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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15. 01:12

<기억의 촉감>이라는 책을 알게되었습니다. 책의 존재를 알고, 당장 읽고 싶어 퇴근길에 서점을 찾았습니다. 첫번째 서점에는 이 책이 없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못했을 때 찾아오는 조바심이 시작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방문한 집근처 서점에는 다행히 책이 있었습니다. 나는 왜 그리도 이 책을 갈급했던 것일까요? 그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선이 많은, 정성스러운 그림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접한 '에필로그'라는 이야기의 아련함이 잔물결처럼 남았습니다. 책을 보면서 공감하고 싶었고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책을 쓰고, 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그의 첫 단행본 <소년의 밤>은 죄의식과 미성숙함에 관한 우화들이었다고. <기억의 촉감> 또한 죄의식이 작품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작품 속 '진석'은 작가 그 자신일 것 입니다. 스스로를 왜곡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곧게 자신을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나르시시즘에 자만하지 않고, 자격지심에 척박해지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를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자신에게 솔직하고,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용기있는 일입니다. <기억의 촉감>은 그렇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신기하게도 책은 "지금부터 나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끝납니다. 살아오면서 품고 있었던 기억에 관한 곧은 풍경을 그는 오롯이 담으면서 묻습니다. "당신의 <기억의 촉감>은 어떠합니까?" 용기있는 그의 이야기에 조심스럽게 나를 들여다 보고 싶은 밤입니다. 



저마다 스쳐 가는 삶들 속에 생채기 흔적처럼 새겨진 몇 개의 기억들을 담았을 뿐이다. 한 사람의 삶을 널찍한 도화지에 비유하자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몇 개의 도화지 위에 대충 겹쳐 찍힌 작은 점 몇 개, 동시에 감정을 통해 몸에 새겨진 기억의 파편들이기도 하다. 그 기억은 죄책감, 두려움, 회환 등의 감정을 수반하며 과거라는 깊은 우물로부터 길어올려지는 것이다.

과한 욕심이겠지만 내 작업의 독자가 되어 주시는 분들의 짧은 이야기들 속에 담긴 기억들을 읽고 난 뒤에 이야기 속 화자들의 보여지지 않은 삶까지 상상하게 되길 바란다. 밤 하늘에 두서없이 찍힌 별들을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이어 별자리를 만들듯이 말이다. 모범 답안은 없으며 다만 저마다 살아오며 몸에 새겨진 기억들이 각기 다른 별자리 그림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김한조 작가의 그림체는 내가 좋아하는 <리틀 포레스트>의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그림체가 닮았다. 난 대체적으로 선이 많고, 투박한 얼굴을 그리는 이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책을 보고 있으면 그림에, 이야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 김한조 작가의 죄의식은 남성성에 기반한 죄의식이다. 그의 그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존재를 멀리 상상하고, 객관화하는 사유에도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