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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4. 00:31



집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연결을 했다. 라디오말고 세상과 접할 수 있는 경로를 하나 더 만들었다. 피곤하고 귀찮은 마음에 얼른 씻고 잠을 청할까싶었지만 안부를 전하고 싶었다. 지인이 주거주지를 서울에서 충청도 홍성으로 옮겼다. 오늘은 지인이 그곳에서 첫 출근을 한 날이다. 출근은 어떠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반겼는지, 새로운 공간에서 잠은 잘 잤는지 궁금함이 들었다. 가까운 이가 공간적으로 멀어진다는 것은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영역권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느낄 때가 있다. 항상 같은 영역권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거주지를 옮기니 마음이 서늘했다. 공간의 거리감은 있지만 지인과 안부를 자주 물으며 마음과 마음사이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컴퓨터 전원을 켰다. 블로그를 통해 가까워졌듯이 다시 이 공간을 통해 안부를 서로 물으며 관계의 탄탄함을 유지하고 싶다. 출근 잘 하셨지요? :)


목련집으로 거주지를 옮긴지 2주가 되었다. 독립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를 둘러싼 조건들이 한순간에 많이 바뀌었다. 바뀐 공간에 적응을 하며, 애도의 시간을 가지며, 관계의 기쁨도 느끼며 정신없는 요즘을 보내고 있다. '독립'과 관련해서 내가 느끼고 깨닫는 것들을 잘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귀한 관계일수록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생활인으로 삶을 꾸려가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투여된다는 것을 체감하며 원가족이라는 범주 안에서 상당한 돌봄을 제공받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확인하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독립을 맞은 나는 앞으로 원가족과는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가야하는 것일까 과제를 하나 얻었다. 많은 과제들이 눈앞에 하나씩 하나씩 쌓인다. 가난하지만 알뜰하게 지출하며 저축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터득해야할지와 배근육과 허리근육은 어떻게 하면 만들어지는지와 밥을 잘 챙겨먹으면서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과 활동과 내가 분리되지 않고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탐색하는 것과 애인님에게 기쁨을 전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 등 기쁘게 맞이해야할 과제들이 오밀조밀 모여 앉아 반짝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차근차근' 그렇게 과제들을 행하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3년 새해 계획 리스트를 보았다. 8개의 리스트 중에서 '독립'이라는 것을 행한 나와 마주하고 있는 이 밤, 내가 참 대견스럽다. 요즘은 체력적으로 많이 피곤하지만 충만한 상태이다. 빨리 잠을 청해야겠다. 


독립준비자를 위한 바람의 경험기 제1탄 부모님에게 이렇게 독립을 말했어요!


부모님의 스타일을 파악하세요. 대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그런데 서른을 넘긴, 결혼을 하지 않은, 수입이 적은, 거주지와 직장이 동일한 지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여자 사람의 경우 집에서 나오겠다는 말이 절대 쉽게 떨어지지않아요. 말을 꺼낸다고 하더라도 대화는 아마 99.9%는 불가능하다고 믿어요. 그러했을 때 중요한 포인트는 초지일관 흔들리지 않고, '나는 집을 나갈 것이다.'라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해요. 그 어떤 회유와 협박 달램이 들어온다고 손치더라도 말하는 것이지요. '나는 집을 나갈 것이다.'라고요. 그리고 저는 허락을 구하고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집을 알아보고 계약을 하고 독립을 말하였어요. 내게 핑계를 주지 않기 위하여. 계약을 하면 부모님도 어찌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나 또한 정말 계약한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고요. 계약은 내가 약해지지 않는 힘이 되었어요. 그런데 계약은 부모님에겐 어찌못할무엇이 아니더라고요. 계약을 했다고 해도 그 계약을 물리라고 말을 하였으니까요. 그랬을 때 다시 한 번 흔들리지 않고 말하는 것이지요. "나 계약했어. 나 나갈거야."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예상했기에 부모님에게 '나 집 나갈거야.'라는 말 외에 수면 밑에 있는 의미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편지를 써서 전했어요. 두분중 한분은 절대 읽지않겠다며 편지를 읽지않았지만, 또다른 한분은 편지를 읽고도 나가지말라는 본인의 고집은 꺽지않았지만(의미 전달 효과성은 뭐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일종의 자기만족과) 내 의지를 확고히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았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201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