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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1. 14. 23:05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아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소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 2009년 5월 요망단 페달의 소개로 길상사에 다녀왔었다. 그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이야기를 알게되었다. 여인 나타샤, 김영한은 1916년 서울 관철동에서 태어나 금광을 한다는 친척에게 속아 모든 재산을 잃게 되자, 1932년 김수정의 도움으로 조선 권번에 들어가 기생이 되었다. 그곳에서 금하 하규일 선생의 지도를 받아 여창 가곡, 궁중무 등을 익히고, 1935년 해관 신윤국 선생의 후원으로 일본에서 공부를 하였다. 일본에서 체류하던 중 스승 해관 신윤국 선생이 투옥되자 면회차 귀국하여 함흥에 일시 머물렀고 그곳에서 김영한은 당시 함흥 영생고보 영어교사였던 백기행을 만난다. '만난다.'라는 그 순간, 두사람은 별개였던 서로의 생이 얽히고 얽혀, 시간이 흘러도 서로의 생에 각인되는 존재임을 느꼈을 것이다. 집안의 거센 반대를 못이겨 백기행은 김영한에게 만주로 떠나자 하지만 김영한은 홀로 서울로 돌아온다. 같은 해 조선일보 기자로 서울로 뒤따라온 백기행은 김영한과 재회하고 두사람은 청진동에서 생의 에너지를 다시 한 번 뿜어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생의 에너지가 응축되고 별개였던 생이 얽히고 얽히는 시간은 짧았지만 찬란했다. 그때 백석은 스물여섯, 김영한은 스물둘이었다. 유아기 경험이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최초의 경험이라면, 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일생을 뒤흔드는 경험을 하게된다. 그 순간이 바로 이십대, 미친 사랑의 시간. 미친 사랑의 기억을 안고 있는 여인 김영한의 길상사. 2010년 11월 B군과 길상사에 다녀왔다. 가을의 끝자락 여인 김영한의 감정이 오롯이 내게 밀려왔고, 가슴 뜨거운 한 여인이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