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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8. 21:24
부제 :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불안도 계속된다. 그래서 나는 무섭다.

고래씨가 말한 최승자 시인의 시가 일고 싶어져 인터넷에 '최승자'라고 검색을 해봤다. 고래씨가 말한 시 제목을 '여리디 여린'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물 위에 씌어진>에는 그 제목의 시는 없었고 '한없이 여린'이라는 시가 있었다. 아마 이 시가 고래씨가 말한 시 제목인듯하다. 이 시가 너무 궁금하다. 내일 아무래도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서점에 다녀와야 겠다. 요즘에는 주말 중 하루는 아무것도 못하고 잠만 잔다. 잠만자고 일어나면 내 귀한 휴일 중에 반이 훌러덩 날라 간 것 같아 참으로 허무하다. 서울여성노동자조합원대회도 가보고 싶었고, 한미에프티에이 집회도 가야한다고 생각을 했고, 서울시청을 점거하며 온전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동무들이 있는 곳에도 다녀와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뿐 행동이 없는 한심한 놈이다. 그리고 오늘은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며 끊임없이 말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며 질질 끌끌 느림뱅이처럼 매달려 있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트레스만 받고 있다.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내게 물어본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될 것 같은데 이렇게 살고 있다. 마음도 없고 논리도 없고 생각도 없고 그냥 껍데기가 생을 유지하기 위해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산소를 들이마시고 몸밖으로 이물질들을 배출하는 삶만을 연명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옴팡지게(?) 술을 마시고 알콜이 몸이 안좋을때보다 조금 잘 받는 것 같다며 술이 예전보다 받는 이유가 고기를 안먹어서 일까 생각을 하다 그제밤은 3,000cc 조금 안되는 술을 퍼먹고 쬐금 힘든데 어지러운데 어,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는 것인가 잠시 걱정을 했다. 스트레스와 압박 등으로 병에 걸려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면 어떻게하지 조금 무서웠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계속 살면 안되는데 생각하며 또 무서웠다. 그리고 영화 한편을 봤다.


멋있는 이완맥그리거와 <몽상가들>의 에바그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퍼펙트센스>를 봤다. 나오는 주인공들이 좋아서 영화를 택했고 90분 조금 넘는 영화상영시간이 마음에 들어 이 영화를 보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질병의 확산. 사람들은 조금씩 감각을 잃어 간다. 제일먼저 후각을 잃고 그다음으로 미각을 잃는다. 후각을 잃기전 인간은 한없는 슬픔에 잠기고 미각을 잃기전 인간은 극한의 두려움을 느끼고 차례로 청각을 잃고 시각을 잃는다. 감각을 잃기 전 인간은 순서대로 슬픔과 두려움, 허기, 분노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후각을 잃는 다는 것, 상대의 냄새를 맡을 수 없고, 냄새를 통해 떠오르는 추억을 더이상 떠올릴 수 없다. 미각을 잃은 후 그 어떤 산해진미가 눈앞에 있어도 아무 맛도 느낄 수 없기에 그저 지방과 밀가루를 섭취하며 생을 유지한다. 청각을 잃은 후에 누군가가 곁에 다가와도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없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 말을 전해도 그 마음을 전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시각의 상실. 인간의 이러한 감각이 끊임없이 상실되어도 상실 후에도 사람들은 온전한 나머지 감각들에 의존하며 또 나름의 삶의 방안에 적응하고 계속해서 말한다. "Life goes on." "삶은 계속 된다."  라이프 고즈 온, 라이프 고즈 온 희망적 메시지이지만 라이프 고즈 온 이라는 그 말에만 매달려 생을 유지하기엔 산다는 것이 너무너무 무서울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 그 말이 내게 그 어떤 위로도 주지 못할 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요즘엔 사는 게 무섭다. 하루하루 아침을 맞이하고 눈을 뜨고 잠자기 전 눈을 감는 것이 무섭다. 내 생의 불안은 언제까지 지속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