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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2. 00:30

 

 

김애란의 소설집 <비행운>을 읽었다. 그녀의 소설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그 소설집을 손에 넣고 싶었다. 제주로 떠나는 짐을 싸면서 내 가방에 그녀의 소설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항으로 가기 전 서점에서 그녀의 소설책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빠듯했고 나는 그녀의 소설대신 은희경의 소설 <마이너리그>를 가방에 넣었다.

 

<마이너리그> 책장을 펼쳤지만 김애란의 <비행운>을 읽고 싶어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행기가 뜨기 전 친구는 담배를 태우러 갔고 나는 그 사이 공항 안을 어슬렁 거리다 서점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김애란의 소설 <비행운>을 샀다. 일만이천원에 그녀의 이야기를 샀다. 여름 바캉스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책이었지만 그 안에 내가 그리고 네가 있어 나는 쉬이 그 책을 놓지못했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 마다 제주에서 그녀의 책을 펼쳐 들었다. 서른을 맞이하고 서른을 지나치고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비행운>을 나는 그렇게 만났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를 읽었을 때, 그 책에 대한 소감으로 D는 이렇게 말했다."내 친구가 소설을 썼어." 김애란은 자신이 통과한 시간을, 자신이 통과하고 있는 오늘을 그녀의 소설 속에 차곡차곡 담아오고 있었다. <달려라 아비>와 <침이 고인다>를 읽은지 꽤 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은 구질구질했지만 유머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2012년에 만난 김애란의 <비행운>의 소설 속 인물들은 쓸쓸했다. 쓸쓸함이 소설집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 한 켠이 답답했고 '나도 이렇게 살다가 생을 마무리하겠지.'라는 느낌이 강렬했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겨우 내가 되겠지." 소설 속 그 말이 아리게 내 안에 머문다. 그녀의 소설을 읽고 영화잡지에서 실린 그녀의 인터뷰를 보았다. 매체를 통해 그녀의 나이를 확인하였다. 1980년에 태어난 그녀, 그녀의 나이를 확인하고 나니 내 나이가 확인되었고 그순간 모든 것이 낯설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우스워지고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가 거짓말같이 느껴졌다. 

 

언젠가 자라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여전히도 언젠가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찰나 기대한다. 그 기대로 순간 나는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그 부푼, 실체없는 욕망은 금방 '픽'하고 터져버린다. 언젠가 나는 '무엇이' 되기보다는 '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이 세계를 부정해본다. 겨우 내가 되어버리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나의 진짜 세계를 거짓이라고 말해본다. 하지만 나는 나의 현주소를 그녀의 소설을 통해 확인한다. 모든 것이 쓸쓸했다. 하지만 쓸쓸해도 그 쓸쓸함을 뚫고 나는 오늘도 걸어 나간다. 나와 우리는 파닥거리는 매일의 쓸쓸함을 직면하며, 그 쓸쓸함의 터널을 전생애를 거쳐 통과할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터널을 우리는 그렇게 통과할 것이다. 쓸쓸함의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오돌오돌 외로움에 떨며, 세계를 부정해보며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세계가 거짓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타인의 출생년도를 매체를 통해 접하노라면 

특히 1980년대 초반 출생자들의 숫자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도 '서른의 시간을 거쳐가고 있겠구나.' 생각하면

그것이 거짓일지 모른다고 믿곤한다

그러고나면 사는게 우스워지고 세계가 무의미해진다

내가 살아가는 세계가 내 존재가 거짓말같다

 

20120807 am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