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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19. 00:13

2011 시네마테크와 친구들 영화제 '쥬이쌍스 시네마'

시네마테크와 친구들 영화제 개막제에 다녀왔다. 작년부터 벼르고 벼렀던 영화제였기에, 개막작이 에릭로메르의 영화였기에 사무실 신입활동가 환영회를 마다하고 종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화제 개봉도 개봉이지만 로메르도 로메르였지만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서울아트시테마 UCC공모전에 수상한 작품들이었다. 영화 개막식에 선정된 영상이 상영된다는 것이 나를  움직이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어떻게 만들었길래 내 작품이 선정되지 않고 다른 작품들이 선정된것일까?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난 오늘 당선작들을 볼 수 없었다. 어떠한 이유인지 당선작이 상영되지 않았다. 아쉬웠다.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느끼는 '쥬이쌍스 시네마',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2011년 서울아트시네마의 활동 모토는 즐거움이라고 한다. 즐거운 영화, 즐거운 공간, 즐거운 사람. 그런의미에서 이번영화제의 모토는 쥬이쌍스 시네마. 영화제 모토에 걸맞게 개막작은 에릭로메르의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Quatre aventures de Reinette et Mirabelle / Four Adventures of Reinette and Mirabelle (1987)이었다.

에릭로메르의 영화를 보며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그는, 자연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이다. 1986년 영화 '녹색광선'에서, 에릭로메르는 일몰직전, 찰나의 순간 반짝하는 녹색빛을 관찰하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1987년 영화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에서 에릭로메르는 블루타임을 이야기한다. 새벽이 오기 전 모든 것이 숨죽이고 있는 고요의 순간, 그 순간에 서서 레네트와 미라벨은 생명이 깨어나는 순간을 기다린다. 블루타임을 숨죽여 기다리는 레네트의 모습에 녹색광선을 숨죽여 기다리는 델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델핀의 소녀적 모습이 레네트일지도 모른다고. 두 여성은 자연의 변화와 그 찰나의 순간을 바라보고 집중하고 느끼는 법을 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맞이하든 맞이하지않든 눈물을 흘리는 법을 아는 것이다.

에릭로메르의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언어를 통해 사고를 나누는 법을 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이 생각하는 각자의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를 언어로 주고 받으며, 사람들은 그들 각자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때로는 "저 사람이 왜 저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자기 눈물을 쏟기도 한다. 눈물을 쏟는 장면이 어의없고, 황당해서 영화를 보며 허허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 뒤에 씁쓸함이 베어나오고 그 눈물에 공감이 되기도 하고 그 눈물에 연민을 느꼈다. 생각지도 않게 사고가 흘러가는 것이 당황스러워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저 멀리 달려가는 사고를 언어가 따라잡지 못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의심하지 않고 내 뱉었던 사고에 대한 성찰의 의미로 눈물을 흘리기도 할 것이다. '운다.'는 것에 이유를 묻기보다는 울고 싶어서 우는 로메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나는 좋다.

극장을 나오면서 생각을 했다. 내게 있어 시네마테크란? 시네마테크라는 내게 있어 열등감의 공간이다. 영화를 사랑하고 싶고, 영화를 좋아하고 싶은데 나보다 더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시네마테크에서 바로 확인하기때문이다. 그래서 다짐했다. 열등감의 에너지를 반드시 글로 전환하기로!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선 에릭로메르 회고전이 진행된다. 다시 한 번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을 보고, '녹색광선'을 필름으로 보고 두 영화에 관한 하나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