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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바캉스'에 해당되는 글 2건
2012. 8. 21. 00:19

 

<나의 작은 연인들> (Mes Petites Amoureuses / My Little Loves, 1974)

장 으슈타슈

 

영화를 보면서 몸과 욕망의 불일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몸과 욕망의 불일치라는 표현보다는 몸과 욕망의 어색함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감독은 이 불일치 즉 어색함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당시 이 영화가 만들어졌던 1974년 프랑스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청년들의 무력감은 무엇에 기인하는지를 질문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당시 프랑스의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프랑스와 관련한, 내 방에 있는 유일한 책 <1968(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을 읽어야 겠다.

 

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다니엘은 사정으로 인해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근거지를 옮긴 이후 다니엘의 놀이는 변한다. 서커스 구경을 가고 서커스 장면을 모방하거나, 숲 속 나무에서 뛰어내리기 등의 놀이를 하던 다니엘은 근거지 변경 후 극장에 가고, 극장에서 만난이와 키스를 시도하고, 카페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들과 무리지어 연애를 할 상대를 찾아 다닌다. 감독의 경험을 근거하여 만들었다던 이 영화는 청년의 욕망이 소상하게 드러난다. 영화를 보면서 당시의 나의 욕망은 어떻게 구성되고 실현되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흔하게 표현되는 남성의 성에 대한 호기심, 욕망과 달리 여성의 성에 대한 호기심과 욕망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질문을 던져보았다. 관련한 이야기가 서서히 흘러나온다. 강이 된다.

(20120815)

 

 

 

 

<야생갈대> (Les Roseaux Sauvages / Wild Reeds, 1994)

앙드레 테시네

 

"너를 만난 것은 네가 내게 안정을 주기때문이야."

"내가 너를 좋아한 것은 나를 지킬 수 있기때문이야."

"전쟁보다 끔찍한 것은 삶이 계속 된다는 것이야."

 

기억나는 대사만, 느낌을 살려 끄적거려본다. 빛의 노란색과 숲의 초록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장면을 감독은 아름답게 연출하고 있었다. 목가적인 풍경 속에 담긴 투명한 인물들이 아름다웠다. 영화는 프랑스와즈와 세르주, 마이테와 앙리라는 대구(對句)로 이루어진 2연 詩같기도 하였고, 프랑스와즈, 세르주, 마이테, 앙리로 분절된 4연 詩같기도 하였다. 세르주의 형 결혼식과 장례식 장면에서 각각 울리는 '종' 장면을 보면서 특히 영화가 詩같다고 생각하였다.

 

프랑수와즈가 거울을 보며 "나는 호모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프랑수와즈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직면하는 장면은 긍정이면서 동시에 두려움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인상깊었던 또다른 장면은 마이테의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면이었다. 감독은 꿈과 현실의 반복 혹은 중복을 통해 '순간' 무엇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도록 하여 그 경계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를 보면서 홍상수 감독이 생각났다. <야생갈대>는 건조하다기보다는 감정이 차고 넘쳤고 그동안 봐온 프랑스 영화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프랑스영화인데 줄곧 배경음악으로 팝송이 흘러나오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 영화의 감성이 좋다.

(20120819)

2012. 8. 6. 23:04

 

 

 

4일의 휴가를 끝내고 출근을 했다. 도란도란 둘러 앉아 도시락을 열고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가 k가 물었다. "휴가 어땠어?" 제주의 동, 서, 남, 북 바다를 다 둘러보았고 식도락 여행을 하고 왔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4일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져 여름 휴가가 한 달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지만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

 

영화 <오루에 쪽으로>를 보았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시네바캉스가 한창이다. 영화제 포스터가 참 여름스럽다. 바캉스를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게 만든다. 시네바캉스에서 상영하는 상영작 리스트를 쭉 보고 <오루에 쪽으로>를 꼭 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바캉스를 다녀오면 정작 몸이 지치고 힘들어 영화를 볼 기력이 없어질 것같다는 마음이 한켠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서 함께 영화를 보자고 제안했던 친구에게 다음에 같이 영화데이트를 하자고 말하고 일요일 <오루에 쪽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그리고 맞이한 일요일, 나의 바캉스 마지막 날 찜통같은 집에 머물고 있는 것이 더 괴로웠다. 그래서 극장으로 더위를 피하러 시네바캉스를 떠났다.

 

여름 휴가가 한 달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 영향력은 아마 영화때문일지도 모른다. 바캉스를 맞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휴가는 20여일이 넘었고, 족히 한 달이 되는 듯하였다. 조엘과 카린, 캐롤린은 양손에 무게가 상당히 나가보이는 트렁크를 손에 쥐고 휴가지로 여행을 떠난다. 배를 타고 도착한 해변가의 한적한 마을. 무거은 트렁크를 낑낑 들고서 사구를 올라서는 그 모습을 보며 휴가에 대한 그녀들의 절박함이 보였다. 영화는 기승전결이 있다기 보다는 휴가지에서 보낸 시간을 일기를 쓰듯 소소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 기록을 보며 삶에 있어 휴가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을 해본다. 무거운 트렁크를 들고 기꺼이 해안 사구를 올라갈만큼 절박하고,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일상의 공간을 벗어난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며, 시덥지 않은 장난에 배를 잡고 꺼억꺼억 웃기도 하는 것이 휴가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며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가 조엘과 카린, 캐롤린이 그녀들이 머무는 그 집을 청소하는 장면이었다.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한 달여 동안 머물 집에 또다른 질감의 일상을 풀기 위해 그 공간을 쓸고 닦는 일상적 행위를 보며, 휴가라는 것을 그저 '일탈'이라고만 생각해왔던 것에 대해 다른 결의 '일상'이라고 말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조엘, 카린, 캐롤린의 셋의 조화에서 파트릭의 결합으로 넷으로 그리고 질베르트의 합류로 다섯으로 파트릭이 떠나 다시 넷으로, 질베르트와 카린의 관계가 무너지며 셋에서 결국 조엘과 캐롤린만 남는 흐름을 유난스럽지 않게 담담하게 담고 있었다. 셋에서 넷, 넷에서 다섯, 다섯에서 넷, 다시 넷에서 셋 그리고 둘. 하나 더하기 혹은 하나 빼기 라는 일상적이고 단조로운 수식을 통해 자크 로지에는 바캉스에서 겪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물결을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결국 그 잔잔함이 영화 마지막 조엘의 눈빛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조엘을 좋아하는 파트릭은 우연을 가장하여 조엘이 머무는 휴가지를 찾지만 조엘은 질베르트에게 마음을 둔다. 하지만 질베르트는 카린과 관계를 만들어 간다. 사람들은 종종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내는 경이로움에 기대어 관계의 경이로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휴가지를 배경으로 한 한국 상업영화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자크로지에는 그것을 표현하되 그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편안하게 관계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었다.

 

자크 로지에는 "바캉스를 왜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에 "바캉스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자유의 순간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말에 절대 공감을 하며 나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자유의 순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바캉스에 대한 프랑스의 관대한 시간 개념이 부러웠다. 바캉스라는 개념이 단순히 시간과 물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되돌아 보고, 그 시간 속에서 의미를 축적하고, 일탈의 공간에서 다시 한 번 일상을 느끼며 진정으로 자유로운 순간이 무엇인지를 경험한 것을 영화화 한 <오루에 쪽으로>가 정말 좋았다. 그리고 얼마전 친구들과 함께 떠난 가평으로의 1박 2일의 바캉스가 <오루에 쪽으로>의 바캉스와 조금 닮은 것같다고 생각했다. 가평으로 여행을 함께 떠났던 그 친구들과 함께 <오루에 쪽으로>를 같이 보면 좋겠다고 상상했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가 <오루에 쪽으로>와 관련된 글을 썼다.

자크로지에와 바캉스의 영화들

http://cinematheque.tistory.com/

 

+ <오루에 쪽으로>(1973)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에릭 로메르의 <녹색광선>(1986)이 떠올랐다. 두 영화는 닮아있었다. 여름 타자기 소리로 가득한 사무실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는 것과 휴가 기간동안의 일에 대해 날짜가 기록된 화면을 삽입하고 그 안에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하는 구조 또한 닮았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프랑스 영화라는 것도.

 

+ 프랑스 영화가 정말 좋다. 프랑스 말을 배우고 싶다. 프랑스에 가고 싶다.

 

+ 자크 로지에 감독의 다른 영화들이 궁금해졌고, <오루에 쪽으로>를 한 번 더 보고싶다. 원래는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글을 쓰고 싶었는데 한 번 더 볼 수 있을지를 확신할 수 없어(나머지 상영시간은 모두 평일 낮이다. ㅠ) 영화의 잔상이 내게서 사라지기 전에 기록한다. 한 번 더 음미하기 전에 이렇게 기록해버리면 좋은 영화가 그것으로 규정되어버리는 것이 싫은데 어쩔 수가 없다.

 

+ 여튼 <녹색광선>과 함께 <오루에 쪽으로>도 나의 페이버릿 리스트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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