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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26. 01:21
야근을 하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하루가 허망하게 느껴졌다. 블로그에 뭐라도 끄적거리지 않으면 오늘 이 하루가 흩날리는 모래처럼 존재하지 않는 오늘이 될 것같아서 짧은 글을 쓴다. 경북 문경으로 활동가 엠티 가던 날, 문경의 어느 밥집에서 멍군과 한가지 약속을 했다. 매주 월요일 점심을 고기없는 밥상으로 차리자는 약속. 고기없는 밥상은 쌀밥도 없는 밥상이고, 쌀대신 푸성귀로 가득한 밥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일요일 오후 무엇을 싸가면 좋을까 고민이 되었다. 버섯덮밥을 만들어 먹고 남은 새송이 버섯을 볶아서 갈까, 마루 한켠에 쌍둥이처럼 놓여 있는 단호박 하나 쪄갈까, 출근길에 파프리카를 좀 사 갈까. 이러저러한 푸성귀를 리스트에 올리지만 결국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다. 귀차니즘이 발동했으니. 그래도 약속은 지키고 싶었고, 다행히 집에 몇몇 과일이 있어서 참외와 수박과 키위를 넉넉히 싸갔다. '고기없는 월요일' 그 취지에 맞게 점심밥상이 싱그럽게 차려졌다. 연두빛의 당조고추(일명 샐러드 고추라고 한다. 당뇨에 좋은 고추락 해서 당조고추라고 한다. 색이 어찌나 이쁘던지.), 토마토와 양상추 너굴협찬의 모짜랠라 치즈, 간장을 살짝 뿌린 연두부, 달달한 단호박 그리고 과일과 김한장을 깔고 돌돌 말아 만든 엄마표 계란말이까지. 푸성귀로만 배를 채우면 배가 고프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속이 든든하고 편하다. 만족스러운 월요일 점심이었다.

5월 10일부터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을 했다. 채식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내게 아직은 어렵다. 내가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것은 채식을 하겠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아직은 여름날 냉면의 시원한 육수를 져버릴 수 없고, 고기 넣고 정성스레 김밥을 만들어 온 동료가 김밥 하나를 권할 때 그 안에 고기만 쏙 빼서 먹고 싶지 않고, 여름날 엄마가 땀을 뻘뻘 흘리며 끓인 사골국을 매정하게 거부할 수 없고, 신라면 블랙을 한번은 맛보고 싶다는 욕망을 쉬이 누르지 못하고, 지나치게 우울할 때 땡기는 치맥의 유혹을 거절할 수 없기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고기를 먹지 않돼 어쩔 수 없는 예외상황은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예외상황을 제외하고는 고기를 씹지않겠다고 다짐한다. 그 실천중의 하나가 멍군과 함께하는 고기없는 월요일. :) 일단 첫번째 월요일은 만족스럽다. 만족의 8할은 멍군이 준비한 푸성귀 덕분, 멍군에게 감사의 마음을 이 밤 소심하게 전한다. 다음 월요일이 기대되고 그때는 귀차니즘을 가뿐이 즈려 밟고 고기없는 월요일을 위해 내가 직접 푸성귀도 고르고 씼고 다듬어 내 먹거리를 내가 직접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허망한 퇴근길, 다음주 월요일 점심 밥상엔 어떤 것을 올려놓을까 잠시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 오늘의 발견! 박봉이 싸온 당조 고추. 일명 샐러드 고추라고도 하는데 당뇨에 좋아서 당조 고추라고 한다.
색깔이 참 보들보들하다. 싱그럽다. 이쁘다. 상위에 놓여지니 기분이 좋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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