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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14. 23:03

고등학생의 하루


요즘 하루 시리즈가 유행한다고 한다. 처음 고등학생의 하루를 보고 뭔가 싶었다. 고등학생이 늦잠 잤다는 사실에 놀란것까지는 알겠는데 뭐가 이리 빨리도 지나가나 멍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봤다. 5초 안에 하루가 다 담겼더라. 어메이징! '헐'이라고 말하고 시작하는 영상이 참 적절하다.


대학생의 하루


그 다음에 대학생의 하루를 봤다. 역시 아침에 일어났는데 지각이다. 전날 과음을 했으니 늦잠을 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모닝똥과 함께 숙취의 부대낌을 배설하고 다시 잔다.ㅋㅋㅋ 그것이 바로 대학생의 하루! 와우! 갠춘하다!ㅋ
머리맡의 소주잔 디테일까지.

활동가의 하루


마지막으로 본 동영상은 활동가의 하루. 활동가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먼저 보지 않는다. 텅텅 빈지갑부터 확인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집회도 하고 격렬하게 회의도 하고 틈틈이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고 하루가 촘촘하다. 막 웃었다. 공감도 되고 내 주변 사람들이 오버랩되었다.


고등학생의 하루도, 대학생의 하루도, 활동가의 하루도 절묘하게 몇 초 안되는 짧은 순간에 모든 순간을 다담았다. 어쩜 그리고 고등학생의 하루도 대학생의 하루도 활동가의 하루도 공감가는지. 막 웃었다. 웃는데 뭔가 슬펐다. 웃자고 만든 영상이니 그냥 웃자!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요? 느리게 살아야지. 내년에는.

2010. 11. 29. 22:21



사람과 꽃이 이리도 잘 어울리는 사진은 처음 본 듯하다. 생기 블로그에 갔다가 두 장의 사진을 보고 멍-해졌다. 혼자 사진을 보고 또 보면서 이쁘다, 이쁘다 말했었다. 사람도 꽃도. :) 사진첩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사진 두 장.
2010. 11. 25. 02:00


아주 오랜만에 학교에 다녀왔다. 학교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벤치에 앉아 지난 시간에 잠겨보기도 하고, 학생회관 자판기에서 밀크커피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긴장감은 내게 그러한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난생처음 '강의'라는 것을 해보았다. '강의'라는 것이 내겐 잘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주문을 걸었다. "만남,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간 당신과 내가 만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높낮이 없는 나의 음성에 귀기울여준 그녀들이 고마왔다.
내게 전하는 그녀들의 눈빛이 참 좋았다.
이야기 중 바로바로 질문을 던져 주어 기뻤다.
마지막으로 내 생애 첫 경험을 그곳의 그녀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소중했다.
그리고 그녀들과 또다른 방식으로 인연이 될 수 있기를 조심스레 기대도 해보았다. 

언젠가 내게 이러한 시간이 또 주어진다면 단순히 말을 만들어 이미 형성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나만의 내러티브가 있는 시간, '만남'을 만들고 싶다. 그러러면 당위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리하게 세계를 바라봐야 할 텐데. 고민을 끊임없이 물고 늘어져야 할텐데!

잔잔한 여운에
고마운 만남에
늦은 밤 풍경을 곱씹는다.

+ 사진제공 http://club.cyworld.com/52041099278/183267277

                      


2010. 11. 18. 01:57
깊은 밤,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나는 지금 잠을 자야만 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지 않는다. 오늘은 무언가 조금 흥분되는 그러한 밤이다. 수원에 다녀왔다. 만나야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몽롱한 상태에서 버스를 탔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내일 수능시험장 자리가 어디에 배치될지 한참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당, 잠에서 깨야했고 커피한잔을 홀짝이며 7770버스를 탔다. 버스 히타가 꽤 쐐다. 강력하다. 어찌저찌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고 수원까지 온김에 수원화성에 가봐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성곽안에 폭 담겨있는 마을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소담하고 여유로운 풍경. 흥분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왜 전화를 했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내 마음을 어찌하지 못한다. 이랬다저랬다 왔다갔다 한다. 늦은 시간 사무실에 다시 들어오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사무실로 돌아왔고,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했다. 낮시간동안 보았던 그 풍경들 때문일까? 조금은 차분하고 말랑한 마음으로 민우회 신입회원 만남의 날을 했다. 4명의 사람들. 단발머리, 이지, 나온, 수인 그리고 숨, 폴, 나은! 각각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우주가 만들어주는 오묘한 조합으로 말로는 쉬이 설명할 수 없는 인연을 우리는 맺게 된다. 그 인연이 어떻게 얼만큼 유지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우주가 만들어주는 오묘한 조합으로 만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서로는 어떻게든 알아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모임이 끝나고 뒷풀이가 없었던 것이 많이 아쉬웠지만 또 어떠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해 본다. 그때도 오늘처럼 서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만날 것이다. 참 오랜만이다. 2008년 7월 이후 오랜만에 느끼는 훈훈함이다. :)















잘지내나요?


2010. 11. 14. 23:57

해가 가득한 오후엔 바람이 쌀랑하니 불어도 씩씩하게 걸을만했다. 하지만 해가 산자락 뒤로 굿바이 인사를 할즘 코끝이 빨개지고 손끝이 시렵다. 길상사를 한바퀴 빙 돌고 절 한 켠 자판기를 발견했다. 길상사 자판기엔 종이컵이 없다. 대신 마음에 드는 유리컵 하나 골라 자판기에 스윽 밀어 넣으면 된다. 넉넉한 머그컵을 자판기 안에 올려 놓고 300원을 넣고 밀크커피 한잔 뽑아 낸다. 컵을 그대로 두고 또 300원을 넣고 우유 한잔 뽑아 낸다. 밀크커피에 우유를 더하니 양도 넉넉하고 자판기표 라떼가 된다. :) 머그컵에 시린 손을 감싸고 달달하고 느끼한 맛에 따뜻한 기운에 헤벌쩍 기분이 좋아진다. 





다마신 머그잔은 자판기옆 개수대에서 직접 깨끗이 닦아 컵보관함에 넣어두면 된다. 종이컵대신 'with a cup' 길상사 좋군하! 

함께,
작은실천,
우리 몸, 지구!

즐겁고 자연스럽게 내 컵으로 마셔요!
여성환경연대 with a cup 캠페인

  
2010. 11. 14. 23:05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아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소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 2009년 5월 요망단 페달의 소개로 길상사에 다녀왔었다. 그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이야기를 알게되었다. 여인 나타샤, 김영한은 1916년 서울 관철동에서 태어나 금광을 한다는 친척에게 속아 모든 재산을 잃게 되자, 1932년 김수정의 도움으로 조선 권번에 들어가 기생이 되었다. 그곳에서 금하 하규일 선생의 지도를 받아 여창 가곡, 궁중무 등을 익히고, 1935년 해관 신윤국 선생의 후원으로 일본에서 공부를 하였다. 일본에서 체류하던 중 스승 해관 신윤국 선생이 투옥되자 면회차 귀국하여 함흥에 일시 머물렀고 그곳에서 김영한은 당시 함흥 영생고보 영어교사였던 백기행을 만난다. '만난다.'라는 그 순간, 두사람은 별개였던 서로의 생이 얽히고 얽혀, 시간이 흘러도 서로의 생에 각인되는 존재임을 느꼈을 것이다. 집안의 거센 반대를 못이겨 백기행은 김영한에게 만주로 떠나자 하지만 김영한은 홀로 서울로 돌아온다. 같은 해 조선일보 기자로 서울로 뒤따라온 백기행은 김영한과 재회하고 두사람은 청진동에서 생의 에너지를 다시 한 번 뿜어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생의 에너지가 응축되고 별개였던 생이 얽히고 얽히는 시간은 짧았지만 찬란했다. 그때 백석은 스물여섯, 김영한은 스물둘이었다. 유아기 경험이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최초의 경험이라면, 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일생을 뒤흔드는 경험을 하게된다. 그 순간이 바로 이십대, 미친 사랑의 시간. 미친 사랑의 기억을 안고 있는 여인 김영한의 길상사. 2010년 11월 B군과 길상사에 다녀왔다. 가을의 끝자락 여인 김영한의 감정이 오롯이 내게 밀려왔고, 가슴 뜨거운 한 여인이 생각이 났다.
2010. 11. 5. 00:39
지켜주고 싶어서 / 노래말 현하

힘들었어.
당신을 이해는 것보다 미워하기가
더 오래 걸렸어
힘들었어
당신을 나쁜 사람이라 말하기가 힘들었어요
더 쉽지 않았어
이제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꺼내요
치마를 입고 뛰어가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어서

헷갈렸어요 이게 뭔지 잘하는건지
무서웠어요 흑백 티비가 된 오월은
다 잊었어요 아니 잊었다고 생각했죠
괜찮은 줄 알았죠

십년이 지나
다시 기억한지도 십년이 지나
용서란 말은 아직 내겐 너무 먼 이야기죠
열살도 안된 그 애 이야기를 꺼내요
티비 앞에서 춤을 추던 어린 아이
지켜주고 싶어서

헷갈렸어요 왜 두려운지 잘하는 건지
무서웠어요 세상이 날 또 밀어낼까
용기내요 아니 두려워도 그냥 말해요
있는 사실 그대로

헷갈렸어요 삶의 어느 문턱에 걸려
넘어졌을 때 왜 사람들을 믿기가 어려웠는지
왜 쉬지 못하고 조급했는지
괜찮은 줄 알았죠

힘들었어
당신을 이해하는 것보다 미워하기가
더 오래 걸렸어



+ 엉엉 울고 싶었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그녀들이 노래를 불렀다. 그때부터 눈물이 흘렀다. 노래말이 내 마음에 와 닿았고 봉인되었던 기억이 와라락 쏟아져 나왔다. 작년 봄까지만해도 나는 그 기억이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나는 그 밤을 전혀 경험하지 않았다.'라고 생각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밤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어떻게 그 밤을 나는 까맣게 잊고 지낼 수 있었던 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밤이 성큼 내 앞에 다가와 있었고 당황스러웠다. 내가 망각하고 있었던 사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 2009년 6월 제주올레길을 걸으며 한사람이 내게 그녀의 성폭력 경험을 말했다.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서 단단하게 그 사건을 직면하고 대응했던 그녀가 부러웠다. 내 자신이 애처러웠다. 나도 그녀에게 그 밤을 말했다. 감정없이 사실만을 말했다. 무언가 찜찜했다. 팩트는 있는데 내가 없었다.

+ 기억을 떠올린지 딱 일년이 지난 2010년 봄, 민우회 회원들과 함께 '버라이어티생존토크쇼'를 보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작은 말하기' 속 그녀들이 당차보였고 예뻤고 동시에 나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밤, 그 아이를 만나서 "그때 왜 그랬어?"라고 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쉬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침묵하였다.

+ 얼마전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 그 밤, 그 아이가 등장했다. 한 친구가 그 밤, 그 아이를 칭하며 "00, 페미니즘 만나면서 사람됐지."라고 말했다. 마음이 멍해졌고 또다시 응어리가 올라왔다. 페미니즘 만나면서 그 밤, 그 아이가 사람되었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 2010년 겨울, 춤추는 오름길 위에서 그녀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내가 가여워서 울었고, 바보같아서 울었고, 제대로 분노하지 못한 지난 시간이 원망스러워서 울었고, 그 밤을 그렇게 겪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밤, 그 아이와 잘 지내는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아 울었다. 그리고 나와 그 아이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말과 눈빛과 행동이 떠올라서 또 울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작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보살피고 괜찮다고 울지말라고 그렇게 토닥여줘야하는 의식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 1997년 부터 써온 일기장을 펼쳤다. 2004년의 기록이 있는 15번째 일기장에는 그 밤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 '2003년 12월 29일, 30일, 31일 그리고 2004년 1월 1일'이라고 날짜만 쓰여 있을 뿐 백지이다. 그 뒤 일기장에는 그 밤에 대한 언급이 전혀없다. 철저하게 봉인하고 싶었나보다. 망각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나보다. 하아. 
2010. 10. 16. 23:26
오랜만에 알콜을 많이 섭취하였다. 오래동안 함께 활동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그 사람의 말에 희망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람에게 마음의 괴로움을 준 것 같아 나 또한 힘들지만 그 사람과 함께 활동하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다. 이제는 기다리자. 마음 정갈하게 하고 진심을 품고서 기다리자. 다음날 아침, 눈을 떴다. 몸이 많이 피곤하다. 다른 날과 달리 알콜을 많이 섭취한 지난밤이 후회되지는 않았다.



청소노동자 노래자랑 '장미빛인생' 몇주전부터 이날은 꼬옥 참석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숙취때문에 잠시 갈등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이불 속에 뭉개고 있으면 소중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이런 날이 또 쉬이 오지는 않겠지? 최대한 이불 속에서 버팅기다가 버스를 탔다. 토요일 오후 햇살이 따뜻하다. 버스가 종로를 달린다. 보신각 앞에는 돌봄노동자 대회가 진행중이다. 버스가 그 시공간을 지나칠 때 목을 쭈욱 빼고서, 달리는 버스의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한참을 창밖을 내다본다.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무대 위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안나가 사회를 보고 있다. 무대에서 사회를 보는 안나의 모습이 오랜만이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총 12명의 청소노동자 분들이 무대에 올라와 그녀들 나름의 18번을 노래한다. 참가자 소개를 하자마자 무대에 후딱 올라와 반주가 나오면 모든 에너지를 목소리에 싣고서 열창을 한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쌩하니 무대 아래로 도망간다.

안나가 도망가는 그녀들을 붙잡고서 질문을 한다. "아이고, 도망가지 말고 잠깐 얘기하고 가세요! 청소일을 하면서 힘들거나 줄거울 때가 있으면 얘기 좀 해주세요!" 멋지게 한자락을 뽑아낸 그녀가 대답한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니 마음 먹고 잠을 못자요. 그래도 아침에 동료들이 반겨주면 그렇게 좋아요!" 노동의 즐거움은 이렇게 소박한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또다른 그녀가 노래자랑 무대 위에서 "아침밥을 주지 않던 학교가 노조를 만들고 투쟁을 하니까 이제 아침밥을 줍니다. 나는 살아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오후의 햇살이 풍족하게 담긴 서울역 광장에는 개나리빛 드레스를 입고, 진달래빛 바지를 입고, 연두빛 손수건을 목에 두른 청소노동자의 노래 소리가 울려퍼졌고, 노래가락에 흥이난 다른 청소노동자는 어깨를 실룩거렸고, 광장을 지나던 행인들은 걸음을 멈춰 그곳에 머물렀다.
 
자본의 힘이 점점 세질수록 가난한 사람들은 존재하지만 점점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청소노동자도 어느순간부터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이 되어 있었다. 이른 새벽에 출근해서, 고된 노동을 하고, 물품보관실에서 화장실에서 차가운 밥을 먹고, 학생들이 없는 빈강의실에서, 계단아래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청소노동자는 유령이 되어 있었다.

사진출처 경향신문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것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 않게 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서울역 광장에서 있었던 청소농자의 노래자랑 장미빛 인생은 참으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보이고, 자신의 노동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면서 서울역 광장에는 어느새 공감의 기운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노동이 보이면 우리는 서로의 위치를 공감하게 되고, 공감은 변화를 꿈꾸게 하고,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은 연대를 통해 존재를 확장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따뜻한 밥한끼의 권리를 외치며 거리에 나선 청소노동자의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그리고 나는 이땅의 청소노동자를 열렬히 응원한다! 청소노동자의 장미빛 인생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



다음주 화요일(10/19)에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고 있는 식당노동자의 권리찾기 캠페인이 정동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다! "한그릇의 밥에 고마움을 얹어요, 식당노동자에게 존중을!" 캠페인에도 존재의 확장을 꿈꾸는 사람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여러분- 함께해요! :)

 

2010. 10. 12. 23:01

우연히 찍은 사진한장, 그 순간이 마음에 들 때가 있다. 핸드폰 카메라로 찰칵. 이천십년구월이십칠일. 홍대.
2010. 9. 30. 00:56
마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오지은님을 팔로잉 중이다. 그녀의 페이스북에 그녀의 목소리만큼 느낌있는 사진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담아오게 되었다. 괜찮겠죠? :) 그녀는 단연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