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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12. 01:17

 

 

* <서칭 포 슈가맨>을 보실 분들은 읽지마셔요!

 

써야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있던 그 순간을 흘러보내고 싶지 않았다.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을 보고 사람들과 함께 한 점심시간엔 자연스럽게 영화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먼지가 <서칭 포 슈가맨>에 대해서 말했다. 누구에게도 주목받지않았던 미국의 가수 로드리게즈, 우연히 그의 노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흘러가 엄청난 인기를 끈다. 당사자 로드리게즈는 그 사실을 몰랐고, 그의 노래에 열광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많은 사람들 또한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영화는 그렇게 모두가 몰랐던, 본인도 몰랐던 '서칭 포 로드리게즈'에 관한 영화라고 먼지는 설명한다. 그리고 먼지는 영화 중반부터 놀랄만한 반전과 감동이 펼쳐진다며 영화에 대한 기대를 마구 뿜어내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먼저 이 영화를 본 나은은 "이 사실도 모르고 보면 더 좋았을거야."라고 말하면서 그저 아무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서칭 포 슈가맨>은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가 명확하게 다른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전반은 무대위에서 노래를 하다가 권총자살을 한, 혹은 분신자살을 했다는 소문만 가득한  전설의 가수 로드리게즈의 죽음을 뒤쫓는다. 그는 한마디로 수수께기인 것이다.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로드리게즈와 관련된 단서들, 사람들을 찾아나선다. 영화 전반은 그렇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로 구성된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고 철썩같이 믿고 그의 '죽음'을 추적하던 과정 중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죽은줄로만 알았던 로드리게즈는 죽지않았고, 그는 40여년동안 디트로이트에 한집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로드리게즈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알린 후 영화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영화가 되어 관객에게 다가간다.

 

로드리게즈를 찾은 이들은 로드리게즈에게 그의 노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밥딜런의 노래보다 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노래를 듣지 않고 청년기를 보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로드리게즈를 남아프카공화국으로 초청하고 무대를 마련한다. 한순간에 인생이 바뀐 것일까? 고작 6장의 앨범을 팔았다. 그런데 대서양을 건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그의 앨범은 50만장이 넘게 팔리고 그는 국민가수로 칭송되고 있었다. 하지만 로드리게즈에게 그것은 중요하지않았다. 내가 무엇을 해냈다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그는 그것을 인식조차하지 않았다. 로드리게즈는 '사실'을 덤덤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본인이 국민가수라는 사실이 그에게는 전혀 중요하지않았다. 디트로이트에서 40년 넘게 거주하면서 건설노동자로 살아온 그에게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제공되었다는 것을 그는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그는 시간의 순서대로, 그가 걸어가는 방향대로 삶이 흘러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민가수였다는 사실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기가 뿌리박고 살아온 생이 무엇인지 잘아는 자만이 보일 수 있는 자세인 것이었다. 로드리게즈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주어, 살아있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그가 만든 노래가 흘러나올때마다 카메라는 한 방향으로 구부정하게 느릿하게 걸어가는 로드리게즈의 걸음과 같은 속도로 나란히 걸어나간다. 그 흐름이 아마도 로드리게즈가 살아온 삶의 흐름을 말하는 것같이 느껴졌다. <서칭 포 슈가맨>의 감동은 바로 사람, 로드리게즈에게서 오는 것이었다. 사실의 반전이 아니라 그가 생에서 품어온 내공에서 오는 것이었다.

 

수수께끼는 그쪽으로 끌린다는 것 이외에는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기를 요구한다.

- 모리스 블랑쇼 <문학의 공간>

 

그는 수수께끼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에게 끌렸다. 그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누군가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는 수수께끼이라기보다는 그의 존재에 대해 성실히 임하는 '사람' 로드리게즈였다. 그렇기에 그는 세상이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아니기를 요구하지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로드리게즈에게 "왜 음악을 그만두었나?"라고 물었을 때 로드리게즈는 "더이상 잘 할 자신이 없기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한 이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답한 그는 지금의 생을 택한 것이다. 그의 선택에 따라 그는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고자하는 이들에 의해 그는 새로운 사실을 접하게 되고, 노래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받게 된다. 그는 그 무대를 선택한다. 그리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 무대를 감사해한다. 이것이 로드리게즈가 겪은 사실이고 생이다. 그런데 이 사실이 다시 몇 년이 흐른 뒤 영화로 만들어진다. 극장을 나오면서 영화 <서칭 포 슈가맨> 이후의 로드리게즈의 삶은 또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궁금해졌다.(-_-;) 어쩌면 그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기를 요구하지 않았을까? 불쑥 카메라가 그의 삶에 느닷없이 끼어들기를 요구한 것은 아닐까? 나 또한 불쑥 그의 삶을 들여다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혼란이 찾아왔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그의 노래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조심스럽게 감사해하며, 그가 세상에 내놓지 않은 노트 속 창작물을 가끔 열어보며 노래하고 노동하고 그렇게 일상을 건강하게 보내기를 바란다. 이 밤 그에게 안부를 전한다. "땡큐! 로드리게즈 아저씨, 건강히 지내셔요." 

 

 

 

 

+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로드리게즈의 'cause'라는 노래가 가장 인상깊었다. 반복해서 듣는 중이다. 그리고 영화 속 장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제 공연장면을 찍은 홈비디오에서 관중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띠,띠디리,띠리리 베이스 소리가 반복해서 들리다 "I wonder"라고 그의 음성이 공연장에 가득 채워지고 동시에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나올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