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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에 해당되는 글 1건
2010. 7. 8. 23:31



얼마전 보년과 약속을 했다. 김혜리 기자 인터뷰집 [진심의 탐닉]을 읽던 중 영화평론가 정성일 선생님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A4분량의 글을 쓴다는 말에 자극을 받은 보년과 나는 같이 본 영화에 대해 A4 반장이상의 글을 쓰기로 했다.

약속 이후 함께 본 첫번째 영화가 청설이다. 영화가 보고 싶었다. 씨네21을 뒤적거리다가 별점과 간단한 영화평이 쓰여 있는 페이지를 펼친다.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샤방하고 보송보송한 아해들이 침대에 엎어져서 아이컨택을 하고 있었다. 그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청춘로맨스란다. 설레는 감정에 나도 덩달아 말랑해지고, 때로는 마음 아릿함을 영화를 통해 느끼고 싶었다. 기대와 달리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보송살랑아릿해지진 않았지만(요즘엔 영화를 봐도 특별한 감흥이 없다. 뭐가 좋은지도 잘 모르겠고, 뭐가 싫은지도 파악이 안되는 '그저 영화를 봤다.' 정도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샤방한 모습에 마음이 므흣했다. 영화를 보면서 "허허-나도 그땐그랬지 라며" 추억을 곱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헌데 그 이쁘고 샤방한 여주인공은 초동안 배우였다. 그땐그랬지 라고 말하기엔. 그녀는 엄청나게 근접하게 나와 시대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 배우 이야기만하면서 A4 반장 분량을 한 번 채워볼까? 허허허-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자매가 있다. 가슴 두근한 연애 이야기보다 나는 두 자매 이야기에 먼저 눈이 갔다. 샤오펑은 청각장애인 수영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양양은 그런 언니가 있는 수영장에 가서 언니를 응원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우연한 사고로 샤오펑은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지고, 샤오펑의 사고가 자기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양양은 티엔커와의 달콤한 연애도 멀리한다. 사고 이후 울면서 수화로 나누는 두 자매 장면이 인상깊었다. 말을 잠시 옮기면 


샤오펑: 넌 내 꿈에만 관심이 있지. 니 꿈은?
양양: 뭐라고?
샤오펑: 넌 매일 날 위해 살잖아. 지겹지 않니?
양양: 무슨 소리야 언니 꿈이 내 꿈인데
샤오펑: 넌 왜 내 꿈을 훔치려고 하니?
양양: 훔쳐?
샤오펑: 너는 너야. 나는 나고. 왜 내 꿈이 니 꿈이야? 평생 다른 사람한테 기대 살 순 없잖아. 내가 듣지 못해도 내 인생은 있는거야.

이 장면에서 뭔가 멍해졌다. 두 자매의 관계에서 누군가와 누군가의 관계가 오버랩되었다.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돌보는 자'와 '돌봄을 받는 자'라는 관계가 형성되면 대게 '돌보는 자'는 자기 존재를 상실하게 된다.  각각의 존재가 자신의 존재에 집중하며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니가 되고 니가 내가 되는 비극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뿐만 아니라 연애 관계에서도 '돌보는 자'와 '돌봄을 받는 자'로 관계가 형성되면 하나의 존재는 상실된다. 누군가를 '돌보는 자'는 지극 정성으로 그 사람을 위해 살아가지만, '돌보는 대상'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내 곁을 떠나면 지극 정성으로 돌봄을 하고 있던 그때 당시의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 내 스스로도 답을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올해 올림픽 출전은 어렵지만 4년 뒤 올림픽에선 나는 꼭 내 꿈을 실현하겠다. 그러니 너도 니꿈을 찾고 살아라!" 라고 말하는 샤오펑이 예뻤다. 

언니의 꿈이 내 꿈이고, 내 꿈이 언니꿈이다 생각하며 언니만 바라보고 살았왔던 양양은 언니의 충격적(?) 발언 후에 어떤 선택을 할까? 샤오펑이 4년 뒤 올림픽을 약속했다면 양양은 잠시 멀리했던티엔커와 본격 연애를 하기로 한다. 양양은 예쁘게 차려입고 하얀 스쿠터를 타고 티엔커 등에 촥 달라붙어 티엔커의 부모를 만나러 간다. 거기에서 양양은 티엔커 부모로부터 "우리 티엔커와 결혼해줄래요."라고 청혼을 받는다.

이 시점에서 나는 양양에게 묻는다. "양양아 너의 꿈은 뭐니?" 영화는 양양의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무엇이 되겠다."라고 물질적으로 꿈이 설명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꿈을 실현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기때문에, 양양이 나의 꿈은 "티엔커와 알콩달콩 재미지게 연애하고, 티엔커와 날 똑 닮은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사는것이요!"라고 말한다면 그것에 대해 "그건 안돼!"라고 나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부유한 도시락 집 아들 티엔커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도시락 하나 사먹는 것이 녹록치 않은 양양의 관계가 마냥 알콩달콩 재미지고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의미에서 나는 양양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양양아, 너도 나도 이것만은 기억하자. 연애도 사랑도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시간이 흘러도 양양은 4년 전과 똑같이 샤방한 모습을 하고 티엔커 손을 잡고 올림픽에 출전한 샤오펑을 응원하러 온다. 외양만으로 그 사람의 현재를 판단(?) 할 수 없지만 여전히 샤방한 양양을 보면서 양양이 티엔터와의 관계에만 매몰된 것 같지 않아 반가웠다. 영화가 시간이 흘렀다는 리얼리티를 전혀 추구하지 않았기에-드라마에서도 '몇년후'를 설명하기 위해서 배우들 머리를 자르거나 가발을 씌우면서 노력을 하는데 청설은 전혀 그런 노력이 없다-그녀가 예나지금이나 변함없이 샤방한 것이겠지만 "양양이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라는 신념으로 연애를 하고 있기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나는 허무맹랑하게 결론을 짓는다.

그래서 당신네들이 예쁘다! 초동안 샤오펑-양양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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