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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27. 00:33

 

 

영화 <도둑들>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씨네21을 펼치고 정한석 기자가 쓴 <도둑들> 프리뷰를 봤다. 그의 프리뷰에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의 프리뷰에 "아니요. 잠깐만요! 달리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의 생각에 빌어 나의 생각을 말해보려고 한다. 그전에 영화를 보며 내가 신기해했던 지점을 짚고 넘어가보려고 한다. 

 

<도둑들>을 보며 신기했던 부분 중 하나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9명(도둑으로 위장한 경찰 줄리는 제외)의 도둑들 중 첸(임달화)을 제외하고는 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직접 총을 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점이 재미있었다. 마카오 카지노에서 스위트룸에 들어간 예니콜(전지현), 뽀빠이(이정재), 팹시(김혜수), 옥상에 있던 잠파노(김수현)을 제외하고는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손에 총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카지노에서 경찰들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총을 한 번즘 쏠 법도 한데 그들은 쏘지 않았다. 그리고 부산에서도 위홍일당들은 수류탄을 던지고 끊임없이 총을 쏘았고, 경찰들도 계속해서 총을 쏘아댔지만 도둑들의 손에는 총이 없었다. 왜 그들은 총이 있어도 총을 쏘지 않았고, 상대는 총이 있는데 왜 그들은 총이 없었던 것일까? 허리우드 영화에 너무나도 길들여져 상대가 총을 쏘면 당연히 나도 총을 쏴야 한다는  단순 화법에 익숙해져있던터라 도둑들이 총을 쏘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도둑들이 총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그들에게 총은 '쏘기'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기때문이었고, 둘째 그들의 목적은 허리우드 영화 화법에서 종종 등장하는 적을 두고 '적과 싸우기'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말그대로 '소유하고자 하는 뭔가를 훔치기'위한 것이기때문에 굳이 총이 필요 없었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미쿡사람도, 홍콩 사람도 아닌 '한쿡' 도둑들이기때문에 총을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홍콩 사람이었던 첸(임달화)만이 총을 들고, 총을 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본인이 정체가 무엇인지,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알고 옆길로 세지 않고 맡은바 임무에 '충실한' <도둑들>이 기특했다.

사람들이 이유없이 무차별적으로 죽어나가는 영화를 싫어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일단 죽이고 보자는 그 무자비함이 싫다. 그렇다고 이유있는 살인은 또 무엇인가 물으면 할말은 없지만...'태양의 눈물'을 넘보는자, '태양의 눈물'을 빌미로 자신에게 접하는 자를 무조건 죽이고 보겠다는 위홍일당과 달리 '훔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총알 세례를 맨몸으로 받아내는 도둑들이 순박해서 좋았던 것이다. 결론은 허리우드의 정서가 아니라 '한쿡 정서를 담뿍 품은 오락영화'라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정한석 기자는 '작전이 실행 되자 의아하게도 서사의 활력이 갑자기 무뎌진다. 특히 보석을 탈치하는 장면에서는 이 영화의 장르적 성격상 당연히 거기 있어야 할 서사적 아이디어가 무디거나 없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특기할 만한 물리적인 흥분감 또는 신속함이 대신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대해 나는 "비교집단을 두고 영화를 보게 되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요. 허리우드 영화라는, 특히 <오션스일레븐>이라는 확연한 비교군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는 턱없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겠지요. 하지만 비교하지 않고 한쿡 오락영화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를 보면 이 영화는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고, 충분히 너그러워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장르적 성격을 가진 영화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너무 소박한 것일까? -_-;) "기자님, 보석 탈치 장면이 아쉬웠다 손 치더라도 건물외벽씬은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았나요?"

 

두번째로 그는 '인물들 사이에 여러 가지 감정적인 인간관계를 걸어놓고 있지만 그걸 맺고 푸는 과정도 유연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첸(임달화)과 씹던껌(김해숙)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들을 어떻게 퇴장시킬 것인가 고민하다 내린 서사적 극약 처방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감독 또한 "첸(임달화)과 씹던껌(김해숙)의 감정에 대해서는 영화의 속도를 위해서 빼야 맞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감정에 마음이 움직이고 그 사소한 감정때문에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도 분명 있는 것 아닐까? 수십년 전 친구를 배신하고 스스로 비겁하다 생각하며 살아온 첸(임달화)에게 "당신 비겁하지 않았다."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위로였고, 평생 도둑질을 하며 번 돈을 딸과 사위에게 쏟아부었지만 남는 감정이라곤 '외로움'밖에 없었던 씹던껌(김해숙)에게 "내일 아침엔 내곁에 있어요."라고 말하는 이는 의미인 것이었다. 이런 사소한 감정을 욕망하고, 이런 사소한 감정에 흔들리는 이들이 우리인 것이다. 뿐만아니라 홍콩에서 4년만에 처음 만난 팹시(김혜수)와 마카오박(김윤석)의 눈빛에서, "복희야 사랑해."라고 외치며 결국 체포되는 잠파노(김수현)에게서, 앰뷸런스 안에서 '태양의 눈물'을 손에 쥐고 "아 근데 내 기분은 왜 이러냐?"라고 말하던 예니콜(전지현)에게서 쿨하지못해 미안한 한쿡적 사소한 감정이 오롯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것이 <도둑들>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정한석 기자는 '<도둑들>은 금고가 있는 방에는 들어갔으나 정작 금고를 여는 데는 실패한 금고털이범 같다. 금고 안에 어떤 보석이 들어 있는 줄은 아는데 그걸 갖지는 못했으므로 그러하다.'라고 쓰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는 분명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르적 성격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안타까움의 표현일 것이다. 거기에 대해 난 또 물어본다. "그래도 한쿡 오락영화로서는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전 최동훈 감독에게 말하려고요. <도둑들>은 한쿡 1급 오락영화에요." 더위로 지치는 목요일 오후 '한쿡 1급 오락영화' 한 편 잘 봤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경향신문(20120730)에 <도둑들> 글을 썼다.

[정성일의 영화로 세상읽기]최동훈 감독표 종합선물 ‘도둑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292117285&code=990100

 

+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난 전지현이 반가웠고 오바스럽긴했지만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 장면이 만족스러웠다. 김윤석의 눈은 상당히 섹쉬했고, 김해숙씨는 멋진 배우이다. 임달화라는 배우를 알게 된 것도 좋았다.

 

+ '누군가의 이름을 언급하고 이런 방식으로 글을 써도 되는 걸까?'라고 잠시 생각한다. 아, 나 정한석 기자 글 좋아하는데. ;

 

+ 무더위가 계속 되고 있다. 밤엔 자다가 더워서 지치고, 아침 출근길에 한 번 더 지치고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몸이 녹아내려 일할 기운이 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여름에 왜 휴가를 떠나는지 알  것같다. 그리고 매해 다가오는 이 더위는 겪어도 겪어도 익숙하지 않다. 어제부터 사무실의 k활동가는 단축근무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끊임없이 했고 오늘도 그 말이 나왔다. 그래서 감행했다. 점심식사 시간 멍군에게 "오늘 3시까지만 근무하는 것 어때요?"라고 물었고 멍군은 쿨하게 "오케이!"를 했다. 바로 영화 시간표를 알아보았고, <도둑들>을 보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그 시간이 3시 40분. 단축근무를 쿨하게 제안한 k활동가는 내일까지 마무리해야하는 작업이 있어 사무실에 있었고, 나를 포함한 5명의 활동가들이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기분이 묘했다. 이래도 될까? 사무실에 남아있는 활동가들이 괜시리 생각나고 수업시간 땡땡이 치고 나온 학생이 겪을법한 불온한 불안감이 머물렀다. -_-; 그치만 그 생각은 금방 잊기로 했다. 여튼 단축근무는 기분 좋고, 극장 가는 길은 설렌다. 여름 더위가 쓸만하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 합정동 L시네마가 지난주 목요일에 오픈했다. 사무실을 기점으로 근거리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오늘 그곳에서 <도둑들>을 봤다. 몸의 반응이 민감한 사람들은 한동안 합정동 L시네마를 멀리해야하지 않을까? 새건물 냄새가 상당했고, 공기의 시큼함은 눈을 따갑게 맹글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