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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21. 21:38

 

 

<우리도 사랑일까?>를 다시 봤다. 영화를 보고 계속 여운이 남아 사람들에게 꼭 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나도 다시 한 번 그 영화를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그 영화를 봤을 때 극장에 늦게 들어가 첫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더 다시 한 번 그 영화를 보고싶었다.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니 처음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여러 인물들에 대해 감정을 충분히 개입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이 있었다. 수영장에서 소변소동을 일으킨 마고와 그녀의 친구들이 샤워를 하던 장면, 마고와 마고의 친구들의 젊은 몸과 대비되던 나이든 여자들의 몸을 감독은 오랜 시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새것도 언젠간 헌 것이 된다던 나이든 여자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떠올랐다. 삼순이에 대한 마음을 확신한 진헌은 희진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때 희진은 "지금은 반짝반짝 거리겠지. 그치만 시간이 지나면 다 똑같아. 그 여자가 지금은 아무리 반짝반짝해보여도...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된다고. 지금 우리처럼. 그래도 갈래?"라고 진헌에게 물었다. 반짝이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는 희진의 말에 당시 나는 펑펑 울었다. 그때 진헌은 "사람들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살잖아."라고 답한다. 그 대답에 또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마고의 마음 또한 그러하지 않았을까? 지속되는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지만 다가온 또다른 사랑에 대해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또 사랑인가보다.

 

또다른 한 장면은 결국 알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루의 누나가 경찰차에 타기 전 마고를 바라보며 "Life has a gap in it, it just does. You don't go crazy trying to fill it..."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우리도 사랑일까?>를 보면서 영화 <사과>도 생각 났다. <사과>의 현정은 마고와 달리 현재의 남편 상훈을 택하면서 민석에게 "그동안 열심히 사랑해 왔지만 노력을 해본 것 같지는 않아."라고 말하며 그만 만날 것을 고한다. 그리고 현정은 집으로 와 돌아 누워 있는 상훈의 등 뒤에 누워 그를 안는다. 영화 <사과>를 떠올린 것은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순 없어."라고 말한 루 누나의 대사때문이었다. 큰 탈없이 삶을, 사랑을 차곡히 채워가다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치고 들어오는 '틈'에 일일이 다 반응할 수 없다는 그 말이 넌지시 동의되었다. 지속되는 사랑을 지키는 것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영화는 또 한편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그 '선택'에 따라 삶이 흐르고, 사랑은 채워지고 이지러지고 다시 채워지고 이지러지고 반복하는 것이다. 누구를 탓할수도 없고 그저 그렇게 그 당시의 나 혹은 너 그들의 선택에 따라 생이 이어지는 것이다.

 

영화를 다시 보니 보지못했던 것들 중 다시 보이는 것이 루의 감정 결이었고, 사라폴리 감독의 시간을 섞어 놓은 편집이었다. 영화 시작 마고는 요리를 한다. 그 요리를 하는 시간이 처음 영화를 본 이들은 루와 함께한 시간의 마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시작에 등장하는 마고는 대니얼과 함께 하는 마고였다. 그리고 영화의 시작 장면은 다시 영화 마지막 부분에도 등장한다. 영화 러닝타임대로 따라간 시간을 언급하면 홀로 길을 걷던 마고는 서점에 발간된 루의 책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슬픈듯 멍하니 정면을 보고 걸어간다. 장면은 다시 바껴 꼬마 토니가 마고를 찾는다는 전화를 받고 마고는 루와 함께 했던 옛집으로 간다. 그리고 루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 루는 돌아서는 마고에게 말한다. "새로산 요리 기구로 당신의 눈을 파내고 싶어." 마고는 답한다. "나도."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마고는 혼자 놀이기구에 앉아 울듯한 표정을 짓다 홀로 미소지으며 놀이기구를 탄다. 이것이 러닝타임의 순서라면 이 영상들을 현실세계의 시간으로 가져와 다시 정리하면 그 순서는 달라진다. 꼬마 토니가 찾자 마고는 루와 함께 살던 옛집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루와 대화를 나눈다. 마지막 대화에서 루는 마고에게 한때 "사랑한다."는 말 대신 마고에게 전했던 엽기적이고 귀여운(?) 말을 마지막으로 전한다. "새로산 요리 기구로 당신의 눈을 파내고 싶어." 거기에 마고 또한 나또한 그렇다고 말한다. 한때 서로에게 순수하게 전했던 그 귀여운 표현들은 후에 '마음의 균열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용도 변경'되었지만(올드독의 영화노트 표현을 가져옴) 또 마지막의 그 대사는 또다른 의미로 '너는 나의 마음속에 지워지지지 않는 존재로서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것같았다. 그 대화가 지난 사랑에 대한 예의같이 느껴졌다. 그 시간을 겪고 마고는 길을 걷다 우연히 서점의 쇼윈도를 통해 전해오는 루의 안부에 '잘 지내지?'라고 아련하게 묻고, '잘 지내고 있어 좋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홀로 놀이기구에 올라 앉아 '내가 잘한 걸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스스로의 선택을 긍정하며 언제나 따라오게 되는 두려움을 인정하며 그녀는 그렇게 누군가의 마고가 아니라 그저 '마고'로서의 존재를 확실히 말하며 영화를 마무리 한다.

 

+ 토요일 오후의 극장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뒤늦게 들어오는 엄청난 관객들. 절대 웃음 포인트가 아닌데 나로서는 너무 슬픈 장면인데 박장대소하는 사람들. 여튼 토요일 오후 극장 변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 영화 제목을 <우리도 사랑일까?>로 번역한 배급사에 화가 났다. 그렇게 제목을 바꾸면 관객은 좀 더 들겠지. 하지만 정말 그 영화의 진면목을 알아주는 이들은 제목때문에 영화의 진면목이 사그러드는 것을 더 속상해할거야.

 

+ 미셸윌리엄스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울까? 정말 그녀는 이 영화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도, 몸짓도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옷도 엄청 이쁘게 잘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