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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트뤼포'에 해당되는 글 2건
2012. 7. 22. 22:47

1.

일요일이 간다. 7시에 알람을 맞춰두었다. 짧은 일요일을 길게 느끼고 싶어서 일찍 일어났다. 그 시간에 일어나니 소나기가 한바탕 시원하게 내린다. 비가 내리는 장면을 보고 싶어서 거실 커튼을 걷고 누웠다. 창밖이 잘 내다보인다. 빗방울이 창문에도 튄다. 그렇게 미친듯이 내리던 비는 아주 잠깐이었다. 그리고 해가 반짝 나왔다. 아침에 시원하게 퍼붓고 종일 흐렸다 개었다 반복한다. 8월이 가까워지니 여름이 본격적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여름이 깊어지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가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습하고 더운, 덥다 못해 뜨거운 이미지. 그 이미지에 훗-하고 냉소를 날린다. 냉소에 잠깐 그 이미지가 언듯했지만 그 이미지를 이겨내지는 못한다. (20120721)

 

 

 

 

2.

여름의 수렁으로 깊이 빠져가는 7월의 말미,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다크나이트>보다 웅장했지만 <다크나이트>보다 우아하지 않았고, 베인은 조커와 비교할 수 없었고, 브루스웨인은 <아마겟돈>의 브루스윌리스 코스프레를 하여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더이상 영화를 만들진 않겠지만 언젠가 여름엔 조셉고든 레빗때문에 개봉 당일 베트맨시리즈를 예매하고 극장을 찾을 거라는 기대감에 두근거렸다. 라스알굴의 등장은 <베트맨비긴즈> 때도 그러하였고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크나이트라이즈>는 확실히 <베트맨 비긴즈>의 자식이었고, <다트나이트>는 돌연변이와 같은 존재이기에 우아했다. <베트맨비긴즈>에서부터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라이즈>까지 등장하는 킬리언 머피는 아주 짧게 등장하지만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 상영 후 극장 옆 편의점에서 동그랗게 둘러앉아 길맥을 하며 영화 이야기로 끊임없이 채워졌던 그 시간이 기분좋았다. 이야기 중 웨인이 마치 예수같이 느껴졌다는 친구의 말이 재미있었다. 종교와 엮어 베트맨 이야기를 풀 수 있을 것같았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남자캐릭터는 아주 잘 만들지만 여자 캐릭터는 그렇지 못하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던 또다른 친구의 말도 공감이 갔다. 여튼 개봉당일 아이맥스로 <다크나이트라이즈>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본 것이 만족스러웠다. 헌데 다음날 미국의 뉴스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조금 혼란스러웠다. 영화적 환상의 경계가 무너져 현실 세계로 도입되었을 때의 무감각함이 무섭다. (20120719)

 

 

 

 

3.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 <포켓머니>를 봤다. 내 옆옆옆자리에 어떤 할아버지가 앉았다. 할아버지는 영화를 조금 지루해했고, 큰 소리로 웃었고, 틈틈이 크게 헛기침을 했고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갔다. 할아버지에게 <포켓머니>는 어떤 영화였을까? <포켓머니>는 '프랑수아 트뤼포에 대한 나의 딴지를 해제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게한 영화였다. <포켓머니>를 보고 있으면 아이들에 대한 트뤼포의 잔잔한 애정과 따스함이 느껴진다. "일요일은 아이들은 심심해."라고 반복되는 샤를르 트르네의 샹송과 함께 오버랩되는 장면들이 재미있었다. 확성기를 켜고 창밖으로 "배고파."라고 외치던 실비, 실비에게 먹을 것을 바구니에 담아 도르레로 음식을 전하던 형제 장면을 보며 절로 미소가 나왔다. 나도 그런 기억이 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면 고요한 집이 심심하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심심했지만 나만의 것같아 좋았다.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부비적 부비적 눈을 비비며 혼자 만화영화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영화 마지막 아이들을 모아놓고 선생은 이런 말을 했다. "산다는 것 힘들지만 아름다운 것이며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트뤼포가 아이들에게,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고픈 말인듯했다. (20120721)

 

 

 

 

4.

보고싶었던 영화 <쥴 앤 짐>을 봤다.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비극적인 내용이었고 마지막 까트린의 행위는 예상이 가능한 행위였기에,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알기에 나를 더 놀라게 했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중요한 화두는 중 하나는 '비극'인 듯 하다. (20120722)

 

 

 

 

5.

컴퓨터를 켜니 포털사이트 뉴스에 이 사진이 메인 사진으로 떴다. '뭘까? 예쁘다.' 싶어 클릭을 했더니 쌍차 동지들이 평택공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는 기사였다. 평택공장에서 어제 집회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인지만하고 행동하지 않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진행되고 있다. 난 뭔가 싶다. 잘 살고 있는 건가 싶다. 마음으로 공감하고, 마음으로 염원하고, 마음으로 함께하며 그 마음을 기반으로 실천하며 살아가야하는데 마음도 실천도 실종되어버린 것 같다. 허망한 말만 뱉으며 살고 싶지는 않다..."정신차리게. 여보게. 말뿐인 하루를 보내지 말게나. 제발." (20120722)

2012. 7. 15. 23:29

 

 

비오는 일요일 아침이다. 어제 오늘 비가 내려 좋다. 어제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프랑수아 트뤼포의 <두명의 영국여인과 유럽 대륙>을 보았다. 트뤼포의 전작 회고전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쥴 앤 짐>과 <두명의 영국여인과 유럽 대륙> 이 두편은 꼭 보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쥴 앤 짐>은 보지못했지만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두명의 영국여인과 유럽 대륙>에 대한 검색을 하다보니 내가 챙겨보려고 했던 두 편의 영화가 모두 앙리 피에르 로셰라는 사람의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재미있다. 두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 한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 앙리 피에로 로셰라는 사람이 궁금해져 네이놈에서 검색을 해보니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이것 저것 검색을 하다가 이것저것을 접하게 된다. 문득 프랑스 말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프랑스문화원도 검색을 해봤다. 중급반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테스트를 거친 이후에 통과가 되어야지만 접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난 안돼겠네. 좌절. 하지만 언젠가는 프랑스말을 공부해보겠다는 마음은 버리지 말아야겠다. 그러다 프랑스문화원 주최 시네마테크 시네프랑스에서 아네스바르다의 영화를 상영한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시간을 만들어서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를 보러가야 겠다. 

 

여튼 처음으로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를 봤다. 트뤼포를 잘 모르기에 그저 내가 보고 느낀대로 기록을 하면 그는 순정한 어린 '남자'애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의 머릿속에 있는 여인에 대한 환상을 접하면서 '정말 그러한 여인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고, 영화이기에 존재할 수 있다고 답해보지만 그 환상에 대한 동의가 어려웠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트뤼포의 최고의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내게 질문을 해보게 된다. 앞뒤 따지지 않고 그저 누군가를 순수하게 애정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앞뒤 따지지 않고 그저 누군가를 순수하게 애정하며 맑디 맑게 '자신을' 드러내는 뮤리엘에게 마음이 갔다. 부모들의 결정으로 함께 할 수 없게 된 뮤리엘과 클로드, 그들 각각의 여름 장면 중 뮤리엘을 묘사한 장면을 보면서 아팠다. 그 장면을 쉬이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과장된 당시의 연기가 낯설긴했지만 뮤리엘의 감정결이 느껴졌다. 

 

두번째로 좋았던 장면은 일주일간 어느 한적한 섬(?)으로 여행을 떠났던 클로드와 안나의 장면이었다. 배 위에 카메라를 싣고 카메라는 뭍가의 안나를 따라간다. 사다리를 들고 클로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안나, 안나의 발걸음과 안나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속도가 같았다. 카메라가 안나를 따라가고 내가 카메라의 속도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카메라 속에 담긴 바람결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갈대가 흔들리는, 물결이 일렁이는 풍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계산된 속도이었겠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흔들리는 자연을 오롯이 담아내면서 동시에 그 안에 클로드와 안나를 담아내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트뤼포를 생각하다보면 '만약에 그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트뤼포는 남자사람이었기에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쓰고, 생각하는 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라는 것, '남자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그는 영화에 대한 순정을 그렇게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두 명의 영국 여인과 유럽 대륙> 이 영화에 대해 '이렇다.'라고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을 것 같다. 가능하다면 다시 한 번 더 영화를 보고, 생각을 거듭한 후에 난 무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헌데 나는 트뤼포를 막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 영화를 보고 나오니 극장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프랑스 영화를 봤고, 극장엔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아트시네마 화단에는 빨간 나리꽃이 피어 있었다. 2006년에도 아트시네마의 나리꽃을 보고 위로를 얻었는데 2012년에도 나리꽃을 보고 위로를 얻는다. 옥상에서 비내리는 인사동을 잠시 내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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