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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서점'에 해당되는 글 1건
2013. 3. 9. 23:52

감기로 골골거리다가(지인 고래씨 또한 감기로 고생중이다. 고래씨를 아는 분들은 고래씨에게 안부를! 아프면 소문 내야한다는 고래씨의 말을 충실히 따르는 바람!ㅎ)  일때문에 잠시 외출을 했다. 봄이 왔다. 사람들은 가벼웠고 다채로웠다. 바람결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치맛자락이 흔들렸다. 검은색과 회색을 걷어낸 사람들의 옷차림에선 민트색도 보이고, 노란색도 보이고, 붉은색도 보이고. 즐거운 풍경이었다. 봄이 왔다. 보드라운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이유없이 흔들리게 만든다. 오랜만의 경희대 캠퍼스는 봄때문에 울렁거리고 있었다. 3월 개강은 2학기 개강과 달리 설렘 지수가 더욱 높았다. 지루한 겨울 이후, 봄으로 가득찬 캠퍼스는 말그대로 생동이었다. 봄 햇살 아래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렇게 신나고 설렐수가 없었다. 짧은 외출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봄이 왔다. 작년 봄에 가지 못한 봄날의 동해 바다를 보러가고 싶다. 바다는 동해 바다가 진짜 바다같다. 제주 바다 보다 더.

(20130309) 


어젯밤 꿈이 이상했다. 녹사평역에는 두 명의 노숙 여인이 있다. 예순이 넘은듯한 두 여인 중 한 명은 키가 크고, 한 명은 키가 작다. 키가 큰 여인은 종종 담배를 피고, 키가 작은 여인은 노란색 망토를 두르고 있다. 어젯밤 꿈에 키가 작은 여인이 나왔다. 도심 빌딩 2층에 절이 있었다. 도심의 빌딩은 회색빛이다. 하지만 빌딩 2층은 단청 빛깔로 어지러웠다. 나는 2층에 있는 절에 들어가려고 했다. 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키가 작은 여인이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들어가려고 했고,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말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당신이 들어가고 싶다면 들어 가세요. 하지만 들어가지 마세요." 그렇게 들어가겠다는 나와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되 들어가지말라는 그녀는 꿈속에서 실랑이를 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내가 정말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보였다. 그래서 들어가지 않았다. 만약에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들어갔다면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새벽, 꿈에서 깨어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 몸이 추웠다. 열이 났다. 땀을 흘렸다. 결국 감기에 걸렸다. 아침에 일어나 꿈 이야기를 임여사님에게 했다. 임여사님은 내가 그 여인의 말을 듣지 않고 빌딩 안 절으로 들어 갔다면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죽었을 것이다.'라는 말을 쏘쿨하게 하는 임여사님이 갑이다. 나의 이상한 꿈을 임여사님의 쏘쿨한 해석을 듣고 개꿈으로 판단했다. 그래도 한 여인이 나를 살렸다. 오늘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회원팀에서 회원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떤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면 좋을지 회원팀 활동가들이 머리를 굴리며 문구를 만들고 있었다. 80바이트 안에 어떻게 하면 마음을 잘 담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녀들이 이뻤다. "솔솔 불어오는 봄 바람처럼 당신의 일상에 연대의 바람이? 여성주의 바람이? 평등? 아니야, 식상해. 이상해." 막 그러고 있을 때 먼지가 툭 던졌다.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당신의 일상에 연애의 바람이!" 사무실에서 빵 터졌다. 먼지야, 바로 그거야. ㅋ 


결국 회원분들에게 전해진 문자는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 함께 기억하고, 축하하며 당신의 일상에도 바람이 일기를. @}->-"


(20130308)



105주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노동자들은 요구한다.


-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 성별임금격차 OECD 수준으로 줄여라!

-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

- 재능교육, 88CC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를 당장해결하라!

(20130307)


봄이다. 아침에 도봉에 강의가 있어서 다녀왔다. 도봉은 참 멀다. 도봉에 다녀오면 일본의 어느 소도시를 다녀온 것 같다. 집성촌같은 느낌도 든다. 오픈되지 않은 인상이다. 그 안에서 자립과 생산과 공유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도봉은 재미있는 지역이다. 강의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1시간 40분 가량 소요되었다. 망원역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길, 봄이 느껴졌다. 내 이름이 바람이라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 오후였다. 민우회 활동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 별칭이 없었던 나는 별칭을 지어야 했다. 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라고 할까, 바람이라고 할까 고민을 하다가 바람이라고 별칭을 지었다. 어렸을 때부터 바람이 그렇게 좋았다. 바람이 얼마나 좋았으면 바람에게 '바람아가씨'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혼자 길을 걸을 때 종종 "바람아가씨!"라고 불러보곤 했었다. 그리고 '바람아가씨'에게 편지도 썼었다. 그저 바람이 좋아 바람이라고 별칭을 지은 것이다. 오늘은 문득 바람을 무어라 정의해야하는 것일까, 싶었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무형의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바람을 느낀다. 때로는 바람을 보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 길을 걷다 폴짝 뛰었다. 그리고 손바닥을 쫙 펴고 공기 사이로 팔을 휙 가로질러 보았다. 존재하지 않는 바람이 순간 느껴졌다.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비집고 빠져 나간다. 이런 사실 자체가 또 너무 신기해서 다다다 달려 보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바람이라고 언어화하는 사람들의 능력에 탄복하였다. 내가 바람이라는 것이 재밌었다. 동시에 내가 바람이라는 것이 낯설어졌다. 이 이름이 나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바람이라고 불리어져도 괜찮은 것일까?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내 이름 바람이 어색하다. 


바람(명사) : 기압의 변화 또는 사람이나 기계에 의하여 일어나는 공기의 움직임.



요즘 성미산 마을은 오래된 주택을 부수고 그 부지에 빌라를 짓는 것이 유행이다. 마당이 있는 오래된 집 세채가 지난 해 부서졌다. 그리고 오늘, 사무실 앞 오래된 주택이 부서졌다. 사무실 앞 오래된 주택엔 제법 오래된 목련나무가 있었다. 매해 목련 나무를 보며 아, 올 봄에도 하얀 꽃봉오리가 터지고 뚝뚝 떨어지겠지? 그럼 그때 나도 같이 울겠구나. 목련과 함께 봄을 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올해도 그렇게 나는 목련 봉오리가 벌어지는 것 만큼 봄을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 목련 나무가 베어졌다. 아마도 주택이 만들어지던 날 함께 심어졌던 목련 나무가 주택이 무너지던 날 베어졌다. 어제까지 있던 목련이 베어졌다.  봄을 타는데 있어 단단히 한 몫을 했던 그 목련나무가 오늘 베어졌다.  나무가 베어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주인집 아이가 자라온 모습을, 담벼락 아래에 앉아 유한한 시간을 무한히 사유하는 노인의 모습을, 마을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우두커니 지켜보며, 때로는 누군가의 비밀을 품고 있던 나무가 베어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건물 잔재에 부서져 있던 목련꽃 봉오리가 애처로웠다. 아름다운 것이 사라지는 것은 슬프다. 너무너무 슬프다. 망하고 있다.

(20130306) 


집으로 돌아와 변태처럼 나의 시들을 읽었다. 잠을 자지 못해 머리가 어지럽고 두팔이 후들거린다. 감기가 오는 것인지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아프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모 대학교의 대학원 교과 과정을 살펴보았다. 서울에서 화개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지인은 모 대학교 대학원 ****학 과정을 지원해보라고 했다. "나는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모 대학교 대학원 교수진을 보며, 그 안의 두사람때문에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싶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다.'라는 단언을 하지 말아야겠다. 고민을 해보자. 공부를 잘 마무리하고 먼훗날 언젠가는 모잡지사의 ***** 공모를 해보고 싶다. 진지하게 어느날을 꿈꿔본다.

(20130305)


야근을 하고 사무실 동무와 함께 근처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했다. 활동과 관련된 고민을 나누고, "우리 이건 이렇게 해보자." 소소하고 호기롭게 대화를 나누었다. 나의 찌질함도 내보이며 편안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았다. '독립' 이야기를 하다가 동무는 내가 독립하면 세탁기 혹은 냉장고 구입을 다른 이들을 조직하여 전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너무 큰 선물이라 사양했다. 대신 전자레인지를 사달라고 했다. ^-^; 동무의 마음 씀씀이에 부자가 된 것같았다. 즐거운 밤이다. 아, 이 즐거운 밤 연애를 한다면 더욱 즐거울텐데. (연애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왜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거지?) 그것이 조금 아쉬운 밤이다. 하지만 지금이 좋다. 동무는 지금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이 상황을 최대한 즐기라고 했다. 백 번 맞는 말이다. 그리고 오늘 좋은 공간을 하나 알게 되었다. 서대문역에 있는 '레드북스'라는 사회과학 서점이다. 새책과 헌책을 파는 책방이며 동시에 차를 마실 수 있는 다방이다. 낡은 건물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닿아 살아있는 듯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차(茶) 값도 정말 착하다. 서대문에 가면, 종로에서 영화를 보고 마땅히 갈 곳이 없으면 그곳에 종종 방문해야겠다.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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