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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성희롱'에 해당되는 글 1건
2013. 1. 14. 20:14

동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들었던 작업을 깔끔하게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친구를 불러 편안한 옷차림으로 동네술집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딱1명 동네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참 바쁘다. 1년에 3번 이상 보면 많이 보는 것이다. 오랜만에 전화를 했는데 역시 받지 않았다. 동네에 자주 머무는 동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동네 친구 있는 사람들이 가끔 그렇게 부럽더라.

(20130113)

 


이번주는 정말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사례집 제작' 주간이다. 수요일부터 현재까지 (아마도 내일도 그러할듯 싶다.) 컴퓨터에 앉아서 자료를 검색하고, 민우회에서 발간한 노동 자료들을 다시 한 번씩 훑어보고, 상담 건수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살릴 말, 묶을 수 있는 경향'을 뽑고 있다. 작업이 만만치않다. 이번이 더욱 그런 것같다. 다른 때와 다른 묘한 욕심이 발동하여, 가급적 '기존과는 다른' 것을 추구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이 사례집이 많은 이들에게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했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서 나는 투여시간 대비 결과물이 미약한, 효율성이 떨어지는 인간은 아닌가 싶다. 좀 슬프군. 그리고 나는 근거없이 내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망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직언을 하면 나는 일의 깜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이것도 슬프군. ㅠ 원래 최종 마감일을 금요일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진행형이다. 자잘하게 손 볼 것 손 보고, 편집하고, 용가리하고 소통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꽤 걸릴듯하다. 아, 빨리 끝내고 싶다.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월요일 오전에는 반드시 넘겨야 한다. 그래야 책이 나온다. 나중에 사례집이 나오면 용가리, 폴, 민트, 바람의 싸인을 넣은 한정판을 사무실에 잘 보관해둬야겠다. 정말 노동팀 활동가들 모두가 고생 중이다. 그런데 잘 만들고 있는 거겠지? 갑자기 불안해진다.
(20130112)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생긴 작은변화라면 무언가를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하루는 어떻게 기록될까? 결국 나는 무엇을 기록하게 될까?" 일기는 하루를 호기심으로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일기는 또 기억해야 할 것을 망각하지 않도록 돕는다. 동생이 오늘 예쁜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그 이야기는 평생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트윗에 남겼다. 이야기를 다시 일기장에 옮겨 적는다.

1. 가끔 나는 여동생을 '네코'라고 부른다. 동생 눈은 고양이 눈이다. 고양이 울음소리도 잘내고, 가끔 하는 행동도 보면 정말 고양이 같다.
2. 우리집 '네코'씨는 어릴적 자기가 정말 코와 귀는 분홍색이고 몸의 털은 하얀, 고양이인줄 알았다고 한다.
3. 하얗고 분홍의 '네코'씨는 우주에서 혼자 잘 놀고 있는데 엄마가 쉬익-쉬익-줄을 던져 자기를 낚아와 지구에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오늘 아침 '네코'씨의 이야기에 즐거웠다. 어린 '네코'씨의 상상력 참 귀엽다.

내가 그림 동화를 그리는 작가라면 이 이야기를 정성스레 그리고, 풀어내 사랑스러운 동화책 한 권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 이야기말곤 더이상 쓸 말이 없다. 지금 이 순간 빨리 자고 싶다.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지만 진도가 안나간다. 정확히 한계를 말하는 몸은 참 솔직하다.
(20130111)



앍! 오늘은 일기 쓰고 잤다간 아침을 맞이할 것같아서 일기 쓰기 패스해야겠다. 그래도 간략하게 기록하면 오늘은 보령화력에서 직장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함께 삼성동 본사 앞에서 성추행 사건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로 당차게 발언도 하고 연대 단위 사람들과 소통하는 피해자 동지의 모습이 참 멋있었다.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각오로 투쟁! 그들이 사건을 묵살하고 제대로 해결하지 않을수록 우리의 세력은 확실히 더 커질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앍! 배고파! 자야지!

 

[후기] 보령화력 성추행사건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 

http://www.womenlink.or.kr/nxprg/board.php?ao=view&bbs_id=main_news&doc_num=1437

(20130110) 


21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24시 현재까지 A4용지 한 장을 썼다. 2012년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사례를 분석하고 있는데 글이 잘 안나온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더 욕심 내어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 자료도 읽고, 사례들도 달리 보려고 애를 쓰지만 머릿 속엔 생각만이 둥둥 떠다닐뿐이다. 아무래도 내일도, 모레도 이 작업을 계속 해야할 것같다. 금요일에는 깔끔하게 털고 마음 편히 주말을 보내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내 안에 뭔가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꿈틀거리는 것이 묘하게 기분이 좋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운동하는 것이 억울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함께 하는 우리의 운동 동력이 '억울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묵묵하고 우직한 이들의 특성 중 하나가 되든 안되든 일단은 끌어안고 가야한다는 숙명론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숙명론자들은 본인이 소화할 수 없는 것도 쉽게 끌어안는다. 그래서 그것이 어느새 억울함으로 전이되어 결국엔 모든 상황을 곱게 바라볼 수 없는 결과를 자초하기도 한다. 나 또한 이런 숙명론자에 속하는 이 중 하나다. 그래서 과거엔 뻥 터져버릴 것같은 순간에 무책임하게 도망을 가버렸다. 벗어나고 싶었던 그 상황을 중지한 그 순간이 후회되는 것은 아니지만 왜 난 그런방식으로 당시를 정리했던 것일까?에 대해서는 후회가 남는다. 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숙명론자가 피해야 하는 원칙을 나는 조금씩 배우고 있다. 우선 숙명론자들은 '판단'을 잘해야한다. 이것을 내가 소화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생각해야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운명이요, 숙명이요. 그렇기때문에 나는 해야한다.'가 아니라 지금 나는 어떤 위치에 있고, 이것을 수행하기 위한 나의 깜냥은 어떤지, 어디에서 자원을 끌어오면 되는지를 판단해야하는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 자세이거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상황에 근거하여 무언가를 행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도를 그리는 작업인 것이다. 숙명론자에게 필요한 두번째 자질은 '말하기'인 것 같다. 숙명론자들은 역시 '이것은 나의 운명이요, 숙명이요.'라고 생각하기때문에 버거워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못하면 병이 되고, 이것은 병뿐만 아니라 급기야는 돌이킬 수 없는 무서운 상황을 (예를 들어 사업진행에 있어 엄청난 펑크를 내거나, 누군가에게 엄청난 부담을 전가한다.) 부른다. 내가 어떤지 끊임없이 말해야 상대도 안다. 그래야 역할분담도, 준비도 원활히 된다. 여튼 억울하지 않기 위해서, 가볍고 즐겁게 운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은 '판단'과 '말하기'이다. 명심해야겠다. 

별개로 오늘 내가 너무 몰아붙친 것은 아닌가 싶다. 사고도 행동도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사람이고싶다. 난 상당히 경직되어있다. -_-; 그리고 또 한편으로 나는 이상하게 여유롭다. 이것이 또 누군가에게는 불안감이 될텐데. 참 어렵다. 허허. 
(20130109)


총회 직전인 민우회는 회의가 많다. 오전에 회의 한 건을 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 또 회의 한 건을 하고 나니 퇴근 시간이되었다. 그러다보니 낮 시간에 하지 못한 일을 늦은밤까지 하게 된다. 이렇게 구성되는 일과 중 단 30분이라도 숨통을 틀 수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그 시간이 일기쓰는 시간인 것 같다. 


아침에 폴이 출근하자마자 책장 정리를 하다 발견했다며 CD 한 장을 건넸다. 여성트리오 '소풍가는 날'의 첫 번째 앨범인 <꽃 피는 나무의 여행>이었다. 내가 폴에게 좋은 노래라고 한 번 들어보라며 전했던 CD였다. 폴이 전한 CD 자켓을 보면서 문득 옛 추억이 떠올랐다. '소풍가는 날'을 처음 알게된 때는 시간을 거슬러 2004년 또는 2005년의 여성의 날이었다. 여성의 날 문화제 때 '소풍가는 날'이 학교에 찾아와 공연을 했었다. 운동권 노래패에서 노래하던 그녀들이 모여 '여성'트리오를 구성하고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다부지고, 부드럽고, 따뜻한 그녀들의 분위기가 좋았다. 목소리도 그렇고. '소풍가는 날'을 내가 그리 좋아하니 그때 내가 좋아했던 언니가 그녀들의 첫 번째 CD가 나왔다며 선물을 주었다. 그 후 한참 지난 뒤 폴에게서 다시 그 CD를 건네받았을 때 지난 시간들이 예고없이 와락 안겨왔다. 정문 앞 학생식당 옆 초록의 나무그늘과 3월 교정의 싱그러움과 운정관 지하 강당을 가득 매웠던 사람들과 노랑과 빨강 초록 파랑의 조명과 그 조명을 은은히 덮던 희뿌연 연기와 휑하지만 열기가 가득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소풍가는 날'의 그녀들과 그 노래결에 흥얼이던 동무들. 참 아름다웠던 시간들, 모든 것이 뜨거웠던 시간들이 떠올라 눈가에 물이 올랐다. 집에 돌아와 '소풍가는 날'의 <꽃피는 나무 여행>, <계절과 계절 사이>, <이런 생각>을 반복해서 들었다. 얼마전 '소풍가는 날'의 신현정씨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트윗을 통해 그 소식이 전해졌다. 오랜만에 그녀들을 만났는데, 이제 여성'트리오' '소풍가는 날'을 무대에서 만날 수 없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어디선가 영원히 존재할 것만 같은 이들이 그렇게 사그라지고 있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나의 지난 시간에게, 그때의 그녀들에게 조용히 안부를 묻는 밤이다.

(20130108) 



 

2013년 새해 첫번째 굿모닝위민링크는 여성건강팀에서 진행했다. 프로그램은 사무실 뒷산 성미산에 올라가 서로의 새해다짐을 나누는 것이었다. 새해에 처음 맞는 월요일 아침 초코과자와 보온병에 유자차, 둥굴레차, 커피 등 종류별로 뜨거운 차를 담고 산에 올랐다. 아침 공기는 상쾌했고, 좁은 사무실이 아닌 트인 공간에서 사람들을 보니 모두가 즐거웠다. 날이 풀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지않았다면 두고두고 원성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ㅋ 벤치에 스무명이 상근활동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각자의 새해 계획을 이야기했다. 기억나는 누군가들의 다짐을 잠시 언급해보면, 좋은 일 생길 때 마다 저금통에 500원 넣기, 맥주 500cc 두 잔 이상 마시지 않기, 임보라 목사님이 새로 터 잡은 교회 열심히 다니기, 텔레비전 보는 시간 줄이기, 일어날 시간에 일어나기, 잠잘 시간에 자기, 여가 시간엔 최대한 여가를 즐기기, 계획없이 살기, 충동적으로 쇼핑하지 않기, 꾸준히 운동하기, 아침에 일어나 영어공부하기, 일기쓰기, 효도하기, 주말에 밥 잘 챙겨먹기, 일가정 양립 포기하기, 등근육 만들기 포기하기 등 그 사람의 성향과 특징에 걸맞는 새해 계획들이 나왔다. 계획이 그것을 말하는 사람들을 닮아서 재미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월요일 아침의 일상을 맞이하였다. 이것이 제대로 잘 지켜질지는 잘 모르지만 소박한 다짐의 공유는 서로의 삶에 작은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이렇게 2013년의 첫번째 월요일을 시작하는 이들이 나는 참 좋았다. :) 오랜만에 성미산에 올랐다. 동네 작은 뒷산이지만 성미산은 자연이었다. 그렇게 자연을 찾으니 발은 시려워도 아침이 가득해졌다. 그 후 일정이 빡세서 곤란했지만 오전풍경은 귀여운 하루였다.

 

(201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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