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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13. 00:40
부산영화제가 올해로 15번째를 맞았다고 한다. 오랜시간동안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부산영화제가 괜시리 자랑스러웠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나중에 꼭 부산에 가야지!"라고 마음먹곤 했었고, 가난한 시절(지금도 가난하지만)엔 부천극제판타스틱영화제를 다녀오며 대리만족했었다.  08년에 이어 올해 다행히도 다시 방문하게 된 부산, 반가왔다! 안녕! 부산. :)




올해는 총 5편의 영화를 봤다. 첫번째 영화는 바람이 나를 데려다 주리라(Let the Wind Carry Me) 대만의 거장 촬영감독 리핀빙의 카메라를 관찰하는 다큐멘터리였다. 허우 샤오시엔과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온 리핀빙 촬영감독의 카메라를 또 다른 카메라가 관찰한다는 설정이 매우 흥미로왔다. 하지만 영화는 스크린 밖의 풍경을, 리핀빙 촬영감독의 철학을 면밀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열정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소중한 존재는 가족이다.'라는 지나치게 강렬한 메시지가 마치 계몽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했다.  




두번째 영화는 여름이 없었던 해(Year Whiout a Summer) 말레이사아를 대표하는 여성감독 탄추무이의 신작. 여성감독의 영화라는 말에 기대가 상당히 컸다. 기대가 크면 실망감도 클까? 힘이 지나치게 들어간 예술영화는 힘들다. 영화 속 밀림 풍경과 영화 속 설화(인어이야기)는 아핏차퐁위라세타쿤 엉클분미를 연상케 했다. 두 영화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름이 없었던 해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까? 그래도 여름이 없었던 해 덕분에 엉클분미를 다시 봐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게 된다. 




세번째 영화는 지아장커 감독의 상해전기(I wish I Knew) 극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극영화적 연출이 존재하는 다큐멘터리라고 불러도 될까? 이번 영화를 보면서 지아장커 감독의 인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상하이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모인 상하이. 상하이를 보면서 괜시리 통영이 떠올랐다. 




네번째 영화는 플랑드르의 아기 예수(Little Baby Jesus of Flandr). 대단한 씨네필들의 활약은 영화 예매 행위자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어찌나 모두들 재빠른지, 보고싶은 영화를 예매하지 못하고 선택하게 된 영화가 플랑드르의 아기예수였다. 영화 정보가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 선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중의 하나가 영화제목이다. 그런데 플랑드르의 아기예수는 제목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래서 솔직히 보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크기의 스크린에 담긴 동유럽의 겨울 풍경 그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할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이번 영화를 보며 깨달았다. 예수의 탄생 그리고 신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 악마의 유혹에 현혹되는 사람. 이렇게 아주 간단하게 나는 이 영화를 서술한다. 그래도 될까?




다섯번째 영화는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장률 감독의 두만강(Dooman River)이었다. 영화를 보고 감독이 참으로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현실을 징그러울정도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감독이 무서웠다. 아니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어쩌면 그는 극적인 연출 즉 영화적 서술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보면서 지금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이야기만은 제발 영화속에 등장하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영화는 한 여성의 성폭력피해와 그로 인한 임신을 영화속에 등장시켰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