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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에 해당되는 글 1건
2010. 11. 13. 23:47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모처럼 햇살이 따뜻한 토요일 오후, 삼청동에서 친구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일상의 수다를 나누었다. 그리고 종로 영화관에서 영화배우 백일섭의 젊은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삼포가는 길'을 보았다. 늦은밤 집으로 돌아와 몇몇의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방문하고 정성일 선생님의 트위터에 갔다.

22시간전 "........ 오늘은 전태일의 기일 40주년이다."

아, 아, 아. 그의 트위터를 보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전태일 열사의 40주년 기일이었던 오늘, 그를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고, 기억하지 않았으며 소비와 수다로 하루를 보내버리고 말았다. 시끌벅적하게 G20이 지나가고 바통을 넘겨 받듯 언론에서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떠들석하게 말하고 있다. 그렇게 전태일 열사의 40주년 기일이 지나가고 있었고, 나는 오늘 그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아, 아, 아.

지난 일요일 노동자 대회, 시청광장을 이 땅의 노동자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많은 인파에 놀랐고, 한편으로는 닭장차에 빙둘러져 고립된 광장의 풍경에 씁쓸함을 느꼈다. 오묘한 감정을 안고 플라자호텔 앞, 플렌트건설노동조합 옆에 앉아 있었다. 소주를 연거푸 마시던 한 플렌트건설노동자는 내게 소주 한 잔을 권하며 "오늘은 우리들의 날이니까요, 나는 비통한 마음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여기에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다른 플렌트건설 노동자는 멍한듯 슬픈 뒷모습을 하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김연아와 한효주가 방긋 웃고 있는 G20 펜스 너머 빼꼼히 튀어나온 시청건물 지붕 위에서 일요일, 노동자대회 당일, 일을 하고 있는 건설 노동자의 모습이 보였다. 소주 한 잔에 즐거운 노동자, 멍한듯 슬픈 뒷모습의 노동자, 일하고 있는 노동자 모두 시청앞 광장에서 전태일 열사 40주년을 기억하자고 외치고 그러했었는데... 정작 나는 오늘 그를 망각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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