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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31. 23:25


영화 소라닌을 봤다. 그에게서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잊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했다. 종종 그는 내게 만화책을 선물한다. 그 중 하나가 소라닌이었다. 그림이 참 좋았다. 인물들이 생생해서 좋았다. 무엇보다 스물(나이는 중요치 않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막연히 설렌 '청춘(靑春)'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좋았다. 그래서 읽고 또 읽었던 소라닌.

영화를 보기전 만화 소라닌을 다시 한 번 더 보고 극장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는데 그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놀랐다. 등장하는 배우 전원이 만화 속 인물들과 싱크로율 100%까지는 아니여도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주인공 다네다는 절대 닮지 않았지만, 메이코의 악동스러운(?) 발랄함이 영화 속에서는 덜하지만, 그럭저럭 닮은 빌리와 만화가 아사노 이니오가 "이 배우를 염두하고 만화를 그린 것은 아닐까?"라고 의심이 들 정도 똑같은 가토는 영화를 보는 내내 신기했다.)과 최대한 원작과 일치하도록 장면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감독은 아사노 이니오 만화 그대로를 영화 콘티로 삼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 속 대사에서 부터 등장 인물의 의상, 만화 컷선에 따른 편집까지 원작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한 흔적이 느껴졌다. 헌데 한 편으로는 이럴바에는 왜 영화로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한 장 한 장 넘기며 여운을 씹을 수 있는 만화와 달리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평면적인 느낌이 강했다. 원작이 품고 있는 에너지를 영화가 다 품지는 못했지만 원작의 매력을 닮으려고 하는 노력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사노 이니오의 위대함을 느낀다. 만화가 아사노 이니오의 장면 연출은 참으로 디테일하다. 만화 속 등장인물의 표정, 의상, 감정의 디테일과 함께 인물을 둘러싼 주변 환경, 사람에 대한 표현이 참으로 놀랍다. 예를 들어 다네다와 메이코가 2DK 작은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에서 휴지통에 휴지뭉치를 버리는 다네다, 널부러진 옷가지, 옷가지 틈에서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침대 머리맡 빈 콘돔 껍질 등등. 장면 하나 하나를 곱씹어 보는 재미가 있고 볼 때 마다 몰랐던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아사노 이니오는 배경 묘사가 아주 세밀한 작가이다. 아마도 그는 그의 만화 속에 등장하는 배경들을 생산하기 위해 실제로 존재하는 배경을 찾고 그 배경을 사진에 담고 그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사람이 아닐까? 만화 속 배경과 영화 속 배경, 장면의 일치가 더욱 그런 확신을 들게 하였다. 여하튼 영화 소라닌을 보면서 나는 만화 소라닌, 원작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발견한다.

+ 영화를 보고 잠시 들었던 생각.

갑작스럽게 다네다를 다른 세상으로 먼저 보낸 메이코는 다네다와 함께 살던 2DK를 정리하고 강건너 1DK로 이사를 한다. 그러면서 영화 속 메이코도 만화 속 메이코도 말을 한다.

"오늘 도쿄는 무척이나 화창한 날씨에 언제나처럼 오다큐 선이 달리고 타마강에선 연인들이 보트를 타며 노젓고 있었다. 오늘도 어디선가 전쟁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이 경치, 이 경치가 언제까지나 계속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소리 하면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설령 언젠가 이 경치를 볼 수 없게 되는 때가 온다 해도 그때까지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화 소라닌 메이코 독백 중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이 잘 사는 삶인지 끊임없이 나의 오늘을 평가하며 하루하루 눈 뜨는 것이 두려운 요즘...메이코처럼 '하나의 의미'로 오늘 내곁에 벗들이 있기를 바란다. 동시에 나는 그 누군가에게 어떤 벗이 될 수 있을까. 메이코의 독백에서 나는 '사람이 삶이다.' '내 곁의 누군가가 나를 구성한.'라는 말을 연상한다. 오늘 밤 나는 "소라닌의 그녀처럼 충만함을 느끼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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