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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6. 15:11
승희나무님에게.

나무님, 바람이에요. 7박 8일 제주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나무에게 편지를 쓰는 지금 이곳은 내 방이에요. 제주로 떠나기 전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했었는데 다녀온 지금은 다시 시작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제주를 떠나는 비행기에서는 이제 이곳을 떠난다는 생각에 시무룩하니 우울하게 앉아만있었어요. 제주에게 잘 있으라고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제주를 떠나왔어요.

제주를 떠나기 전에는 8일의 시간을 단순한 여행, 관광으로 두고 싶지 않았어요. 순례자의 길을 걷는 사람의 마음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리고 동시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놀멍, 쉬멍, 걸으멍 그렇게 다녀오자고 생각을 했어요. 욕심이 과했지요? 고민과 생각의 시간과 함께 편히 쉬겠다는 마음을 동시에 먹었으니까요.

제주에 도착한 순간, 제주에서 머무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상당히 가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어요.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을 생산해야한다고...그 무게감에 짖눌린 나를 발견하고 제주시에서 종달리까지 달리는 버스안에서 계속해서 비우자 비워보자 마음을 다스리고 다스렸어요.

'압박을 떨치고 일단은 즐겨보자.'

그렇게 마음먹으니 조금씩 풍경이 들어오더라고요. 창밖엔 손 내밀면 닿을만한 곳에 바다가 있고, 작은 초등학교엔 아이들이 청기 백기를 들고 가을 운동회를 하고, 나무를 거리를 너울을 누군가의 머리결을 끊임없이 쓸어내리는 바람이 곳곳에 보이더라고 그 풍경을 보며 마음을 다시 한 번 다독였어요.

시흥초등학교 근방, 강태여 할망 집에 짐을 풀고 우도에 다녀왔어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곳이라서 나도 한번즘은 가봐야지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우도는 '관광지' 색깔이 물씬 풍기는 섬이었고 곳곳엔 강호동의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고, 유행가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스쿠터와 바이크 골프장 카트가 섬을 끊임없이 맴돌고 있더라고요. 우도를 빠져나오는 배 안에서 '여는 관광지와 별다를 바 없는 섬이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 번 다녀오고선 여느 관광지와 별다를 바 없는 섬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어요. 내가 '별다를 바 없다.'라고 말하는 것 또한 관광객이 관광객의 시선으로 관광지를 평가하는 것이기때문에. 이는 내가 기대하는 관광지의 기대에 못미친다는 의미이기에. '별다를 바 없는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우도는 생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고, 잊지못할 기억이 담긴 소중한 공간이고, 파도소리 풀벌레 소리 들꽃하나 돌담 하나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 마음에 담아가려는 공간이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공간일 수도 있는 무수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겠지요?

숙소에 돌아와 우도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또 보았어요. 우도는 내게 어떤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을까? 우도의 '물빛'을 잊지 못할 듯해요. 첫째날 우도는 내게 '물빛'의 공간이었어요.

 

2011년 가을엔 우도의 '물빛'을 보고 느꼈으니 또다른 어느 시간에는 우도가 품고 있는 다른 이야기를 보물찾기하듯 알아가고 싶어요. 그런 시간이 곧 내게 올 수 있기를 바래보며 우도에서 보낸 첫째날의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이천십일년 구월 이십팔일 수요일
바람이 보내어요.

ps. 실제로 편지를 쓴 날은 여행을 다 마무리하고 돌아온 시월 육일 목요일이에요.
나무님에게 편지를 쓰면서 다시 그때 그 시간에 나를 내려 놓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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