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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리'에 해당되는 글 2건
2013. 5. 12. 20:34



핸드폰이 운명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부터 수신의 기능을 전혀하지 못하고 있다. 문자가 와도 나는 볼 수 없다. 상대가 전화를 걸어도 나에게는 전화가 들어오지 않는다. 상단의 버튼을 누르면 무조건 카메라 기능으로 전환되고, 숫자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는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통화를 하고,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것 뿐이다. 전화기를 바꿔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우선은 수리센터에 가봐야겠다. 그리고 피쳐폰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수소문을 해봐야겠다. 피쳐폰도 나름 디자인이 중요한데. ㅠ  그리고 정말 스마트폰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겠다. 스마트폰에 대한 욕구는 없다. 그런데 요즘 카메라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담고싶은 순간들,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생겼다. 작은 카메라를 하나 사려고 했었다. 그런데 핸드폰이 망가져가고 있으니 카메라 기능이 좋은 스마트폰을 살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을 만났는데 핸드폰을 바꾸라는 원성을 들었다.


위 사진은 내 피쳐폰으로 찍은 5월의 숲. 누군가가 내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내게 양도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참 마음에 드는 폰인데.

(20130512)



올 봄에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개최된다. 예년에 비해 늦은 봄에 개최되는 영화제 상영작 리스트들을 쭉 살펴보았다. 상영작들을 보며 '이 영화는 왜?'라는 생각이 드는 몇몇 작품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김태용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그러했고, 김동호 전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영화 <주리> 또한 (스폐셜 상영작이긴 하지만) 그러했다. 영화제의 가치와 주관을 지키며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짐작하면서도, 영화제 흥행 여부도 고려해야하는 집행단위 고민이 이해되면서도 상영작 리스트를 보며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여성영화제에서 굳이 주류 남성 감독들의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이 설득되지 않았다. 


대학로 동숭동에서 신촌 아트레온에서 신촌 메가박스로 영화제 근거지가 올해 새롭게 바뀌었다. 메가박스라는 대형극장에서 진행되는 영화제 풍경이 크게 기대되진 않지만 -_-; 곳곳에서 여성영화제 특유의 에너지가 발산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 공간이라는 것, 참 중요한데. 점점 공간을 빼앗겨버리면서 여성영화제의 특유의 분위기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트레온을 잡아먹은 CJ 메롱! 뷁!


하지만 이번 여성영화제의 슬로건이 마음에 든다. 'She's comming' 간결하고 명확하다. 그리고 이애림 작가의 영화제 포스터 그림도 인상적이다. 2007년 여성영화제 리더필름을 그녀가 만들었다. 이애림 작가의 그림은 괴기스러운 원시의 힘이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의 눈썹은 프리다칼로의 그림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2010년 그녀의 전시회 <활활>에서도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의 분위기가 공간을 집어삼켰다. 그 힘이 좋다. 마지막으로 영화제 트레일러 필름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 한예리가 나온다. 결론은 이번 영화제가 설레인다는 것! ㅎ 예매완료! ㅎ

(20130512)



2013. 2. 11. 23:17


운동권 가부장 최해갑은 왜 지지받는 걸까?


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보고 노트에 최해갑의 가계도를 그리고 가족들의 특징들을 열거해 보았다. 최해갑의 조부와 아버지는 들섬에서 영웅 같은 존재다. 그들은 왜구를 물리치고, 자기 소유의 땅을 마을 사람들에게 분배하고 탈북 한다. 그런 집안의 내력을 이어 받아 최해갑은 뼛속까지 빨갱이다. 1980년대 '최게바라'로 불리는 혁명분자였고, 그 이후에도 <주민등록을 찢어라>라는 영화를 만들며 국가 권력에 끊임없이 딴지를 건다. 1980년대 이후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잘 그려지지 않지만 그는 어떤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동지'라는 말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며, 국가가 국민에게 부여하는 국민의 의무-일방적 KBS 수신료 납부 거부, 국민연금 납부 거부, 지문 날인 거부 등-에 일일이 거부하며 산다.

안봉희 또한 1980년대 최해갑과 함께 열혈운동권으로 '안다르크'로 불렸다. 외유내강의 캐릭터로 최해갑과 쿵짝이 맞다. 최해갑이 학교 급식 당번을 하며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돈의 흐름이 누구에게 집중되고 있는지 물을 때, 안봉희는 돈의 흐름의 종결지인 학교장을 만나 정상가족 중심의 학교 프로그램에 문제제기를 하며, 돈의 흐름에 대한 돌직구를 던진다. 하지만 안봉희의 뜨거운 피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안봉희는 동네에서 작은 찻집을 운영하며 최해갑 가계에서 유일하게(?) 경제활동을 한다. (첫째 딸 민주도 경제활동을 한다. 민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본인의 생계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최해갑의 가계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은 여자들이다. 안봉희는 직접 차를 말리고, 손수 만든 것으로 보이는 퀼트 소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소일거리로 퀼트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안봉희는 최해갑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인물로서, 자식들도 안봉희를 최해갑의 팬이라고 인정한다.

최해갑의 첫째 딸 최민주는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자퇴를 하고 디자인 학원에서 의상 디자인을 배운다. 감각도 있고 재능도 있지만 고등학교 자퇴라는 학력이 걸림돌이 된다. 최해갑이라는 존재에 대해 대립 선을 긋는 인물이지만 그나마 저항하는 인물이지 절대적 대립자는 아니다. 영화 후반부 민주는 최해갑의 지시를 잘 따르는 첫째 딸이다. 둘째 아들 나라는 최해갑이 알려준 싸움의 기술을 실생활에서 활용한다. 나라는 여차저차한 문제로 하루 가출을 한다. 가출 후 돌아온 나라에게 최해갑은 헤드락을 걸며 본인을 이기라고 한다. 본인을 이기는 그땐 가출을 해도 된다고 한다. 막내 딸 나래는 최해갑의 지론에 대해 의심 없이 습득하고 배포하는 인물이다. 나래는 학교에서 집안의 가훈인 '배우지 말고, 가지지 말자.'를 자랑스럽게 발표한다.

영화는 픽션이지만 현실 세계를 기반 하여 만들어진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무엇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최해갑의 가계도를 그리면서 이런 관계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의아했다. 최해갑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인물이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가족이라는 범주에선  골칫덩어리 같은 인물이다. 최해갑은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큰 불만을 가지지 않고 산다. 가부장이 반드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삶은 신경 쓰지 않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부장과 함께 산다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 그리고 민주와 나래는 고졸 자퇴라는 학력이 생의 걸림돌이이 됨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아빠의 일방적 선택으로 단절됨(전학이라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학교를 떼려 치라고 하는 최해갑에 대해 "운동권 아빠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만날 자기 마음대로야!"라고 토를 달지 않는다. 최해갑은 세상을 향해 저항하지만 최해갑의 일가는 최해갑에게 딱히 저항하지 않는다. 가부장의 존재와 권력을 지지하고 순순히 따른다. 운동권 가부장 최해갑이 가족 내에서 이토록 지지받는 이유가 미스터리다.   


최해갑은 정말 <남쪽으로 튀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여기에 있다.


극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매력은 감정을 함께 표출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국가 시스템에 저항하는 최해갑의 행위를 보며 극장 안을 가득 채운 우리들은 환호했고, 그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KBS 수신료 거부 의사를 밝히며 텔레비전을 집어 던지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꼈고,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는 마음은 있지만 '나의 노후에도 별탈 없이 국민 연금을 받을 수 있겠지...?'라는 불안함을 대신해 대차게 한마디 하는 최해갑을 통해 시원함을 가졌다. 그리고 한나라당을 연상시키는 로고의 유니폼을 입은 티브로 건설사 직원들에게 앉아서 당하지 않고 꾀를 부려 그들을 골리는 최해갑을 보며 "맞아! 저렇게 해야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다이너마이트를 뻥뻥 터트리며 꽃병을 던지면서, 들섬을 삼키려는 4선 의원 김하수를 절절매게 하는 최해갑과 안봉희를 보며 환호했다. 

거대한 자본과 국가권력에 맞서 대응하는 최해갑을 보며, 들섬을 지키고자 하는 최해갑을 보며, 2MB에 대응하며 끊임없이 "여기 사람이 있다."를 외쳐 온 용산과 강정의 사람들을 생각했다. 하지만 통쾌해 하고 환호 할 수록 무언가 씁쓸했다. 최해갑과 맞서는 김하수는 우둔하고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 김하수가 존재한다면 그는 영화 속 존재처럼 절대 그렇게 우둔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뭇 생명들의 삶의 터전이 시멘트에 매장되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이들이 현실 세계의 김하수인 것이다. <남쪽으로 튀어>가 잠시나마 용산의 사람들, 강정의 사람들을 언급하지만 거기까지일 뿐이기에, 현실 세계의 그놈들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에, 영화를 보며 웃는 웃음은 말 그대로 웃펐다. 

그리고 최해갑은 끝까지 섬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안봉희와 단 둘이서 그의 부모가 찾았다는 지도에는 없는 섬 <남쪽으로 튀어>버린다. "어, 어? 최해갑씨 현실을 두고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해요? 그럼 남아 있는 우리들은 뭐가 되는 거지요?" 파란 바다를 가로지르는 최해갑을 향해 질문을 던지지만 그는 대답이 없다. 최해갑이 떠난 후 들섬은 평화롭다. 봉희가 없지만 국어 선생으로 인해 학교는 다시 열리고, 나라는 만덕이 아저씨와 여유롭게 낚시를 한다. 최해갑의 일가는 들섬에 남아 꿈꾸던 일상을 맞이한다. 그렇게 최해갑과 최해갑의 일가는 이야기 안에서 평화롭지만 이야기 밖 우리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도 여기에 생생하게 존재하고 있다. 아직 우리는 여기에 있다. 


"<남쪽으로 튀어>버린 해갑씨 그대는 어떻게 그렇게 지지받고, 아무렇지않게 막 싸울 수 있었던 가요? 우리에게 그 노하우라도 알려주고 떠나시지요."


"네? 다, 김윤석씨 덕분이라고요? 잉? 음-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알겠어요. -_-; 허허-"

(그런데 해갑씨 해갑씨 혼자 좀 많이 튀어. 그렇지 않나요?)


"해갑씨와 봉희씨 그럼 안녕히. 그대는 남쪽으로 떠났지만 우린 여기에서 남루하지만 씩씩하게 잘 살 것이어요."


+ 쓰긴 썼으나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다. 코미디를 말하고 싶었는지, 사람들의 오늘을 말하고 싶었는지. 후자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결국은 전자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추측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남쪽으로 튀어>는 은근히 재미있는 영화이다.


+ 그냥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를 만드는 동안 임순례 감독님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라는 생각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 민주역의 배우 한예리씨 예쁘다. <은교>의 김고운씨 만큼 이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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