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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6. 21:09
승희나무님에게.

제주에서의 시간도 오늘로서 벌써 4일째에요. 시간이 어쩜 그리도 빨리 흘러가는지 절반의 시간이 훌쩍 흘렀어요. 오늘은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걸었어요. 6코스는 아쉬움의 길이었어요. 처음 여행계획을 짤 때 6코스를 넣은 것은 올레도 걷고 덩달아 길위에 있는 정방폭포도 천지연폭포도 둘러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선택을 했어요. 하지만 정방폭포도 천지연폭포도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고, 잘 알려진 곳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치일것이라는 것이 뻔히 보여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는 '아 이곳이 정방폭포가 있고 천지연폭포가 있는 곳이구나.' 라고 위치만 확인하고 그 앞을 그냥 지나쳤어요.


길을 걷다보니 오늘은 길위의 풍경보다는 '사람'이 보이는 날이었어요. 제지기 오름에서 몸의 열기를 식히고 있을 때 제주주민이 먼저 말을 건네며 서귀포매일시장에 가서 회한접시 먹으라고 권했고, 강태여할망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던 아주머니들과 거듭 만났고,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순심씨도 만났어요.

세화의 집에서 따뜻하게 잠도 푸욱-자고 밥도 든든히 먹고 나서려고 하니 세화의 집 어머님께서 오늘 밤엔 어디서 자냐고 물으셨어요. 대평슈퍼민박에서 머문다고 하니 세화의 집 어머님, 아버님께서는 슈퍼민박집 아주머니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6코스를 걷는다고 하니 올레사무국 1층에 가면 순심씨가 있을 거라고 하였어요. 순심씨는 정말 그곳에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서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녀가 이 길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을 마음다해 맞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순심씨에게 "세화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길을 나섰어요. 이곳에 오면 순심어머님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했는데 정말 만나게 되었네요."라고 말하자 순심씨는 오늘 밤에도 세화의 집에서 머물면 우리 편에 안부를 전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말하며 아쉬워 했어요. 올레꾼인 내가 메신저가 되어 안부를 물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그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신났어요. 아는 분의 집에서 머물다가 온 이들이라면서 순심씨는 따숩게 맞이해주었어요.

소정방폭포를 지나 올레 사무국에서 세화의 집 어머님이 맹글어주신 주먹밥을 먹고 정방폭포를 지나 과일가게를 지나니 또 과일가게 아주머니 아저씨가 말을 건네내요. 처음엔 낯선이가 말을 건네 어색하고 빨리 이곳을 지나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과일가게 아주머니 아저씨는 올레꾼이면 여기저기 말도 붙이고 먹을 것도 얻어먹으면서 다녀야지 말하며 손에 귤이며 쵸콜릿을 찔러 넣어주셨어요. 길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짧지만 길을 매개로 소통한다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길위엔 올레커뮤니티가 있더라고요. :)

쇠소깍에서 출발해 소정방 폭포를 지나고 올레사무국, 이중섭 미술관을 거쳐 서귀포매일시장구경을 하고 시공원에서의 복작거림을 겪고 종착지인 외돌개까지 걸었던 6코스는 사람이 있던 길이었고 동시에 아쉬움이 남아 다시 찾아오게 될 듯하여요. 외돌개에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정류장에서는 어제 길위에서 몇번 마주쳤던 청년을 또 만났고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또 보게되면 '인사해요.그' 그렇게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다음날 올레길에서도 만났었답니다. 올레는 '사람'인가봐요.

올레덕에 나무님과도 한발자국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고마워요.
안녕히계세요.

이천십일년 시월 일일 토요일
바람이 보내어요.


+ 사진은 멀리서 내려다 본 천지연 폭포와 늦은 시간에 도착해 밤 배 불빛 속에 우뚝 선 외돌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