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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에 해당되는 글 4건
2012. 11. 28. 14:21

 

 

첫 번째 <百의 그림자>는 누군가가 내게 여행 보낸 것이었다.

내게 여행을 온 첫 번째 <百의 그림자>를 여행 보낸 이에게 돌려보내기 전 다시 읽었다.

 

두 번째 <百의 그림자>는 부산의 어느 극장앞에서 만났다.

두 번째 <百의 그림자>를 부산에서 온 이에게 여행을 보냈다.

두 번째 <百의 그림자>를 부산에서 온 이에게 보내기 전 다시 읽었다.

 

세 번째 <百의 그림자>는 지금 군산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세 번째 <百의 그림자>를 군산으로 보내기 전 다시 읽었다.

 

무재씨와 은교씨가 서울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같은,

무재씨와 은교씨처럼 나또한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세 번째 <百의 그림자>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네 번째 <百의 그림자>를 기다린다.

(20121127)

 

+ 세 번째 <百의 그림자>를 보내면서 엽서 한 장을 적었다. 그 엽서 속 두 사람이 <百의 그림자>의 무재씨와 은교씨를 닮았다. :)

2012. 10. 16. 00:14

<인터뷰>강좌 두 번째 시간을 가졌다. 지난 시간 윤정은 기자는 자신이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고, 인터뷰의 목적을 정리해오라는 숙제를 주었다. 틈이 나는대로 누구를 인터뷰를 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인터뷰>강좌를 듣기 시작하면서 막연히 생각했던 주제가 있었다. '서른을 통과하고 있는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지금 겪고 있는 서른은 그전에 겪었던 시간과 너무나 다른 무게감과 질을 가지고 있는 것같아 나는 힘이 든다. 서른을 통과 하는 이 시간, '삶은 왜이리도 불안하고, 외롭고, 두려운지.' 서른의 키워드는 불안, 외로움, 두려움이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 나의 서른을 '제2의 사춘기'라고 말한다. '제2의 사춘기'를 겪고 있을 그/녀들의 '오늘'이 궁금했다. 누구나 인생에서 똑같이 겪고 통과할 시간이겠지만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 각자의 지혜로 불안과 외로움, 두려움을 온 몸으로 뚫고 지나갈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경험의 공유가 서로에게 미약하나마 일종의 '백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생각하던 중에 황정은씨의 소설 <百의 그림자>를 주말 동안 다시 읽었다. 그녀의 소설을 덮는 순간 서른의 시간, '제2의 사춘기'에 반복해서 읽게 되는 <百의 그림자>를 쓴 황정은씨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서른을 통과하는 너에게> 연속 인터뷰 문을 열고 싶다는 욕망을 강렬히 가졌다. 그래서 두 번째 강좌 시간에 나는 호기롭게 "황정은씨를 인터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서른을 통과하는 그/녀들은 분명 만나야겠다고 생각한다. 무정한 도시에서 너는 내게, 나는 네게 얼굴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얼굴 없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인터뷰가 서로의 얼굴을 찾을 수 있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 몇몇 사람들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 함께 강좌를 듣는 사람들과 자신이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과 이유를 공유하였다. 모두가 '현재' 자신을 기반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정하고, 그 이유도 자기 경험에 기반하여 진솔하게 말하고 있었다.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본다.

 

+ 주말 동안 황정은씨의 <百의 그림자>를 다시 읽었다. 세번 째 읽었다. '조만간 나는 다시 그녀의 책을 다시 펼치지않을까?'라는 생각을 책장을 덮으며 했다. 나의 첫번째 사춘기 시절, 그때 나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과 <외딴방>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이후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경험은 드물었다. 그런데 지금 황정은씨의 <百의 그림자>가 그러하다. 그래서 그녀와 그녀의 소설은 내게 있어 소중하다. 황정은씨가 김애란씨와 다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점심을 먹고 망원시장에 산책을 갔다. 가을이 왔다. 가을 국화가 내 책상 위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며칠 전부터 있었다. 지하철 역 옆 작은 꽃집에서는 큰 화분의 국화만 있었다. 작은 꽃집 옆에는 홈플러스가 있다. 거기엔 작은 국화 화분을 2,000원에 팔고 있었다. 그렇지만 작은 국화 화분을 홈플러스에서 데려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작은 국화 화분을 찾으러 망원시장에 갔다. 합정역 홈플러스 입점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의 심기가 편치 않지만 그래도 생을 '활기'로 채워가는 사람들, 활력 가득한 망원 시장 한 복판에 작은 꽃집이 있었다. 다행이도 작은 국화 화분도 있었다. 노오란 국화는 여기저기에서 흔히 볼 수 있어 보랏빛을 살짝 띄는 작은 국화 화분을 데려왔다. 꽃이 피고 지는 시간 동안 잘 살피고 싶다. 그리고 꽃이 다 지고 나면 사무실 옥상 정원에 심어 줘야지. 그러면 겨울을 잘 견디고 내년 가을에 다시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국화 화분을 들여오면서 2004년 송우가 생일날 선물했던 큰 노오란 국화 화분이 생각났다. 그땐 내가 너무 무심해서 그 화분을 너무 쉽게 보냈다. 이번엔 그러지 않기를.

2012. 9. 1. 16:22

나로 말하자면 줄기차게 호상을 소망했다. 잘 죽고 싶었다. 장래 희망이 죽는 것이냐고 되묻는 사람에게 죽고 싶은 것이 아니고 잘 죽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한다고 생각했다. 죽을 때만은 여한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름엔 복숭아를 듬뿍 먹고 가을엔 사과를 양껏 먹을 수 있는 정도로 만족하며 살다가 양지바른 곳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느닷없이 불에 타거나 물에 쓸려가거나 무너지는 건축물에 깔리는 일 없이 조금 더 바란다면 길고 고통스러운 병에 시달리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자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내게 요즘처럼 사람의 죽음이 험한 세상에서 평생을 좋은 일을 하고 정갈하게 살아도 찾아올까 말까 한 지복을 바라는 구나 너는, 하며 웃었다. 그 정도가 지복이라면 요즘의 인생이란 서글픈 것이로구나, 지나가듯 생각했다.

 

- 황정은 소설집 <파씨의 입문> 낙하하다 中

 


 

 

선생님, 그곳에서도 잘 계시지요? 찾아뵙지 못해 오늘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선생님, 어제 오늘은 마음이 조금 많이 힘든 날이였어요. 찾아뵙고, 선생님 아래에서 엉엉 울고싶었는데 전 이곳에 있네요. 곧 찾아뵐 날을 다시 기다립니다. 선생님을 기억할 수 있도록 애쓰고 또 애쓸게요. 평온하세요.

 2012년 9월 1일 바람 드림.

 

K야 너도 잘 지내고 있지. 그대곁에도 평온이 늘 머물기를. 아프지말고 많이 웃으며 지내기를. 생일 축하해.

 

2012년 9월 1일 from. 바람

2012. 3. 26. 21:44
*
소년이 살았어요.
네.
소년의 이름은 무재.
무재씨.
네.
그건 무재 씨의 이야기인가요?
무재의 이야기라니까요. 계속할까요?
네.
소년 무재가 살았습니다. 무재의 식구들은 그림 한 점 없는 커다란 방에서 살았습니다. 식구는 아홉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고 누나가 여섯이었습니다.
여섯이나 되나요?
무재가 일곱 번째로 막내입니다.
많군요.
많은가요.
왜 그렇게 많을까요.
그건 말이죠. 하고 무재 씨가 고개를 한쪽으로 약간 기울이고 말했다.
그게 좋았던 것 아닐까요?
그거요?
섹스.
나는 얼굴을 조금 붉힌 채로 무재 씨를 따라서 걸었다. 은교씨, 하고 무재 씨가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너무 야한가요.
하나도 야하지 않은데요.
야하지 않을까요.
야해도 좋아요.
야한게 좋나요.
야해도 좋다고요.
라고 긴장해서 말하자 무재 씨가 후후. 하고 웃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무재의 부모는 일곱 명의 자식을 낳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나요.
소년 무재의 부모는 개연적으로, 빚을 집니다.
개연이요?
필연이라고 해도 좋고요.
빚을 지는 것이 어째서 필연이 되나요?
빚을 지지 않고 살 수 있나요.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글쎄요. 하고 무재 씨가 나무뿌리를 잡고 비탈을 내려가느라 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자칭하고 다니는 사람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금 난폭하게 말하자면, 누구의 배(腹)도 빌리지 않고 어느 날 숲에서 솟아나 공산품이라고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알몸으로 사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신은 아무래도 빚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뻔뻔한 거라고 나는 생각해요.
공산품이 나쁜가요?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요, 공산품이란 각종의 물질과 화학약품을 사용해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 여러가지 사정이 생길 수 있잖아요? 강이 더러워진다든지, 대금이 너무 저렴하게 지불되는 노동력이라든지. 하다못해 양말 한켤레를 싸게 사도, 그 값싼 물건에 대한 빚이 어딘가에서 발생한다는 이야기예요.
그렇군요.
어쨌든 소년 무재의 부모가 빚을 집니다.
네.
이 경우엔 다른 사람의 종이에 이름을 적어 준 대가로 얻은 빚입니다. 빚의 규모가 너무 커서 빚보다는 빚의 이자를 갚느라고 힘든 노동을 하는 와중에 아홉 식구의 생활비도 버는 생활을 하다가 소년 무재의 아버지의 그림자가 끝끝내 일어서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 황정은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 중

+ 황정은씨의 소설 <百의 그림자>를 읽다보면 긴 산문시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귀한 소설. 소설을 읽던 중 이 구절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빚' 빚지며 사는 인생, 그래서 야해할 도리를 하며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내 곁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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