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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영국 여인과 유럽 대륙'에 해당되는 글 1건
2012. 7. 15. 23:29

 

 

비오는 일요일 아침이다. 어제 오늘 비가 내려 좋다. 어제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프랑수아 트뤼포의 <두명의 영국여인과 유럽 대륙>을 보았다. 트뤼포의 전작 회고전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쥴 앤 짐>과 <두명의 영국여인과 유럽 대륙> 이 두편은 꼭 보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쥴 앤 짐>은 보지못했지만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두명의 영국여인과 유럽 대륙>에 대한 검색을 하다보니 내가 챙겨보려고 했던 두 편의 영화가 모두 앙리 피에르 로셰라는 사람의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재미있다. 두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 한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 앙리 피에로 로셰라는 사람이 궁금해져 네이놈에서 검색을 해보니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이것 저것 검색을 하다가 이것저것을 접하게 된다. 문득 프랑스 말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프랑스문화원도 검색을 해봤다. 중급반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테스트를 거친 이후에 통과가 되어야지만 접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난 안돼겠네. 좌절. 하지만 언젠가는 프랑스말을 공부해보겠다는 마음은 버리지 말아야겠다. 그러다 프랑스문화원 주최 시네마테크 시네프랑스에서 아네스바르다의 영화를 상영한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시간을 만들어서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를 보러가야 겠다. 

 

여튼 처음으로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를 봤다. 트뤼포를 잘 모르기에 그저 내가 보고 느낀대로 기록을 하면 그는 순정한 어린 '남자'애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의 머릿속에 있는 여인에 대한 환상을 접하면서 '정말 그러한 여인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고, 영화이기에 존재할 수 있다고 답해보지만 그 환상에 대한 동의가 어려웠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트뤼포의 최고의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내게 질문을 해보게 된다. 앞뒤 따지지 않고 그저 누군가를 순수하게 애정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앞뒤 따지지 않고 그저 누군가를 순수하게 애정하며 맑디 맑게 '자신을' 드러내는 뮤리엘에게 마음이 갔다. 부모들의 결정으로 함께 할 수 없게 된 뮤리엘과 클로드, 그들 각각의 여름 장면 중 뮤리엘을 묘사한 장면을 보면서 아팠다. 그 장면을 쉬이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과장된 당시의 연기가 낯설긴했지만 뮤리엘의 감정결이 느껴졌다. 

 

두번째로 좋았던 장면은 일주일간 어느 한적한 섬(?)으로 여행을 떠났던 클로드와 안나의 장면이었다. 배 위에 카메라를 싣고 카메라는 뭍가의 안나를 따라간다. 사다리를 들고 클로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안나, 안나의 발걸음과 안나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속도가 같았다. 카메라가 안나를 따라가고 내가 카메라의 속도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카메라 속에 담긴 바람결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갈대가 흔들리는, 물결이 일렁이는 풍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계산된 속도이었겠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흔들리는 자연을 오롯이 담아내면서 동시에 그 안에 클로드와 안나를 담아내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트뤼포를 생각하다보면 '만약에 그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트뤼포는 남자사람이었기에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쓰고, 생각하는 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라는 것, '남자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그는 영화에 대한 순정을 그렇게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두 명의 영국 여인과 유럽 대륙> 이 영화에 대해 '이렇다.'라고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을 것 같다. 가능하다면 다시 한 번 더 영화를 보고, 생각을 거듭한 후에 난 무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헌데 나는 트뤼포를 막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 영화를 보고 나오니 극장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프랑스 영화를 봤고, 극장엔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아트시네마 화단에는 빨간 나리꽃이 피어 있었다. 2006년에도 아트시네마의 나리꽃을 보고 위로를 얻었는데 2012년에도 나리꽃을 보고 위로를 얻는다. 옥상에서 비내리는 인사동을 잠시 내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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