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 (326)
오늘의이야기 (195)
영화&책이야기 (72)
맛있는이야기 (30)
그림이야기 (21)
쉽게쓰여진시 (8)
치앙마이이야기 (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문성근'에 해당되는 글 2건
2012. 1. 30. 22:01

오랜만의 블로깅이다. 긴 시간동안 방치해두었던 블로그에 오랜만에 글을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 일정정도 여유가 머물고 있다는 의미이겠지. 쓰고 싶은 글들이 참 많았다. 선운사에 다녀온 이야기도 고래씨에게 하고 싶었고, 매일 밤 꿈속에서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도 싶었고, 우리 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은 것들도 이 공간에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나간 시간들의 지나간 생각들을 끄적거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폭풍같이 바쁜 시간을 이제 뒤로하고 다시 한 번 시작, 을 말하려고 한다. 2012년 모토는 '계획없이 사는 것'인데 그래도 살아가면서 '다짐'의 순간이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다짐'해야지 그래도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1.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지난 1월 13일에는 반올림 연대주점에 다녀왔었다. 오랜만에 가는 연대주점이었다. 투쟁가가 들려오고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은 투쟁가에 맞춰 팔뚝질을 하고, 서로 동지라고 호명하며 그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을 쓴 희정씨를 만났다. 오랜만에 바다도 만나고 유나도 만났다. 그리고 낭미를 통해서 삶이 보이는 창 편집자님도 알게되었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다 백혈병 등 각종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난이들의 가족과 삼성반도체, 삼성전자, 삼성LCD 공장 등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이 삼성이라는 괴물 같은 일터에서 얻은 병을 직업병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소중한 사람들의 시공간이 '반올림' 그곳이었다. 신문과 잡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고 알았던 반올림 동지들의 목소리를 희정씨의 책을 통해서 알게되었다. 연대주점에서는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희정씨의 책을 판매하고 있다. 그 책을 조심스럽게 사서 희정씨에게 내밀었다. "모두가 건강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바람님께. 희정드림."이라고 희정씨가 써주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행복하다.'라는 느낌을 가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개인마다 제각각 필요할 것이다. 그 느낌을 충분히 느끼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과 마음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윤 창출이 최고라고 여기는 자본주의가 무섭게 자리를 잡고 있는 이 세상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질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장시간 근로와 각종 화약 약품의 위독성을 노동자에게 전혀 공지하지 않은 채 '빨리빨리'를 끊임없이 말하며 목표량 달성만을 요구하는 삼성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 '건강할 권리'의 간절함을 말하고 있었다. 13일 이 책을 가방에 넣어두고 꺼냈다가 넣었다가, 책장을 펼쳤다가 닫았다가 읽기까지 몇번을 망설였다. 오늘 용기를 내어 책장을 펼쳤다. 다행히도 희정씨는 담담하게 그와 그녀들의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그래서 고마왔다.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행복하기 위한 기본 '건강'을 말해야한다.




#2. 부러진 화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았다. 화제가 된다고 하면 보고싶던 영화도 이상하게 잘 안보게 되는데 원래 보던 영화의 타이밍과 잘 안 맞아서 부러진 화살을 보게 되었다. 영화는 사람들이 말하는 딱 거기까지 였고, 영화잡지, 시사잡지에서 말하는 것 그 이상은 아니었다. 안성기씨가 오랜만에 본인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과 그에 걸맞게 문성근씨의 연기를 보며 문성근씨가 정치를 한다는 것이 안타깝고 씁쓸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정당한 말을 하지만 억울할 수 밖에 없는 현실 구조를 말한 영화는 사회적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 거리를 던져주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현실을 말할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였더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그러면 장사가 되지 않았겠지. 감독은 영화를 잘 팔기 위하여 현실의 이야기를 가져와 인물을 아름답게 가공하기도 하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가상의 이야기를 더해 극에 살을 붙였다. 주인공의 극적인 성격을 가미하기 위해 당시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을 소품처럼 활용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성폭력 사건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은 상당히 불쾌했다. 오랜만에 연기하는 김지호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가 반가웠지만 김지호 역의 기자 역시 뭔가 소품처럼 다루어져 안타까웠다. 석궁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오랜 시간 그 사건을 취재하는 유일한 여성 인물인데도 그녀는 남자 주인공 옆에서 남자 주인공을 격려하고, 술쳐먹은 남자주인공을 자기 집에서 재워주는 역할만 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전반적으로 정지영 감독에게 나는 화가 났다. 부러진 화살, 나는 별로였다. 
2010. 10. 30. 23:24


홍상수 감독 '옥희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아차산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홍상수 감독은 우리가 스쳐지나가는 일상의 공간을 카메라에 담고 그 공간에 인물을 얹히고 그 인물들에게 말을 하게 함으로써 공간과 인물 그리고 말의 묘한 조화를 훌륭하게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해변의 여인'과 신두리,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제주도, '하하하'와 통영, '옥희의 영화'와 아차산, 그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 나도모르게 "그곳에 한 번 가봐야 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10월의 마지막자락 그래서 나는 아차산을 다녀왔다.

'옥희의 영화'의 네번째 영화 '옥희의 영화'의 촬영지 아차산, 영화 속 그녀처럼 운동화에 점퍼 차림으로 물병 하나 손에 들고 산에 오른다. 나이든 남자와 옥희, 젊은 남자와 옥희가 차를 주차한 주차장을 바라보며 한마디 한다. "산에 오면서 차가지고 오는 사람, 잘 이해가 안되요." 그 주차장을 바라보며 영화 장면을 다시 한 번 그려본다.

그리고 산 입구에 있는 사슴동상도 한 번 바라본다.  나이든 남자와 옥희는 사슴을 보고 한마디씩 했고, 젊은 남자와 옥희는 사슴을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나는, "이 사슴 쇠로 만든걸까요? 아님 종이? 밤에는 조명도 들어오나봐요." 그리고 별 생각하지 않고 걷는다. 어느 위치에서 카메라를 잡았을까? 비오는날 옥희와 옥희의 친구가 우산을 들고 함께 걷던 길이 이 길일까? 생각을 하며 내가 돌아온 길을 다시 되돌아 본다.



얼마 안가니 나이든 남자와 옥희가 올려다 봤을 법한 잘생긴 소나무가 보이고, 젊은 남자와 옥희가 키스를 한 바위 언덕이 보인다. "아니 이 사람들 여기까지 밖에 안 오고 돌아간거야. 나이든 남자는 정말 '나이'때문에 산행을 시작한지 30여분도 안된 시점에서 내려가자고 한 것일까?" 영화 속 시간 개념과 현실 시간 개념을 따져 묻다가 굳이 뭐 따질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을 하며 잘생긴 소나무에 집착을 한다. "잘생긴 소나무라면 어떤 소나무일까?" '하하하'에서 성옥(문소리)이 문화재 해설을 하던 통영 제승당에 있는 소나무 정도되야지 잘 생긴 소나무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통영 제승당의 소나무처럼 붉은 표피에 쭉쭉 뻗은 소나무는 아차산 바위언덕자락에는 보이지 않는다. 나이든 남자의 소박함에 괜시리 마음이 짠해진다. 

주차장, 아차산 입구, 잘생긴 소나무, 바위언덕 그리고 화장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경은 30분이라는 현실 시간 개념안에서 모두 등장한다. 세인물이 모두 다녀갔던 화장실은 공사 중인 듯했다. 산행을 시작한지 30분, 영화에 얽힌 걸음을 그만두고, 영화 속 시간을 탈피하여 나의 시간 속 아차산 길을 오른다. 높지 않지만 능선을 따라 걸으면 꽤 장시간 걸을 수 있을 듯한 산, 서울의 동서남북이 한 눈에 다 들여다 보이는 산, 한강과 가까이 있는 아차산은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총 1시간 30분 정도 걸었을까? 운동화에 점퍼 그리고 청바지, 간단한 차림이어 장시간 걷진 못했다. 아니 의상의 핑계라기보다는 그 이상 걸을 의지가 없었다. 탁트인 풍경을 눈앞에 두고 생각을 했다. "나도 영화 만들고 싶다." 한강이 시원하게 보이는 산 어디즘에 앉아 그에게 제안을 했다. "졸업하기 전에 영화 한 편 같이 만들어 보는 것 어때요?" 연애가 끝나고 상대에게 계속해서 질척거리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가 시나리오를 쓰기로 했다. 영화 생각을 해야겠다. 아차산 휴게소에서 잔치국수 두그릇에 막걸리 한병을 시켜 먹고 살짝 알딸딸한 기운에 산을 내려온다.

땡스, 옥희의 영화! 땡스 홍상수!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