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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7. 20:40




민우회 재정사업을 무사히 치룬 우리가 우리에게 평일 오전 영화단체 관람을 선물했다. <MB의 추억>을 볼까, <늑대소년>을 볼까, 저마다의 취향과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는 수두룩했지만 맘 편히 그저 웃을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하다는 결론하에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을 보기로 했다.

 

대학가 중국집에서 배달일을 하는 강대오는 여대생 예린을 본 순간 사랑에 빠진다. 중국집에서 일하는 이와 여대생이 어떻게 만나 사랑을 할 수 있겠냐며 대오는 좌절하지만 '리얼리스트가 되라,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가지라.'는 예린의 메모를 보고, '혁명'이라는 것을 해보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렇게 영화는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혁명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대오가 예린의 생일파티인 줄 알고 공지된 약속장소에 나갔다가 우연히 미문화원점거농성에 합류하게 되고, 미문화원점거 72시간 동안 대오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사연과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왜 감독은 좋은 배우들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로 만든 것인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조정석과 독립영화 <혜화,동>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유다인이 캐스팅되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캐스팅이 탄탄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조연들도 그러하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연배우들을 정말 조연배우로만 머물게 하고 있었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김인권만 영화 내내 끊임없이 움직이며 '홀로' 애썼다는 것이다. 좋은 배우들이 생명력을 뿜을 수 있도록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만들고 자락을 깔아주지 않고, 그들을 하나의 작품 바운더리에 그냥 모아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영화 초반 내내 조정석은 등장하지 않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듯 하였고, 그가 등장한 이후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곤 첫 등장에서 노래 부르며 짧은 춤을 추는 장면정도 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그저 영화 속에서 특별한 캐릭터 없이 말그대로 경찰에 단 한 번도 잡혔던 적이 없는 전설의 의장 황영민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유다인 또한 강대오가 첫 눈에 반한 선배 서예린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김인권을 제외하고 그나마 본인의 캐리터를 가지고 나온 인물은 황비홍역의 박철민뿐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오의 배달동지들 중에 코메디언 김미려도 있었고, 그 외에 권현상, 김기방, 이건주 등의 배우들이 등장하였지만 감독은 그들을 전혀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단순히 감독탓만 해야하는 걸까? 흥행을 위해 눈에 익은 배우들을 수집하듯 그러모은 제작사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코미디 영화라고 말해도 될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상근활동가들 중에는 눈물을 보인이도 있었다. 나도 마지막에 대오가 연행되어 가는 장면에서, 닭장차를 쫓아가는 예린을 보면서 감정이 살짝 울렁거렸다. 그래서 그런걸까? 극장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이거 코미디 영화 아닌데!' 영화는 소품을 활용한 잔재미, 배우 김인권이 내뿜는 특유의 익살 등으로 소소하게 코미디 영화의 장점을 이끌어 가고 있었지만 '본격' 코미디 영화라고 말하기에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함이 있었다. 그것은 일정 욕심에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방가?방가!>를 보지 못했지만 당시 육상효 감독은 이주노동자가 한국땅에서 겪는 현실을 말하며, 그 안에서 해학을 그리고 있다는 긍정적 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무게감때문에 그는 이번에도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그 '무언가'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상황을 연출할뿐이었다. 운동권에 대해서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이지? 운동사회에서 비판받아야하는 운동권의 작태를 까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시의 운동권에 대해서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는 시종일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영화 후반부에서 연행되면 안되는 운동권 지도부들을 대신하여 연행되는 배달노동자들과 그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운동권 학생들을 번갈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감동'을 억지로 짜내려고 하는 느낌이 들어 스크린을 보고 있는 것이 괴로웠다.


영화 배경이 정말 1985년도 이었던 거야?

이 영화의 잔재미 중 하나는 중국집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소품들을(특히 중국집에서 주는 테이블 비닐) 활용하여 연출하는 장면들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어 저 비닐이 정말 80년대에도 있었을까? 어 저 엑스트라가 입고 있는 옷은 요즘에 유행하는 디자인인데? 어 저 표지 디자인의 체게바라 평전은 내가 알기로는 분명 2000년대에 나온 것일텐데? 어 물대포도 정말 당시에 활용되었던 진압도구인가? 맹박이 정권 때 명활약하던 도구잖아? 어 영화 속 배경은 왜 이리도 현대와 닮은 걸까? 등 시간이 짬뽕된 소품과 배경들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었다. 1985년 이라면 지금으로 부터 27년 전의 일이다. 거의 30년전이라는 시간적 배경으로 현대의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웃음 코드를 뽑기가 쉽지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끊임없이 몰입도를 방해하는 소품과 배경에서 약간의 안일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영화 오프닝 타이틀은 상당히 귀여웠고 재미있었다. 오프닝 타이틀에 너무 신경쓰느라 힘이 빠졌나?

 

영화는 맘편히 웃으며 극장을 나오겠다는 나의 기대에 빗나갔다. 그래도 오랜만에 사람들과 평일 낮시간에 영화보고, 밥 먹고 보낸 시간이 좋았다. 작년 상근활동가 '외출'때 다같이 상암동 극장에서 <헬프>를 본 후 일년만이다. 일상의 공간에서 내가 좋아라하는 상근활동가들과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종종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김인권 외엔 모든 것이 어정쩡했다고 기대가 커서 아쉬웠다고 말하며 영화에 대한 짧은 글을 마친다. 

 

+ 영화 본 후 같이 점심밥먹으며 두런두런 나눴던 이야기들을 글에 담았다. 민우회 사람들과 뭔가를 같이 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재미있다. 영화, 드라마, 뉴스 등 요즘 하는 것들에 대한 서로의 견해를 나눌 수 있는 점심시간이 즐겁다.

 

+ 영화 엔딩크레딧에 아는 사람 이름이 나오니까 신기했다. 근데 쓰다보니 본의 아니게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을 까게 되었다. 그래도 종종 깔 때는 까게 될 것같다. ^-^; 결론은 아는 사람 이름이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것은 무조건 신기하다!

 

+ 집에 와서 조금 더 보완하긴했지만 소모임 친구들 기다리며 리뷰 하나를 썼다. 뿌듯하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