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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복지팀'에 해당되는 글 1건
2012. 7. 23. 22:05

+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에서는 요즘, '10년 뒤 한국여성의 행복을 상상하다.'라는 큰 주제로 노후, 건강, 시간에 대해 릴레이 수다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진행된 좌담회의 후기가 올라왔다. 한사람 한사람이 내뱉는 말들이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는다. 싱기루의 말처럼 나또한 이 연구의 결과가 그 어떤  드라마의 결말보다 더 궁금하다. 두고두고 담아두고 싶어서 후기를 블로그에 담아온다. 요즘 전희경님의 논문 <'젠더-나이체'와 여성의 나이>을 읽고 있는데 그녀의 논문과 성평등복지팀의 연구과제의 맥락 또한 맞닿아있다. 요즘엔 내가 여성주의를 만나고, 민우회를 알고, 이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릴레이

수다회

10/년/뒤

한/국/여/성/의

행/복/을/상/상/하/다

[성평등복지 의제발굴 프로젝트]

#1 "결혼은 답이 아닌 시대의 노후,

대안은 뭘까?"

   
■ 일   시 : 7월 9일 저녁
■ 키워드 : 노후
■ 암호명 : 대안
 

그리하여 모인 여섯명의 비혼여성들이 함께한
노후에 대한 수다리포트
 

노후 불안 3종 세트인 주거, 생계, 관계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가족 안에서 오히려 소외되는 노년의 풍경들에 대한 목격담들
적금 이야기로 시작해
자립가능한 경제시스템과 지속가능한 노동환경과
존엄한 노후에 대한 상상력과 새로운 관계의 윤리에 대한 이야기로
뭉게뭉게 피어나갔던 열띤 세시간에 대한 스케치.
그리고 참가자 신기루의 속깊은 후기를 전합니다.

 


 

2012년 7월 9일 저녁 7:30

시작은 우울했다...

 

 

 

거기다 진지하기까지

 

 

 

대안도 더듬어보고

 

 

 

그렇다. 사실 불안의 정체는...

 

 

 

우리, 잘 늙을 수 있을지도 몰라~

 

 


 

누구나 나이가 들어 노년을 맞이하겠지만,
 
막상 멋진 할머니가 되리라는 기대는 현재의 삶에 대한 핍진함 때문에 미뤄지기 마련이다.

노후를 주제로 집담회를 한다니, 게다가 비혼 여성들의 노후라니 그 얼마나 우울하겠는가.

 
언젠가 들은 보험 상품 설명, 자산관리, 연금과 관련되어 연상되는 '노후'는 나와는 먼 이야기이다.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와 대체할 수 있는 여유와 계획, 삶의 정상성이 유지되는 일상을 가진 사람만이 노후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노후는 이미 내가 주체가 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경제적 자원이 많은 계급이 전유한 언어로 느껴졌다. 그러므로 나는 노후가 없다.

 
언젠가 형부가 했던 말 “여자가 혼자 살려면 전문직이 되어야지, 전문직이 되는 길은...... ” 블라블라.

듣는 고통이 컸으나 그만큼 프로젝트화된 삶, 인간이 자원이 되는 인생 설계가

동시대의 ‘보편적’ 풍경이다.

여기서 노후는 삶의 총체적 성과지표로서 인간 각자에 대한 성적표이다.

소득 없이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공포, 이성애 가족 외에 다른 삶을 상상하지 못하는 빈곤함과 더불어

롤도 없고 지향도 없는 노후는 꺼림칙한 미래이다.

게다가 도시 할머니들이 머물 공간도 없이 종일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은

그 무기력함 자체가 풍기는 생명의 처연함 때문에 덩달아 비루하다.


이런 생각으로 걷던 중, 집담회가 시작되자 좌장이 여러분이 복지의 주체라고 했다.

오잉?

노후에 대한 시간, 언어, 공간, 자원에 대한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그리고 지금까지 살았던, 목격했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미래를 앞둔 여자들의 이야기가

국가의 미래 기획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뜻 깊은 시간이었다.

 
몇 해 전의 나에게 ‘비혼’은 부정의하거나 구태의연한 삶에 거리를 두는,

독립 의지를 표현하는 삶의 형태였고

내 노후는 ‘완전독립’ 즉 나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고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는 강한 모습을 꿈꿨다.

그러나 그런 인간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길을 걷다가 발가락을 다치기도 하고

깻잎나물 무치는 법을 배우거나 집에서 물이 새는 것에 대비하는 등

생전 경험하지 못한 사건들에 대해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서로가 기대어 사는 존재임을 인정하자 다른 노후를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어린 시절 두 발로 걷지 못했듯이, 노후에 다시 걷지 못하게 된다.

그 때 나는 누구의 팔을 잡을 것인가?

수다회 중에는 386세대가 성장하면서 그들의 삶의 이슈가 진보적 정책이 되었다며

386세대가 노인이 되기를 기다리면 뭔가 달라질꺼라며 다 같이 웃었지만,

특정 세대에 기대어 변화를 바라기보다 회사에서 동네에서 집에서 지금 나의 관계망을 형성, 유지해야 하겠지.


누구도 혼자 늙지 않으며, 오롯한 자존이란 의존에 기반한 것이다.

경제적 자원 중심의 노후설계 ‘이야기’들에 기죽지 않고

내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을 아는지,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지,

마음의 힘이 있는지,

자연과 더불어 살았는지 등

‘다른’ 노후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돈이 최고이지만 특히 여성들의 삶 속에는 숨겨진, 아직도 인정받지 못한 자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경제적 자원은 개인이 투자한 만큼이 아니라

노후 시점의 그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만큼’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생산이나 노동, 기본 소득, 일상, 성생활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야기를 아주 많이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 프로젝트의 결말이 드라마보다 재밌을 것 같다.


by 신기루

 
 * 릴레이 수다회는 8월까지 계속됩니다. 이어지는 후기들도 기대해 주세요.
   수다회의 자세한 내용은 성평등복지 의제 연구 과정에 반영되며
   연구 결과는 하반기에 예정된 토론회에서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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