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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3. 02:34




어제 뭐 먹었어? 라고 내게 물으신다면 2008년 12월 2일을 기준으로 대답한다면 난 점심으로 삶은 돼지고기와 된장에 푹 담가뒀던 고추장아찌와 살짝 대친 브로컬리를 초고추장에 찍어, 햇콩이 달달하게 섞인 찬밥을 레인지에 데워 혼자 티비를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오전 반차를 내고 집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출근해서는 성산1동주민에게는 꽤 유명한 성산우체국 사거리 근방의 순대국밥집에서 5,500원하는 순대국밥을 사무실 동료들과 먹었다. 순대국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나름 괜찮은 맛이었다. 맛이 그리 찐하지도, 짜지 않았고(여기서 찐하지 않다함은 자극적이지 않아 국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표현임) 국물엔 꽤 많은 양의 순대 건더기들이 종류별로 다양하게 담겨있다. 이 건더기 녀석들을 새우젓에 콕콕 찍어먹으면 그 맛이란-음.

순대국을 종류별로 다양하게 먹어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은 순대국 중 가장 맛있는 순대국밥집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 백암왕순대국밥집을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다! 성산1동의 순대국밥집은 짙은 붉은 색의 국물빛깔을 띄고 있으며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가 들깨가루의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으며 들깨가루의 향과 그 안에 통으로 들어간 깻잎의 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 백암왕순대국밥집은 성산1동의 붉은 국물 빛깔과는 달리 우유빛의 뽀얀 순대국밥이 특징이다. 이곳은 성산1동의 국밥집과 대등한 수준으로 건더기가 국물속에 다량함유되어 있는데 성산동국밥집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다. 순대를 비교하면 성산동국밥집은 분식집에서 판매하는 당면이 들어간 순대보다는 고급스러운, 하지만 토종순대보다는 조금은 하위급의 순대가 들어있다. 순대는 아주 큰 덩이리로 하나가 나오는데 이것을 한입에 다 집어넣었다가는 그 크기와 뜨거움때문에 큰일이 발생할지어다.(난 그런 미련한 짓을 하고 말았다.-_-;)

고속버스터미널의 백암왕순대국밥집은 백암지역이 어디인지 정확인지 모르겠으나 토종순대가 담뿍 들어간, 순대의 씹는 맛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국물맛 또한 한번 뜨면 여러번 뜨게되는 맛을 가지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터미널지역 음식점은 '보통의 맛'을 가지고 운영하는 식당들이 대부분인데-그렇기때문에 밥을 어디서 먹을지 참으로 고민하게 되고, 밥한끼먹고 나와도 왠지 찜찜한 기분을 가지게 하는데-이곳은 다녀오면 그러한 생각은 싹 가시게 만든다. 맛과 든든함. 순대국 한그릇에 6,000원이 그리 착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 맛은 그리하여도 괜찮을시오다.(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오른것이 슬펐다. 흑.) 그리고 이곳은 보통순대국밥집에서 나오는 찬인 김치, 깍두기, 새우젓, 고추 외에 부추무침이 함께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어제 뭐먹었지?라는 질문에 꽤 주저리주저리 뭔가를 끄적이게 되는군. 흠. 본은 이것이 아니었는데-그럼 방향을 다시 잡아.

지인으로부터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뭐먹었어? 신간을 선물받았다. 만화책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인은 종종 내게 만화책을 소개하고는 하는데 그의 추천으로 요시나가 후미를 요얼마전에 알게되었다. 그래서 접하게 된 그녀의 작품으로는 플라워오브라이프(이 작품은 보는 내내 어쩜 그리도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리도 오래 머물게 되는지, 플라워오브라이프를 읽으며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그녀의 능력에 놀랐다.)서양골동양과자점엔티크(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이야기 속에 주로 게이가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성의 게이 그 인물이 궁금해졌다. 게다가 요상스럽고, 깜찍하고, 매력적이고, 달콤하고, 화려한 케이크를 뚝닥 만들어내는 그런이를 알고 지낸다면 좋겠다를 생각과 요근래에 나온 영화와 만화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를 솔찬히 느끼기도 하였다. 참 비교글도 한번 쓰고 싶었는데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있습니다.(그녀가 어떤 그림과 글을 만들어내는지 잘 모르던 시절, 이 책 제목을 보고 연애를 그린 순정만화인줄 알았다.-^;;;이 책을 보며 요리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ㅎㅎㅎ) 오우쿠, 사랑해야하는 딸들(이책은 그녀에 대해 전혀 아무런 정보없이 지난 여름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봤는데 꼭 다시 한번보고 싶다. 그리고 한장한장 느끼고, 생각하고, 기록하고, 소유하고 싶다.) 솔페주까지.

어제뭐먹었어의 카케이 시로는 변호사. 그는 6시에 칼퇴근하여 마트에서 장을 보며, 가격하나하나 꼼꼼히 따지는 인물이다. 요리를 하며 카케이 시로는 말한다.

"저녁준비는 정말 대단해. 일을 깔끔히 마무리 지었을 때나 느끼는 보람을 하루에 한 번은 맛볼 수 있으니...이 뿌듯함 속에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는지.."

그리고 또 그는 말한다.

켄지: 시로씨...정말 짠돌이구나...이 집 월세도 10만엔밖에 안 하잖아? 변호사면 수입도 꽤 짭짤할 텐데.

시로: 대형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 많이 벌기야 하겠지. 하지만 죽도록 일에만 매달려야 할 테니 시급으로 치면 편의점 알바비 정도일걸. 난 적당히 벌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 이거야. 그리고 짠돌이가 어때서? 나중에 자식들한테 신세질 수도 없는 게이가 의지할 건 돈뿐이란 거 몰라?

어찌보면 이 대사를 통해 시로가 지극히 현실적이며 자기 잇속을 아주 잘 챙기고 있는 인물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난 뭔가 슬프고 왠지모르게 위안이 되었으며 그리고 내가 꿈꾸는 미래를 보았다. 아-나도 적당히 벌면서 사람답게 살고싶다.(주륵)

켄지와 시로의 일상 속에서 겪는 이야기 사이사이 우리가 하루 세끼 밥을 챙겨먹는 것처럼 요리이야기가 등장한다. 등장하는 요리로는

#1. 연어우엉밥
#2. 토마토참치국수

 토마토참치국수재료(2인분)
-소면150g
-마요네즈에 버무린 기름 뺀 참치 반 캔
-깍둑썰기한 토마토(대) 1개
-채친 오이 1개
-잘게 썬 차조기잎 5-6장
-송송 썬 쪽파 4개
세로로 반 자른 뒤 어슷썰기한 양하 1개
-빻은 깨 적정량
-생강즙 적정량
-국수장국

삶은 소면은 찬물에 헹군 뒤 얼음 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뺀 다음,
준비된 재료를 얹어 섞어 먹는다.

#3. 죽순곤약절임

#4. 딸기잼


시로: "버터를 듬뿍 바를 토스트 위에 새빨간 딸기잼을 듬뿍 올려서..."
바삭
바삭
오물오물오물
시로: "아~새콤달콤한 잼과 짭조름한 버터 맛이 진짜 절묘하네~!!"
켄지: "행복해~♡"

#5. 정어리매실조림
#6. 가지토마토볶음
#7. 꽁치소금구이와밤밥
#8. 닭고기오븐구이

파드득나물, 소송채, 곤약 등 낯선 식재료들이 등장하여 그 요리를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토마토 참치국수와 딸기잼 만화중간에 등장하는 양배추베이컨조림은 꼬옥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어 보고 싶다. 맛을 느끼고 싶다. 씹고, 향을 맡고, 혀에 단맛-짠맛-신맛 등 각양각색의 오묘함,칠묘함,팔묘함을 느끼고 싶다. 식재료 고유함을 느끼고 때로는 튀기고, 볶고, 삶고 다양한 요리과정을 통해 어우러지는 재료와 재료들의 조화를 알고싶다.

시로와 켄지의 마지막 대화는 대부분-"행복해." 이 세글자로 마무리된다. 아-부럽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깔끔한 일의 마무리, 그 보람을 느끼기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하루 날을 잡아 요리를 해야겠다는.(요리를 일상으로 재현하기에는 내게 너무나 어려운 미션이다. 아직 요리는 내게 연례행사! 올해가 가기전 그가 알려준 대충대충스튜와 모짜렐라치즈 토마토 샐러드, 오리엔탈스파게티를 다시 한 번 재현해야할터인데! 기억력이 흐리멍텅. 레시피를 다시 알려주세요.)

+2권이 기대되는, 2권또한 소장의 욕구가 불끈불끈하는 훈륭한♡
하지만 149쪽의 동성연애자라는 언어선택은 흠. 번역상에 있어 성수자에 대한 카요코의 일종의 편견을 내포한 번역이라고 이해하기에도 역시나 흠.


2008. 10. 28. 01:50




가난한 활동가에게 당신의 삶의 낙은 무엇이요? 묻는다면 월요일아침 출근길 교통수단을 기다리며 지갑에서 단돈 천원을 꺼내고 주간지를 맞바꿀때, 매혹적 배우가 표지로 등장하는 영화잡지를 펼쳐드는 순간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주 필름2.0은 내가 지독히도 싫어하는 007시리즈가 표지를 장식하고 기획기사로 실렸지만 그래도 나를 유혹하는 페이지가 있었으니-"매혹적 장면 10개의 숨겨진 이야기"

영화의 역사는 곧 명장면의 역사이기도 하다. 기억은 영화의 제목을 망각할지언정 특정영화의 결정적인 장면은 신기하게도 머릿속에 보존해 놓는다. 그런 결정적 장면은 특출 난 이미지만큼이나 수많은 뒷이야기들을 남긴다.

이 기사에 모티브를 얻어 오늘은 "매혹적인 장면 1개의 숨겨진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얼마전 영화 멋진하루를 보았다. 영화 멋진하루의 미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일상의 공간이 프레임 속에 담긴 것일것이다. 요즘의 영화들(영화에 대해 이렇다 저랗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프레임속에 가꾸고 다듬어진 공간을 담는 것이 익숙하다면 멋진하루에 등장한 공간은 내가 오늘도 걷는 길이 바로 배경이 되어 등장한다.

영화 속,
희수와 병운이 서울의 익숙한 거리를 배회하다 한때 그들도 좋았던 시절 자주 다니던 음식점을 찾아간다. 하지만 가게는 문을 닫고 그들은 목적지 없이 그곳을 벗어난다.  허탈해하며 빠져나오던 골목. 그 골목길이 익숙다.


서울역사박물관, 내일신문사 뒷길에는 촘촘히 골목이 형성되어있다. 골목골목마다 길을 제외하고는 밥집으로 틈틈이 채워져있는 공간. 아침 그 골목길을 걷다보면 밥집대문에는 온갖가지 채소가 박스채로 쌓여있고, 지난 밤 밥냄새가 고스란히 베여 아침공기와 묘하게 섞여있는 곳이다. 그 골목을 병운과 희수가 나란히 걷더라.

맛있는 밥집이 있어 그 골목이 매력적이더라 말하는 것과 더불어 그 골목의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결정적 장면이  있다. 얽히고 섥힌 골목길에서 미지의 낯선 곳으로 향하는 느낌이 드는 지점이 있다. 열림과 닫힘이 공존하는 시점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서대문역 3번출구로 나와 강북 삼성병원으로 향한다. 3번출구에서 직진, 그러다 등장하는 자그마한 언덕길. 그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왼쪽으로 강북삼성병원이 오른쪽으로 몇개의 약국과 자그마한 가게가 있고 촘촘히 밥집이 들어앉아 있는 공간으로의 통로가 2-3개가 있을 것이다. 이 세 통로중 어느곳을 선택하여도 무방하다.

그렇게 골목을 헤매이다 보면 정성스레 커피를 드립해주는, 커피와 쟁이가 있고
깔끔하고 맛나는 밥집 봄샘이 있을 터이고
콩비지집, 돈까스집, 칼국수집, 삼계탕집 등등을 접할 것이다.

밥때 가면 봄샘에서 밥한끼를.

그렇게 밥냄새 진한 골목을 돌다 순간 걸음이 멈춰서는 공간이 바로 영화속에서 희수와 병운이 걷는 길이다. 경계가 지어져있고 닫힌 공간인 골목길을 걷다 어느 특정 지점에서 그 길이 열려있음을, 그 골목길 일직선으로 대로 너머 저곳에 정동길이 쭈욱 뻗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골목의 끝에서 정동'길'의 시작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공간에 설때의 묘함. 그 묘함을 느끼기 위해 오늘 괜시리 그 골목안을 헤매이다(이젠 헤매이지 않는다. 어느 곳에 어떤 밥집이 박혀있는지도 안다.) 그 지점, 그 시점에 멈춰선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영화가 보고 싶다. 그렇게 멋진하루는 불쑥 내 삶의 공간을 끄집어 내고 불쑥 지난날의 기억을 부른다. 희수가 병운과 찾은 이태원 어느 건물의 옥상. 희수는 한 장면을 목격한다. 그 장면을 목격하는 희수에게 아련함이 묻어난다. 먼곳을 향해 응시하는 여자에게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희수에게 병운이 다가와 말은 건낸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 불쑥 어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때 또 한 번 묘하다.
나는.
아마도 희수도. 



2008.10.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