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 (326)
오늘의이야기 (195)
영화&책이야기 (72)
맛있는이야기 (30)
그림이야기 (21)
쉽게쓰여진시 (8)
치앙마이이야기 (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2. 4. 20. 01:15

 

 

최승자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삼십 삼 세 미혼 고독녀의 봄

실업자의 봄

납세 의무자의 봄.

 

봄에는 산천초목이 되살아나고

쓰레기들도 싱싱하게 자라나고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이

내 입안에서 오물이 자꾸 커 간다.

믿을 수 없이, 기적처럼, 벌써

터널만큼 늘어나 내 목구멍 속으로

쉴 새 없이 덤프 트럭이 들어와

플라스틱과 고철과 때와 땀과 똥을

쿵 하고 부러 놓고 가고

 

내 주여 네 때가 가까왔나이다

이 말도 나는 발음하지 못하고

다만 오물로 가득찬 내 아가리만

찢어질 듯 터져 내릴 듯

허공에 동동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