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 (326)
오늘의이야기 (195)
영화&책이야기 (72)
맛있는이야기 (30)
그림이야기 (21)
쉽게쓰여진시 (8)
치앙마이이야기 (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뷰파인더'에 해당되는 글 1건
2010. 3. 4. 17:13



영화를 봤다. 영화 경-아직 개봉을 하지 않았지만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감독 특별 상영으로 볼 수 있었다. 친구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 2008년 겨울 경남 고성, 진해, 통영, 합천, 남강휴게소 등등에서 친구는 15일을 보냈었다. 영화 엔딩크레딧에 친구 이름이 올라가니 수많은 이름중에 아는 사람의 이름을 마주치니 반갑더라.

나는 영화가 꽤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 모호하지만 '내 감정의 결과 같은 호흡을 하는 영화'라고 말하면 좋을까? 영화는 집나간 동생 '후경'을 찾아헤메는 언니 '경'의 이야기. 누가 보느냐에 따라 이 영화를 경의 이야기, 후경의 이야기, 창 이야기 라고 제각각 말 할 수 있지만 난 '경'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의 첫장면이 인상깊었다. 새벽 안개가 가득한 푸른빛의 고속도로를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밝히고 차가 정면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갑자기 멈춰선 차는 달려온 만큼의 속도로 후진을 한다. 다른 자동차가 고속도로 위를 달리지만 경의 자동차는 경인 마냥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스크린에 등장한다. 사물이 생명체처럼 느껴진 장면이 신기하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계급의 인물들과 모호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나는 그 사람들 중에 경과 경의 동생 후경 그리고 그녀의 엄마에게 관심이 갔다. 젊은 시절 엄마는 티비 드라마 배우였다. 그리고 죽기전 얼마까지 엄마는 남의 집 가정부였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딸들이 차려놓은 밥을 허겁지겁 먹고 잠들때까지 티비드라마를 보았다. 

경은 동대문에서 샵을 한다. 엄마와 사이가 나쁜편은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간 후 이남자 저남자, 이여자 저여자와 만나 사랑을 나눴고 엄마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사람은 미친듯이 싸웠다. 어느날 엄마는 경에게 동생 후경이 경의 딸이라고 말했다. 경을 위해 후경을 자신의 호적에 올리고 경과 정경을 보살폈다는 망상에 빠져있었다. 경은 엄마가 죽은 후 집을 나간 동생을 찾기위해 경상남도 일대를 빨간색 아반떼를 끌고 끊임없이 이동한다.

후경은 엄마가 죽은 후 집을 나왔다. 후경 친구 온화가 말하길 후경은 핸드폰과 강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후경은 남강휴게소에서 만난 온화와 메신저로 주로 대화를 하며 지금은 이주노동자 트란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후경은 아시아하이웨이로 가기위해 온화에게 남강휴게소에서의 일자리를 부탁한다. 후경은 자신의 가출을 가출이 아닌 '출가'라고 재정의한다.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어느날 토요일 버스안에서의 나랑과의 대화였다. 20대 초중반부터 (아니 지금도 여전히) 엄마와 징글징글한 투쟁과 갈등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그녀와 나. 갈등과 투쟁의 역사 속에서 나랑은 어느날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만약에 내가 2개의 인생을 산다면 하나의 삶은 엄마가 원하는대로 살겠지만 내 삶은 지금 하나이니까 나, 나를 위해 살게." 영화를 보고 왜 내 머릿속은 나랑의 말만으로 가득했을까?

경은 죽은 엄마인 동시에 후경이었다. 엄마가 살아있는 동안 경은 끊임없이 엄마와 싸웠다. 엄마는 경을 관리하고 경은 자유롭고 싶었다. 엄마가 죽자 경은 후경을 딸처럼 생각하며 후경을 관리하고자 한다.(이는 후경의 말이다. 경이 실질적으로 어떤 마음으로 후경을 찾아다녔는지는 모른다.) 가출을 한 아니 '출가'한 후경을 찾기 위해 경은 열정적이다. 휴게소 밥이 질릴정도로 노숙생활을 하고, IP추적에 파출소신고까지. 후경의 동거인 트란을 출입국관리소에 신고도 하는...

그 모습을 보며 엄마와 나의 관계가 오버랩되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해도 말 잘듣던(?) 착한(?) 딸이 어느 순간부터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끊임없이 간섭하고, 딸은 엄마의 통제하에 더이상 있으려고 하지 않고. 벗어나고 싶기만 한.

하지만 엄마도 그러한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 아시안하이웨이를 꿈꾸던 시간,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무한히 자유롭고 싶었던 시간. 끊임없이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순간이. 하지만 사람은 그 시간을 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또다른 삶의 방식에 길들여지는 것일까?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살아갈까? 지금 내가 갈망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자유롭고 싶은데 나는 어떻게 자유롭고 싶은 것일까? 엄마와 딸, 딸과 엄마의 관계에 대해 영화 경은 객관적으로 또는 아주 주관적으로 들여다 보게 한다.

영화 마지막에 경은 그녀의 블로그에 엄마를 추모하는 온라인 추모관을 열고 그곳에 짧은 글을 쓴다.
"엄마가 죽은 이후 내가 누구인지 더 모르겠다."
엄마와 딸의 관계와 동시에 엄마의 부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만약에 엄마가 없다면...이라고 가정만할 뿐 그에 대해 나는 어떠한 대답도 못한다. 절대 상상하고 싶지않은, 하지만 언젠가 내게 닥치는 현실...

"하지만 두렵다. 언젠가 닥쳐야 할 그 순간이."

ps.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확확 달라지는 영화일듯하다. 초반에 이야기 했듯이 다양한 계급이 등장하고,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과 끊임없이 만나는-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러가야겠다. 여성영화제에서도 상영한다고 한다.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