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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17. 00:04

삼십

 

서른.

서른을 맞이할 때 나는 30이라는 숫자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스물아홉의 날들에는 빨리 서른의 날들이 오기를 바랬다.

그리고 서른의 나를 맞이했을 때 기뻤다.

 

서른하나.

서른하나를 맞이하고 서른하나의 날들을 보낼 때는

3과 1의 조합이 마음에 들어 그 날들을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의 기준은 상대적이겠지만 내 기준에 빗대었을 때

약간의 열정과 약간의 매너리즘이 적절히 조합되어 무탈히 그 시간을 보냈다.

 

서른둘.

서른둘의 날들을 맞이한 나는 나의 서른둘에 대해 삼십대의 사춘기라 표현한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이 시간들이 나의 얼굴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간과 이마가 매일밤 움찔움찔, 꿈틀거린다.

미간과 이마에 생겨날 주름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모양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십대의 사춘기 그 시절은, 그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뼘 자라 있었다.

그것은 회피가 아니었다.

삼십대의 사춘기 이 시절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어쩌면 회피일지도 모른다.

서른둘 나는 항상 선택과 직면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두렵고 피곤한 선택과 직면,

서른둘을 맞이하며 나는 삼십대의 사춘기를 맞이한다.

시간이 지난 뒤 나는 나의 서른둘을 어떻게 기억할까.

서른둘을 지나온 여자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서른둘을 지나온 여자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서른 살

 

진은영

어두운 복도 끝에서 괘종시계 치는 소리
1시와 2시 사이에도
11시와 12시 사이에도
똑같이 한 번만 울리는 것
그것은 뜻하지 않은 환기, 소득 없는 각성
몇 시와 몇 시의 중간지대를 지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무언가의 절반만큼 네가 왔다는 것
돌아가든 나아가든 모든 것은 너의 결정에 달렸다는 듯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
죽을 때까지 기억난다

 


 

서른 둘의 밤, 날 웃게 만드는 꽃개. 봄개.

:)

이소정 페북에서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