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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13. 00:53
임권택 감독에 대한 기억은 부천으로 거슬러 간다. 부천 영화제에서 그를 뵈었고 조심스레 다가가서 싸인을 부탁드렸다. 10년전즘의 일이다. 당시 내가 만났던 그는 '유명 영화감독=연예인' 정도였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생을 살아오면서 100편의 영화를 만든 사람. 장인이라고 칭해지는 그. 어린시절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아제아제바라아제, 만다라, 아다다, 서편제' 내게 몇몇 이미지로만 각인 되어있던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필름으로 보았다.


첫번째, 임권택 짝코(1980)



첫번째 영화는 '짝코'였다. 1980년에 만들어진 짝코. 제목이 독특했다. 짝코라고 칭해지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 빨치산 이야기라는 정보만을 접하고 본 영화 속에서 나는 그가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를 느꼈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로 넘어가는 플래시백은 억지스러움 없이 정교했고, 보통의 감독들은 절대 담아낼 수 없는 '시간'을 그는 필름 속에 생생하게 담았다.



영화 짝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영화 속 인물들은 아주 빠르게 움직이지만 한편으로는 긴 호흡으로, 아주 정밀하게 표현 된 인물들-장면이 분출하는 에너지에 놀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놀랐다.

두번째, 임권택 안개마을(1982)


원래의 계획은 짝코를 보고 종로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나는 여전히 영화관에 머물렀다. 두번째 영화는 안개마을, '촬영의 수려함'을 보았다. 배우도 아니고, 음악도 아니고, 카메라 속에 담긴 마을이, 풍경이 영화가 뿜어내야 할 스산한 기운을 그대로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영화가 뿜어내는 스산함과 괴기함과는 다른 임권택 감독의 귀여운 실험을 보았다. 주인공 수옥이 기차역에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80년대 디스코풍 음악을 배경으로 약혼자를 기다리는 장면은 마치 90년대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도 물레방앗간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물레방앗간 사건 이후 표현된 수옥은 정말 수옥일까? 물레방앗간 사건 이후의 수옥은 임권택에 의해 만들어진 수옥일까?

세번째, 임권택 취화선(2002)


정성일 영화 평론가는 취화선을 "예술에 대한 임권택 감독 본인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긴 영화이다."라고 표현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영화는 임권택 감독 본인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림은 그림이다."라는 말이 절로 내 안에서 맴돌았다. 그 어떠한 것에도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어떤 환쟁이의 그림을 임권택 감독은 아름답고 훌륭한 수식으로 칭하는 것보다 "그림은 그림이다. 이 그림은 장승업의 그림이다. 장승업은 그림이다. 그림은 장승업이다."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말한다. "영화는 영화다. 이 영화는 임권택의 영화이다. 임권택은 영화이다. 영화는 임권택이다."   

지금 현재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영화를 보고 느낀 단편적인 감상들뿐, 임권택 그는 내가 진중한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알아가야 할 장인이다. 그는 100편의 영화 안에 제각각 100명의 임권택을 품고 있을 것 같다. 나는 오늘 세명의 임권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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