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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31. 01:50

바느질을 해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피아노 곡을 들어도 심란하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오늘도 집을 보고 왔다. 연신내에 있는 집 하나와 구산에 있는 집 두채를 보았다. 연신내에 있는 집이 어제 응암에서 본 집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연신내에 있는 집 월세 역시 내 기준보다 높았다. 아무래도 월세를 기준보다 상향조정을 해야할 것같다. 햇볕이 잘들고 창문을 열면 목련나무가 보이는 연신내 목련 집은 내가 머뭇거리는 동안 누군가의 마음에도 쏙 들 것이다. 그래서 어제보다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 나니 어떻게 임여사님과 이부장님에게 이야기를 전해야할지 심장이 쪼그라들 것 같았다. 


연신내 목련 집은 낮에 친구와 함께 보았고, 구산동 두채의 집은 저녁에 동생과 함께 보았다. 집 근처 찻집에서 동생에게 물었다. "집 보고 나니까 어땠어?" 과거에도, 그리고 어제 몇몇집을 본 나와 달리 동생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언니 집이 낡건 작은건 문제가 아니야. 싱크대를 새로하고, 신발장을 바꾸고, 벽지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 않아. 그건 그 집에 사는 사람 스타일대로 가꾸고 채워나가는 것이니까. 그런데 언니 오늘 본 집은 걱정이 되어. 대문 안과 밖에 뾰족한 무언가로 찍혀 있는 것 봤어? 어떤 사연으로 대문 모양은 그렇게 된걸까? 왜 큰방에는 방범창이 있는데 작은 방에는 없는 걸까? 집주인 아줌마는 그곳이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어서 걱정안해도 된다고 하지만 아까 일층에서 올려다보니까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어. 집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싱크대, 신발장, 벽지보다 마음놓고 지낼 수 있을지를 먼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계속 싱크대, 신발장, 벽지만을 말하는 오늘의 집주인과 부동산 관계인은 별로야."라고 동생은 똘똘하게 말한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것을 동생은 보고 체크하고 있었다. 함께 동행해준 친구도 창과 문을 꼼꼼히 체크했었다. 마음이 급해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동행인들은 보고 있었다. 고마웠다. 친구와 함께 낮에 본 연신내 목련 집은 안전에 있어서는 일정 마음이 놓였다. 지금 연신내 목련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게 집을 잘 관리하며 쓰고 있었다. 집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도, 귀여운 옥상도 좋았다. 동네분위기도 괜찮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상의 집이라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니 난 이미 혼자서 진도를 마구 빼고 있었다. 하지만 동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일의 순서를 생각해야겠다 싶었다. 홀로 있던 집에서 다른 집으로 옮기는 상황이 아니니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우선 임여사님과 이부장님에게 어떻게 이 상황을 전달해야할지. 올해 1월 딱 한 번 독립소동을 벌이고 그 이후에 난 쭉 침묵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쑥 이야기를 해야하니 나도 난감하다. 그저 순수한 독립의지만 믿고 무조건 밀어붙여야할지. 동생과 함께 임여사님과 이부장님의 반응을 예측했다. 동생은 우리가 '남'이 아니기에 서로에게 끼칠 파장을 염려했고, 그 파장이 솔직히 두렵다고 했다. 언니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지만 관계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나의 독립에 대해 소극적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 심정이 무엇인지 알겠다. 임여사님의 캐릭터와 이부장님의 캐릭터 그리고 나의 캐릭터가 부딪혔을 때의 불꽃과 그 상황에서 자칭 약자라고 칭하는 두 동생에게 튈 불똥까지. 여동생은 그래도 이렇게 소통하고 있지만 아무런 배경지식 없는 남동생은 격렬한 불꽃을 보며 당황할 것이다. 고려해야할 점들이 너무 많아 어떤 매듭부터 먼저 풀어야할지 멘붕이다. 마음에 드는 집을 놓치지 않고 싶고, 집이랑 소통은 해야 겠고, 소통을 하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하는지,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 등등등. 미치겠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나는 생각해야 한다. 단계를 그려가야 한다. 독립하겠다는 용기에 대한 뽐뿌질은 쉬지 말아야 한다. 목련이 있는 집과의 인연에 대해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목련이 있는 집과 인연이 안되면 벚꽃이 있는 집과 인연이 될 수도 있다. 일단 목련 나무에 눈멀어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해서는 안된다. '관계'를 먼저 보고 어떻게 소통할지를 생각하자. 동생은 일단 언니의 생각을 말하고, 그리고 엄마 아빠의 생각을 들어보라고 한다. 서로가 생각할 여지를 우선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말에 동의한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면서 임여사님과 이부장님에게 저녁 약속을 제안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나는 시기, 즉 마지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4월을 절대 넘기지는 말자. 떨린다. 너무 많이. 


+ 블로그에서 '독립'이라고 검색해보니 2012년 5월부터 포스팅된 글들이 쭉 나온다. 1년이 다되어 간다. 참으로 지난하다. 하지만 믿어본다. 난 반드시 pre'독립'시기를 잘 거쳐 당당히 '독립'할 것이다. 암, 그렇고 말고.    


(20130330)    



이 봄날 방을 구하러 다니거나 이력서를 고쳐쓸 때, 나 혼자구나 생각되거나 뜻밖의 일들이 당신의 마음을 휘저어놓았을 때, 무엇보다 나는 왜 이럴까 싶은 자책이나 겨우 여기까지? 인가 싶은 체념이 당신의 한순간에 밀려들 때, 이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당신을 반짝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신경숙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가의 말에서


응암역 근처에 집을 보고 왔다. 은평지역은 풍경이 정겹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4곳의 집을 보았다. 4곳의 집 중 한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반지하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물냄새가 훅하고 나거나, 벽에 곰팡이가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지상의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옥탑의 집은 없었다. 4곳의 집 중 한곳이 마음이 들었다. 반지하방이었지만 공간이 상당히 넓었고 남향의 집이라 볕이 잘들었고 공기가 건조했다. 주인할머니가 건물에 살고 계셨고, 건물은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창문을 열면 동네 풍경이 보였다. 낭만이 있는 집이었다. 만약 내가 그곳에 산다면 창문에 풍경을 걸어두고 싶었다. 낡은 집이었지만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가격이 내 기준보다 높았다. 주인할머니에게 혼자 사는 가난한 아가씨라고 어필해보았지만 할머니는 할머니가 생각하는 기준을 고수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방이 계속 생각났다. 하지만 부동산 실장님은 집구할 때 최대한 발품을 많이 파는 것이라며 일단은 다른 집을 더 알아보라고 했다. 할머니 집은 당장 나갈 것 같지는 않으니 조급한 마음은 살짝 내려놓으라고 한다. 그래, 조급한 마음은 살짝 내려놓고 내일도 바지런히 움직여보자. 어찌되었든 첫테이프를 끊었다! 첫테이프를 끊을 수 있게 정보를 물어다준 가을에게, 동행해준 먼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액숀 시작. ㅎ 

(20130329)

 


오늘은 투쟁 1,925일차가 되는 날입니다. 종탑 위에 오른지도 이번주 수요일이 되면 50일이 됩니다. 동지들이 그곳에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곳엔 바뀐 것 몇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바뀐 것은 주황색이던 작은 집이 겨자색큰집으로 바뀐 것 입니다. 지난 주말 농성장을 방문한 동지들이 이전의 집보다 큰 집으로 바꾸어주었습니다. 두번째로 바뀐 것은 종탑 위에 올라올 때 가지고 온 치약 한통을 다 쓰고 새로운 치약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바뀐 것은 종탑 위에 오르기 전 머리카락을 자르고 올라왔던 여민희 동지의 앞머리가 자라 눈을 찌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모든 것이 변하고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1,900여일이 넘는 시간 동안 배우지말아야할 것들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자본의 폭력성을 배웠고 그 폭력의 논리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탑 위라 그런지 급한 마음은 다독여지고, 내 안의 폭력성을 자제하며 나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의 싸움이 단순히 문구상의 '승리'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활하고 투쟁해야할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이 긴 시간은 더 많은 마음을 모으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독이고 다독여도 때로는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종탑 아래 조합원들의 지친 마음이 이곳에서도 느껴집니다. 종탑 농성 50일을 앞둔 지금, 다시 처음의 마음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천천히 그리고 넉넉하게 싸워가려고 합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니 촛불을 들고 있는 동지들의 모습이 참 이쁩니다. 오늘 날도 추운데 찾아와주신 동지들 고맙습니다. 오늘 밤엔 집에 돌아가셔서 몸 따뜻하게 녹이고 잘 보살피기를 바랍니다.


+ 2013년 3월 25일 월요일, 재능문제 해결을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종탑 위 오수영 동지의 발언 中

그녀는 바람을 피할 수 없는 그곳에서 아래의 우리를 걱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