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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6. 01:52

차를 마신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면 나의 느낌이 전달이 될까?

구반포에 있는 반포치킨, 가끔 생각이 나고 그러할 때 마다 함께 가기를 제안하는 공간.
마늘을 개인적으로 무지 싫어하는 나로서 처음 이곳을 친구가 가자고 하였을 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마지못해 찾아간 공간. 1970년대 어느 경양식집의 모습 그대로 시간의 때도 묻고 사람들의 애정이 담긴 공간은 마음을 스르륵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처음 마늘치킨을 맛보았을 때 그냥 괜시리 "그래, 마늘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맛이 생각이 나고 발길을 향하게 될 줄이야.

반포마늘치킨을 한입 베어물고 꼭꼭 씹다보면 문득, 향이 진하고 깔끔한 녹차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알싸하고 매운 마늘의 풍부함이 입안을 가득채우다가 촉촉한 살코기를 씹다보면 사르륵, 마늘의 짙은 향이 잠재워지며 입안은 은은하다. 거기에 뽕-갓 딴 병맥주를 한모금을 들이키면 캬-절로 눈이 감기고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집에서 사용하는 듯한 가정용 접시에 담긴 치킨의 다소 외소한 양에 처음 실망을 하게되지만 그 맛을 누가 모방할 수 있을것인가? 그리고 반포마늘치킨에 맥주2병 정도의 양 또한 나를 더더욱 즐겁게 한다! 꺄올!

아래기사는 지난 2008년 1월 한겨레 신문에 실렸던 기사. 마늘치킨에 대한 이야기가 만족스럽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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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없는 도시는 삭막하다. 높다란 빌딩도, 하늘보다 높은 불빛도 소용이 없다. 지난 시간을 곱씹는 정감이 현재를 훈훈하게 채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도 오롯이 소유하는 것은 추억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들은 그 과거를 맛보기 위해 길을 나서기도 한다.



< 반포치킨 > 은 1977년에 만들었다. 긴 시간이다. 서른 번의 여름과 겨울이 지났다. 70년대, 청년은 할아버지가 됐고,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시간의 변화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 반포치킨 > 의 독특한 '마늘치킨'이다. 흔한 마늘, 값싼 닭. 두 가지를 버무려서 도시의 '과거'를 만들었다. 주인 이정덕(62)씨는 "여자가 결혼하면 친정집에서 하룻밤 자잖아. 장모가 보양식으로 닭 잡아 마늘 듬뿍 넣어 사위 먹이지. 그거 생각하고 만들었어."

'마늘치킨'은 좋은 닭을 잡아 그 안에 마늘을 잔뜩 넣어 만든다. 그 닭은 전기구이로 익히고 다시 마늘소스를 온 몸뚱이에 바르고 묻힌다. 검은 듯 흰 마늘 뭉텅이가 잘근잘근 씹힌다. 소스는 으깬 마늘에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매일 서너 시간씩 버무린단다.

쪽쪽 찢어지는 하얀 살결의 은근한 맛 위에 마늘의 희번덕거리는 매운맛이 끼얹어진다. 맵냐? 아니다. 우리 마늘의 끝 맛은 달다. 그 맛이 여운으로 남는다. 이 집에 과거는 30년 동안 그대로인 '안'의 풍경에 있다. 까만 벽돌과 아치형 작은 방 들머리, 낭만 바퀴벌레라도 나올 것 같은 오래된 느낌. 어둠을 핑계 삼아 기습 뽀뽀라도 감행하는 시퍼런 청년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런 낡은 곳은 요즘 20대들이 찾지 않을 것 같은데, 의외로 곳곳에 숨어 닭다리를 뜯고 있다. 마치 호모사피엔스가 된 것처럼 닭 뼈가 수북하다. 김현, 이청준, 황지우 등 우리 문단에서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이 단골이었다. 카드가 없던 시절, 외상 장부 한 장, 이름 한 자, 휙 적고 책이 나오면 갚으러 오곤 했단다. 그들의 과거가 이곳에 숨어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02)599-1636.

박미향 글·사진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