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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31. 23:20


나는 그 섬에 있었네,
보라빛 갯무가 한창인 그 섬에 나는 있었네,
노란빛 유채가 한창인 그 섬에 나는 있었네.




모슬포항에서 파도를 굽이굽이 넘어
나는 섬에서 섬으로 넘어가네.
두려움과 공포를 모두 다 잡아먹고 거칠게 꿈틀거리는 파도 위에서
나는,
1년 365일 바다 위에 있을 그녀를 생각하네.

섬은 한가운데 녹빛 물결을 품고
섬은 사방에 청빛 물결에 둘러싸여 있네.

바람의 소리 가득한 그 섬,
바람이 청빛 고양이의 보드라운 털을
끊임없이 빗어내리는 그 섬.

제주의 작은 섬 가파도에서
나는
너무너무 행복해서 까무라쳐도 괜찮겠다고 생각을 하네.





낯선이의 트럭에 몸을 싣고 바다를 끼고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네.
핑크빛 봄점퍼의 꼬깜도 씩씩한 나랑도 제주의 바람에 즐거워 절로 실웃음을 짓네.






나는 거칠게 부는 제주 바람이 사랑스러웠고,
얼굴에 함박 웃음을 내내 안고 있던 길동무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웠고,
내가 힘내어 지낼 수 있는 에너지를 나는 그 섬에서 끊임없이 만들었네. 





소중한 동무들과 걷고 또 걸으니 저멀리
산방산이 눈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네.

마라도 선착장에서
초장 듬뿍 찍어 쌉싸름한 멍게를 한입 물고,
그 쌉싸르함이 다 가시기전
한라산 빽소주 한 잔,
봄나들이에 빨갛고 노오란 등산 복을 갖춰입고
뽕짝에 취해 온몸을 씬나게 흔들던 아지매들과  

더덕 향기 은은히 뿜어내던 송악산과
꿈결처럼 푸른 바다위에 떠 있던 노오란 잠수함과
"어떻게, 어떻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어
모든 풍경을 욕심내어 다 꾸역꾸역 담아내었던. 






그렇게 나는 그 섬에 있었네.
모슬포에서 가파도,
가파도에서 모슬포,
모슬포에서 송악산,
송악산에서 산방산,
산방산에서 화순해수욕장까지
사월의 스무세번째번날
그렇게 나는 그 섬에 있었네.

2010.04.2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