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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16. 00:14

<인터뷰>강좌 두 번째 시간을 가졌다. 지난 시간 윤정은 기자는 자신이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고, 인터뷰의 목적을 정리해오라는 숙제를 주었다. 틈이 나는대로 누구를 인터뷰를 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인터뷰>강좌를 듣기 시작하면서 막연히 생각했던 주제가 있었다. '서른을 통과하고 있는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지금 겪고 있는 서른은 그전에 겪었던 시간과 너무나 다른 무게감과 질을 가지고 있는 것같아 나는 힘이 든다. 서른을 통과 하는 이 시간, '삶은 왜이리도 불안하고, 외롭고, 두려운지.' 서른의 키워드는 불안, 외로움, 두려움이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 나의 서른을 '제2의 사춘기'라고 말한다. '제2의 사춘기'를 겪고 있을 그/녀들의 '오늘'이 궁금했다. 누구나 인생에서 똑같이 겪고 통과할 시간이겠지만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 각자의 지혜로 불안과 외로움, 두려움을 온 몸으로 뚫고 지나갈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경험의 공유가 서로에게 미약하나마 일종의 '백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생각하던 중에 황정은씨의 소설 <百의 그림자>를 주말 동안 다시 읽었다. 그녀의 소설을 덮는 순간 서른의 시간, '제2의 사춘기'에 반복해서 읽게 되는 <百의 그림자>를 쓴 황정은씨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서른을 통과하는 너에게> 연속 인터뷰 문을 열고 싶다는 욕망을 강렬히 가졌다. 그래서 두 번째 강좌 시간에 나는 호기롭게 "황정은씨를 인터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서른을 통과하는 그/녀들은 분명 만나야겠다고 생각한다. 무정한 도시에서 너는 내게, 나는 네게 얼굴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얼굴 없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인터뷰가 서로의 얼굴을 찾을 수 있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 몇몇 사람들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 함께 강좌를 듣는 사람들과 자신이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과 이유를 공유하였다. 모두가 '현재' 자신을 기반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정하고, 그 이유도 자기 경험에 기반하여 진솔하게 말하고 있었다.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본다.

 

+ 주말 동안 황정은씨의 <百의 그림자>를 다시 읽었다. 세번 째 읽었다. '조만간 나는 다시 그녀의 책을 다시 펼치지않을까?'라는 생각을 책장을 덮으며 했다. 나의 첫번째 사춘기 시절, 그때 나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과 <외딴방>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이후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경험은 드물었다. 그런데 지금 황정은씨의 <百의 그림자>가 그러하다. 그래서 그녀와 그녀의 소설은 내게 있어 소중하다. 황정은씨가 김애란씨와 다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점심을 먹고 망원시장에 산책을 갔다. 가을이 왔다. 가을 국화가 내 책상 위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며칠 전부터 있었다. 지하철 역 옆 작은 꽃집에서는 큰 화분의 국화만 있었다. 작은 꽃집 옆에는 홈플러스가 있다. 거기엔 작은 국화 화분을 2,000원에 팔고 있었다. 그렇지만 작은 국화 화분을 홈플러스에서 데려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작은 국화 화분을 찾으러 망원시장에 갔다. 합정역 홈플러스 입점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의 심기가 편치 않지만 그래도 생을 '활기'로 채워가는 사람들, 활력 가득한 망원 시장 한 복판에 작은 꽃집이 있었다. 다행이도 작은 국화 화분도 있었다. 노오란 국화는 여기저기에서 흔히 볼 수 있어 보랏빛을 살짝 띄는 작은 국화 화분을 데려왔다. 꽃이 피고 지는 시간 동안 잘 살피고 싶다. 그리고 꽃이 다 지고 나면 사무실 옥상 정원에 심어 줘야지. 그러면 겨울을 잘 견디고 내년 가을에 다시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국화 화분을 들여오면서 2004년 송우가 생일날 선물했던 큰 노오란 국화 화분이 생각났다. 그땐 내가 너무 무심해서 그 화분을 너무 쉽게 보냈다. 이번엔 그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