 순 없지만 둘다 알고 있었던것이겠지.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그녀와 헤어지고 되돌아서니 고독의 시간은 금새 다시 찾아왔고 그 고독에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어찌되었든 결국 고독의 시간은 분명히 내게 찾아 오는 것인데 함께 있던 그 시간을 난 그리도 괴로워했을까?, 라는 아이러니한 생각도 문득 들었다. 허.허.허. 마지막 날은 블랙유머같은 하루였다. 비행기가 다시 서울을 향해 이륙한다. 

 

+ 전날 공항 리무진 버스에 카메라를 두고 내려 셋째날 여행지 사진이 없다. 카메라가 있다손치더라도 풍광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올레길 12코스를 걷긴 걸었는데 걸었나 싶다. 다음번에 다시 그 길을, 내게 집중하며 걸어야겠다.

 

+ 삼일의 시간이 여튼 여로모로 다채로웠다. 그런 의미에서 좋았다. 그런데 다음번엔 혼자 여행을 하면 게스트하우스보다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숙소를 정해야겠다. 나는 게스트하우스형 인간이 절대 아니다. 확실히 확인했다.

 

 

 

+ 11월 29일 am 6시 50분 김포공항 풍경, 12월 1일 pm 8시 30분 제주공항 풍경.

 

+  원래 비행기 도착시간은 저녁 9시 30분이었다. 김포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던 비행기는 다시 이륙을 했다. 관제탑과 수신호가 맞지 않아 비행기는 하릴없이 서울 상공을 20여분간 날았다. 관제탑의 수신을 기다리며. 토요일밤 서울 촌놈인 나를 위해 비행기는 도심야간 드라이빙을 했다. ㅎ

2012. 12. 2. 21:40

작년에 세화의 집에서 머물면서 올레3코스를 걸으려고 했다. 예정했던 날 비가 내려 결국 그 길은 걷지 못하고 5코스를 걸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있는 3코스, 김영갑 갤러리에 가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 올레3코스는 중산간을 지나는 길이다.  숙소에서 길의 시작점까지 대략 2시간이 걸렸다. 버스를 타고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거기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탔다. 마을 곳곳에 정차하고 사람을 태우고 내리다보니 시간이 꽤 걸린다. 제주 할망들이 버스를 타고 내린다. 제주 할망은 머릿수건을 많이들 맨다. 그 모습이 인상깊었다.

 

 

 

 

 

 

+ 가을이면 오름을 보랏빛으로 물들인다는 작은꽃들이 이녀석들인가보다. 겨울오름에 아직 가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온평포구에서 시작해서 김영갑갤러리까지 내내 중산간 마을을 지났다. 중간에 오름도 하나 있었다. 중산간 마을에서는 귤농사를 짓고 있었다. 곳곳이 귤밭이었다. 귤나무에는 노오란 귤이 가지를 축 늘어트릴 정도로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길을 걷다 귤 하나를 주워 먹었다. 나무에 매달린 귤대신 땅에 떨어진 귤 하나를 주워 먹었다. 길 위에서 먹는 귤맛은 보통때 먹는 귤맛과 달랐다. 맛있게 귤을 먹고 오름을 하나 넘었다. 물통처럼 움푹 패어 통오름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가을이면 패랭이, 개쑥부쟁이, 꽃향유로 보랏빛으로 변한다고 한다. 오름을 오르면서 아직 가을의 여운을 부여잡고 있는 보라빛 작은 꽃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총20km가 넘는 3코스는 사람도 별로 없는 아주 조용한 길이었다. 그 길을 걸으면서 문득 내가 이렇게 길을 걷는 것이 옳은 행위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이 공간은 일상의 공간일 것이다. 그런데 그 일상의 공간에 타인이 '불쑥'들어온다면 그것이 과연 반가울까, 싶었다. 도시에서 온 이들이 지친 마음과 묵은 감정과 누더기가 된 슬픔을 싸들고 와서 그것들을 다 내려놓고 가겠다고 한다면? 미움과 슬픔, 분노 등과 같이 가볍지 않은 감정들로 공기가 무겁게 채워진다면 그곳에 있는 이들은 과연 반가울까 싶었다. 타인인 우리는 무슨 자격으로 제주에 와서 그토록 무책임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싶었다. 그래서 울다가도 눈물이 뚝 그쳐졌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명령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저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다달았다. 난 왜 이토록 이 공간에 오고 싶어했던 것일까? 그저 그가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그는 끊임없이 그가 있는 곳으로 내게 손짓을 했다. 내 이름을 불렀다. 마침 갤러리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바람>展이 열리고 있었다. 그와 내가 통한 것일까. 그가 필름에서 찾은 바람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는 바람 또한 잡아 그의 사진 속에 담아두었다. 그의 사진과 글을 찬찬히 둘러보다 눈물이 나와 혼났다.

 

 

 

 

+ 김영갑 갤러리 뒷마당에 작은 무인카페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차 한잔 마시며 갤러리에서 느낀 감정의 여운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김영갑 갤러리에도 보라빛 작은 꽃들로 뒷마당이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우리가 항상 유토피아적 삶을 꿈꾸듯 제주인들은 수천년 동안 상상 속의 섬 이어도를 꿈꾸어 왔다. 제주를 지켜온 이 땅의 토박이들은, 그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상적 삶에 절약, 성실, 절제, 인내, 양보가 보태져야 함을 행동으로 내게 가르쳐 주었다. 꿈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전한다 하더라도 나(제주)다움을 지키지 못한다면 꿈은, 영원히 꿈에 머문다. 제주인들처럼 먼저 행동으로 실천할 때 이어도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육신의 움직임이 둔해질수록 활동 반경이 좁아져 방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손의 움직임이 약해져 책장을 넘기거나 글을 쓸 수도 없다. 의자에 앉아 있기도 힘에 부친 날은 사람들과 만날 수도 없다. 혀가 꼬여서 어눌해진 발음 때문에 전화통화도 어렵다. 혼자 지내는 하루는 느리고, 지루하다. 일상은 단순하고, 탄력이 없다. 방안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침대에 누워 있는다. 눈을 뜨면 천장과 벽만 보인다. 장애를 가진 내 육신이 보인다. 눈을 감으면 지평선과 수평선이 보인다. 중산간 외딴집에서의 하루는 길었다. 찾는 이 없이 혼자 지내는 하루는 지루하고 더디 흘렀다.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으면 심심하고 지루팼다. 불평불만으로 가득찼던 그 시절이 지금은 그립다. 온종일 침대에서 지내야 하는 지금은, 카메라를 메고 들녘을 쏘아 다니던 그때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깨닫는다. 앞을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수직 절벽이고, 뒤를 뒤돌아본다고 흘러간 세월을 어찌할 것인가. 좌우를 살펴도 방법이 없다. 민간요법에 매달려 보았지만 나에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하늘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하늘의 영향을 받는다. 하늘의 도움 없이는 잠시도 살지 못한다. 이젠 하늘만을 믿어야 한다. 오늘 내가 감당해야 할 시련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불평하지 않고 설레임으로 내일을 기다린다. 어제 하루가 고통스러웠듯, 오늘의 시련이 내일로 이어짐을 알기에 새날이 시작되어도 절망하지 않는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따뜻한 봄을 만날 수 있다. 추위가 강할수록 따사로움은 돋보인다. 풀과 나무가 내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나무는 열매에 집착하지 않는다. 풍성한 열매를 기뻐하지도 우쭐대지도 않는다. 열매는 사람, 곤충, 새들의 몫이다. 아낌없이 모두 나누어주고, 나무는 다시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시작한다. 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을 대, 주저 없이 자신을 자연에 내맡겼다. 삶의 끝자락에 내몰린 나는 그렇게 하늘만을 믿고 나에게 허락된 하루를 감사하며 신명을 다해 오늘을 즐긴다. 온종일 깊은 생각에 잠겨 내 자신을 들여다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나만이 가진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가만히 나를 들여다볼 뿐 무엇을 보려고, 느끼려고, 깨달으려고 하지 않는다. 남들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 보고 싶으면 보고, 느끼고 싶으면 느끼고, 개닫고 싶으면 깨달으면 된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을 할 수 있어 좋다. 몸 따로 마음 따로,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이제는 흘러가는 대로 지켜볼 뿐이다. 나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동안 보고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을 통해 자연의 질서, 생명의 순환원리, 대자연의 메시지를 나누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지내는 동안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편안하고 즐겁다. 두 눈으로 보았고, 두 귀로 들었고, 두 손으로 만져보고, 두 개의 콧구멍을 맡아 보고, 온몸으로 느껴보았기에 확신했던 것들이 진짜배기가 아니라 허드레한 것이었음을 알았다. 20년 동안 오름 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나도 모르면서 두 개, 세 개 욕심을 부렸다. 중산간 오름 모두를 이해하고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하겠다는 주급함에 허둥대었다. 침대에 누워 지내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같은 과오를 범했을 것이다.


 

김영갑 글 중에서

 

20년 동안 제주에서 지내면서 종일 오름을 바라보며 오름을 찍어왔던 그가, 오름 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니 그 태도에 한없이 숙연해진다.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제주의 사람과 제주의 바람과 제주의 중산간을 받아들이고자 했던 그의 치열함에 말을 잃게 된다. 갤러리 무인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셨다.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올레길 위에서 서른 걸음 걷다가 한모금 마시고, 또 서른 걸음 걷다 한모금 마셨다. 커피가 정말 맛있어서 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 또 눈물이 날 것같았다.

 

 

 

 

 

갤러리까지의 거리는 총 12.1km였다. 앞으로 8km는 더 걸어야 했고, 시간은 3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기 전 올레길을 다 걸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딱히 밥을 사먹을 곳이 없어 아침에 산 빵으로 허기를 채웠다. 그래도 배가 고파 귤을 몇 개 더 주워 먹기로 했다. 귤밭 초입에 떨어진 귤이 별로 없었다. 귤을 찾다가 초입에 몇 개의 귤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반가히 달려갔다. '하나 먹고 나중에 걷다 목 마르면 더 먹을 수 있게 두개 주워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처음 집어 든 귤은 말짱하니 이뻤다. 주변에 몇 개가 더 있어서 집어 들었더니 땅에 박혀 있는 부분이 모두 곪아 있었다. 결국 귤을 한개밖에 먹지 못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것이 아닌 것에 욕심부리지 않고, 열매가 맺기까지 물을 주고, 가꾸고, 보살핀 이의 노고를 쉽게 취하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귤밭이 내게 가르침을 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하나에 '감사히 먹겠습니다.' 말하고 달고 맛있게 먹었다.

 

해변가 돌무지 길에 다다르니 4시가 넘었다. 6시가 되면 어둑어둑해질텐데. 발걸음을 재촉하고 싶었지만 돌무지 길은 걷기가 쉽지 않았다. 까딱하면 넘어질지모르는 그 돌무지 길을 걸으면서 수백, 수천, 수억, 영겁의 시간을 아무 말 없이 버티고 견뎌왔을 그 검은 돌 앞에서 오만을 부리지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밟고 후다닥 재빠르게 그 길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버리고 무한히 겸손해질 것을  되뇌이었다. 험난한 돌무지 길을 무탈히 통과하였다. 그리고 5시가 넘은 시간, 숲길이 나왔다. 해지기 직전이라 아무도 없는 숲 안에서 더더욱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숲을 믿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 내 존재를 증명해주는 이는 오로지 이 숲뿐이다. 숲을 믿고 가자.' 그랬더니 마음이 한결 평온해졌다.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인간과 자연은 서로를 신뢰하면서. 특히 인간은 자연을 경외하며. 그렇게 서로를 믿고, 보살피며 살아온 시간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바닷가 어느 무당집도 그런 흔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그 신뢰의 약속도 깨지고 말았다. 공포로 시작한 숲길에서 평온을 찾다 숲길을 벗어날 즈음 다시 두려움을 느꼈다.

 

 

 

 

여러모로 둘째날은 '자연'의 존재를 많이 생각한 날이었다. 그 존재는 분명 존재하는 것인데 너무나도 쉽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그 신뢰의 약속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표선해비치해변에서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해변의 고운 모래에 잔물결에 발을 담갔다. 종일 담았두었던 공포와 외로움, 두려움, 피로가 조용하게 씻긴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3코스가 끝나는 표선해비치해변에서 우연히 작년에 머물렀던 세화의 집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날 기억하고 있었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인연이 되면 또 만나자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 짧은 만남을 겪으며 만날 인연은 이렇게 만나는구나 싶었다. 왠지 세화의 집 어머니와는 곧 또 만날 것같은 예감이 든다.    

(20121130)

2012. 12. 2. 17:36

혼자 떠나는 여행을 계획했다. 혼자 여행을 떠나야지만 '독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휴가를 내고, 일단 비행기표부터 끊었다. 어디에 머물고 어떤 경로를 이동할지 미리 알아두고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을 내어 제주로 떠나는 비행기 티켓이 내 손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독립'을 향해 가는 첫발을 내딛었다, 라고 스스로를 격려했다. 아침 7시 1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났다. 출발시간을 너무 이르게 잡은 것은 아닌가 잠시 후회했다. 하지만 나는 떠난다. 그것에 의미를 두자. 어찌어찌하여 비행기 이륙시간이 늦어지고 비행기에 탑승한 채 30분동안 활주로 위에 있었다. '딩. 딩' 두번 벨이 울리고 곧 이륙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륙 직전의 순간, 나는 그 순간이 가슴 설렌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배낭을 가볍게 만들고 길을 나선다. 첫날은 올레 8코스를 걷기로 했다. 지난 밤 잡념들로 함 숨도 자지 못한터라 상당히 몽롱한 상태였지만 올레길 위에 내가 있고, 눈 앞에 바다가 보이고, 서울이 아닌 제주에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 째지게 좋았다. 그래서 혼자 배실배실 웃었다. '혼자'하는 여행은 처음이다. 교통카드 한 장 손에 들고 서울 근교를 혼자 돌아다니긴했지만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곳곳을 걷는 경험은 내게 생경한 것이었다. 약간의 두려움과 기특함과 설레임으로 그렇게 나는 첫째날을 맞이하였다. 

 

길을 걸으면서 억새밭을 보았다. 괜시리 눈물이 흘렀다. 왜 이렇게 억새만 보면 눈물이 나는지. 관계가 종료되고 7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시간이 갔다. 일부러 더 씩씩하게 지냈고, 최대한 활동에 열중했으며,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를 보면서 왜 눈물이 나는지 곰곰히 생각했다. 관계 종료 후 나는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던 것일까? 종료된 관계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슬퍼할 시간을 내게 맘껏 주었던 것일까? 생각해보니 그런 시간을 내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나는 억새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리고 헤어진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다. 두번의 연애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끝났다. 나는 연애에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 내가 느껴야 하는 고독과 외로움, 슬픔은 내가 오롯이 안고 가야하는 것이다. 상대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책임하게 타인에게 그 감정을 전가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면 독립적인 내가 되어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 조금 더 의연하게 관계를 맺고 싶다.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보며 내게 말했다. "애썼다. 그 시간들. 이제는 괜찮다. 그리고 나는 더 나아질 것이다." 바람이 흐르는 눈물을 쓰윽 닦아준다.

 

 

+ 베릿내오름에서 내려다 본 베릿내다. 베릿내는 천제연의 깊은 골짜기에 부터 흐르는 물길이 하늘의 은하수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별빛이 비추는 개울이라는 뜻에서 베릿내라고 한다. 이름짓는 마음씨가 참 이쁘다. :)

 

 

+ 중문해수욕장 풍경. 언제부턴가 이 해안가는 누군가의 '프라이빗 라운지'가 되어버렸다.

 

송이슈퍼에서 약천사를 지나고 베릿내오름을 오르고 내려오니 중문관광단지가 나온다. 2010년사무실 동무들과 함께 하얏트 호텔 뒷마당에서부터 대평마을까지 올레8코스를 걸었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 8코스를 다시 걷기로했다. 기이한 모양의 절벽을 보며 감탄했었다. 기억대로라면 하얏트호텔에서 해병대길을 지나 논짓물로 길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하얏트호텔 마당에 푯말이 적혀있다. 안전여부로 해병대길이 잠정적으로 폐쇄되었다. 8코스는 중문 관광단지를 끼고 있다. 롯데호텔, 신라호텔, 하얏트호텔 등 유명한 호텔들이 있다. 중문해수욕장을 걸으면서 어느 호텔에서 세운 푯말을 보았다. '프라이빗 비치 라운지' 해변의 일부가 개인 소유의 것이라고 적혀있다. 8코스를 걸으면서 2년 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올레표식은 의도적으로 제거되어 있었고, 잠정폐쇄 된 해병대 길 대신 새로 난 올레길은 차가 다니는 길과 다름없었다. 사유화된 해변과 길은 지나가는 올레꾼을 반기지 않았다. 돈이 되지 않는 올레꾼들을 내쫓고 싶은 그들의 마음이 역력히 보였다.

 

 

+ 대왕수천예례생태공원. 한국땅에서 '생태'란?

 

새로 난 올레길을 걸으며 '내가 이 길을 왜 걷고 있는거지?'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호텔 사이로 난 도로를 지나니 얼마전에 조성된듯한 생태공원이 나온다. 공원의 이름은 '대왕수천예례생태공원'이다. '생태'의 사전적 뜻은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이다. 그런데 한국땅에서 통용되는 '생태'의 의미는 아무래도 재정립 된 것같다. 한국에서 재정립 된 생태의 뜻은 '있는 모습 그대로 잘 있는 자연을 일부러 한 번 갈아엎고 인공 천(川)을 만들고 나약한 과실수를 드문드문 심고, 체험학습장을 만들고 안내푯말을 세우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라는 캐치프래이즈 아래 만들어진 생태공원과 '대왕수천예례생태공원'은 상당히 닮아있었다. 이곳도 가히 이명박스러운 감수성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 논짓물 풍경, 논짓물 풍경을 바라보고 뒤를 돌아보니 저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한라산도 언젠가 꼭 등반을 할 것이다.

 

생태공원을 지나니 익숙한 풍경이 보인다. 논짓물이 보인다. 다행이도 논짓물 풍경은 그대로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대평마을이 곧 나왔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밥한끼를 먹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대평마을은 제주도에 올 때마다 빠짐없이 꼭 방문한다. 올 여름과 또 마을 풍경이 달라졌다. 고요하고 여유로웠던 대평마을이 점점 자본의 손길에 다듬어지고 있다. 물고기카페 주인장이 "여기도 많이 변했죠."라고 한 말에 절대 공감한다. 제발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올레8코스가 아쉽고, 속상하다.  

(20121129)

2012. 11. 25. 22:54

1. 발이 편한 운동화 or 단화를 원한다!

아주 오랜만에 이발을 했다. 이발을 하고 있는 중에 스타일리스트가 내게 슬쩍 말을 걸었다. 오늘 본사에서 부지불식간에 출동해서 스타일리스트들 의상을 체크하고 갔다고 한다. 어제 체크가 있어 오늘 없을 줄 알았는데 오늘도 들이닥쳤다고 한다. 보통 여성이든 남성이든 스타일리스트들은 스타일리쉬하게 풀세팅으로 갖춰 입고 일을 해야한다고 한다. 스타일이 좋은지 안좋은지 본사에서 틈틈이 체크를 하고 그렇지 않은 스타일리스트에게는 경고를 준다고 한다. 스타일리쉬한 복장 중 하나가 바로 구두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스타일리스트 모두는 구두를 신고 일을 해야한다고 한다. 보통 여성 스타일리스트들의 구두라 함은 하이힐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제 종일 하이힐을 신고 일해서 오늘 굽 없는 신발을 신고왔는데 딱 걸렸다며 그는 괴로워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한다는 것을 뻔히 다 알면서 반드시 구두를 신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슨 심뽀인지. 그리고 왜 하이힐만이 스타일리쉬한 복장의 마무리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운동화를 신어도 단화를 신어도 얼마든지 스타일을 멋지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나??? 내가 더 그 미용실의 본사직원들한테 화가 났다. 이발하러 간 시간은 오후 3시 그때까지 그는 밥한끼 제대로 못 먹었다고 한다. 아침 9시 30분에 출근해서 마감시간은 8시, 스텝들은 9시에 출근해서 매장 정리하고 실습하고 마치면 대략 밤 11시 12시가 된다고 한다. 하루 긴 업무 시간 중 쉬는 시간은 밥먹는 시간 20분이라고 한다. 손님이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은 쿠션의 비치 등 안락하고 충분하다. 하지만 노동자가 쉴곳은 어느 곳에도 없다. 내 머리를 만지며 그는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절대 이 일만은 하지 말라고 뜯어 말리고 싶다고 한다. 미용실도 규모있는 식당처럼(왜 체인형 식당들은 브레이크 타임이 있지않은가? 소규모영세사업장은 그러하지 못하지만.ㅠ)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면 좋겠다. 엄청난 감정노동과 과한 물리적 노동을 요하는 직업이 미용실 스타일리스트이다.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혼자서 중얼중얼 거렸다. 충분한 휴게시간을 요구한다! 자유로운 복장을 요구한다! 틈틈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요구한다!

(20121125)

 

2. 근육의 힘!

근육의 중요성을 느낀 날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여러 것들 중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그 존재에 대해 인식한 것이다. 근육은 잘못된 자세와 운동 부족으로 서로 변형된 형태로 결합하여 굳는다. 이것이 지속되면 변형된 굳은 근육은 신경을 누르고, 눌린 신경은 '저림' 증상을 가져온다. 이완되지 않은 근육은 소위 이완된 자세 즉 누운 자세에서도 경직되어 있어 편치않다고 느끼게 하고 잠을 뒤척이게 하는 것이다. 오래된 오피스 생활과 퇴근 후에도 컴을 가까이 하는 생활은 근육경직 →불면증→더 근육경직 →더 불면증을 부른다. 악순환이다.

 

한의원을 다녀왔다. 양약병원도 한방병원도 '근육'에 대해 말했다. 양약병원에서는 그저 "문제없다."라고 말했다. 근육이완주사를 놓고, 처방한 약에 근육을 이완 시키는 약과 진통제가 있어서 '근육'이 문제라고 추측한 것이다.

 

여튼 한의원에 다녀온 결론은 '배근육'과 '허리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선생님은 아침 저녁으로 반듯하게 누워 다리 들어올리기 운동을 10회씩 한달동안 꾼준히 하기를 권했다. 병원을 나오면서 점심산책을 재개할 것을 다짐했다. 곳곳에 근육을 풀어주는 침을 맞았다. 왼쪽 목과 어깨가 한결 나아졌다. 그러나 오른쪽 손가락 마비 증상은 증상이 이번에 처음 드러난 것이지 증상의 원인은 꽤 오래되었을 거라며 치료를 하며 원인을 찾아 보자고 했다. 한 번 증상은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양약병원과 다른 답이다. 점점 한의학에 더 신뢰가 간다. ㅎ 지멋대로 오늘의 교훈은 '근육은 중요하다와 양약병원보다 한방병원이 더 낫다.'이다.   

(20121124)

 

3. 옷장 속 욕망의 연대기를 펼쳐라.

노동팀에서 기획한 노동교육 강좌가 오늘부로 드디어 끝났다. 기획력은 훌륭했지만 우여곡절이 많아 어려웠다. 소소한 실무의 실수도 있었고, 3주가 힘들었다. 쉽지않았지만 의미있는 시공간이었다고 스스로 확신한다. 매 강좌가 그랬다. 특히 마지막 강좌인 제미란 스타일리스트의 강좌는 내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질문하지 않았던 질문을 내게 던졌고 그에 대한 답변을 고민할 수 있는 시공간이었다. '옷'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게 옷은 몸을 보완하는 '기능적 의복'일뿐이었다. 옷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나의 취향보다는 동생의 안목을 적극 신뢰하였다. 한 마디로 옷에 대한 나의 철학이 없었다.

 

제미란 스타일리스트는 세가지 질문을 던졌다. 1)나에게 옷이란? 2) 내가 원하는 나만의 스타일은? 3) 내 스타일을 찾는데 방해되는 요인은? 1)에 대해 나는 '비싼 것(내 월급으로는 옷 한 벌 사기 어렵다.)', '많지 않은 옷으로 다양하게 매치하여 다채롭게 연출하고 싶지만 응용력이 부족하여 좌절하는 것.'이라고 썼고, 2)에 대해서는 '히피 스타일, 할머니들의 따뜻하고 낡은 느낌의 니트 스타일, 자유로운 스타일'이라고 썼고, 3)에 대해서는 돈, 시간, 타인의 시선, 쇼핑에 대한 흥미 부족, 추구하는 스타일의 옷이 시중에 별로 없음, 응용을 잘 못함.'이라고 썼다.

 

사람들이 제각각 생각하는 '나에게 옷이란?'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받으며 자연스레 옷이란 세상과 내가 만나는 마지막 경계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세상의 그것과 피부 아래의 내가 '옷'이라는 경계에서 만나는 것이기에 옷은 또다른 자아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 옷을 '잘' 입어야 겠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기에서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옷을 '잘'입는 다는 것은? 소위 명품을 두르고 유행에 부합하는 옷을 입는 것이 '잘'입는 것일까? 제미란 스타일리스트는 옷은 그 사람 고유에서 출발하는 것, 내가 가진 욕망의 기호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이 '잘'입는 옷이지 않을까 질문을 되던졌다.

 

내 스타일을 찾는데 방해되는 요인들을 이야기하다보니 자연스레 미디어 이야기도 나왔다. 옷을 사고 살 빠지면 입어야지 하고 두었던 옷들, 내 체형이 바뀌면 멋지게 스타일을 내야지 하는 마음에 대해 그는 담백하게 말했다.

 

"체형은 스타일의 완성이 아니에요. 우리가 효리처럼 될 수는 없잖아. 이미 미디어가 우리의 거울이 되어 그것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알아요. 하지만 언제까지 내 몸에 대해 저주를 붓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만은 없잖아요. 어차피 내 몸을 바꿀 수 없어요. 평생 이 몸으로 살아야 하잖아. 안 어울린다고 말하는 시선은 누구의 시선인지 한 번 세상해봐요. 안어울린다고 말하는 것이 진정 나의 시선인지, 타인의 시선인지. 안어울린다고 말하는 타인들은 지나가는 인연일뿐이에요. 내 남은 여생을 툭 던진 그 말에 평생 가둘 순 없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의 말이 정확한 말이라고 또 누가 어떻게 확신해요!"

 

나의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체형뿐만아니라 또 하나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로 함께 사는 이들이였다. 자유로운 나만의 스타일링을 위해서는 '옷'에 있어서도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스갯소리로 강의 틈틈이 "엄마를 끊으세요. 가족을 끊으세요."라는 말이 오갔다. ㅎ

 

스타일의 제약에 있어 우리가 느끼는 것 중의 하나 '돈'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그는 옷을 꼭 기성복 매장에서 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구제옷가게에 가면 좋은 질감의 저렴한 옷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오늘 입고 온 그녀의 빨간 코트와 머플러로 연출한 멋진 푸른빛의 스웨터는 모두 5,000원 10,000원 하는 것들이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구제옷의 세계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미란 스타일리스트는 옷장 속에 갇힌 욕망의 연대기를 과감하게 펼치라고 말했다. 좌절된 욕망을 펼치기 위해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그가 전한 한가지 팁은 '머리'였다. 사람이 가장 마지막까지 건들기 어려워 하는 것이 바로 헤어스타일인데 헤어스타일을 과감하게 바꾸면 겁나는 것이 없다고 했다. 제미란 스타일리스트의 헤어스타일은 아주 짧은 숏커트였다. 마치 아이돌 가수의 머리처럼. 그는 과감한 헤어스타일은 오히려 뭘 입어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며 강의장에 모인 이들에게 그녀만의 팁을 전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과 고민을 듣고 거기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옷'에 대한 철학을 나눈 시간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강의 쉬는 시간에 날 보며 "그대는 반드시 쉬어야 겠어요. 쉬어야 그대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어요. 여유가 없어서 지금 그대는 스타일을 못 찾는 거에요. 꼭 쉬세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그가 나를 꿰뚫어보는 것 같아 놀랐다. 제미란 스타일리스트는 매력적인 사람이었고, 그녀의 작업실에 한 번 놀러가보고 싶었다. 강의를 마치고 집에 와서 내 옷장 속 욕망의 연대기를 생각해봤다. 그리고 펼치지 못한 욕망의 옷들을 꺼내 보니 전부 원피스였다. ㅎ 내년 여름엔 하나씩 도전해봐야지!

(20121122)

 

4. 성희롱예방교육

성희롱예방교육을 다녀왔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이고 30여명 정도가 일하는 곳이었다. 직장내 성희롱 사례로 주로 회식자리 성희롱 사례를 들었더니 한 켠에서 "거봐, 다 술이 문제야!"라고 말했다. 성희롱을 둘러싼 원인은 권력관계와 불안정한 노동시장, 성역할 고정관념 등 구조적 문화적 요인들이 결합되어 발생되는 것인데 순간 '성희롱=술'이라는 공식이 누군가에게 각인 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다음번 예방 교육때는 회식자리 성희롱 사례는 가급적 삼가해야겠다. 여러 사례를 쓴다고 쓴 것같은데. 강의안을 재검토해야겠다. ㅠ

(20121121)

 

5. 몸몸몸 말하기 대회

몸,몸,몸 말하기 대회에 다녀왔다. 언니네중창단 공연에 배잡고 웃고. 몸에 관한, 아는 사람들의 몰랐던 이야기에 마음이 찡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문화제를 보면서 지금 내 몸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다리털과 겨털이 내년 여름에도 무사하기를 빌었다. '나는 모호'님의 목소리 매력적!

(20121120)

 

6. <인터뷰 강좌>가 끝났다.

일다에서 듣는 <인터뷰>강좌가 끝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순간, 오랜만이었다. 곧 퇴고의 과정을 거치고 글을 올려야겠다. 그리고 다음 인터뷰이 섭외도 들어가야겠다. 그녀가 흔쾌히 수락해주기를 바란다. 겨울이 충만하다. :)

(20121119)

 

7. 일요일의 점심, 참치알리오올리오 스파게티

담백하다. 그런데 퍽퍽하다. 다음번에는 응용된 알리오올리오가 아니라 오리지날 알리오올리오를 맹글어 먹어봐야겠다.

 

재료 : 마늘, 양파, 참치, 올리브유, 소금 스파게티면만 있으면 땡!

 

그리고 올리브유를 아주 듬뿍 많이 넣어도 될 것같다. 기름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면이 기름과 야채의 수분을 금방 흡수하니까 금방 퍽퍽해졌어. 참치 영향도 있었지만 알리오올리오라면 기름맛을 제대로 맛 뵐 수 있도록 해야지!

(20121118)

 

 

 

+ 어서 빨리 인터뷰 한 것 퇴고를 해야하는데. 아직도 못하고 있다. ㅠ

+ 한 주를 정리하고 보니 이번주는 참 빡시었다. 그래서 몸도 골골거리고 병이 낫나보다. 다음주는 쉬엄쉬엄 움직일 수 있도록 마인드 콘트롤 해야겠다.

+ 엄청나게 오랜만에 포스팅을 한다. 영화 본 것들, 책 본 것들도 하고픈 말이 있는데 목이 아파서, 손목이 안파서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내 몸은 소중하니까! 땡!

2012. 11. 13. 13:45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하여 사회적 입장이 뜨겁게 오고가고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지게 됩니다.(헌법 제24) 참정권은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헌법에 이렇게 우리의 권리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64%가 투표시간때문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는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합니다! 식당노동자도, 새벽같이 출근하는 제조업노동자도, 칼퇴근이 어려운 사무직노동자도 모두가 내가 갈 수 있는 시간에 신중하게 마음 놓고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한가지 더 알아두면 좋은 근로기준법!

 

제10조(공민권 행사의 보장)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公民權) 행사 또는 공(公)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그 권리 행사나 공(公)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청구한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사업주가 만약 공민권 행사를 보장하지 않을 때 이는 법 위반 사항입니다. 또한 공민권을 행사하는 시간은 유급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2012 12 19일부터 그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투표시간 연장 요구 함께 해요!

온라인 서명하기 http://nodong.org/everyvote9

 

2012년 12월 19일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전에 누가 어떤 공약과 정책으로 성평등복지국가를

더 가까이 실현할 수 있을지 꼼꼼히 살펴봐야 겠죠?

한국여성민우회가 대선후보에게 보낸 공개제안서를 미리 한번 살펴보고 가세요!


성평등복지국가 8대방향과 14대정책과제 클릭

2012. 11. 9. 01:28

 

 

 

 

 

 

 

 

아침 출근길 저녁 퇴근길 위에서, 일상의 거리에서 만난 가을이 참 좋다.  일상의 공간에서 만난 가을이 이쁘다. :) 가을이라는 계절을 알 수 있는 나라에 있다는 것이 순간 행복하다.가을은 특히, 길을 걷다 문득 나를 멈추게 만든다.

2012. 10. 29. 20:19

 

 

 

 

 

 

 

잘 산다는 것, 봄이 왔을 때 그리고 가을이 떠날 때 사람들 속에서 북적이며 꽃놀이 가고 단풍놀이 다녀오는 것. 남들 다하는 일상의 경험을 한다는 것이 어쩌면 잘 산다는 것. 오는 봄을 마중나가고, 떠나는 가을을 배웅하는 것 그것이 잘 산다는 것. 어제 오늘 그렇게 가을을 떠나보냈다.

 

@ 창경궁_20121028 & @ 월드컵경기장 하늘공원_20121029

잘가요!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