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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16. 13:56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여성의 날을 맞이해서 민우회는 정신없이 바빴다. 여성의 날을 보내고, 잠시 앉아서 생각을 해본다. 여성의 날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2011년 3월 8일은 여성의 날인 동시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가 생활임금을 요구하며, 대학이 청소노동자를 직접고용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


청소노동자 파업지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고, 대학생들의 기운이 가득한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대학 캠퍼스를 걸었다. 학교 곳곳에 걸려있는 다양한 내용의 플래카드 중에서 눈에 띄는 플래카드가 하나 있었다. 총여학생회에서 여성의 날을 맞이해서 걸어 놓은 플래카드였다. 플래카드엔 “여성의 날, 그녀에게 장미꽃을 선물하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플래카드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 언제부터 여성의 날에 장미꽃을 주고받았지? 여성의 날, 뭔가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처럼 챙겨야하는 또 하나의 기념일 같다!.” 또 다른 누군가는 올 해 여성의 날, 주변 여성들에게 “사랑해! 고마워!, 축하해!”라는 메시지를 전하라고 했다. “사랑해! 고마워! 축하해!”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말랑말랑해지면서도 오가는 달콤한 말들 속에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현실이 보이지 않아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한다. 

                                               갸우뚱, 갸우뚱, 갸우뚱, 똑딱, 똑딱, 똑딱

3월 8일 봄이 시작되는 대학캠퍼스에서, 2011년이 시작되었던 겨울날의 대학캠퍼스로 기억이 되돌아간다.

 2011년 1월 새해가 시작되는 날, 홍대 청소노동자들은 갑작스럽게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그/녀들은 시린 겨울날 ‘부당해고 철회’를 외치며 투쟁을 시작하였다. 그 어느 때보다 추웠던 겨울, 투쟁 49일 만에 다행이도 모든 청소노동자들은 돌아가고 싶었던 학교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고, 임금도 인상되었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하지만 그 기쁨 뒤에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49일 동안 투쟁을 하면서 홍대 청소노동자들은 진짜 사장인 총장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학 측은 홍대 청소노동자들이 홍대에서 일하고 있지만 홍대에 직접 고용된 사람들이 아니라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본인들은 책임이 없다고 하였다. 갸우뚱! 이상한 나라이다. 분명 홍익대학교에서 일하고 있는데, 홍익대학교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니란다. 이것이 바로 파견·용역 노동자의 현실이다.

현재 법에선 "원청업체는 자신이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견·용역노동자가 낮은 임금을 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책임이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소속된 노동자가 부당함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권리주장을 하면 원청업체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기존의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하면 되는 것이다.

파견·용역 노동자의 이러한 현재적 조건을 인식하며 홍대청소노동자들은 2월 20일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49일간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 속에 부당 해고를 철회시킨 홍대투쟁의 ‘긍정적 바통’을 이어 받은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파업에 들어갔다. 그/녀들은 외쳤다! “진짜 사장, 대학 총장이 책임져라!” “청소노동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임금을 보장하라!” 봄기운이 꼬물꼬물 올라오는 3월, 개강을 맞아 활기가 가득한 대학 캠퍼스에서 “여성의 날, 그녀에게 장미꽃을 선물하세요!”라는 세련된 플래카드보다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청소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합니다!”라고 쓰여 있는 플래카드가 마음을 뜨겁게 한다. 3월 8일 하루 동안 파업을 진행한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은 대학 측과의 교섭에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무분별한 간접 고용의 확산을 막기 위한 청소노동자들의 당당한 행동에 꽃보다 연대(solidarity)를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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